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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이야기

추운 겨울 비지찌개는 밥도둑

비지란 두부를 하고 남은 찌꺼기를 말합니다. 두부는 메주콩을 삶아 갈고 콩물을 내어 간수로 굳힌것을 말하는데, 이때 필히 콩찌꺼기가 남게 되죠. 단백질은 콩물에 다 빠져나갔고, 유분도 거의 빠져 나간 그야말로 찌꺼기입니다. 이 비지는 잘 뭉쳐지지 않을정도입니다. 

어릴때는 비지를 많이 먹었습니다. 집에서 두부라도 할라치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비지가 나오고 이 비지는 하룻밤을 아랫목에서 띄워서 보관하고 찌개나 국을 끓여먹었습니다. 

생콩을 되적하게 갈아 끓여먹는 음식은 되비지라 불렀습니다. 돼지갈비나 등뼈를 넣고 끓여 영양식으로 먹었지요. 두부찌꺼기에 비하여 영양도 또 고소한 맛도 훨씬 더 좋지만 전 한룻밤 띄운 비지로 만든 찌개가 가장 맛있더라구요. 

온 식구가 비지찌개를 참 좋아라 합니다. 한국에서 살아본적도 없는 지수도 입맛은 참 토속적이라  비지찌개, 우거지탕 뭐 이런걸 참 좋아하죠. ㅎㅎㅎㅎ 

예전엔 가난한 살림에 구해서 먹던 비지가 요즘은 그 위상이 달라진것 같습니다. 별미로 먹게 되었지요. 한국에서는 비지를 쉽게 구할수도 있을것 같은데, 여기서 비지를 먹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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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콩부터 불립니다. 


미지근한 물에 수시간 불리면 괜찮더라구요. 예전에는 콩껍질을 비교적 많이 벗겼습니다. 꺼끌한 느낌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요. 하지만, 이 콩껍질이 식이섬유도 풍부하고 몸에 좋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되도록 다 먹습니다. 다 갈아버리면....ㅎㅎㅎ 


이런 간단한 믹서로 아~주 여러번 돌려주면 되비지가 만들어지지요. 물을 적당량 넣어주는 센스~~.  요기까지가 주방보조인 제가 하는 일이구요. 이렇게 재료를 준비해놓으면 그때서야 우리의 달인 지수맘이  등장하시죠. ㅎㅎㅎ 


비지찌개에는 당연히 비지가 들어가지만, 필수로 바로 신김치가 들어가줘야 합니다. 김치맛이 비지찌개의 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인 아닐듯. 


커다란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썬김치와 커다랗게 썬 돼지목살을 볶아줍니다. 한참 볶아주다가 물을 붓고 끓이지요. 멸치육수를 사용한다는 분들도 많은데 우리집은 그냥 김치와 돼지의 힘을 믿습니다.  ㅎㅎㅎ





한참을 끓이다가 갈아놓은 비지를 투하!!!! (적당량) 




다시 잘 끓여주면 되지요. 


이 상태에서 적당한 크기의 뚝배기에 먹을만큼을 담아 다시 바글바글 끓여주면 맛도 모양도  예쁜 비지찌개 완성!!! 



요렇게 한숟가락 푹 떠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쓱싹!!!! 밥도둑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런 음식은 대개 하루정도를 두었다가 먹으면 훨씬 더 맛이 좋아집니다. 이렇게 그냥 먹으면 깊은 맛보다는 얕은맛이 나기 일쑤랍니다. 하루정도 숙성시키면 제맛이 납니다. 금방하여 먹으면 상큼하긴 하지만, 약간 콩냄새가 남아 있게 되지요. 거기에 주재료와 부재료가 조화를 이루어 주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콩비지로 만들때는 하룻밤을 콤콤한 냄새가 날만큼 뛰워서 만들면 날콩냄새가 나지 않고 깊은 맛을 낼수 있는거죠. 이런 생비지는 찌개를 만들어 하루를 두는 센스. ㅎㅎ 카레나 짜장 등등도 사실은 하룻밤을 재워두면 훨씬 깊은맛이 납니다. 


비지를 불릴동안 몇가지 밑반찬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비지찌개만으로도 훌륭한 한끼가 되지만, 밑반찬 몇가지만 있어도 더욱 훌륭한 밥상이 되지요. 사실, 제가 일품요리는 잘하는데 반찬은 잘 못합니다. 밑반찬은 주로 지수맘이 하지만, 그동안 몇가지의 응용반찬을 시도하여 보았답니다. 나름 맛이 있어 소개합니다. 

황태라고 있죠. 마트에서 엄청 큰 팩을 늘 사다 놓습니다. 언상태에서 오랫동안 해풍에 말린 황태는 북어포에 비하여 쫄깃합니다. 황태는 국을 주로 끓이지만, 간단하고도 빨리 반찬을 만들때 자주 애용합니다. 우선, 황태포를 살짝 물에 담가 풀어지기전에 빨리 건져 물을 꼭 짜줍니다. 



이렇게 살짝 불린 황태를 블렌더에 갈아줍니다 (Magic Bullet이라는 만능 블렌더가 참 유용하네요. Costco에서 50불 안쪽으로구입이 가능한...). 아주 잘게 부서진 황태에 양념을 하여 무쳐 내는 겁니다. 


고춧가루, 소금, 마늘, 맛술, 설탕, 참기름 양념을 만들어 약간 자작하게 넣고 조물조물 무칩니다. 여기에 파 다진것을 넣고 다시 오물조물..... 맛을 보며 부족한 맛을 양념으로 보탭니다. 


위에 통깨, 파를 살짝..... 흐미!!! 맛납니다. ㅎㅎㅎ 



다른 한가지는 첨 만들어본 황태무침같은건데, 조금 응용을 해보았습니다. 

황태를 살짝 불려 기름을 두른 팬에서 아주 살짝만 지져냅니다. 


고추장, 간장, 물엿, 마늘, 설탕, 다진 마늘 등등의 양념장을 끼얹어 무쳐내는 거죠. 위의 반찬과는 조금 다릅니다. 뭐 기본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같은재료라도 고춧가루와 고추장으로 내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해보는것도 재미있죠. 물엿은 너무 많이 넣고 가열하면 나중에 엄청 딱딱해집니다. 불을 완전히 끄고 그냥 무쳐주는 식으로.........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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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우리집 밥을 다 도둑 맞았답니다. 

역시 겨울에는 별미 비지찌개가 '쵝오' 입니다.

담엔 좀 많이 만들라는 지수성화에 오늘도 메주콩을 사왔습니다.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