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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과학 이야기

살포시 과학 이야기 - 바이러스로 암을 치료한다......

몇년만에 의과학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간 눈을 번쩍 뜨이게 할만한 소식이 그리 많지 않았던것도 이유중의 하나가 되겠지요. 사실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할만한 엄청난, 세계최초의 과학적 발견은 한국신문에서 일주일에 한번쯤은 발견합니다. 예전에 비하여 한국의 연구기관에서 세계적 권위의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기고하는 일이 늘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신문에서 호들갑을 떨만큼 우리 눈앞에 와있는 발견들은 아닌것 같습니다. 과학논문은 한국에서 나왔든 외국에서 나왔든 대개 "이러한 발견은 우리 팀에서 처음으로 행한 업적이다. 하지만 실용화시키거나 혹은 보다 정교한 메카니즘의 규명에는 앞으로의 지속적인 연구가 선결되어야 할것이다" 라는 유예가 붙습니다. 언론은 "....우리 팀에서 처음으로 행한 업적이다" 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십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지속적인 연구의 선행" 이라는 말은 꼭 빼먹습니다. ㅎㅎㅎㅎ 암튼, 전에도 몇가지 주목받는 연구업적을 평이한 말로 포스팅한적이 있습니다만, 최근 발표된 논문중에서 상당히 주목할만한 결과가 있어 그 배경과 함께 소개해 봅니다. 조금은 어려운 이야기가 될수도 있겠지만, 되도록 쉽게 풀어 이야기를 전개해보겠습니다. 그냥 시간 나실때 상식삼아 읽어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라하면 그냥 넘어가셔도 됩니다. 그건 그렇고 왜 제가 이런 과학이야기를 포스팅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분들이 계실듯 합니다만....... ㅠㅠ 제 전공이고... 현재 하는 일이고..... 그렇습니다.ㅎ ㅎ 


일단 제목이죠........ 

암이나 바이러스나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대부분은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학계에는 때론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이 현실적인 것이 되곤 합니다. 해를 끼치는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바이러스가 같은 편인것으로 생각되는 암을 치료한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이있죠. 적을 이용하여 적을 제압한다는 말이죠.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말인것 같습니다. 

먼저 잘 알듯 모를듯 한 암에 대한 이야기는 애구.....벌써 2년전에 포스팅을 한적이 있습니다. 
 

먼저 살포시 읽어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귀찮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초간단 정리를 하자면.... 

암이란 외부에서 들어온 병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환경요인에 의하여 자신의 세포가 성장을 멈추지 않는 세포로 바뀌어 (이를 암화라고 합니다) 주변 정상세포의 기능까지 저해하는 변화를 말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병균이 원인이라면 면역이라는 우리몸의 치유현상에 의하여 제거가 되겠지만, 암은 내 자신의 세포가 변이된것이기에 우리몸의 면역세포는 이를 나쁜넘 (malignant) 라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자연상태에서 끝없이 자라나는 암세포를 제어할수 있는 것이 없기에 폭주기관차가 되어 끊임없이 자라나고....... 암의 치료는 고형암의 경우 외과적 수술이 선결되는 경우가 많고, 그 이후에도 화학요법 (Chemotheraphy) 이 뒤따라야 할만큼 치열합니다. 외과적 수술로 눈에 보이는 부분을 제거했다고 해도 미세하게 남은 암세포라든지 주위 장기로의 전이가 의심되거나 혹은 전이의 시작를 전제로 화학요법을 하게 되는데, 가장 큰문제는 암세포에만 효과적으로 듣는 항암제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되겠습니다. 그러니 전방위적인 세포파괴가 일어나게 됩니다. 즉, 정상세포마저도 이 항암제에 의하여 파괴된다는 말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위장등에 심한 손상이 가는 것이 바로 암세포와 함께 정상세포도 파괴되기때문이랍니다. 항암치료는 수술등의 기처리로 인하여 심신이 지친 환자에게 더할나위없는 고통을 줍니다. 암치료의 가장 큰 고비가 바로 항암치료이지요. 거기에 항암제는 주로 간대사를 하기에 간에 커다란 부담을 주게 되기에 빠르고 강력한 치료가 되지 못하고 2-3차에 걸쳐 시간을 두고 여러차례에 걸쳐시행합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그정도의 처치로도 환자에게는 극심한 어려움을 주게 되죠. 결국은 나쁜넘을 죽이기 위해 일정부분 나 자신의 희생을 감수한다는 치료방법이 되겠죠. 

