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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리더 이야기

경쟁이 발전을 부르지 않는 이상한 한국의 전자책 시장

한동안 전자책 단말기에 대한 관심을 끄고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크게 기대하고 있던 인터파크의 단말기인 비스킷의 행보가 실망스러웠던 점이 있었고, 혁신적이라 할만한 기기도 미국시장에 출시되지 않아 그랬던 면도 있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끄고 나름 독서에만 전념하였지요. 사실 흥미가 전자책 단말기로 자꾸 가게되면 그 본연의 목적인 독서보다는 기계자체에만 관심이 쏠려 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전 소니에서 나온 PRS-505라는, 이제는 단종이 되어버린 구모델로 아무런 문제도 없이 사용중인데다, 읽을책은 무궁무진하여 더욱 그렇게 되어갑니다. 

몇가지 전자책 단말기시장의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오래전에 소개드렸고 저 자신도 크게 관심을 갖고 있던 인터파크의 단말기가 비스킷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세계최대 온라인 도서유통업체인아마존의 킨들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여 주목을 받았는데, 마침내 공개된 기기는 업체에서 킨들에 맞추어 포지셔닝한 딱 그 정도의 기능과, 혁신성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 서비스로 출시되었습니다. 기기의 완성도나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이야 어차피 초기물량에 대해서는 테스트 기간이니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다른 기기보다 완성도도 높아 보이고 큰 문제는 없을듯 하네요.. 컨텐츠 유통업체에서 만든만큼 구매시의 특전이 어마어마한것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40만원이라는 대략 난감한 가격에도 50권의 전자책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니 이정도의 지원만으로도 기기의 가격은 보전받을만한 정도가 아닐수 없네요. 다른 면을 살펴보면 3G네트워크로 인터파크에 연결 무선으로 책을 구입할수 있다는 점과 신문과 잡지를 구독할수 있는 키보드가 달린 구성입니다. 뭐 새로울건 없는 기능과 서비스입니다. 문제는 바로 그토록 바라던 컨텐츠의 DRM (디지털관리 ) 문제. 자체 DRM으로 인터파크에서 나오는 컨텐츠는 전자책단말기로는 비스킷에서만 볼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PC에서 볼수 있게 한다고 하지만 일단은 컨텐츠를 매개로한 폐쇄적인 이용만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또 무선접속에 의한 구매를 제외하고는 인터파크에서 배포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만 콘텐츠를 PC에서 기기로 옮길수 있다는 말이며, 자신이 구매한 책에 대하여 또 다른 전자책 단말기에서는 읽을수 없다는 폐쇄성을 의미합니다. 이것마저 아마존이 표방하는 폐쇄성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유통업체에서 만든 단말기라서 오히려 더욱 개방적일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완전히 반대로 움직였네요. 나쁘다는 건 아니지요.. 당연히 회사의 방침이고 비지니스의 모델일 뿐이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또한 한 서적 유통회사가 대한민국의 전자출판계를 이끌어 안착시킬 의무도 절대 없습니다. 그러니 기기개발을 위하여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인터파크측에 대의를 위하여 소를 희생시키라는 주문도 결코 할수 없는것이겠죠. 컨텐츠를 개방한다함은 반이상의 컨텐츠는 자사개발 기기와 무관하게 되므로 기기개발비를 보전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면에서 실망이야 했지만, 뭐 할수없다는......

그러는 사이 한국 전자책 단말기계의 큰형님격인 누트측에서 누트3를 출시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큰형님답게 빠른 행보를 보이며 상당히 마감이 좋은 제품을 출시한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상당한 진보를 보이는것과는 무관하게 자체컨텐츠를 수급하려는 행보가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이대로 가다보면 누트가 이끄는 출판연맹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네요) 측의 ePub과, 인터파크가 독자적으로 가는 ePub, 그리고 나머지 진영 (yes24, 반디앤루니스, 알라딘 등등)이 연합하여 만든 한국이퍼브의 ePub 이 작은 시장을 나누게 될듯 합니다. 어디나 경쟁은 발전을 낳습니다만, 거의 태동기라 보아도 무방한 한국 전자출판시장을 생각할때 꼭 좋지만은 않아 보이네요. 고만고만한 기기의 성능으로 볼때 결국은 힘있는 한가지 진영으로 통합될 가능성도 있을뿐더러, 서너개의 업체가 시장을 나누다 보면 안그래도 크지 않은 한국 도서온라인 시장에서 충분한 수익을 얻지 못하여 전체적인 전자책 시장의 도태를 가져올수도 있겠네요.  

