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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기타교실

'나의 기타 이야기'는 계속 된다.....

앞의 이야기들.....


그간 음악에 관련된 개인잡사를 13부가량으로 써왔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더더욱 음악과 관련된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해온것은 음악이야기 라기보다는 그에 관한 사람 이야기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음악은 단순한 도구였을뿐,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음악이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만난 사람들이 제 인생에 미친 영향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닐듯 하네요. 그래서 저의 기타 이야기의 다른 한편을 이야기 합니다. 마지막 편이 아니라 굳이 다른 한편이라 칭한 이유는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 음악 활동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랍니다. 

세월에 휩쓸리다보니 음악을 잊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은 살과 뼈를 깍는 고통만큼이나 힘겨웠지요. 극히 새로운 환경, 거기에 바뀌어 버린 전공때문에 밤도 주말도 잊고 살았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태어나고 2주나 지나서야 겨우 얼굴을 내밀만큼 간이 커져야 했고,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을만큼 몸과 마음이 피폐해갔지요. 그나마 가족이 있어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 갈수 있었습니다. 무사히 그렇지마 어디 하나 성한데 없이 (?) 학위를 받을수 있었지요.

그 이후의 이야기는 

미국 깡촌 생존기 <---- 클릭  

미국 생활도 결코 만만치 않았죠. 

취직을 한 아내가 첫 월급을 털어 지금의 기타를 사주었습니다. 좀 마이 비싸서리 털었다는 게 맞는 표현일만큼....... 그렇게 다시 조심스럽게 기타를 잡게 되었네요. 그런데, 역시 예전만큼은 할수 없었고, 너무오래 되었던 탓인지 목소리도 나오지 않더군요. 일년에 한두번을 꺼내어 옛생각을 반추하며 노래하곤 하는게 다였습니다. 

다시 그렇게 10년쯤 흘렀습니다. 그간 힘겨운 수술도 몇번 겪었고, 둘다 한번씩 교통사고로 좀 심하게 깨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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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번에는 넘어설것 같지 않은 시련이 닥쳤습니다. 힘든일을 아주 여러번 독하게 겪어 이젠 그 어떤 시련도 자신이 있다 싶었는데도..... 정말 힘겹더군요. 

도대체 그동안 왜 그리 살아왔을까 싶은게.........
잃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잡으려 했던것이....내가 등뒤에 두고 앞만 보고 달렸던것이 허상이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동안 이룬것이 결코 얻은게 아니더군요. 얻는게 있으면 잃는것이 있는게 인생이라지만, 건강은 그렇게 거래하듯 내줄수는 없는 것이지요. 

암튼, 거의 1년을 집에서만 지내야 했습니다. 신경줄이 얇디 얇아져 이젠 끊어지겠다 싶은 지경까지 갔네요. 

어느날 갑자기 기타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던 기타를 다시 꺼내어 불러본 곡이 "저 창살에 햇살이" 라는 곡이었습니다. 왠지는 모르겠습니다. 힘이 없어 겨우겨우 한소절씩 부를수 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한곡을 부르고 나니 겨우 조금 마음의 안정이 오더군요. 

그러다가 그간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에게 부족하나마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처럼 하던 노래가, 그리고 열심히 하던 기타가 그렇게 힘겨울수가 없었답니다. 목소리는 안나와서 한소절씩 끊어서 녹음을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모은 곡들을 하나의 홈페이지에 모아 지인들에게 들려드리기 시작한것이 이 블로그의 전신입니다. 그간 저게 희망이 되어주신 분들께 도리어 희망이 되고도 싶었고, 일일이 감사의 인사 전해야 하는게 옳지만, 힘도 없었고......

암튼, 그렇게 어설프게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놀라울만큼 회복이 빨라지더군요. 다음은 무슨 노래를 할까 하는 설레임도 또 노래할때만큼은 여러가지를 잊을수 있으니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끌어온게 벌써 1년이 조금 넘었나요.... 지난 4월부터는 답답한 홈페이지를 벗어나 블로그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지금에 이릅니다. 무척 많은 분들을 만날수 있었고, 그간 건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바뀌어 버렸고, 예전처럼 수다도 늘었습니다. ㅋㅋ 많은 분들이 노래를 들어주시고, 함께 공유할 무언가가 생겨난 듯합니다. 



이 모든게 음악때문이라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잃어버린 건강덕 (?) 이라고도 말못합니다. 아마도 그 음악속의 사람들 때문이었을겁니다. 무슨곡을 하든 그 속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들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또 계속해서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었네요. 그 무엇때문이든 그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한것은 바로 음악이라는 매개체가 아닐까 합니다. 블로그 이웃 여러분 모두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이에 맞는 목소리를 내는것이 힙겹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인은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시어에 녹여 냅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음악에 자신의 철학과 생각, 그리고 지나간 세월을 녹여내는것 같습니다. 

20대에는 그때의 자신감이 있었고, 보다 나은 테크닉과 목소리를 가졌던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노래도 나았을것이고, 기타도 좀 더 화려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흔을 넘긴 지금 내는 목소리에는 제 자신의 과거와 사람이 담겨 있어 저는 지금의 노래가 더 마음에 듭니다. 40대에 맞는 목소리를 찾으려면 40년을 돌아와야 하는것 같다는 새삼스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 50대에는 아마도 다른 음악을 하고 있을것 같네요. 그때는 무언가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봅니다. 20대에는 열정으로, 자신의 만족을 위해 또 밥벌이로, 지금도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위하여 또 아주 약간은 위안을 주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조금은 다른 음악을 해보고 싶네요. 그레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나의 기타 이야기'는 계속될겁니다.

지루한 이야기 끝까지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빨간내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