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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미국의 틴에이져 생일파티 - 그 처절했던 26시간의 기록

아직도 온몸이 뻐근한게 정신이 없네요.
토요일 며칠전 13번째 생일을 맞은 딸아이의 생일파티 (생파) 를 했습니다. 처음으로 친구를 초대하여 생일파티를 해주었던게 3살때였으니.....

우선 앞에 포스팅에도 이야기 하였지만 미국에서 13살, 16살이란 비교적 큰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13살이 되면 Teenager라 부르지요. 흔히들 10대가 되면 teenager라고 생각하지만, 13세전까지는 preteen이라 합니다. 13살이 되면 우선 주어지는 특권은 영화 rating중 PG-13이라 표시된 영화를 부모없이 혼자 갈수 있습니다. 또 13살부터는 아이돌보기 즉 baby sitting을 할수있네요. 그래서 딸아이도 지난주말 심폐소생술 강좌에 등록하여 배우고 2년짜리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방학동안 친구와 business를 할거라고 하네요. 그래봐야 아직도 부모가 데려다줘야 하지만..... 그리고, 부모의 허가절차없이 Disney같은 몇몇 웹사이트에 등록하고 이용할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곳의 자유를 줍니다. 물론, 그 생파는 상당히 요란하지요. 그래서 딸아이의 생파를 예로 미국의 생일파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초대하고 싶은 아이들을 선정하는 작업을 합니다. 대개 자기의 best friend와 함께 선정작업을 하고는 초대장을 발부합니다. 대개 10-14일전에 도착하도록 하는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보내고 또 인터넷에서 RSVP (초대에 응할건지 말건지를 답하는 것으로 불어입니다) 를 받도록 되어 편해졌더라구요 (www.evite.com). 9명을 초대하여 결혼식이 있다는 한아이를 제외한 8명이 온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중 한아이는 토요일에 엄마가 일하러 나간다며 아침 8시반에 온다고 하네요. 대개 이곳은 밤새 노는 sleepover party를 하는 경향이 있으니 토요일에 오라하여 일요일에 pick up하는 식입니다. 


우선 파티 플랜이 필요합니다. 장식은 어떻게 할건지, 어떻게 아이들을 놀게 할건지, 음식은 어떻게 해줄건지를 정해야 하지요. 우선 미국아이들은 음식에 그다지 크게 신경을 안써도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파티를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들려보내기 때문에(goody bag) 미리 준비를 해야하지요. 

집앞에 풍선같은걸 매달아 이집이예요 하는 신호를 보내는것도 필요하구요, 집안에 장식도 필수입니다. 아이가 커서 이젠 장식은 그다지....머 이정도......


아침일찍감치 온 아이와 풍선도 달고, 장식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더군요. 저야 좋지요. ㅋㅋ 

암튼, 그사이 저는 청소도 하고...지수엄마는 또 나름 바쁘게 음식준비하고......12시되기전부터 난리가 났네요. 미국에서는 대개 초대받은 시간보다는 약간 늦게 가는게 일반적인데, 12시 10분에는 전원도착입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하긴 방학한지 벌써 2주일이 되다보니 뭉치고 싶어 미치지요. 암튼, 떨어뜨리고 가는 부모는 우리를 안됐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바쁘게 도망을 갑니다.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째질겁니다. 시간 맞추어 대형피자를 주문하여 한조각씩 먹고는 여기저기 앉아 2주간 쌓인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네요. 1시간쯤을 있다가 아이들을 태우고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아이스링크에 갔습니다. 항상 따뜻한 캘리포니아라서 당근 실내링크이고, 아이들은 물, 바다에는 익숙하지만, 눈이나 얼음에 그리 익숙치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흥분한다는....... 9명을 다 풀어 놓았더니 끼리끼리 혹은 한꺼번에 넘어지고 부딪히고 하며 3시간 이상을 지치지도 않고 놉니다. 반팔만 입고 간 저는 아이들 신발 지키느라 떠나지도 못하고 추워서 후덜덜...... "나같으면 저정도면 실신이지" 할때까지 놀았는데도 아이들은 지친 기색이 없으니 원. 이채로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반팔차림이네요. 그중에서 보기에도 "나, 선수" 이런 아이들은 거의 동양아이들입니다. 


일부러 모자이크는 아닌데, 이렇게 나와서 올려보네요. ㅋㅋㅋ 
캘리포니아 특히 샌디에고에서는 특이하게 지수 학교에는 한국아이가 지수혼자라서리...... 
13살인데, 거기다 여자아이들이데 180cm인 제 키와 거의 비슷한 아이가 둘입니다. 언뜻보기에도 대학생은 되어 보인다는...또 키가 너무 작아서 도저히 그나이로 안보이는 아이도 둘입니다. 지수는 중간정도...... 그래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큰 언니둘이 바로 밑에 동생들과 친구들 그리고 막내 동생들을 데리고 노는것 같네요. 암튼.....추워서 동태되기 직전 전화를 합니다 "지수야! 아빠 추워 죽는다.....빨리가자"

