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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

장서방네 노을 - 정태춘 (cover by 빨간내복)




당신의 고단한 삶에 바람 조차 설운 날
먼 산에는 단풍 지고 바닷물도 차더이다
서편 가득 타오르는 노을 빛에 겨운
님의 가슴 내가 안고 육자배기나 할까요
비바람에 거친 세월도 님의 품에 묻고
여러 십년을 한결같이 눌 바라고 기다리오
기다리다 맺힌 한은 무엇으로 풀리요
저문 언덕에 해도 지면 밤 벌레나 될까요

어찌하리, 어찌하리 버림받은 그 긴 세월
동구 아래 저녁 마을엔 연기만 피어나는데
아, 모두 떠나가 버리고
해지는 고향으로 돌아올줄 모르네

솔밭길로 야산 넘어 갯 바람은 불고
님의 얼굴 노을 빛에 취한듯이 붉은데
굽은 허리 곧추세우고 뒷짐지고 서면
바람에 부푼 황포돛대 오늘 다시 보리다

비나이다, 비니아다 되돌리기 비나이다
가슴치며 통곡해도 속절없는 그 세월을
아 모두 떠나가 버리고
기다리는 님에게로 돌아올 줄 모르네

당신의 고단한 삶에 노을 빛이 들고
꼬부라진 동구길에 풀벌레만 우는데
저녁 해에 긴 그림자도 님의 뜻만 같이
흔들리다 멀어지다 어둠속에 깃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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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매니아층에서 사랑하는 정태춘씨의 음악이지만, 특히 이 곡은 그중에서도 상당한 골수파분들에게 사랑받는 곡일 겁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대중적이지는 않다는 이야기죠. ㅎㅎ

정태춘씨의 고향은 미군부대가 자리잡은 경기도 평택입니다. 그의 초기 음악은 고향에 대한 목마름이 많습니다. 거기에 불교적인 색채의 곡들이 나오고 차차 도교적인 사상을 담은 노랫말로 옮겨가다 사회참여적인 곡들로 채워졌습니다. 그의 투쟁가로서의 이력은 청계피복노조의 투쟁부터라고 이야기되고 있으나, 아마도 그 의식의 시작은 어린시절부터 보아왔던 미군부대였을것 같습니다. 그의 노랫말에는 (심의로 없어져 버린 부분을 복구한 것들을 보면...) 이 미군부대에 대한 이야기들이 여럿 나오죠. 실제로 미군부대 확장공사에서 정태춘씨는 주도적인 시위를 벌이다 연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곡은 고향에 천착하던 초기의 작품으로 생각이 되네요. 그의 고향은 황포돛배로 기억될만큼 예전에는 황포를 세운 돛배가 서해에서 난지도 넘어 평택 도두리앞까지 들어온것 같습니다. 대추리, 도두리 등등은 
그의 노랫말에 나오는 지명들이지요. 전 그의 고향이야기를 담은 초기의 곡들이 참 좋습니다. 왠지 한번도 가본적도 없는 평택이 정겨워질정도거든요. 이곡은 대학시절 즐겨 부르던 곡인데, 한참을 안불러 보았네요. 아시는 분이 그리 많지 않을것 같음에도 그냥 부르고 싶어 남겨 봅니다. 

지난해 그것도 남의 손에 이끌려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하고는 음악생활은 완전히 접는다고 한 그의 음악이 새삼스레 그리워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