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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막걸리 단상...

막걸리 열풍이라는 이야기가 한참전부터 들리더군요. 
오랜만에 한번씩 가는 한국마켓에도 여러종류의 막걸리가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복분자, 오미자 막걸리니 자주색고구마 막걸리니 하는 듣도 보도 못하던 것들이 많더군요. 



예전에 유명한 막걸리라하면 포천의 탄산이 강하던 일동, 이동 막걸리가 유명하였는데, 요즘은 다른 지역의 막걸리도 많이 나오나 봅니다. 

옛날부터 막걸리를 만들던 술도가 (양조장) 는 그 동네에서 가장 막강한 부를 축적하였습니다. 도가댁 도련님이니 하는 말이 나올정도였지요. 

5.16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소장이 극도의 긴장감으로 거사 직전 찾은 곳이 바로 동네의 막걸리집이라고 합니다. 막걸리한대접으로 극도의 긴장을 누른셈이니 박정희 소장에게는 쿠데타 성공의 단초이기도 하였을테지만, 정권을 잡은후에는 식량 (쌀) 증산을 위하여 쌀대신 밀가루로 대체하도록 하여 스스로 막걸리를 거의 죽여버리게 되었다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습니다. 

흔히 막걸리는 농주라고도 불리웁니다. 거르지 않고 내니 탁주라고도 불리웠지요. 어떤 용어가 되었든 서민의 이미지가 강했으니 과거든 현재든 위정자들은 서민이미지를 내고 싶을때 가장 애용하는 것이 바로 논두렁에서 마시는 탁주 한사발입니다. 




어떤 경로와 연유로 막걸리가 지금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한국에 살지 않다보니......ㅠㅠ  등산열풍과 함께 시작되었다고도 하구요....

그래서 저도 그 열풍에 동참하고자 한국마켓에 간김에 일동막걸리를 한통 사왔습니다. 막걸리를 얼마만에 마셔보는 건지...... 막걸리를 마주하고 보니 막걸리에 얽힌 생각들이 떠오르네요. 

시골출신이라면 대개는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추억거리가 하나씩 있습니다. 어른 심부름
으로 양조장에 주전자 들고 막걸리를 받으러 간 이야기죠.

흐르지 않게 주전자꼭지에는 신문지를 뭉쳐 끼워주었고, 대개는 돌아오는 길에 그 맛이 궁금하여 맛을 봅니다. 그렇게 한모금 두모금 마시다가는 아예 논두렁에 엎어져 취해 잠들거나 술배달을 마치고는 부엌구석에서 잠이 들었다는 그런이야기죠. ㅎㅎㅎ 어찌보면 어른들도 알고서 짐짓 모른체하며 아이들에게 시킨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제게 가장 강한 추억은 바로 대학시절입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앞에는 사실 어느 대학앞에나 있음직한 허름한 주점이 있었네요. 또 아주 흔한 할미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할미집은 이모집, 고모집과 더불어 참 흔하기도 하던 주점이름이네요. 특별히 간판이 있는것도 아니었고 그냥 할머니가 하시는 곳이다 보니....ㅎㅎ 80년 중반으로도 절대 싼 가격인 파전 한장에 200원 그리고 막걸리 한주전자에 150원을 받던 곳이었죠. 지갑 얇은 대학생들에겐 제격이었고, 막들인 술맛에 점심때부터 들어가 부어라 마셔라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 이후로 군대를 갔다오고 하는 와중에 대한민국이 갑자기 부유해졌습니다. 복학을 하고 보니 재학생들은 잔디밭에서도 맥주를 마시더군요. 그렇게 다들 맥주에 젖어 가게 되었지만, 이상하게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 날이면 다들 향하던 곳이 주점이었습니다. 막걸리를 마셔줘야 했던 예비군 훈련의 뒷풀이였습니다. ㅎㅎ

