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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헤르미온느?? 뉴규?

허-마이어니 (Hermione)가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헤리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를 말합니다. 



도저히 연관이 안되는 작명(?) 입니다. 
헤리포터는 책으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갖던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도 당연히 발빠르게 번역이 되어 나왔고, 번역가의 실수, 나태 혹은 일부러 한국식으로 바꾼 작명이 된듯 합니다. 

허-마이오니 vs 헤르미온느

영화가 나중에 나왔지만 이미 이 캐릭터의 이름은 헤르미온느로 설정된 상황에서 영화자막인들 허-마이어니는 될 수 없었을겁니다. 그러니 번역가의 실수, 나태 혹은...은 상당히 오랫동안 그대로 사용될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게 되었네요. 한국에 와서 이름이 바뀌어 버린 케이스네요. 

흡사 예전에 에너지를 에네르기라고 일본식으로 표기하던 방식인듯..... 
Her-를 헤르-로 과감히 만들어 버린 작명이 참 옛스럽네요. 

바람둥이를 일컫는 대명사중엔 몇가지가 있습니다. 카사노바, 돈쥬앙, 돈황 등등.....ㅎㅎㅎ 네 마지막 둘은 같은 사람의 이름이죠. Don Juan은 스페인식 이름이고 스페인어에서 J는 H발음이 납니다. 그러니 돈후앙이라고 하는게 가장 비슷한 발음이 될것 같네요. 애초에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이 Don Juan이라는 이름을 보고 영어식으로 돈쥬앙이라 한것이 그 시초일테지요. 돈황이라 애써 바꾸어 보아도 벌써 돈쥬앙이 유명해져 이번엔 바람둥이가 둘이 된거겠지요. ㅎㅎ 


괜한 아는체를 하려는 의도의 포스팅은 아닙니다. 
오늘은 영화제목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몇년째 한국에서 씨네 21을 정기구독중인데, 얼마전 기사에서 로맨티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소개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보니 제목들이 참 재미있다 싶더라구요. 오랫동안 할리우드 영화를 포함한 외국영화들의 한글제목을 몰랐는데, 씨네21을 보면서 가끔씩 튀어나오는 영화들이 제목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영화였는지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외화의 한글작명을 찾아보니 재미있는것들이 많네요.  

사실 요즘들어 두드러지는 것은 영어제목을 그대로 한글로 표기한 것들입니다. 트랜스포머라거나 아이스에이지, 혹은 터미네이터같이 원작의 유명세가 있어 한글작명이 무의미한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라거나 어쌔씬, 드레그 미 투 헬, 러브 액츄얼리 처럼 대놓고 옮긴 제목들도 눈에 띄네요. 한글제목이 어색할때도 있지만, 영화제목만으로 어느정도 감이 오지 않는경우 검색하게 하려는 의도일까요? 영화작명하는 분들의 고충이 상당할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뭐가 좋다 나쁘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작명의 세계가 너무 재미있는 생각이 드네요.

Son of Rambow
위 제목의 영화는 한국에서는 이름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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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측과 마지막까지 이름사용에 대한 절충이 안되어 마지막에 W를 넣었다는 에피스도가 재미있는 람보의 아들은 "나의 퐌타스틱 (?) 데뷔작" 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네요. 성장영화이지만, 데뷔작이 된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감독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라는 참신하지만 난해하였던 영화로 퐌타스틱하게 데뷔한 거스 제닝스에게 보내는 찬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거스 제닝스는 이 작명을 즐거워 했다고 하네요. 

Vicky Cristina Barcelona
천재적인 우디앨런의 영화로 한국에선 약간의 삼류냄새를 풍기며 호기심을 자극하는듯한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라는 제목이 되어버렸네요. 우디앨런의 작품들은 나오자 마자 거의 화제작이 됩니다. 페넬로페 크루즈, 스칼렛 요한슨 등의 너무나도 굵직한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음에도, 제목이 워낙 선정적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흥행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작명한 분의 의도에는 분명히 스캔들메이커인 그의 삶에 기댄것이 아닐까 하네요. 만약 그랬다면 대중은 그 의도를 알아주진 않았던듯...


High Fidelity
이건 만행이 아닌가 싶을만큼 아무런 의미없는 제목을 붙힌 영화가 있으니 제목만으로 도저히 무슨 영화인지를 모르겠더군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라니...도대체..... ㅎㄷㄷ

아마도 상당한 흥행을 했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 Lost in translation' 라는 비교적 잘빠진 한글제목을 패러디 한듯한 이런 류의 작명은 좀 너무 쉽게 묻어갔다는 인상이 드네요. 꼭 예전의 젖소부인 시리즈의 아류인 '김밥부인 옆구리 터졌네' 류의 작명처럼 들려 속이 상합니다. 

워터호스
물뿌리는 호스네요. 아무리 봐도 의미전달이 어렵지만 다른 선택이 힘들었을수도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참 많이 일어나는 정관사, 부정관서, 접속사 등등의 생략이 영문의 기이한 우리말 표기와 합쳐져 참 이상한 물건을 만들어 냈습니다. The water horse라는 일종의 판타지 영화입니다. 괴수랄까 어린아이가 우연히 주운 알에서 고대의 공룡비슷한 생물이 나오고 소년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가 무슨 소방관의 활약을 다룬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한 역작 (?)이 되어버렸습니다. 


Nine and half weeks는 나인하프위크로 좀처럼 말이 안되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요. 

와일드씽처럼 뭐랄까 원제목을 그대로 썼다 우기기에는 좀 민망한 제목들도 눈에 띕니다. 데블스에드버킷이라는 무쟈게 어려운 영단어를 한글로 써놓는다고 뜻이 알아지는 건 아닐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죠. 

영문의 한글표기에 대한 규칙은 있겠지만, 조금은 현실적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예전에 더스틴호프만이 여장을 하고 나오는 투씨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지금 투씨 (Tootsie) 라는 제목을 보니 어찌나 이상한지.... 차라리 툿씨 처럼 조금은 현실화 하는 노력도 필요할것 같습니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는 제목은 사실 호기심을 유발하기 보다는 호기심을 가질 여지를 주지 않네요. 원제는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아무리 영화를 보기전 정보를 좀 알고 간다해도 이렇게 친절한 영화제목은 먼저 봤던 친구가 "어! 이 다음에서 잡힌다" 뭐 이렇게 앞서 가버려 김이 새는것 같은 유사경험을 주는것 같습니다. 제 주관적인 견해입니다만....

어딘가에서 본 재미있는 글이 있습니다. 외국친구에게 Museum is alive를 봤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모르죠. 원제는 Night at the Museum이었으니......

사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이런 제목을 비교해 보는것도 즐거움을 주는게 사실입니다. 꼭 "씨애틀의 잠못드는 밤 - Sleepless in Seattle (사실은 라디오 상담프로의 필명이었지만..)" 처럼 그대로 번역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같은 작명은 좀 지양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에서 영원히 제 이름을 잃어버린 허-마이어니가 좀 불쌍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