아쉬워 하면서도 순순히 따라나오는 아이들..... 집에 온시간 오후 5시. 오자마자 저는 불피우고 바베큐 (거창한 그런건 아니고, 햄버거패티와 핫도그용 소세지 굽기....) 준비에 돌입하였고, 아이들은 줄줄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입수. 미리 데워 놓아서 적당히 따뜻한 풀이 기분이 좋은지 한군데 모여서 수다수다..... 조금 지나니 본격적으로 꺄꺄 소리지르고 빠뜨리고, 다이빙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네요. 풀이 작아서 다 어떻게 놀까 했는데, 전혀 걱정이 필요없는 묻지마 광란이 시작되었습니다. 먹성들은 어찌나 좋은지 충분하겠지 했던 핫도그빵도 바로 떨어져 주시고, 햄버거빵 연이어 떨어지는 센스. ㅋㅋ  1.8리터 페트병의 콜라, 환타 4병을 바로 작살내주시는 신공을 발휘합니다. 

(프라이버시문제로 유채화 처리하였습니다)

밥을 먹고도 9시까지 동네를 다 초토화시키네요. 뭐 우리는 평소엔 아주 조용한 가족이라 다들 이해하겠지만. 그렇게 하고 나니 아이들 샤워가 문제더군요. 둘씩 나누어 샤워마치는데도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그렇게 하고 어느정도 안정이 되어 케잌을 먹는 시간이 되네요. 원래는 훨씬 일찍 하는거지만, 사정이 그렇다 보니 늦어졌습니다. 이 시점에 우리는 벌써 지쳤는데, 12시부터 시작하여 마구 넘어져가며 스케이트타고 또 더 오래 수영하며 논 이 아이들은 쌩쌩합니다. 아! 젊음이여. 


다음이 파티의 꽃 선물개봉시간. 이시간은 아이들이 가장 흥분하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부모도 비교적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빙둘러 앉아 선물을 하나씩 개봉하는 동안 모든 아이들은 자기가 더 흥분하며 하나씩을 감상합니다. 이곳은 더욱 그렇기도 하거니와 좀 커서 그런지 선물은 대가 gift card가 많습니다. 그래도 카드는 여기 아이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르지요. 생일맞은 아이가 카드를 읽고 선물을 보며 흐뭇해 할동안 부모는 옆에서 펜과 종이를 들고 누가 무얼 선물해주었는지 적어놓지요. 미국 문화가 천박하다는것에는 대개 동의하지만, 나름대로의 예의와 사회적 룰이라는것이 존재합니다. 간단하지만, 바로 이런것. 생일파티에 와주고 선물을 주어 고맙다는 답례카드를 1-2주 이내에꼭 보내게 되는데, 바로 이때 "네가 준 xxx는 정말 내게 필요한거였는데, 정말 고마왔다" 하는 문구때문에 그렇습니다. 일일이 포옹하고, 깔깔거리고 웃고 하는 선물개봉시간도 상당히 걸리지요. 일단 부모가 신경써야할 공식적인 행사는 여기까지. 



대개 아이들은 슬리핑백과 베개를 들고 옵니다. 그 짐만 산더미입니다. 부모는 퇴장하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이 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12시 근방에 다들 지쳐서 자더니 조금 컸다고 올해는 사뭇 다르네요. DVD를 4편을 빌려놓고 투표를 하여 보고싶은 영화를 2개 선정을 하더군요. 그리고는 다들 편한 자세로 영화를 감상합니다. 우리는 너무 피곤해져 잤습니다. 전 몰랐는데, 새벽3시에 지수엄마가 나가보니 다들 아랫층에 모여 떠들고 게임하고 있었다네요. 허걱!!전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보니 여기저기 쓰러져 자는 아이, 밖에서 아침 햇빛쬐는 아이 제각각입니다. 추측컨데 한숨도 못잔 아이가 두셋, 나머지는 버티다 버티다 7시경에 잠이 든듯..... 전날 그렇게 힘들게 놀고는 밤을 새우는 이 아이들의 체력은 정말이지...... 

부산을 떨며 아침을 차려주니 애들은 좀비처럼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서는 어제와는 완전히 달리 아무말없이 먹기만 합니다. 대부분은 반도 못먹고..... "그렇지 지들도 입이 깔깔하겠지" 하며 우리는 웃었지요. 

파티의 일등공신입니다. 일회용 접시와 컵. 저렇게 240개씩 든 컵을 사며 10년은 쓰겠네. 했는데, 한방에 60개는 나간듯하네요. 


10시반, 드디어 아이들 부모가 초췌해진 우리앞에 팽팽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우씨! 
그렇게 26시간의 처절한 파티가 끝이 났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빈컵이며 쓰레기 그리고 놓고간 수영복 등등이 남았습니다. 수십개의 타월이 세탁을 기다리고....엉엉엉!!!!

암튼, 이렇게 Teenager party가 끝이 났습니다. 한달쯤 후엔 친구 파티가 또 있으니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이는 일이 아니면 또 그때에나 모이겠지요. 

지금 전 삭신쑤셔 미칩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미국에도 종강파티가 있을까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