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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한국 여행기 번외편) 떡쌈시대 vs. 떡보쌈의 집 "식도락"

인사동 방문을 마치고 우리의 똑똑한 스마트폰이 일러주는 대로, 괜찮은 맛집을 찾다보니 관철동까지 가게 되었네요. 관철동은 예전에 주말빼고는 거의 몇년간을 빠지지 않고 다니던..... 예전에는 이곳에 외국어학원이 밀집되어 있었습니다. 또 그것보다 많았던 것은 바로 줄지어 있던 반지하 (?) 500냥 하우스 였습니다. 80년 중반 김떡순이 공평하게 500냥씩이었고, 가장 많이 먹었던 메뉴는 아마도 쫄면이 아니었나 합니다. 500냥이니 그리 큰 걸 바랄수는 없었지만 콩나물 팍팍 들어가고 면과 양배추가 반반은 되던, 거기에 회를 쳐서 주던 계란에도 감지덕지 했죠. 암튼 오뎅국물과 함께 먹던 쫄면은 허기진 청춘의 배를 잠시나마 달래주었습니다. 만남의 장소로 자주 이용되던 종로서적앞은 다들 거기서 만나다 보니, 나가서 친구를 기다릴때마다 아는 얼굴 한둘씩은 보였는데 말이죠. ㅎㅎ 참! 관철동이야기였죠.

이렇게 생겼더군요. 



세상에 이렇게나 변하다니....... 대체 시사영어학원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물론 날이 날이니만큼 (크리스마스 이브) 인파는 말할것도 없었네요. 춥기도 했는데..... 삐끼도 엄청 많더라구요. ㅎㅎ 한참을 헤메이다가 찾은 곳이 바로 떡쌈시대. 너무 추워 사진은 못찍었고 걍 어딘가의 사진입니다. 쩝!



시내의 건물답게 좁은 실내였지만 3-4층까지 떡쌈시대..... 나중에 들으니 성공한 프랜차이즈라고 합니다. 
떡쌈에서 알수 있듯이 떡으로 싸먹는 그런 음식일것이라는 거야 미리 짐작할수 있었습니다. 날이 날이니 서비스도 여유로운 식사도 절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날 그런 소소한 (?) 일로 시비걸만큼 제가 심술쟁이도 아니구요. ㅎㅎ오로지 고기의 질과 음식, 창의성등만으로 평가를 해보려 합니다.   

기본 상차림은 이렇습니다. 





차돌배기와 삼겹살을 골고루 시켰네요. 가격은 1인분에 1만 5천원, 8천원 이랬던것 같습니다. 인원수보다는 더 시키게 되죠. 암튼, 오래요래 불판을 데워서리...... 





애구 침넘어와라.....ㅎㅎ

이것이 바로 떡쌈입니다. 모양도 예쁜 삼색의 떡쌈이 몇장씩 줄지어 있네요.


요걸 뭐 이리 적게 줄까 피사하게 하며 꿍시렁거리고 있는데, 모자라면 더 말하랍니다. 앗싸! ㅎㅎ 자체개발하였다고 하는 매운소스나 된장소스, 혹은 양파간장 소스를 찍고, 고기는 콩가루를 찍어서리 요래요래..... 



착한학생처럼 열심히 만들어서리......




응? 이게 뭘까요? 아주 콩만한 삼겹살을 쌌는데, 아주 조신하게 고기, 파절이 등을 계획적으로 싸지 않으면 고기를 놓칠것 같은.....ㅠㅠ 아니 가만보니 쌈떡이 너무 작네요 ㅠㅠ 

일단은 입에 넣었습니다. 날씨탓인지 쌈떡이 뻣뻣하게 굳어서 왜 이걸 싸먹어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떡쌈의 원료야 쌀이나 찹쌀일텐데, 어찌 이리 뻣뻣한 떡이 나온걸까 하는..... 떡위에는 서로 붙지 말라고 녹말가루 같은것이 뿌려져 있네요. 나중에 보니 리뷰에는 떡쌈이 쫄깃하다는 평이더라구요. 이곳만 그런건지, 날씨탓인지, 제 입맛에는 이것이 쫄깃이 아니라 뻣뻣으로 느껴지는 건지 구분할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떡쌈"시대에 가서 전 걍 파절이에 혹은 깻잎같은데다 싸먹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콩나물과 삼겹살의 궁합이 그리 좋은지를 모르겠더군요. 적어도 콩나물과 쫄면만큼의 궁합은 안되더군요. 상당한 양의 콩나물을 불판마다 쌓아둔것으로 보아 이곳의 특징같더군요. 친구가 대접해주는 것이니 잘 먹었습니다만, 무언가 좀 석연치 않은........ 비싼..... 그렇다고 그리 훌륭한 품질의 고기라고는 좀......... 떡쌈시대라는데 쌈떡이 가장 엉망이었던....... 삼겹살은 특유의 고소함이 아닌 살이 너무 많아 좀 부담되는....... 

