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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소녀 창공을 날다 - 미국 고등학교 스포츠 이야기

(((((((((((((((스크롤 압박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미국 청소년 영화를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죠. 바로 고등학교 장면에서  Football의 쿼터백과 치어리더가 사랑에 빠지거나, 파티를 한다거나 하는....  아마도 학교내의 킹카와 퀸카의 상징같은 등장인물인것 같습니다. 실제로 고등학교의 Football은 상당한 인기가 있습니다. 다른 고등학교와의 게임에는 티켓을 팔정도입니다. 물론, 대학 Football의 경우는 지역적인 인기와 더불어 엄청난 유명세를 치룰만큼 대단한 규모가 되고, 실력자는 졸업후 곧바로 프로팀에 입단하여 부와 명예를 얻을수 있습니다. 

그 전초기지 같은 곳이 사실은 고등학교 풋볼팀이되겠네요. 

한국의 학교 스포츠를 생각해 봅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스포츠엘리트 육성정책을 써왔죠. 프로가 아님에도 아마추어인 국가대표팀에 선발이 되면 월급을 받으며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만 전념할수 있습니다. 중고등학교의 스포츠팀이란 대개 월등한 운동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선발하여 공부보다는 스포츠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정책인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도 합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때의 운동부 친구들은 수업시간에 자고 오전수업만 받고는 바로 운동하러 나가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성적을 내면 그 성적을 바탕으로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할수 있으며,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하죠. 

미국은 좀 다릅니다. 학교스포츠 (고등학교 스포츠) 는 사회체육과 흡사한 형태를 가집니다. 그렇다고 경쟁이 약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몇몇 스포츠 (주로 구기종목)의 경우는 많은 후보자가 몰리지만, 소정의 선발기준에 따라 실기를 하여 선발하게 됩니다만, 이는 학교의 아카데미 과정과는 무관하며, 예를 들어 학과성적이 일정수준 미달이 되면 팀에서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다른 스포츠 (수영, 육상 등등) 의 경우는 이런 선발과정없이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고 대회기록, 운동능력의 고저에 관계없이 모두다 즐기는 형태로 팀이 운영되죠. 

한국에서 운동부하면 왠지 다른 부류처럼 생각이 되지만, 이곳에서는 몇몇 종목을 제외하면 그냥 보통 아이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클럽형태라고 보면 될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환경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당연히 보다 더 스포츠에 힘을 쏟게도 되지만, 그렇다고 체육특기생으로 성적에 상관없이 대학에 입학하는 일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듯 하네요. 예를들어 고등학교에서 크게 활약하는 풋볼선수에게는 대학팀에서 스카우트제의를 하고 장학금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GPA (학과성적) 가 일정수준에 달해야 하고, 대학에 가더라도 운동기록만으로는 졸업이 절대 보장되지 않습니다. 하물며 그리 인기가 많지 않은 육상같은 경우에는 지원하는 대학팀에 그 종목이 있다면 그 팀에서 운동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급받기도 하고 입학에서도 운동팀의 경력이 상당히 유리하지만, 다른 조건은 마찬가지가 되기에 공부와 운동을 다 잘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거지요. MIT나 아이비리그의 대학들에서도 50-70%의 학생들이 운동부 출신이고 거기에 팀의 주장출신들이 대거 입학한다고 합니다. 이는 입학에서의 가산점이라는 산술적인 면보다는 운동부에서의 기록은 성실성을 나타내며 팀내에서 팀웍을 배웠고, 주장의 경력이라면 리더십이 충분하다고 간주하기에 생기는 주관적인 면이 더 작용하다고도 볼수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스포츠를 하는 이유가 한국에서는 경쟁과 성적 (기록) 이 되겠지만, 미국에선 팀웍 (team work)의 배양과 친목 (social) 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돈많이 버는 스포츠 선수가 되기위해서도 있겠지만요. 