암튼, 이런 상황에 그 대표성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한국 ePub이라는 협회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앞에 말씀드렸듯이 한국이퍼브는 인터파크, 누트와는 별도로 여타 서적유통업체와 출판사들이 연합하여 전자서적 표준이라 불리우는 ePub의 한국표준화를 주창하며 만든 연맹이 되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참여유통사 및 출판사의 컨텐츠를 이를 지원하는 여러 단말기에서 읽을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것입니다. 사실 아직 제대로 갖추어진 진용도 아닐뿐더러 규격마저도 중구난방이라서 아직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첫 시작으로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첫 지원단말기로 얼마전에 넥스트파피루스라는 업체에서 페이지원 (PageOne) 이라는 기기를 출시하였습니다. 


이 기기는 yes24, 반디앤 루니스, 알라딘, 리브로, 영풍 문고등에서 판매중이며, 그 어느 곳에서 구입하여도 페이지원에서 읽을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 기기만이 갖는 장점이 있어 소개합니다. 물론, 단점도 당연히 있죠. 그 이야기도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큰 의미라하면 통합규격이라는 ePub의 취지에 맞는 콘텐츠의 개방성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인터파크나 누트의 ePub을 읽을수 있다면 좋겠지만, 유통사와 출판사의 연합체인만큼 컨텐츠 확보는 원활해 지라봅니다. 두번째로는 선택의 다양성입니다. 주로 할 이야기도 바로 이부분입니다. 

먼저, 한국의 전자책 단말기시장은 IT강국답게 책단말기에서 복합기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성에서 출시한 단말기의 경우 처음부터 전자종이를 갖춘  PDA로 포지셔닝하였습니다. 책도 읽을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서 접근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콘텐츠의 초동확보에 실패하고 처참하게 시장에서 깨져버립니다. 현재 가장 많이 팔린 기기라고 하는 스토리의 경우도 최강의 스펙을 자랑하며 시장에 안착하였다고는 하지만, 욕심이 지나친 감도 없지 않을만큼 아이팟터치에 버금갈만한 기능으로 무장을 하였네요. 뻑뻑한 키감이라거나 페이지 넘김버튼의 위치등의 문제가 노출되어 심미성이 기능성을 저해하는 한 예가 되었습니다. 복합기기가 나쁠게 없지만, 이러한 복합기기로의 강박은 전자종이가 갖는 특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전자잉크는 한번 전기를 통하면 패널의 아래에 있던 전자잉크가 위로 붙어 유지되는 현상을 이용합니다. 다시 전기를 통하면 깜빡하며 이 잉크를 떨어주는 refresh라는 동작을 해야 깨끗한 다음 화면을 얻을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연속된 동작을 하기에는 현재로서는 무리입니다. 이런 특징은 종종 아이폰등의 빠른 반응성에 익숙해진 일반인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줍니다. 여담입니다만, 앙징맞은 휴대폰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80년대 홍콩영화에 등장하던, 무전기만한 휴대폰을 그보다 서너배 큰 밧데리팩을 옆구리에 차고 다니라는 것과 진배없을 겁니다. 그 편하다는 터치스크린 기술도 전자잉크의 위에 터치패널을 배열하는 식으로 도입하지만, 콩깍지를 씌운것처럼 오히려 해상도를 떨어뜨리는 원흉이 되고, 메모기능추가로 빠른 현대생활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이 되고자 하였으나 또깍거리는 키보드 소리에 자신이 화들짝 놀라거나 극악 속도에 빠르기는 커녕.....암튼, 이 모든것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며 이를 적극활용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천성적인 궁합은 맞지 않음을 이야기할따름입니다. 

