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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과학 이야기

파스퇴르가 사람인가요? 우유아니고?

살포시 과학 이야기를 하나 해봅니다. 
요즘 아주 오래된 사극을 보고 있습니다. 바로 조선시대 내시이야기를 다룬 왕과나라는 사극입니다. 네!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유행하는 동이를 보려면 수삼년은 걸릴듯...ㅎㅎㅎ 

사극 드라마는 과거의 실존 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있습니다. 그 인물을 어떤식으로 해석하여 드라마화하느냐에 따라 실없는 임금이 되기도 하고, 근엄한 왕으로 그리기도 하죠. 또한, 역사이기때문에 어느정도 고증이라는 것을 거치게됩니다. TV 방송을 염두에 두었기에 대개는 복식이라거나 인물의 관계도등에 주안점을 두게 됩니다. 가끔은 옥의 티라는 이름으로 시청자에 의하여 재미있는 사실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예전 고구려 시조인 주몽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의 전투신에서 전투중 식사에 감자를 나누어주는 것을 본 시청자들이 감자는 조선시대에 들여온 작물이니 에러다라고 하여 화제가 된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신라시대 주막에서 나온 막걸리 안주가 고춧가루가 들어간 빨간김치라서 에러가 되기도 하였지요. 

암튼, 왕과나 라는 드라마중에 주인공이 스스로 자신의 양물을 자르고 고자가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자리가 덧나서 어의가 직접 수술을 하여 곪은 환부를 절개하여 주인공을 살리는 아주 멋진 장면이 나오죠. 어의는 날카롭게 갈아 놓은 수술도구를 뜨거운 물에 끓여 소독을 하고, 환부를 갈라 농을 제거하고는 봉합을 하였다고 합니다. 기초적이지만 외과적인 수술이라고 봐야합니다. 

조금 심술궂은 머리는 "에이! 저런게 어디있어" 하게 되죠. 우선, 드라마의 배경은 성종 즉 1400년대 중반입니다. 기본적으로 조선초기에 수술이라는 개념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죠.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하여 일부러 양물을 끊어내는 동내시가 되면 부모자식과의 인연마저도 끊는것으로 여길만큼 유교적 사상이 투철한 시기입니다. 그건 드라마적 장치라 치고....... 한가지 안넘어가 지는 것이 이제부터 할 이야기의 내용입니다. 바로 날카로운 칼을 뜨거운물에 끓여 소독을 한다는 점이죠. 

뜬금없지만.........


파스퇴르 (1822~1895)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미생물학자입니다. 

그의 업적에 대해서는 그리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아마도 이름은 한번씩은 들어 보셨을겁니다. 바로 파스퇴르 우유때문이겠죠. 바로 포도주를 저온에서 살균하는 방법을 개발한 사람이 바로 파스퇴르입니다. 여러가지 대단한 업적중에서 현대의학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업적은 바로 자연계의 부패가 미생물에 의해 발생한다는, 즉 부패는 자연적으로 일어난다는 자연발생설을 부정하는 연구결과라 할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자연발생설이란 생선을 자연계에 그대로 두면 부패를 하게 되는데, 이는 원래 그렇게 되어있다는 이론입니다. 이는 생명체는 근원 (부모) 없이도 생길수 있다는 말과 일치합니다. 예를 들면 공기중에서 그냥 펑하고 파리가 나올수 있다는 약간의 비약도 가능하죠.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1861년 파스퇴르가 자연발생설을 비판하는 저서를 내기까지 널리 받아들이던 이야기입니다. 1861년이죠 (성종은 1460년쯤 되구요... ㅎㅎㅎ). 

파스퇴르는 그 유명한 백조목 플라스크를 이용하여 이를 증명합니다. 고기국물을 넣고 끓인 플라스크의 목을 백조목처럼 길게 늘여 두면 고기국물은 부패하지 않은상태로 유지됩니다. 그러나 플라스크의 목을 부러뜨려 공기중에 노출시키면 곧 부패를 시작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여주었지요.



이는 공기중의 그 어떤것이 고기국물에 들어가 부패시키는 것으로, 부패를 주도하는 작은 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지금은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항이나 그당시에는 대단한 연구결과였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 세균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공로가 바로 파스퇴르입니다.

이는 현대의학의 아주 중요한 발견입니다. 두가지 점을 들수 있겠네요. 바로 미생물의 존재입니다. 또 하나는 끓이면 세균은 죽는다라는 점입니다. 

1400년대 중반의 조선의 어의가 수술도구를 끓는 물에 집어넣어 소독을 하였다는 사실은 미생물의 존재를 알았고 미생물은 끓이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되겠지요? 그럼 파스퇴르보다 400년이나 앞서 이런 역사적인 과학명제를 알고 있었다는 건데..... 우리 선조의 위대함은 잘 알지만...그렇다고..... 

대장금이라는 걸출한 사극에도 이런 과학역사의 오류가 나옵니다. 대장금이 역사적인물이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대장금 드라마의 배경은 바로 중종이라고 합니다. "무엇으로 만들었느냐?" '맛있구나" 를 가장 많이 사용한 왕이 중종이란 말이죠. 1600년대 중반입니다. 우리의 장금이는 괴질이 도는 지역에서 훗날의 의녀로서의 기질을 발휘합니다. 바로 이 괴질이 역병임을 알아채고 그 원인을 분석하죠. 그 원인이 바로 동네어귀에 심어진 배추에 기인함을 밝혀내고 민정호 종사관과 더불어 역병이 번지는 것을 막아 그 공을 인정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조선시대의 역병에 대한 인식은 미생물과 전혀 관계가 없음은 문헌등에서도 잘 알수 있답니다. 그 시대에는 역병은 귀신의 소행으로 알았습니다. 물론, 병에 걸린 사람을 격리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나쁜기운 (사기) 을 쏘이기 싫다는 인식정도였지 이를 미생물에 의하여 전염이 된다고 하는 정도까지 생각지 못하는 정도였지요. 다만 귀신을 전부 한곳에 모은다는 의미였다고 하니, 배추에서 자라는 미생물이 사람에게 전염이 되는 것을 발견한 장금이는 이 부분만 가지고도 파스퇴르를 200년이나 제끼고 현대 미생물학의 숨은 공로자로 칭송받아 마땅하답니다. 그랬다면 식중독균의 이름은 지금쯤 Salmonella Jangumius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ㅎㅎㅎ 