암튼, 스포츠엘리트주의는 종종 이질감을 낳습니다. 또한, 운동선수이외에는 운동과는 담을 쌓고, 심지어 학교체육시간마저도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여기 아이들은 대학에 가면 밤을 새워 공부해야 할만큼 공부량이 많아지는데, 체력에서는 끄떡없는 경우가 많죠.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이런 사회스포츠화한 고등학교의 운동정책도 한몫을 한다고 이야기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서론이 기네요. 

제목이 소녀 창공을 날다죠? ㅎㅎ

딸아이 지수가 이번 시즌 육상부에서 활동을 하였습니다. 워낙 마르고 약한 아이라서 조금은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고등학교 입학전인 지난해 여름 우연히 참가하게된 육상캠프에서 코치의 눈에 들어 입학하면 육상부에 들라는 권유를 (?) 받고 올초 육상부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육상부에 들어갔습니다. 여러가지 신체조건상 가장 적합한 종목을 권유받아 연습중인것이 바로 장대높이 뛰기랍니다. 

장대높이 뛰기 (Pole Vault)
- 육상경기 중 도약경기의 한 종목. 장대(폴)를 쥐고 달려가다가 그 장대로 몸을 떠받쳐 바를 뛰어넘어 높이를 겨룬다. 경기자는 어떤 높이부터 넘기 시작하여도 무방하며, 같은 높이에 대하여 3회의 시기(試技)가 인정되나, 3회 모두 실패하면 자격을 잃게 된다. - 위키피디아에서......

육상 (Track & Field) 은 보통 트랙경기와 필드경기로 나뉩니다. 트랙경기는 주로 단거리-장거리 달리기, 허들, 계주 등이 되겠고, 필드경기는 넓이뛰기, 높이뛰기, 장대높이 뛰기, 해머-창 던지기 등등으로 나뉩니다. 

지난 5월 초에 거의 시즌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여 지수학교 팀의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한 시즌동안의 노력의 결과인 개인기록 (Personal record) 을 수립할수 있는 공식경기이기도 하지요. 


학교 트랙의 전경입니다. 지수가 다니는 학교의 트랙이 샌디에고에서는 가장 좋기에 거의 대부분의 경기는 이곳에서 합니다.



시원 시원한 우레탄 트랙입니다. 트랙옆 피트니스 센터 (헬스장?) 에는 운동기구들이 들어서 있어서 개인훈련을 하구요.... 

저 멀리로 수영장도 보이네요.



올초부터 시작된 육상팀의 운동은 매일 거르지 않고 학교가 끝나는 2시부터 5시경까지 실시합니다. 일종의 클럽활동이지만, 특별한 사유없이 몇번 연습을 빠지면 자동으로 탈락하게 될만큼 책임감을 강조하는 시스템입니다. 처음 시작하고는 거의 매일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바로 곯아 빠질만큼 힘들어 하더라구요. 집에 와서는 그날 그날의 과제와 프로젝트, 그리고 공부때문에 매일 1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만큼 힘든 과정들이었지요. 그렇지만, 몇개월을 계속운동을 하는 사이에 체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더군요. 이젠 엄청난 트레이닝을 거쳐도 돌아오는 차안에서 재잘재잘 대고, 돌아와서도 그리 피곤해하지 않을만큼 되었습니다. 지금도 마르긴 하였지만, 다리나 팔의 잔근육이 표시나게 발달하였습니다. 일단은 성공~~ ㅎㅎㅎ "아니 고등학생인 애를 공부를 시켜야지 무슨 운동을 시킨나" 하는 분이 계실듯...... ㅎㅎ 실제로 학교스포츠의 아시안계 학생들의 참여는 아주 저조하다고 합니다. 그 시간에 수학문제 하나를 더풀지~~ 하는게 부모의 마음일지도 모르죠. ㅠㅠ  뭐 제가 다룰 이야기는 아닌듯 하구요. 

장대높이 뛰기는 부브카나 이신바예바라는 걸출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육상은 팀스포츠이기도 하면서도 개인기록도 다루는 특이한 스포츠인것 같습니다. 