크게 관심을 갖지 않던 단말기 시장에 눈길을 끈 제품이란 바로 현대의 기준으로 볼때 너무도 초라해 보이는 레트로스펙의 페이지원이라는 제품입니다. 요즘의 추세와는 전혀 다르게 심플 그 자체입니다. 오로지 책읽는 기능에 집중합니다. 중소기업의 커다란 단점인 마감의 조악함이 보이지 않는 깔끔한 알루니늄재의 마감이 돋보인다고 합니다. 제가 이 제품을 구입한것은 아니니 객관적인 리뷰는 다른분께 넘깁니다. 




한국에서 전자책 단말기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빨간천사님 (이광희라는 본명으로 eBook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시는 분입니다) 이 베타기기의 리뷰를 해놓은것이 가장 자세하여 소개를 드립니다. 저처럼 빨간분이라서 참 친근하네요. ㅎㅎㅎ   


이젠 촌스럽게 눈에 편한 전자종이 어쩌구...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좋을듯 합니다. 모든 기기가 같은 회사의 전자종이를 채용하고 있고, 흑백의 계조를 표시하는 능력에 조금의 차이는 있으나 같은 패널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초기 제품의 문제점들은 시간이 지나며 소프트웨어인 펌웨어로 완성이 되어가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책을 읽는 그 본질에 대해서는 다 대동소이하다고 말해도 무방할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기기는 다른건 거의 못합니다. 오로지 대표적인 책의 문자파일인 ePub, TXT, RTF, PDF등등을 화면에 표시해줍니다. 키보드같은 거추장스러운 키들도 과감히 배제하였네요. MP3도 마지못해 채용한듯한 인상을 줄만큼 과감히 기본으로 돌아갔습니다. 왠만한 넷북에 버금갈만큼의 고사양 CPU같은건 없습니다. 그저 책읽는데 지장없을만큼의 하드웨어로 깔끔하고 예쁘게 만들었네요. 디자인적으로 비스킷이나 스토리를 넘어설만큼은 아니라 보지만, 적어도 책읽는 것과 그다지 상관없는 기능으로 가격대를 올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미니멀리즘의 극치라고 할까요? MP3를 뺐다면 바로 그 칭호를 주었겠지만, 오디오북의 기능때문에 들어간듯한 MP3로 인하여 극치까지는 아니게 되었습니다. 

앞에 설명한 이유들로 인하여 복합기기를 충분히 효율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할바에는 책읽기의 기능이라도 충분할만큼 이끌어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제 평소의 생각에 부합되는 단말기가 되겠습니다. 물론, 복합기기로 사용하는것을 희망한다면 스토리나 비스킷을 구입하면 될것이고, 메모나, 녹음, 혹은 필기등이 필요없다면 바로 이 기기가 정답이 되겠습니다. 가격은 40만원 가까운 다른 기기에 비하여 당근 저렴한 235,000원 되시겠네요. 가격에 강박이 있었는지 케이스 별매라는 조금은 황당한 시추에이션은 있으나 자작케이스를 선호하는 현상황인지라 일부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각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할수 있기때문에 쿠폰등을 적용하면 20만원선에서 구매가 가능할듯 합니다만, 사정은 정확히 모르겠네요. 

시판초기로 아직은 소프트웨어에 적잖은 개선점이 요구되고 있는듯 합니다만, 다른 기기에 비하여 심플한 구성인지라 그 문제는 그리 크지는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알라딘, yes34, 리브로, 반디앤 루니스 등 어디에서 구입한 전자책도 넣어 볼수 있으니 그 개방성은 높이 살만하다 할수 있겠네요. 생각해 보면, 같은 종이책은 동네서점에서 사도 대형서점에서 사도 혹은 인터넷으로 사도 마찬가지로 집에서 혹은 전철에서 읽을수 있는데, 유독 전자책만큼은 중구난방이라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 DRM보다는 통일된 포맷의 개방적 DRM이 정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기종속이냐 컨텐츠우선이냐의 문제로 봐야 할것 같습니다. 

암튼, 꼭 이 페이지원이 가장 좋은 단말기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최첨단으로 또 복합기기로만 발달하여 가는 시장에서 꼭 필요한 기능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요구도 수용할 기기가 등장하였다는 점, 비싸지기만 하는 기기시장에서 단순하지만 저렴한 기기가 등장하였다는 의미가 무척 크다고 봅니다. 또한, 통합 DRM의 열망속에 출범한 한국이퍼브의 지원기기라는 점에서 오히려 반대로 앞으로의 전자책 단말기 시장의 오래된 표준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것 같습니다. 