드라마 작가분들..... 공부좀 하세요. ㅎㅎㅎ 

솔직히 이런 시시콜콜한 것들을 끄집어 내어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하는 사람들은 좀 꼴볼견이긴 하죠. 저도 사실 드라마 보면서 그냥 꾹참고 넘어갈때가 많습니다. ㅎㅎ



암튼, 파스퇴르 이야기를 마저 하겠습니다. 암튼, 미생물에 의하여 부패한다는 점은 현대의 외과적 수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로 인하여 소독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되었으니 현대적 의미의 수술의 태동은 바로 파스퇴르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여도 과언은 아니랍니다. 

1987년 무렵 지하철에 이상하게 투박한 광고가 붙기 시작하였습니다. 민족사관학교 설립자이며 이사장으로 유명한 최명재 회장이 설립한 유업회사 파스퇴르의 광고였습니다. 이미지 광고 비슷한 문구로 민족을 생각하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메이저 신문에도 못나오고 기껏 지하철 광고판등에 등장하였지만, 시리즈물이었던 이 광고는 곧 사람들의 눈길을 끕니다. 곧 이어 무엇이 진짜 우유인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마침내 파스퇴르 우유가 시중에 나오게 됩니다. 그전까지 시판되던 우유는 초고온 멸균방식이나 고온순간살균방식이었습니다. 초고온은 130-150도에서 5초간의 살균을 하는것으로 이론적으로 거의 모든 미생물이 사멸합니다. 고온 살균처리는 약 75도 부근에서 15초 정도 살균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미생물은 사멸합니다. 반면 저온살균이란 63도의 온도에서 30분정도로 길게 살균처리 하는 방식을 말하며 유산균등의 이로운 미생물은 죽이지 않고 대장균등의 질병유발가능성이 있는 병원균을 사멸시키는 방식입니다. 대학졸업후 제 동기중에도 이 파스퇴르 유업의 연구소에 취직한 친구도 있었네요. 사족이지만, 후에 파스퇴르 우유는 "우리는 고름우유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라는 공격적인 광고로 파문을 일으켜 한국유가공업계에 상당한 피해를 불러 일으켰고, 법정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파스퇴르우유라는 명칭은 바로  파스퇴르가 수립한 포도주의 살균에 관한 방법에서 따온것입니다. 프랑스는 잘 아시다시피 고래로 포도주의 생산이 유명한곳입니다. 포도는 과일중에서 당도가 가장 높은 작물입니다. 잘 익은 포도에는 효모가 허옇게 끼어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이것을 농약으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 정도의 농약이라면..... 윽......  효모는 당분을 알콜로 변화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잘 익은 포도를 으깨어 밀봉하여 두면 효모가 당분을 알콜로 만들어주지요. 이때 포도의 과즙은 포도주에 특유의 풍미를 주는것이지만, 알콜은 바로 우리의 효모가 만들어 냅니다. 물론, 포도에는 효모만 묻어 잇는것은 아닙니다. 다른 미생물 즉 초산균이 있습니다. 초산균이란 알콜을 식초로 만듭니다. 전통적인 식초는 막걸리를 오래 두어 초산발효를 진행시킨것이지요. 요즘은 맛집에서 비법으로 사용할만큼 양조식초가 압도적이지만요. 암튼, 포도주를 만드는 농가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이 초산균이었습니다. 보관이 조금 잘못되거나 오래되면 즐기기 힘들만큼 시큼해지곤 하였습니다. 파스퇴르는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초산균은 60도 조금 넘는 온도에서 사멸함을 알아냅니다. 물론, 끓이면 모두다 죽겠지만, 포도주의 알콜은 증발하고, 특유의 풍미는 사라지기때문에 가장 적절한 온도를 알아낸 것은 정말 대단한 발견이었습니다. 파스퇴르가 아니었다면 프랑스는 현재와 같은 와인종가와 수출국으로서의 위상을 수립하지 못하였을겁니다. 우유도 마찬가지의 원리로 저온에서 살균하면 우유의 단백성분의 변성도 막을수 있고, 풍미의 변화도 막을수 있습니다. 초고온 멸균우유는 유통기간이 아~~~주 깁니다. S우유나 M우유가 이에 속하는 것으로 압니다. 배달우유를 상온에 아~주 오래 방치하는 장면이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 나오던데.....머, 괘안치 않을까요? ㅎㅎ 믿는 구석이 있다는..... 저온살균우유는 유통기간이 짧습니다. 품질및 유통관리가 잘 안되면 사고가 일어날 우려가 있으니 업체에서는 더욱 신경이 쓰이는 방법이 되겠죠. 어느쪽이 좋다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저온살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스퇴르 이야기하다 이야기가 산으로 갔네요. 쩝!!!

파스퇴르연구소는 1886년 파스퇴르가 프랑스 정부와 유럽제국의지원을 받아 설립한 민간 연구소로 그가 초대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세계최초의 백신인 광견병백신을 개발하였고, 1990년대에도 세계최초로 에이즈 바이러스를 발견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소로 현재도 많은 연구자들이 면역학, 분자생물학, 유전학 등의 생명공학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