암튼... 우리의 장대소녀 지수 한번 보실래요? ㅎㅎ



멋지죠? ㅎㅎ

일단 경기당일의 트랙풍경을 보여드릴께요.
해상도가 그리 좋지 않은 저렴한 줌렌즈로 멀리서 당겼더니 해상도는 생각보다  훨~씬 나쁘네요. ㅠㅠ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

준비~ ~~~~ ㅎㅎㅎ 저 뒤로 소리가 무서워 귀를 막고 있는 아이가 보이네요. ㅎㅎ 


일제히 내닫는 건각들......
 


"너 2분 30초!" 공식 기록 계측요원입니다. 다른 경기에서는 사진판독기까지 두었는데, 이번에는 안보이더라구요.


허들 경기는 박진감이 넘치죠. 
 


으~쌰!! 안타깝게도 이 아이는 이걸 넘다가 바를 건드렸습니다. 
 


애구 멀어라~~ 
 


상대팀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아빠인듯 보이던데, 한 아이가 준비를 시작하면 바로 아이폰을 꺼내어 비디오 촬영을 시도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한번도 넘지 못하였네요. ㅠㅠ 


공식사진사인듯..... 저도 내려가서 찍고 싶었지만..... 


헤드락? ㅎㅎ


그늘집? ㅎㅎ


세명의 수구선수.... 지수가 그러더군요. 매일 Chlorine (소독약. 다른말로 락스?) 을 뿌린 수영장에서 살아야 하는 수구선수들은 머리가 다 탈색이 되어 한시즌만 해도 모두다 저렇게 금발같이 되어버린다네요. ㅠㅠ 수구팀 아이들 머리색은 똑같다죠. 
 


장대높이 뛰기 팀의 에이스입니다. 폼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네요. 얼마전 California Inter-high Final을 위한 샌디에고 지역예선에서 최고높이를 뛰었습니다. 공중부양 중이죠. ㅎㅎ 지금 4학년 (Senior) 인데, 육상부가 있는 UC계열의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왼쪽 아래로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기가 지나갑니다. 얘야!! 위험하다. 저 멀리 떨어지거라. ㅎㅎㅎ 사실은 수십미터 떨어진 스탠드위에 있는 아이인데, 어쩌다 보니 한화면에 잡혔습니다. 조리개를 좀 조이고 망원으로 당겼더니 바로 옆을 지나가는 것처럼 나오네요. ㅎㅎ 잼있죠? 왠지 심령사진 같기도 하구요. ㅠㅠ



이런 이런 출발이 늦다~~~ 총은 벌써 쏘았는데 말이다. 후딱 뛰어!!! ㅎㅎ 연사로 찍다보니 이런 사진이 나옵니다.


참 재미있는 사진인것 같습니다. 선두 그룹의 세아이입니다만, 흑백황 (그리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 ㅠㅠ 원래대로 한다면, African America, Asian American, Caucasian정도로.....) 의 조합이네요. 선수층의 단면을 보는듯 합니다. 
 


지수의 초중등 동창이기도 한 친한 친구인데, 자그마한 아이가 운동을 아주 잘 합니다. 저 말근육좀 보세요. ㅎㅎ 장대와 오래달리기를 하죠. 이번 경기에서 남자아이들과 겨루어 거의 두명을 제치고 들어올뻔 했습니다. 막판에 자존심 구기게 생긴 남자아이들이 이를 악물고 뛰어 아쉽게도 기회를 놓쳤지만요.  


