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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산울림-장기하 콘서트 in 샌디에고

샌디에고는 남가주에서도 최남단의 도시로 다른 어떤 도시보다 온화한 날씨로 정말 살기 좋은 곳입니다. 그러나 지명도로만 따진다면 글쎄요..... 사실 LA보다는 많이 밀릴지라도 모든 면에서 LA를 압도할만큼 좋은 곳이죠. 모두 아시다시피 한국이외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단일도시는 바로 LA입니다. LA는 해마다 많은 한국의 가수분들이 방문하고 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물론, 그 열기도 남다르겠죠. 또 해마다 헐리웃볼 한인축제를 개최하고 수많은 가수들이 종합무대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LA에서 겨우 2시간남짓 걸리는 샌디에고.....
거의 없네요. ㅠㅠ 이상하리만치 샌디에고는 한국가수들의 공연이 없습니다. 6년동안 콘서트 소식이 있던것은 서너번 정도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장윤정씨, 그리고 심수봉 누님의 공연이었던것으로 생각됩니다. 일이 있어 못갔지만요. 한인수도 LA와는 비교가 안되니 더더욱 그렇겠죠. ㅠㅠ

암튼, 오랜만에 행복한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가 왔다......

장기하죠. ㅎㅎㅎㅎ 사실 김창완밴드가 더 반가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장기하와 얼굴들이 더 반가운건 왜일까요? 나이로 본다면 김창완밴드쪽인데 말이죠. ㅎㅎ


공연장은 집에서 15분 남짓 되는 거리였습니다. 암튼, 예매 첫날 바로 가서 구입하고는 한참을 설레이며 기다렸네요. 일요일밤..... 조금 부담은 되지만, 그래도 훌륭한 공연을 볼 생각에 며칠전부터 설레였습니다. 얼마전 구입한 미놀타 200mm 준장망원을 장착하고 공연장에 갔습니다. 

근처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이 함께 했고, 이웃 블로거인 Besysy님을 만나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좋았습니다. 

중앙일보 샌디에고 주최였습니다만, 일체의 장식을 배제한 상당히 허접 (?) 스러운 무대가 특징이더군요.  음악만 좋으면 되지 뭐 하는 일종의 본전생각이 머리를 드네요. ㅠㅠ 

우선, 1977년 데뷔한 산울림의 김창완씨..... 그때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2008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발을 통하여 대중에 얼굴을 드러낸 장기하군..... 아무리 생각해도 공통점이란 서울대 졸업이라는 타이틀뿐일듯 한데.... 그것보다 걱정이 되는 것은....샌디에고의 젊은 관객들은 가수로서의 김창완씨를 알고나 있을까.... 또한 중년층 관객들은 장기하라는 가수의 존재를 알고나 있을까 하는......

거기에다... 왜 가수들이 샌디에고에서 공연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도 조금의 해답을 얻게도 됩니다. 1500석의 객석중 아마도 반 조금 넘게 찬듯한 모습은 왠지 제가 민망해지기까지 합니다. 

1부 - 장기하와 얼굴들

시작시간을 약간 넘겨 등장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시작으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부터 차에서 많이 듣고 다니던 귀에 익은 음악들이 흘러나오니 "역시나~" 하는 감탄이 나옵니다. 풋풋하기 이를데 없는 젊은 밴드네요. ㅎㅎㅎ 

그렇지만 예상했던대로 객석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합니다. 


두어곡이 지나고 드디어 "싸구려 커피"" 가 흘러 나오니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들립니다. 제 옆에 계신 중년 부인도 심하게 환호하시더군요. 잘 보니 우리 사모님........ㅎㅎ 




이 친구 뭘해도 귀엽네요. ㅎㅎ


요런 깨방정 춤도 의도된 듯한 어색한 율동과 무대매너도 아주 아주 귀엽게 보입니다. ㅎㅎㅎ


200 mm에서 셔터를 누르고 zoom out하며 찍으면 요런 사진이 나오죠. ㅎㅎ 어두운 실내라서 많이 흔들리다 보니 여러장 찍어 건졌답니다.