암튼, 암치료에 관계된 수많은 과학자들이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합니다. 크게 이야기하면 암의 표적세포

화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비록 자신의세포이지만 세포가 암화되었을때 특이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없는지를 관찰하고 발견하려 노력합니다. 특정 암에서 발견되는 특정 물질이 발견되면 이를 인식하는 (보는) 항체를 만들고 이 항체에 항암제를 매달아 주사하면 암세포만 골라 항체가 붙고 그 뒤에 매달린 약에 의하여 암세포만 파괴되는 방식이죠. 이러한 방식의 항암제는 이미 몇가지 개발되어있습니다. 마찬가지의 원리로 우리몸의 면역세포를 이용하여 찾아낸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법도 고려할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보다 정교한 세포생물학적 테크닉이 요구됩니다만..... 혹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암세포의 전이나 증식을 주위의 혈류흐름을 조절하여 괴사시키려는 방식입니다. 암치료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사선의 이용의 경우도 비교적 넓은 범위의 장기부의에 방사선을 쪼여 영향을 받은 세포의 (대부분이 암세포이기를 바라며...) 괴사를 유도합니다. 사실 이 이외에도 수많은 방법들이 고안되고 시행되고 있지만, 그 어느 방식이든 정상세포에의 영향을 배제할수 없는것이 사실이랍니다. 이 모든것이 암세포를 세포학적으로 특정 (targetting) 할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효과적인 암의 치료는 암세포를 정확하게 겨냥하는 치료제 혹은 치료제를 암세포에 정호가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습니다. 


 

바이러스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생명체가 아닙니다. 생명이라 불리우려면 몇가지의 특징이 필요합니다만, 그중 가장 중요한것이 자신의 힘으로 증식 (둘로 나뉘거나, 자식을 낳거나, 자식을 뽑아내는? 그런일을 말하지요) 하는 능력을 꼽는데, 바이러스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증식할수 없습니다. 오로지 숙주에 들어가 숙주내의 증식인자를 이용하여 자신을 복제하고 증식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처음 소수의 바이스러스는 스파이크를 이용하여 건강한 세포 (박테리아 혹은 동물세포) 에 표면에 붙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바이러스는 DNA 혹은 RNA만을 세포에 주입하고, 주입된 DNA 혹은 RNA는 세포내의 효소등을 이용하여 복제 (증식?) 하고 껍데기까지 만들어 입고는 상당한 양의 바이러스가 만들어졌을때 이 세포를 깨고 나옵니다. 물론, 이 바이러스 증식에 이용된 세포는 바이러스가 빠져나올때 터져서 죽게 되는거죠. 흔히 걸리기 쉬운 감기바이러스도 마찬가지의 라이프사이클을 거칩니다만, 병원성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면역이라는 시스템에 의하여 감지가 되고 바이러스가 감염된 세포는 면역세포에 의하여 파괴가 됩니다. 이러한 세포의 사멸은 상당히 과격한 반응입니다. 그렇기에 열이 나고 통증을 수반하며 정신이 없어지는 거죠. 면역세포에 의해 저지를 받은 바이러스는 제대로 증식되기전에 세포에서 빠져나오고, 숫자가 현격히 줄게된 바이러스는 항체등에 의하여 불활성화 됩니다. 암튼...... 바이러스도 인간에게 질병을 가져다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며칠전 (8월 31일자) Nature에 게재된 임상실험 논문은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JX-594라 부르는 공학적으로 설계된 비병원성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큰규모의 임상실험을 전개하여 바이러스를 주사하여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감염하고 이를 파괴하여 암괴가 비약적으로 줄었다는 결과의 발표입니다. 