고기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고기예찬론자 육식녀 지수가 나중에 한마디 합니다. 




"식도락이 훨씬 나은데......"  식도락...........


한국에서 유행하는 음식은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먼저 LA나 뉴욕등지의 대도시 한인타운으로 도입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곳 한인들의 대부분은 한국의 음식을 잊지 못하기때문에, 음식점이라는 업종은 한인타운에서도 가장 번창한 업종일것입니다. 거기에 매체의 발달로 새로운 식문화에 대한 정보가 무척이나 빠르게 유입되어 한국에서 유행한 음식들이 곧 한인타운에서 유행을 하는것을 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불닭이라거나 찜닭등의 유행도 고스란히 흡수하여 발전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예외가 있죠. 바로 LA에서 시작되어 본국으로 역진출한 음식이 있는데....... 요정도 이야기 하면 좀 아신다고 하는 분들은 바로 LA갈비~~~ 하시겠죠? ㅎㅎㅎㅎ LA에서 생겼으니 LA갈비겠지 하실분도 계실듯 한데말이죠. ㅎㅎ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지금은 대부분 다 아시겠지만...... 여러 설중에서 정설로 보여지는 것이 바로 LA갈비의 LA는 Los Angeles 아니고,  Lateral Axis, 즉 횡으로 잘랐다고 하여 붙혀졌다고 합니다. LA교민을 통하여 퍼졌다고도 하는데, 이상하게도 한인마켓 이외에서는 이런 식의 갈비cut을 본적이 없습니다. 

암튼...... 이야기 하려는 것은 LA갈비는 아니구요, 바로 '떡보쌈'과 '북창동 순두부'가 그 예외라고 합니다. 떡보쌈은 1998년 LA에서 시작된 새로운 아이디어의 음식이라네요. 보들보들한 얇은떡에 생고기를 구워 매운 소스를 찍어 야채와 함께 먹는 음식입니다. 차돌배기를 주로 많이 구워먹고, 삽겹살도 많습니다. 워낙 고기가 싼 미국이다 보니 3명이 가서  $50-60 정도의 콤보를 시키면 남기게 될정도로 푸짐하죠. 고기는 이렇게 서브합니다. LA에서 시작하였고, 오렌지카운티, 어바인 등에 지점을 가지고 있죠. 




쌈떡은 본사에서 직접 제조하여 공급한다고 하는데, 베트남식인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비슷한 쌈떡을 수퍼에서도 구입할수 있는데, 베트남음식이더라구요. 



거기에 매운소스의 경우에도 베트남의 매운소스와 흡사합니다. 



암튼, 문제의 떡은 떡쌈시대의 쌈떡과는 다릅니다. 어느것이 낫다라고 하는 것을 제가 가르려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이란 기호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는 말할수 없겠죠. 그런데, 저나 제 가족의 입맛에는 부드러운 떡이 훨씬 더 먹기 편하더란 말입니다. 


쌈떡이 요정도는 되어야 쌈이라 할수 있지 반만 싸서야 쌈이라 말하기 힘들겠죠? 

한국마켓은 LA 못미쳐 있는 오렌지카운티의 가든그로브라는 곳으로 많이 가게 되는데, 갈때마다 다른곳은 거의 가지 않고 주로 이곳에서 식사를 합니다. 싼가격에 배불리 만족스럽게 먹고올수 있기 때문이죠. 

이 식도락이라는 음식점은 한때 한국에도 진출하여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영업을 하였다고 하죠. 여기서 떡쌈시대가 이곳의 아류라고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떤 영향을 받긴 하였을것 같긴 합니다. 음식의 배열이나 소스등이 독창적이라고 보긴 힘들겠더군요. 가격은 비교적 비싼 편이어서 가격대비 만족도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구요. 

무엇보다 떡쌈시대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독창적인 쌈떡의 제조 (혹은 보관?) 에 실패한것은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보쌈이라 하면 내용물을 온전히 감쌀수 있어야 할텐데, 반쌈정도에 머물고 말아 아쉽기도 했습니다. 성공한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꼭 누구에게나 좋은것은 아닌가 봅니다. 대중의 호응이 있으니 성공한것일테고, 그만큼 유행하게 된것이겠지만 여행객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인상적이진 않더군요. 

암튼, LA, 가든그로브, 얼바인에 오실일이 있으시면 떡보쌈 한상 해보심이 어떨까요? ㅎㅎ 참! 식도락에서 왠만하면 냉면은 드시지 마시길..... 냉면에 대한 인상이 아주 안좋아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