군은 방위를 마쳤는데, 사실 4-6월경이면 산불주의보가 발령이 되고, 실제로 산불이 많이도 일어납니다. 갑작스런 사이렌은 훈련이거나 산불대민지원이었죠. 대개 산불은 퇴근무렵일어나는 경우가 많더군요. ㅠㅠ 트럭에 싣고 방위들을 쏟아 놓으면 산불현장에 바로 투입이 됩니다. 큰 불일 경우는 어찌 할수 없으나 작은경우는 두어시간만에 진화가 되기도 합니다. 대개는 방화선을 치고 소방수아저씨들께 넘기지만요. 암튼, 그렇게 불을 끄고 내려오면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막걸리를 한가득 놓고 맞이해줍니다. 인사장교의 통솔하에 한바가지씩 마시게 되는데, 사실 방위들은 부대복귀하면 바로 퇴근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그냥 사서 마시면 됨에도 불구하고.... 군복을 입었던지라 조금이라도 더 마시려 난리를 칩니다. ㅎㅎ 한여름에도 군불이 있으면 불을 쬐는게 군인이라죠. ㅎㅎㅎ 그래서 막걸리는 산불의 기억이 함께 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추억으로는...... 대학 축제현장입니다. 학부학과가 미생물학과였는데, 축제때마다 실험실에서 막걸리를 빚어 팔았습니다. 대개 3,4 학년의 실험실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술을 빚습니다. 탁주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죠. 술을 만드는 과정은 두가지로 나뉩니다. 곰팡이에 의한 전분의 당화작용과 효모를 이용한 당의 알코올화입니다. 우선, 쌀을 고슬고슬하꼐 쪄서 말린후 전통적으로는 누룩을 잘게 바수어 찐살과 섞어 물을 부어준후 적당한 온도에 둡니다. 누룩의 곰팡이가 쌀의 전분을 분해하여 당을 만들어줍니다. 여기에 밑술이라 하여 효모가 가득들어있는 술을 부어주어 곰팡이가 분해해 내놓은 당을 알코올발효하는 거지요. 말이 쉽지만 누룩의 양, 물의 양, 그리고 밑술 혹은 효모의 종류나 양에 따라 천차만별의 술이 되고, 온도가 안맞거나 발효가 너무 진행이 되어 초산발효하여 식초가 되기도 하는등 결코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실험실에서 만드는 막걸리는 종국이라하여 특별한 종류의 곰팡이만을 배양하여 쌀을 분해하고 특수한 효모를 배양하여 알코올발효를 합니다. 그해 그해의 곰팡이 효모는 교수님께서 내어주시죠. ㅎㅎ 때에 따라 (온도등이 좌우하는..) 알코올 발효가 잘 안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때는 교수님의 지도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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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를 붓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너무 발효가 진행이 되어 술이 시어진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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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산제를 쓰기도 하죠. 그래서 만드는 사람들은 절대 안마십니다. ㅎㅎ 옛날에요. 지금은 안그러겠죠? ㅎㅎ

이렇게 막걸리 한잔에 떠오르는 단상들에 재잘재잘수다를 늘어놓으며 기분좋게 술한잔을 비웁니다. 막걸리에는 역시 전이 개념이죠.

간단히 한잔 비울려 했더니 전이나 한잔 부친다고 하네요. 밭에 얼른 나가 잘 자란 깻잎을 다왔습니다. 부추는 마켓에서 사온것이구요. 이름하야 부추전이죠. 깻잎이 들어가면 더욱 향긋합니다. 




정확한 용어는 아니지만, 흔히들 살균막걸리라고 하죠. 효모가 살아있는 막걸리를 생막걸리라 하고, 효모를 죽여 더이상 발효하지 않게 만든것을 말하는데, 효모는 균이 아니어서...

암튼, 유통기한이 1년입니다. 그래서 포천의 일동 막걸리를 미국에서도 맛볼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전 누룩들어간 술에 약합니다. 온몸이 빨개지며...ㅎㅎㅎ 그냥 기분내느라 한잔 마셔보았네요. 

요즘 Joshua라는 제 친구가 글빨이 약해졌다느니, 성의가 없이 대충대충 쓴다느니, 날로 먹는다느니 궁시렁거리기에...

"부추전에 막걸리 한잔 마셨습니다"

이 한문장을 요렇게 좀 길게 써봤네요. ㅎㅎㅎ

Joshua야! 시끄럽다! 어떻게 쓰든 내맘이다. ㅋㅋㅋ  사실 요즘 글쓰기가 좀 이상해진데는 지친것 이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 다음에 그 이유는 포스팅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