Intravenous delivery of a multi-mechanistic cancer-targeted oncolytic poxvirus in humans

JX-594라는 바이러스는 이 회사에 의하여 수년간에 걸쳐 개발된것으로 보이는데, 단순바이러스가 아니라 여기에 공학적으로 GM-CSF라고 하는 암세포 파괴인자의 유전자를 조합하여 만들어있기에 암세포에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바이러스자체에 의하여서도 암세포가 파괴되지만, 이외에도 GM-CSF로 인하여 면역세포가 모여들어 이차적으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결국은 복합적인 메카니즘에 의하여 암세포를 괴멸한다는 것이죠. 중요한 부분은 이 바이러스는 암세포에만 특이하게 감염이 된다는 점이고, 정상세포에는 감염이 되지 않거나 극히 적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자체 면역체계에 의하여서는 금방 파괴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엄밀하게 따진다면 바이러스에 의한 암세포의 파괴는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미 수십년전에 대단히 창의적인 과학자의 상상에 의하여 이론적 배경은 완성이 되었고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분야입니다. 그런데, Nature라는 권위적인 잡지가 첫발견도 아닌 임상실험 결과를 보이는 논문을 게재한 이유는 바로 Intravenous delivery 즉....혈관주사에 의한 치료의 시도와 그 긍정적 결과라는 데 있습니다. 간간히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제의 임상실험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이는 모두 암괴에 직접 주사를 하는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즉 부분적인 (local therapy)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나, 이번 혈관주사에 의한 치료시도는 몇가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할수 있겠습니다.

암의 전이는 특정부위의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옮겨가고 이렇게 옮겨진 암세포는 그 장기조직에 적응하며 그 장기내의 다른 세포를 암화합니다. 아래 그림의 붉은색 세포들이 바로 암세포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암세포는 혈관으로 흘러들어가 다른 조직/장기로 가서 자리를 잡습니다.  


외과적 수술로 초기 고형암 (붉은색세포)을 제거하였다 하여도 이미 눈에 보이지 않게 암세포가 혈관으로 흘러들어 다른 장기에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는 단계 (아래 그림의 1,2번 단계..) 라면 다른 조직의 암화는 금방 이루어집니다.

JX-594바이러스의 혈관에 의한 주입은 이 암세포의 혈관에 의한 전이와 그 경로를 같이 합니다. 즉 혈관을 따라 돌다가 암세포를 발견하면 감염하여 파괴할수 있다는 점이죠. 일단 감염이 되고 바이러스가 증식하면 생성된 GM-CSF는 암세포 파괴를 더욱 활성화 하는 효능을 발휘하죠. 

결과를 정리하면.......
암세포를 파괴하는데 사용되는 항암제는 암세포와 그 비슷한 숫자의 정상세포를 함께 파괴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항암치료라 한다면 외과적 절제로 큰 암괴를 제거하고 나머지 소수로 남은 암세포와 이미 퍼지기 시작한 전이암세포를 추적하여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될것입니다. 이때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찾아내어 파괴한다면 항암치료의 어려움이 한결 줄어들게 되기에 많은 연구자들은 암세포에만 특이하게 작용하는 치료제 개발에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성과로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찾아 감염하고 파괴하는 바이러스를 혈관주사의 방식으로 임상실험하여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여느 과학적 발견과 마찬가지로 보다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입니다. 1-2년내에 실용화되고 상용화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원론적 수준의 가술이 아닌, 비교적 가까이 와있는 치료법중의 하나라고 생각이 되어지네요. 바이러스자체가 공학설계된 유전자를 포함하기에 장기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검토되지 않았고, 바이러스 주입량이나 시간, 횟수 등을 모두 감안하지 않은 결과이기에 안정성도 아직은 장담하지 못할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면역학적으로 본다면 언제까지 이 바이러스가 (비록 비병원성이라고 하나) 면역체계에 의하여 제거되지 않고 효과를 발휘할수 있을것인가 하는 것도 궁금해집니다. 일단 한번 면역시스템에 의하여 인식이 되고 나면 2차 바이러스 접종자체가 무의미 해지거든요. 면역의 핵심이기도 한 Memory (기억) 에 의한 빠른시간의 바이러스 제거가 일어날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좋은 목적으로 투입한 비병원성이지만 면역시스템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이 바이러스가 예기치 못한 이유로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게 되기에 무척 조심스러운 부분이 될수도 있을것 같네요.

아직은 안정성 면에서 문제는 많지만 이러한 방식의 개발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상식선에서 조금은 알아두시는 것도 좋을것 같아 조금은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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