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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2009년 할로윈 후기 - 씁쓸한 미국 경제침체의 그늘

할로윈이 끝이 났습니다. 

전국적인 할로윈색깔인 호박 (주황)색의 향연도 끝이 났지요. 이제부터 미국은 다시 추수감사절 시즌으로 들어간답니다. 

이번 할로윈은 여러가지 뒷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주황색 색등 이외에 지난햐에 이어 등장한 우리집 할로윈 장식입니다. 누가 가까이 접근하면 눈을 반짝거리며 "으~흐~~흐~~~흐~~~ " 뭐 이러며 목이 스윽 내려오는 구조를 가지고 있죠. 조그마한 아이들은 놀라서 울며 도망을 가는 관계로 센서는 끄고 그냥 매달려 있습니다. 



사실 우리 앞집은 완전히 이런 축제에 미친 (?) 집이라서 아주 오래전부터 장식을 하고 해마다 더해가고 있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나왔지만, 집안에까지 대단한 장식을 해놓고 있지요.  


올해도 지수의 친한 친구가 와서 함께 캔디수거에 나섰습니다. 지난해에는 여럿이 함께 했는데, 올해는 인원이 확 줄었습니다. 암튼, 둘이서 셋뜨로 맞춘 의상, 찬사와 앙~~마. 친구는 배구팀에이스 브레나랍니다. 180cm인 저와 대등한 바람직한 기럭지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발은 저보다 크다는거..... 


약간 어두워 지며 잦아지기 시작한 trick or treater 의 행렬......을 기대했으나...그리 많은 아이들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갸우뚱대며, 너무 귀여운 의상에 캔디수거자루 (?) 를 펴며 외치는 Trick or treat!!! 한웅큰씩 사탕과 쵸콜렛을 쥐어 보냅니다. 물론, 우리의 천사와 앙마도 출동....... 

늘 한바퀴 돌고 나서 집에 한무더기 쏟아 놓고는 다시 출동하여 한바구니 모으고....하는 법인데.... 두시간이 지나도록 집에 들르지 않습니다. 

한참이 지나서 돌아온 둘은 여지없이 모아온 사탕을 바닥에 쌓고 종류별로 모으기도 하고 사탕을 까먹으며 까르르 거리기도 합니다. 


천사와 앙마의 이야기에 따르면 거의 한집걸러 한집은 집을 비우고 나갔다고 하네요. 예전같으면 거의 모든 집에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주는데..... 순간, 씁쓸해집니다. 

미국인은 할로윈 사탕 나누어주는 일에 무척이나 관대한 편입니다. 자신들의 어린시절에도 환상적이었던 날로 기억되기에 아이들에게 그런 환상을 주는것은 당연하다 여기기때문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경기침체의 여파때문인지 거의 반절정도는 사탕을 주는것마저 여유가 없어진것 같더군요. 사탕을 살 경제적 여유가 없을수도 있지만,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이겠지요. 밖에 나가 둘러보니 할로윈 장식을 한집은 우리앞집, 우리집 그리고 우리 옆집과 뒷집 정도 뿐입니다. 무척이나 긴 양편에 들어선 수많은 집중에 덜렁 두세집이라니.... 집에 장식을 하고 안에 불을 켜거나 밖에 호박을 내놓고 있는집들은 "캔디가 있어요!! 우리집에 오세요" 이런 표시랍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동네가 많이 컴컴합니다. 사실은 비교적 여유있는 동네인데도 이런 현상이......

솔직히 지난해의 할로윈 관계매출이 얼마이고 올해 매출이 얼마인지 하는 경제지수는 잘 모릅니다. 다만, 피부로 느끼는 실물할로윈 경제는 춥더군요. 

다음날 아침 데리러온 브레나의 엄마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 동네에도 장식도 별로 없고, 불꺼진 집이 많았다네요. 다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눈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작년과 차이가 나니 전체적인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할로윈 다음날인 일요일은 day light saving time (썸머타임) 이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여름동안 한시간 일찍 시작하고 긴 일광시간을 가졌던 것에서 이젠 원래대로 돌려 일찍 어두워지게 되지요. Day light saving time은 흔히 놀기좋아하는 서구인에게 더 길게 밝은 시간을 즐기도록 만들었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그 이외에도 정말 중요한 의미는 에너지의 절약입니다. 그만큼 늦게 불을 켜게 되므로 전기절약에 엄청난 도움이 되지요. 올해는 그 일광시간 절약제를 예년에 비해 2주일 앞당겨 시행하였고, 일주일을 더 했습니다. 합하여 3주간을 늘인겁니다. 물론, 에너지 절약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컸고, 그만큼 성과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평년보다 길었던 일광시간 절약제가 끝난 시점이 하필 조금은 씁쓸했던 할로윈 다음날이어서 더더욱 경기침체를 생각하게 되네요. 내년에는 보다 많은 아이들이 캔디를 받으러 다니고, 보다 많은 집에서 불을 밝히고 캔디를 나누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씁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