기기자체의 미덕으로는 커다란 배터리 용량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기에는 1000mA의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는 책넘기기로 환산한다면 7500페이지 정도라고 모두 이야기 합니다. 페이지원에는 그 두배가 넘는 2200mA의 배터리가 장착되어 15,000페이지 넘김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단점인 낮은 CPU도 저전력에 한몫할테니 실제로는 그 이상의 페이지 넘김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워낙 적은 전력만을 사용하는 전자종이이지만, 사실 은근히 신경쓰이는 부분이 배터리 되겠습니다. 저는 집에서 틈날때마다 읽고 있지만, 대개 2주에 한번 정도 충전을 해줍니다. 저 정도의 유저라면 페이지원으로는 한달에 한번의 충전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네요. 사실 워낙 오래 가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배터리 한칸이 떨어지면 그게 은근히 신경쓰입니다. ㅎㅎㅎ 

반면, 넥스트파피루스측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몇가지 단점도 눈에 띕니다. 우선 도서시장만큼이나 중요한 온라인 신문배달서비스를 충족시킬만한 기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또 서적의 구매와 기기의 전송시에 일일이 기기를 PC에 연결해야 한다는 태생적 불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의 요구는 끊임없이 변하긴 합니다만, 대체적으로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컨셉은 큰 신뢰를 주지만, 이미 시장에 안착하여 정착된 기능을 없애는 일은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듯 합니다. 물론, 페이지투 (?) 식으로 조금은 진보된 Wi-Fi 장착기기가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이해할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될경우 당연히 Wi-fi가 없는 페이지원은 단종이 될테고, 페이지투 (?) 는 누트2가 되는것이 아닐까 합니다. 차라리 초기 모델부터 Wi-fi를 장착하고 그 정도 선에서 소프트웨어및 기반을 가다듬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네요. 또 페이지원은 8 계조의 흑백을 표시하는 기기로 사진파일인 JPG등의 표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책만 읽는데는 이정도로 전혀 불편함이 없으나 기기자체의 특성만으로 볼때는 엄밀히 단점이 되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트진영의 비교대상이 되는 명예롭지 못한 결과를 낳았네요. 기본으로 채택한 리더소프트웨어인 FBReader가 일부 유료 ePub파일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여 TXT파일을 읽는듯한 느낌을 주는듯 합니다. 앞에도 이야기했듯 책읽기에 집중한 기기에서 이런 책을 보게되면 엄청난 실망을 할수 밖에 없겠네요. 컨텐츠제작자의 문제일지 혹은 FBReader의 문제일지 정확히 알수 없어 무어라 말은 못하겠지만, 이런 문제를 보게 된 소비자는 당연히 기기탓을 할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전체적으로는 준비가 미비한 한국이퍼브에 그 잘못을 물을 수밖에는 없겠네요. 

저는 기본적으로 복합기기는 전자잉크에 적합치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약간은 페이지원에 좋은쪽으로 편향된 의견을 가지게 되네요. 미니멀리즘이 중요시되는 부문이 바로 전자책단말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페이지원이 갖게된 시장의 선호가 생각보다 사실 조금 짧아질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4월 30일 출시 예정의 누트3 발매소식 때문입니다. 누트3는 기능, 디자인, 가격면에서 페이지원을 압도하네요. 책읽기에 집중된 기능도 디자인은 누트만의 고집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과연 맏형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 출시전의 기기이지만, 위에 지적한 페이지원의 단점인 Wi-fi의 부재, 8계조 gray의 표현력, 표준화 되지 않은 ePub 리더로서의 불안함을 상당부분 커버할만큼 완성도가 좋아 보이고, 가격도 페이지원보다 조금 저렴하게 나왔네요. 아마 가격 책정은 페이지원을 염두에 두었지 않았나 생각할 만큼 5000원 쌉니다. ㅎㅎ 사실, 누트블로그에서 이런 부분들을 직접 페이지원과 비교하여 자사제품의 우위를 설명한 포스팅하였고, 개인적으로는 조금 경박해 보입니다. 경쟁관계이니 어쩔수 없다지만, 그래도 한국의 정서에서 조금은 과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렇지만, 스펙상으로 볼때 설명이 부당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단말기 개발에 오랫동안 투자해온 누트의 노하우가 있다는 말이 될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스펙대로라면 누트3가 전자책 단말기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봅니다. 배터리도 1800mA까지 늘렸으니 상당한 진보입니다. 페이지 넘김 버튼가운데의 조이스틱이 조금 거슬리긴 하네요. 언뜻 보기에도 위로 조금 돋아 올라와 보이는데, 어딘가에 걸릴듯한 디자인이네요. 작은 것이지만, 불편함을 줍니다. 끙! 암튼, 물론, 시장에 풀리고 여러가지 개선점이 요구되겠지만, 그간의 누트의 행보를 볼때 그 제품의 신뢰도는 상당할것입니다. 그러나....... 

