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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

얘기 2 -정태춘 (cover by 빨간내복)

              

노래를 할수가 없습니다. 입을 떼기에도 무력하기만 합니다. 개인적인 일에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눈과 귀 뿐만 아니라 정신마저 매몰되어 버린 시간들이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입을 뗄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올리는 이 곡도 세월호 참사 이전에 녹음한 곡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무기력감을 버리고 저도 이제 제 자신을 찾아야 할듯 합니다. 그저 편한대로 잊기 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참여하는 일이 중요할듯 합니다.  

1988년 무진년...... 사회적으로는 88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이던 때.... 대한민국이 세계에 도약한다는 장미빛 꿈속에 도취되던 시기입니다. 치열했던 86년 그리고 87년을 관통하며 민주화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커다란 부채감을 안고 입대를 하며 맞았던 무진년....1988년.... 도무지 맞지 않았던 사회변혁의 힘찬 구호들과는 다르게 귀에 올곧게 들어왔던, 제 인생에는 하나의 커다란 사건으로 표현해도 될만한 음반을 만납니다. 

정태춘...무진 새노래



심의를 어떻게 통과했을까 싶게 아슬아슬한 표현들 속에 감추어진 촌철살인의 사회고발..... 물론 이 이후 그는 노동운동현장속으로 들어갔고, 그의 가사는 더욱 강한 가시를 품게 됩니다. 적어도 당시의 운동가요, 노동가요 등등의 범람속에서도 가장 크게 가슴을 울렸던 노래들이 바로 이 음반 무진새노래에 들어있습니다. 아마도 정태춘의 의식은 자신의 내면에서 고향에 대한 동경으로 전이되어 가다, 허무주의적인 의식을 관통하여 사회의 부조리에까지 닿게되는 초입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서울로 서울로 모이는 군중들과 이미 대학은 상아탑이 아닌 지식의 시장이 되어버렸음을 지적합니다. 후미진 아파트 하수구에 날던 모기떼들과 그늘에 기대는 노인들의 무기력함은 끈끈한 여름날씨와 대비되어 현실감을 주었지요. 예배당 가득히 찬미는 넘치지만, 정작 그러한 찬미는 사회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곳에는 바보같은 민초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가 동경하던 고향마을은 아버지가 떠나시고 가난한 형님 가족이 사랑채에 기거하는 낯선 곳이 되어버리지요. 

수년이 지나고 그는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노호를 터뜨립니다. 

그 후로 26년이 흘렀습니다. 겉모습은 민주화되고 88년에 그렇게도 꿈꾸던 경제적 번영도 겉으로는 달성한듯 보입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결코 변하지 않았음을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느낍니다. 더이상 죽이지 말라고 목놓아 외치고 싶습니다. 대학은 지식의 시장뿐만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첨병이 되어있네요. 예배당은 강남의 요지에 떡하니 자리잡아야 더욱 큰 은혜를 받을수 있게 되고, 영웅이 부르는 압제의 노래는 더욱 공고해진것 같습니다. 그나마 미래의 희망으로 이야기했던 총명한 아이들의 해맑은 눈빛도 검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하였으니 2014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희망을 이야기 해야 하는 걸까요? 

아직도 노래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직 추모의 한줄도 부를수가 없네요. 제가 할수 있는 일이란 고작 잊지 않는것.... 무기력감은 길어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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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들 밭에 뛰놀던 어린 시절 생각도 없이 나는 자랐네

봄 여름 갈 겨울 꿈도 없이 크며 어린 마음 뿐으로 나는 보았네.

도두리 봄 들판 사나운 흙바람 장다리꽃 피었는 학교길 보리밭

둔포장 취하는 옥수수 막걸리 밤 깊은 노성리 성황당 돌 무덤

달 밝은 추석날 얼근한 농악대 궂은 밤 동구 밖 도깨비 씨름터

배고 픈 겨울 밤 뒷동네 굿거리 추위에 갈라진 어머님 손잔등


이 땅이 좁다고 느끼던 시절 방랑자처럼 나는 떠다녔네

이리로 저리로 목적지 없이 고단한 밤 꿈 속처럼 나는 보았네

낙동강 하구의 심난한 갈대 숲 희뿌연 안개가 감추는 다도해

호남선 지나는 김제 벌 까마귀 뱃놀이 양산도 설레는 강마을

뻐꾸기 메아리 산골의 오두막 돌멩이 구르는 험준한 산계곡

노을 빛 뜨거운 서해안 간척지 내 민족 허리를 자르는 휴전선을


주변의 모든 것에 눈뜨던 시절 진실을 알고자 난 헤매였네

귀를 열고, 눈을 똑바로 뜨고 어설프게나마 나는 듣고 보았네

서울로 서울로 모이는 군중들 지식의 시장에 늘어선 젊은이

예배당 가득히 넘치는 찬미와 정거장마다엔 떠나는 사람들

영웅이 부르는 압제의 노래와 젖은 논 벼 베는 농부의 발자욱

빛 바랜 병풍과 무너진 성황당 내 겨레 고난의 반도땅 속앓이를


얼마 안 있어 내 아이도 낳고 그에게 해 줄 말은 무언가

이제까지도 눈에 잘 안띄고 귀하고 듣기 어려웠던 얘기들

아직도 풋풋한 바보네 인심과 양심을 지키는 가난한 이웃들

환인의 나라와 비류의 역사 험난한 역경속 이어온 문화를

총명한 아이들의 해맑은 눈빛과 당당한 조국의 새로운 미래를

깨었는 백성의 넘치는 기상과 한뜻의 노래와 민족의 재통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