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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미국 깡촌 생존기 1 - 북부 뉴욕 Saranac Lake

흔히들 미국하면 먼저 복잡한 맨하탄 (맨해튼) 이나 폭력이 난무하는 LA를 떠올립니다. 그 위에는 미국에는 이런 거대한 도시가 많다라는 느낌을 깔고 있지요. 아마도 헐리우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대도시를 너무 보다 보니 생긴 사소한 편견일듯. 하지만, 사실상 이런 대도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먼저 앞서 나온 맨하탄 뉴욕시, LA, 시카고, 보스톤, 휴스턴, 댈라스, 샌프란시스코, 디트로이트 등등이 소위 이야기하는 대도시에 속할것 같구요, 샌디에고를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지만, 도시라는 부분으로 본다면 샌디에고는 아마 인천보다도 훨씬 작을겁니다. 대개 나라의 특성상 좀 넓게 퍼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LA는 다운타운이라는 개념이 좀 모호하네요. 도시 전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LA의 중심지는 어딘가하면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각설하고, 비교적 큰 오해인 바로 미국은 어딜가도 마천루와 대단한 빌딩들이 들어찬 대도시들일것이라는 건 사실과 다르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게다가 미국의 시골은 정말 시골이랍니다. 미국에 오래 살아도 자주 돌아다니지 않는다면 잘 모르는 사실이니.....

그래서 첫 이야기로 미국의 시골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저희는 미국에서도 오지에 가까운 시골에서 8년을 살았답니다. 그 마을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나오는 문구가

"9th smallest town in US, and 1st smallest town in NY"입니다. 인구 5000명이 서울땅보다 훨씬 큰 면적에 살고 있는 곳이지요. 5천명이면 제법 큰 아파트 한 동에 사는 인원정도 되는데, 그 인원이 그 큰 땅에서 삽니다. 그곳은 NY북부의 Saranac Lake라는 곳입니다. Adirondack National Park라는 park system에 속해있는 산골마을이지요. 구글에서 찾아보면.......


빨간 핀 A 여깁니다. 저 푸른색의 의미는 산이라는 의미지요. 저 아래 New York이라고 보이시죠? 차로 6시간 걸립니다. 어디 사냐고 물어 "뉴욕주에 있는데..." 까지 이야기 하면 대개는 바로 "음! 맨하탄. 거기 가봤지" 하여 설명하는데 진땀깨나 빼야 했지요. 뉴욕주의 크기가 한반도보다 더 큰데도, 뉴욕주는 바로 뉴욕씨티로 인식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처음 이곳에 가게 된 이유는 물론 일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공부를 하며 본의 아니게 가족들을 너무도 오랫동안 힘들게 하였네요. 새벽에 가서 12시 넘어 돌아오는 생활을 견지했기에 아이가 눈뜨고 있는 걸 별로 본적이 없었다는.... 그래서 학위를 마치고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되었을때, 일단은 가족생활을 할수 있는곳을 택하자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고, 우연히 전공분야와 맞는 연구자를 뽑는 연구소가 있기에 apply하고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면접과 세미나를 위하여 일주일간 방문을 하고는 바로 이곳 Saranac Lake와 사랑에 빠져 버렸습니다. 모든 그곳에서 만난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가족생활에는 최고의 장소다라는 말을 경쟁적으로 하더군요. 생각할게 있나요. 그냥 콱 질러.

계약을 하고 일본에서 바로 이주를 하였습니다. 3월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이 떨어진 공항에서 마중나온 차로 마을로 들어가는데 옆산의 폭포가 꽁꽁 얼어붙은 모습을 보며 심란해 하던 아내의 모습에 가슴이 덜컹 내려 앉기도 했지요. 저는 한번 와보았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지만, 아내는 충격이 대단했나 봅니다. 도대체 다운타운이라고 한 100미터쯤 있는데,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 단계에서 아내는 거의 울기 일보 직전입니다. 아직도 겨울 (3월말이면 겨울 맞습니다) 이어서 였지만, 여름이라고 그다지 다르지는 않더라는..... 그나마 활기차게 나온 사진은....

(요것이 다운타운의 한 반정도 되고 꺾어져고 또 이만한 거리가 다입니다)

그나마 연구소 사택에 가서 짐을 풀고 약간 안정이 되고서야 얼굴이 조금 펴집니다. 큰일이다..... 하는 생각...... 

우선, 차가 없어 동네사람들의 도움으로 마켓에도 가보고 다운타운에도 가보고, 심지어 집에서 한참을 떨어진 다운타운까지 걸어서 가보았지만, 예상했던대로 한국과 관계된 일체의 것이 없습니다. 

설마 쌀 살데는 있겠지...없습니다. 

배추나 무만 있으면 가지고 간 고춧가루로 겉절이라도 뭐......없었습니다. 

허걱!!! 처음 잠깐 와서 본 아름다운 시골마을이 갑작스레 공포로 다가온 순간이기도 합니다. 

찾아보면 한국사람이 있을테니 물어보고..... 우리셋이 다였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떨어져있어도 차로 가면 금방이니...... 5시간은 가야 하겠더군요. 


그때부터 우리 세식구의 울고 웃는 처절한 미국 오지에서의 처절한 생존기가 시작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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