누트가 가진 한계는 바로 컨텐츠입니다. 누트는 한국최초의 전자종이를 채용한 단말기제조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개발을 해왔습니다. 그 공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여러 출판사를 연합하여 누트만을 위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기기종속성을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이니 조금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누트와 제휴를 한 출판사들도 많이 늘었고, 제작된 컨텐츠도 많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컨텐츠의 다양성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죠. 사실 한국단말기시장에서 제품의 품질에서 우위를 점하면서도 이렇다할만큼 시장쉐어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컨텐츠에 있습니다. 누트1,2 그리고 3로 이어지는 꾸준한 연구개발이 한국단말기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음에도 늘 새로운 단말기의 출시에 가려져 버리는 이유도 바로 거대유통사를 끼고 들어오는 신참에 치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그간 어렵게 준비한 컨텐츠를 다른 기기에 개방하는일은 쉽지 않을것입니다. 다른 업체들도 무시하지 못할 누트의 쉐어로 인하여 자신들의 컨텐츠를 개방하지는 못할듯 하네요. 결국 누트는 독자적으로 나갈것 같습니다. 

기기의 완성도로 본다면 누트3이 가장 유력하겠으나, 향후 컨텐츠를 생각한다면 페이지원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네요. 그리 행복하지 않은 고민입니다. 쩝!

사회학적으로 경쟁이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때가 많습니다. 종종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경제적이고도 실질적인 이득을 주기도 하죠. 한국의 전자책시장에서 경쟁이란 이런 사회학적 증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소설을 각 유통사에서 독자적으로 전재책포맷으로 만든다면, 그리고 소비자가 둘중의 하나를 고를수 있는 선택이 주어진다면, 거기에 품질이 그리 다르지 않다면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쪽을 선택하게 되죠. 이것은 경쟁을 촉발시키고 제작사에서 어느정도의 이득을 남길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지는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은 바로 경쟁이 가져다 준 소비자에의 이득이죠. 혹은 두 제작사에서 같은 가격을 고수한다면 어느 한쪽이 그 품질을 확 올리는 쪽으로 경쟁을 하게 되겠지요. 소비자는 같은 가격에서 보다 보기 좋은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것은 실질적 이득은 아니지만, 만족감이라는 이득이 생기게 되죠.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각자가 다른 컨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독점배포하는 구조가 고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 이를 자신들이 만든 기기에서만 볼수 있도록 종속을 시켜두기 때문에 애초에 컨텐츠 경쟁이라는 개념자체가 없습니다. 이런 시장에 한국이퍼브가 참입하여 조금의 경쟁구도는 가져오게 되었으나, 아직도 컨텐츠의 가격은 허걱할정도입니다. 아마존의 경우 전자책은 거의 $9.99로 종이책의 35%수준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한국의 경우 11,000원의 책이 7600원 수준이네요. 심지어 공지영씨의 고등어의 경우처럼 전자책이 더 비싼 경우도 있네요. 이런 이런.... 암튼, 전체적으로 10-30%의 할인율이죠. 이정도의 가격이라면 전자책시장으로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을것 같습니다. 아마도 같은 책에 대한 여러 업체의 제작시스템이 되면 경쟁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테지만, 지금처럼 이상한 경쟁구도에서는 고가정책이 유지될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암튼, 경쟁이 발전을 부르지 않는 이상한 시장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