얼마전 나온 2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그렇고 그런 사이" 가 시작되고 무대는 완전 열광의 도가니가 됩니다. 장기하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겠다고 하던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그런거 필요없더군요. ㅎㅎ 아래는 타이틀곡 "그렇고 그런 사이" 의 뮤직비디오로 장기하 본인이 연출하여 아주 저렴하게 제작하였다고 하죠. 과연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표방하는 붕가붕가 레코드의 전속가수 다운 행보입니다. ㅎㅎ  암튼, 이 공연으로 더욱 좋아지게 된 가수입니다.



2부 - 김창완 밴드

몇해전 사고로 산울림의 막내를 잃고는 산울림이라는 이름의 밴드는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참 가슴아픈 사고였는데, 맏형으로서야 오죽했을까요. 암튼, 김창완 밴드로 다시 태어난, 비틀즈가 되고싶었던 김창완형님의 음악의 완성을 기대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게 등장한 김창완씨의 가벼운 인사후에 바로 걍 "문좀 열어줘" 가 시작됩니다. 마치 "나는 락가수다" 라고 선언하는 듯했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피할수는 없었지만, 시원하게 뻗는 소리에 왠지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그런데, 좀 무리를 하셨는지 이 곡 이후의 곡들에서 목의 피로가 느껴지네요. 아마도 전날있던 LA공연에서도 무리를 하셨는지.....ㅠㅠ 그래도 역시 기타를 들고 서있는 형님의 모습에는 조용하 ㄴ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또 다시 200 mm줌에서 zoom out하며 찍으면 이런 사진이 나...올겁니다. ㅎㅎ 이건 나중에 포토스케이프에서 이펙트를 넣어 보니 앞에 수십컷만에 성공한 사진과 뭐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앞으로는 안해~~~ ㅎㅎ


중간중간 소박한 멘트들.... "저 원래 목부장 아니예요. 가수예요" 하는 수줍은 고백 (?) 에 웃음이 터지고.... 산울림의 전성기를 다 보고 지내온 제게도 김창완씨는 하얀거탑의 야비한 의사로 기억될만큼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힌것 같습니다. 
 
몇개의 락음악과 또 전설의 두글자 발라드 (회상, 초야, 독백) 을 차례로 불렀습니다. 너의 의미까지 마친 공연은 점점 막바지로 치닫습니다. "아니벌써" 등이 나오며 모두 앞으로 나오라는 말이 들리니 제 옆에서 얌전히 소리만 지르시던 사모님이 빛의 속도로 무대앞까지 광란의 질주를 하시더니 마구 흔드십니다. ㅠㅠ 나훈아씨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손쫌 잡아주이소~" 에 마구 나오는 손들.....ㅎㅎ 사모님!! 어디셔? 


앵콜곡은 장기하와 얼굴들이 함께하는 ""개구쟁이" 였습니다. 조금은 쭈뼛거리던 관객들도 모두다 일어나 흥겹게 뛰고 무대앞에서도 상당한 수의 관객+우리 사모님이 흔들어 주시고.....ㅎㅎㅎ

창완이 형님 꼭 개구쟁이 같아요. 
 


외국밴드의 카피가 아닌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아들뻘인 장기하군이 자랑스럽다고 하는 선후배....아름답지 않습니까?


형님! 수고하셨지 말입니다.  멀리서 찍은 사진인데도 사진 잘 나왔죠? ㅎㅎ 역쉬 김밥렌즈! 


훌륭하고 칙칙한 (?) 음악 들려준 장기하군에게도 박수~~~


마지막 무대인사는 모두가 공연을 즐긴듯한 표정이 뭍어나와 보기 좋았습니다.

