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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조금은 농부의 마음을 알것 같습니다.

봄이 되며 정원일이 늘었습니다. 
솔직히 그리 큰 온도차이는 아닌데도 봄이 왔다고 앞다투어 피어나는 꽃이 신기하기만 하네요. 어찌 그리 아는건지....

암튼, 봄을 맞이하며 몇가지 정원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그 첫번째로 딸기밭 프로젝트에 들어간게 3월말이랍니다. 뒷마당 풀뒷편으로 제법 긴 공간이 있는데, 이름을 알수 없는 대나무 비슷한 식물이 밀생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horsetail (말총) 이라고 하는 것으로 뭐 한번 밉다 시작하니 더욱 미워져서 바로 응징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뽑아내기가 까다롭더군요. 온팔에 상처를 만들고 하루에 1/3정도씩 시간이 날때마다 뽑아내니 그것만도 일주일이 넘게 걸립니다.




뿌리가 그리 깊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다뽑고 나온 맨땅이 정말....... 
삽이 거의 들어가지 않을만큼 빽빽히 감자만한 자갈이 깔려있는데다, 오래전부터 있던 뿌리같은것들로 인해서 정말 힘들더군요. 한 1미터정도 객토를 하고는 일주일을 누웠네요. 그때부터는 정말 째려보고 한숨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아주 조금씩 힘이 겨울만하면 바로 삽을 놓고 하루에 30cm정도씩의 속도로 진행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객토에 3주가량이 걸렸나봅니다. 지수엄마는 뒤따라오며 자갈 고르고, 뿌리고르고..... 둘이 거의 녹초가 되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렇게 어느정도 객토를 마치고는 부엽토를 사다가 들이붓고 이랑을 만들어 주고는 물을 흠뻑 뿌려 두었습니다. 딸기모종을 스무개쯤 사다가 심어주니 그럴듯한 딸기밭이 되었네요.



인간극장같은데 보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섬에서 자갈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노부부 이야기같은게 나오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심히 보았건만, 막상 직접하려하니 손바닥만한 밭을 일구는 일마저도 녹록치 않네요. 그분들은 얼마나 힘이들까 하는 생각이.......

아침저녁으로 물도 흠뻑 뿌려주고 들여다 보고 했더니 꽃도 많이 피우고 열매를 맺을 채비를 합니다. 솔직히 일년내내 딸기가 나오는 캘리포니아라서 싸고 싱싱한 딸기는 언제라도 먹습니다만, 열매맺어 수확하려는 욕심보다는 이렇게 하는 과정들을 즐긴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힘은 들었지만, 이렇게 매일 들여보며 흐뭇해 할수 있는 아주 비싼 (?) 딸기모종이 정말 기분 좋네요. 

작은 화분에는 지수의 희망대로 완두콩과 제가 원하던 상추를 심었습니다. 이정도만 해도 차고 넘치게 나오는걸 경험으로 알기에 크게 욕심 부리지 않고 화분에 심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