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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사소한 미국 이야기 - 미국 학교의 개학 풍경

지수학교가 오늘 드디어 개학을 하였습니다. 
미국의 학교시스템은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며 새학년이 됩니다. 

지수가 벌써 8학년이 되었네요. 언제 저렇게 컸는지 대견하기도 하고...

여름방학은 대개 10주간이 주어집니다. 무척 길죠. 대신 겨울방학이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일주일 정도가 되고, 봄방학은 2-3주 정도로 짧은 편입니다. 그러니 여름방학 끝나면 일년내내 학교를 다니는 느낌이지요.

긴여름이 끝날때쯤이 되면 개학준비 (Back to school이라 합니다만) 에 분주해지곤 합니다. 미국 학교의 개학풍경이라 제목을 붙혔지만, 사실 다른 학교의 사정은 잘 모르니, 사실은 지수학교의 개학풍경이라 해야 맞을듯 싶네요. 카톨릭스쿨에 다니다 보니 유니폼을 입어야 합니다. 그 이외의 학칙은 정말 까다롭지요. 신발도, 양말도 지정된 형태, 색깔만 신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늘 개학준비는 유니폼을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하지요. 은근히 비싸기는 하지만 (한국만큼은 아니구요) 일년내내 사실은 다른 옷 구입에 덜 들어가므로 오히려 싼편이겠지요. 개학이 다가오면 학교에서 카다란 봉투에 여러 서류들과 준비물등을 보냅니다. 

준비물의 리스트가 앞면에 빽빽히 적혀있고, 뒷면까지 연결되어 있을만큼 엄청난 양입니다. 이건 학교마다 달라서 어떤 학교는 볼펜3개, 공책3권 등등 아주 기본적인것들만 준비해간다고도 하고, 이 학교의 경우는 hand sanitizer며 박스티슈까지 꼼꼼하게 챙겨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세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60여가지가 되는것 같습니다. 물론, 원래 가지고 있던것들이 많으므로 다 구입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걸 다 제외하고도 수백불의 지출이 되지요. 휴!!

암튼, 아이가 양손에 또 부모가 양손에 들고 교실까지 함게 가야할만큼의 양입니다. 그 준비물은 일년동안의 학교생활에서 사용할 대부분이 포함이 되어 학교중간에 다른 준비물을 가져가야 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은 일년치의 준비물이므로 구입비는 많이 들지만, 싼편이 되겠네요. 그냥 한꺼번에.......

학교교재는 구입하거나 하지 않고 대를 물려 사용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수년에 한번 교체하는 것으로 압니다. 아래는 오늘 받아온 두꺼운 책들입니다. 무척 깨끗하여 살펴 보았는데, 3년이 된 책이네요. 뒷면에는 3년간 사용한 아이들의 이름이 쓰여있습니다. 아무래도 책임의식이 있는데다, 책을 소중하게 다루는 버릇을 (엄한 규칙으로...) 들여준 때문일겁니다. 


책을 가져오면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책을 깨끗하게 쓰기 위하여 책을 예쁘게 싸는 일이지요. 

예쁘게 말입니다.

예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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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습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누런 봉투를 잘라 싸놓은 겁니다. 아주 예쁘게요. 



전 이게 아주 미국적인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물론, 사무용품파는데 가면 비교적 예쁜 (한국에 비하면 정말 욕나오게 질이 떨어지는...) 책커버가 있습니다. 대개 늘어나는 천으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하지만, 지수학교는 역시 이 누런봉투를 이용하라고 교육합니다. 왜냐하면 매우 튼튼하거든요.

교과서가 특히 껍데기가 굳이 예뻐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실용적인 이유인 튼튼하다만으로 모든 아이들의 책은 이렇게 튼튼하게 싸여집니다. 이렇게 사용하고 책에 낙서를 하거나 파손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교육을 시키므로 (워낙 교칙도 엄하고 규칙도 까다로운 천주교 학교라서 더욱 그럴겁니다만...) 3년이 된책이 정말 개끗한거지요. 

책의 내용을 조금 살펴봅니다. 
보는 즉시 거의 두드러기가 나는 수학 대수책을 목숨걸고 (?) 펴보았더니 앞부분에 수학은 이런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수학을 전공하거나 경제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 회계쪽일을 하고 싶은 사람, physics 등등의 기초 과학을 전공하려는 사람 등등으로 무척이나 세분하여 써놓았네요 (다행히 biology, medical 등등은 없어서 안심 흠흠... Biology는 기초과학임에도 애써 무시하는....). 결국은 수학을 실용학문으로 규정하고 있는거지요.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가 뭐가 필요할까요. 그냥 해야 하니까..... 뭐 이랬던 생각이 나는데....이런건 아니었던거네요. 

과학은 물리학을 위주로 한 과학책이었는데, 연습문제같은건 거의 없고, 무슨 입문서같이 주로 그림과 텍스트 위주로 되어있네요. 조금 자세히 훑어보니 전체적인 이해를 돕는 위주로 교과서가 되어있습니다. 짧막한 단원풀이가 아닌 충분한 언어로 이해를 돕게 되어있는데, 이게 과연 물리책인가 싶네요. 

어느쪽 교육이 좋은지 그런걸 변별할 능력이 저에겐 없습니다. 하지만, 시험끝나면 바로 잊어도 된다는 암묵적 묵계는 이런 시스템에서는 거의 없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학 바로 전날 갑자기 감기기운에 열까지 심하게 나서 조바심을 치게 하더니 하루를 꼬박 앓고 나서 개학날은 씩씩하게 학교에 갔다 왔습니다. 올 한해도 튼튼하고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한다면 더 바랄것도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제딸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