다시 장대높이뛰기로 돌아와서리.....ㅎㅎ 고등학교 1학년 (Freshman - 9th grade) 인 지수는 올해 처음으로 장대높이뛰기를 하게 된건데요, 비교적 괜찮은 기록으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Freshman 평균 기록이 약 6ft 6in (1피트는 12인치이므로 6.5ft가 되는데, 대개는 6.5ft라 안하고 6'6'' 라고 표시합니다. 약 2미터입니다) 정도랍니다. 지수는 PR (Personal record) 7 ft (2.13 미터)로 시즌을 마쳤으니 평균이상은 한듯.... 기록은 대개 6인치씩 높여 갑니다. 매번 경기를 할때마다 코치는 그날밤에 각 선수의 기록을 선수통합 사이트에 올립니다. 이 기록은 개인기록으로 4년간 (계속하게 되면) 누적하여 올리게 되고 이 경기기록은 공식기록이 됩니다. 이 기록도 대학입학시에 코치가 추천서와 함께 공식기록으로 첨부하여 대학의 입학 사정관에게 보내게 된답니다. 

이번 게임의 경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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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넘어가면서 장대가 바에 닿지 않도록 저 너머로 던져주듯이 하네요. 살짝 건드렸는데 다행히 넘었습니다. ㅎㅎ 
저 높이가 멀리서는 별거 아닌것처럼 보입니다만, 가까이에서 보면 ㅎㄷㄷ 하거든요. ㅠㅠ 
 
하루 세시간의 훈련으로 하루는 체력훈련, 기초훈련 하루는 기술훈련을 하더라구요. 체력훈련을 하고 온날은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피곤해 할만큼 전력을 다하게 합니다. 바람직한 자세는 장대를 찍고 장대가 충분히 휘도록 힘을 분배하여 탄력을 받고, 몸이 완전히 거꾸로 180도를 유지하고 넘어야 하는것이더라구요. 지수는 아직 제대로 된 각도가 안나오는 거구요, 이를 위해서 로프에 상체힘만으로 매달려 거꾸로 서는 훈련을 합니다. 매일처럼 손바닥이 찢어져서 오더니 그 자리가 이젠 못이 박혀서 괜찮아 졌습니다. 첨에는 우리 맘도 찢어져서리....ㅠㅠ 나중이 되니 ""아빠! 손바닥 또 찢어졌다" 그러면 "괜찮아. 약바르고 하루밤 자면 다 낫는다" 이러고 말게 되더군요. ㅎㅎ 

저 위에 나온 팀의 에이스는 지역예선에서 9ft 6in를 넘어 일등으로 올라갔습니다. 일단 4학년 ((Senior) 이 되었을때 지수가 9'6"정도의 기록만 내준다면 캘리포니아 본선에 나갈수 있는 정도는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흐흐흐~ 

육상경기는 매주 두번씩 합니다. 평일에 한번 그리고 매주 토요일이죠. 올해는 토요일 경기에는 나가지 않았으나 아마도 내년부터는 매경기에 나가야 할듯 하네요.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현재 넘버4인 지수가 (지수 뒤로도 까마득하게 줄서 있습니다. 한 세명? ㅎㅎ) senior가 졸업하고 나면 일약 넘버 3가 되죠. 충분히 연습하면 넘버 1도 내다볼수 있는 자리.... 장대라서 잘했다..... 뭐 이러고 있네요. ㅎㅎㅎ 중학교까지는 주로 축구, 배구 등의 구기종목을 했는데, 그리 썩 소질이 있는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ㅎㅎㅎ 그런데, 자신에게 딱 맞는 스포츠를 찾았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지수 홧팅!!!!! ㅎㅎ

저도 지수가 운동부에서 팀웍과 조화 그리고 리더십을 배웠으면 합니다. 거기에 더한다면 한번의 경기를 위하여 나머지 날들을 열심히 훈련하는 성실함, 결과에 승복할줄 아는 겸손함, 뿌린대로 거둠을 아는 지혜, 꼭 목표를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신념,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지구력과 체력을 얻었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이런 가치들이 수학문제를 하나 더 푸는 것보다는 값지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다행히 공부도 참 잘해서 올해도 All A (정확하게는 Straight A) 로 마칠것 같습니다. ㅎㅎㅎ


팔불출인가요? ㅎㅎ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