앗! 창완형님, 들려진 셔츠밑으로 두툼한 배가 튀어나왔......ㅠㅠ


조이트 공연으로는 비교적 짧은 2시간의 공연이었지만, 오랜만에 즐거운 공연을 보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한국의 가수분들!!!!! LA공연이 잡히면 꼭 샌디에고에도 와서 공연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소녀시대!!!!! ㅎㅎㅎ). 많은 사람들이 한국가수의 공연에 목이 마르답니다. ㅎㅎ공연의 열기를 간직한채 근처 친구집에서 밤늦게까지 맥주잔을 기울였네요. 에효~ 취해!!! ㅠㅠ

개인적으로는 공연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잘 나와주어 미놀타 70-200 mm 김밥렌즈를 잘 샀구나 하는 만족감을 얻고 왔답니다. ㅎㅎㅎ 완전소중 김밥렌즈!! 

공연 총평)
오랜만의 공연으로 참 즐거운 기억을 가지게 되었지만, 몇가지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1. 먼저 주최측의 홍보부족으로 객석이 너무 많이 비게 된것은 앞으로의 공연주최여부를 더욱 망설이게 만들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앞서 말했듯이 무대에 최소한의 장식도 없다는 것은 좀 게으름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3. 좌석이 예상외로 남게되자 나머지를 큰폭의 할인율로, 혹은 마켓의 홍보물로 풀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누구보다 먼저가서 예매한 저같은 사람은 완전히 바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좁은 바닥에서.... 그러면 안되겠죠? 네~~ 

공연내용에 관해서도 몇가지를 말하자면....

4. 음악공연을 본다고 하는 것은 몇가지의 요소가 있습니다. 물론, 음악공연이다 보니 가장 중요한것은 음악의 질이죠. 그리고 일정수준을 기대하고 오는 관객에게 제공하는 볼거리, 싸인회라거나 사진촬영등을 포함하는 관객의 참여 등등이 버무려진다면 더욱 좋은 공연으로 남게 될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은 음악의 질은 차치하고라도 공연의 연출은 "무연출" 이라고 해도 될만큼 자연스러움을 보여준 공연이었고, 어떻게 보면 (앞의 허접한 무대와 더해져) 약간은 무성의로 보여질 만큼의 무대연출이었던 것 같습니다. 

5. 사실 락공연에서 가수의 목소리나 가사의 전달은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만, 이렇게 하드락도 아니고, 적절히 발라드도 섞이고 소프트한 정도의 락에서는 되도록 보컬마이크의 분배를 조금더 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가사전달이 상당히 정확한 편인 장기하군의 노래마저도 가끔은 음향면에서 아쉬움을 주더군요. 

6. 장기하군이 먼저 나서고 나중에 김창완 밴드가 나오는 공연형식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최선입니까? 확실합니까? 일요일 저녁 7시 공연.... 김창완씨를 보고자 왔던 많은 분들이 1부가 끝나고 2부에서 김창완씨가 무대에 오르자 금방 자리를 뜨는 분들이 많아 졌습니다. 대부분은 중년층이었지요. 방학이라고는 하지만, 샌디에고 북부의 공연장에서 집에 남은 자녀가 걱정이 되어 미리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7. 그리고 음악적인 폭발력면에서도 그리 좋은 조합은 못되었던것 같습니다. 중년층보다는 훨씬 더 열광하는 젊은이들이 만들어놓은 1부 무대에서 곧바로 김창완 밴드가 나와 생소한 음악을 하게되자 갑자기 객석의 열기가 확 식어버립니다. 비교적 강한 비트의 락음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오히려 의도적으로 김창완씨가 통기타 하나로 객석의 분위기를 조용하게 몰아가고나서 밴드와 함께 락음악을 했더라면, 아니 1부에서 이런 언플러그드 그리고 락으로 갔다가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을 넣고 마지막에 모두 나와 산할아버지나 개구쟁이로 마무리했다면 분위기상 오히려 괜찮았지 않을까 하네요.

8.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이곳의 한인분들은 직접 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하고 싶었을텐데 공식적인 포토타임도 혹은 싸인회 같은것도 없이 끝이 나버리니 많은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보다 많은 가수들이 공연을 한다면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감흥을 받을테지만, 공연이 귀한 이곳에서는 오히려 골수팬위주로 공연을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지라 그런 분들의 열기를 직접 느껴보는 것도 가수분들에게는 좋았지 않을까 합니다. 

9. 김창완 형님!! 다음에는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