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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미국에도 종강파티가 있을까요?

바로 앞의 글 미국 틴에이져들의 생일파티 - 그 처절 했던 26시간의 기록에 과분한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용기를 내어 그다지 재미는 없을테지만, 파티 이야기 2부를 써볼까 합니다. 

우선, 파티하면 꼭 돈을 많이 들이는 드레스 입는 파티를 연상하는 분들이 대부분일것으로 압니다 (formal party). 사전적 의미로 라도 party란 여럿이 모여 행하는 회합 혹은 모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사치스럽고 돈이 많이 든다는 편견은 깨어주셨으면 합니다. 그저 단어가 그럴뿐이지요. 

실제로 파티라고 하지만, 장소만 빌려줄뿐 파티 참석자들이 한 접시씩 요리를 해서 들고 오는 Potluck party가 의외로 많습니다. 또 식사를 대접하지 않고 차와 쿠키를 serve하는 것도 파티라 부릅니다. 그래서 파티라는 말에만 중점을 두기 보다는 과연 어떤것을 하고 또 어떤 형식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것 같네요. 파티초대장에는 내용 (occasion)이 있고, 일시, 장소 그리고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에는 복장 (dress code) 에 대한 제안이 따라옵니다.  예를 들면 결혼식이라면 당연히 엄청난 formal wear를 입고 가야 하는게 당연하기 때문에 특별한 dress code가 필요없지만, Retirement party (은퇴파티) 처럼 좀 애매할경우에는 "casual" 이라거나 "No Jeans" 처럼 어느정도의 허용범위를 정해주게 되면 참석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편하지요. 또 casual pary의 경우라도 BYOB/M 단서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Bring Your Own Bottle (너 마실건 네가 가져와라) 이라는 의미로 맥주나 음료수를 serve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옆에 /M은 Munchies 로 주전부리 (안주?) 도 안준다는 말이니 그저 우리집 뒷마당 치워 놓을테니 함께 놀자 라는 의미가 되겠지요. 뭐 이상하다 생각지도 않으며 그럴수 있다라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반면 결혼식 같은 초대장은 정말 정식으로 custom print를 합니다. 그만큼 결혼식 초대는 신중하게 하는것이고 그만큼 중요한 의미이므로 사실상 초대장을 보내기 전에 올수 있는지 없는지를 미리 타진합니다. 우리나라 개념의 청첩장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일반적으로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참석하게 될정도가 되면 "아! 여기에 내가 자리를 잡았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되는거지요. 그다지 형식을 따지지 않는 미국에서도 결혼식 만큼은 허례허식이 있는 경우가 많지요. 결혼식끝나고  빚더미에 앉았다라는 말은 흔히 듣습니다. 물론, 해변에서 증인한명, 목사한명으로 올리는 경우도 정말 많답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습니다만....
제목처럼 이번에는 종강파티 (Year End Party)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물론, 저 자신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경험이 없고 7학년을 막 끝낸 제 딸아이를 통한 경험밖에는 없으니 미국의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보기는 힘든 이야기랍니다. 하지만, 이런 파티도 있다라는....또 캘리포니아라서 가능하다는 말씀을 아울러 드립니다.

미국은 9월에 새학기가 시작하여 6월 중순쯤해서 학년이 끝이 납니다. 학기말 고사를 보고 일주일쯤 더 다니는데, 대개 이때쯤 초대장이 알아옵니다. 비교적 부모가 파티에 관대하고 대단히 넓은 집을 소유한 (한 25명쯤의 전 학급이 모여야 하므로) 집에서 초대장을 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2명이 한꺼번에 초대장을 내고 학년 아이들이 갈라져 가는 경우도 있었고....... 좀 정리가 안된 어수선 한 분위기였는데, 이번 학년이 끝나고는 두명의 부모가 주축이 되어 전 학년 (이라봐야 50명) 전원에게 예의 evite를 통하여 초대장을 보냈더군요. 내용은 "드뎌 학년이 끝났다. 모두 모여라.." 뭐 이런 내용이고, 동네에 있는 한적한 해변이었는데, 문제는 방학한날 6시라는 거지요. 6시면 곧 어두워질테고, 추워질텐데.... 하는 새가슴 부모의 걱정을 뒤로 하고 딸아이는 흥분을 합니다. 사실 캘리포니아가 언제나 여름일것 같지만, 사실은 일년내내 바다에 들어가기는 춥거든요. 

시간이 되어 함께 갈 친구도 태우고 갔더니 저 멀리에 gazebo라고 부르는 차양을 쳐놓고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Organize하는 부모들이 미리 beach office에 전화하여 한 자리를 잡아두고, 차양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거였습니다. 아이들은 수영복에 두꺼운 옷까지 지참하고 하나씩 모여들어 음료수 마시고, 물에 들어가고 하며 끼리끼리 노네요. 

몇몇 아빠들은 둥근 fireplace에 장작을 때며 불조절을 해주고 있네요. 물에 들어갔던 아이들이 불가에 와서 불을 쪼이며 몸을 덮히고 말리고 하는것이지만, 나중에는 소세지도 구워먹고 하는 요리용 불로 변합니다. 꼬치에 Marshmellow라고 부르는 쵸코파이 가운데 하얀 설탕덩어리를 살짝 구워 먹기도 합니다. 이렇게 마련된 종강파티는 그 누구에게도 큰 부담을 주지 않았습니다. 주선한 부모들도 자신의 집에 불러서 대단한 인원을 치루는 일 없이 끝았으니 좋을테고, 아이들도 조금은 조심하며 행동할 일 (옆집) 이 줄어 더욱 신이 나겠지요. 이렇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파티를 한번 했으니 아마도 이런 방식이 전통이 될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정신없이 놉니다. 미친듯이 놉니다. 하지만, 부모가 함께 있고 무척 건전하게 한 틀안에서 행동합니다. 밤 10시까지 지칠만큼 놀고 난후 찾으러 가니 하나씩 떠나며 긴 방학 잘 보내라고 허그를 하고 작별을 아쉬워 하네요. 오면서 물어보니 생애 최고의 파티였다고 하니 추워서 재미없을 거라는 부모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게 됩니다. 

미국영화에서 보여지는 트러블이 가득한 파티만 있는건 결코 아닙니다. 물론 있습니다. 해매다 대학에 들어간 아이가 술먹다 사고를 당하는 일이 이곳에도 해마다 벌어집니다. 하지만, 결코 그런 면이 미국 청소년 파티의 모든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런 파티문화는 어릴때부터 부모가 길을 잘 잡아 주기 나름이라는 점을 꼭 이야기 하고 싶네요. 물론, 여기 아이들 조금 더 크면 통제가 힘들만큼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참 힘들다고 하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참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건전한 파티들에서 즐거움을 찾고 친구들과 즐기는 법을 배워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요. 

미국에 종강파티가 있냐구요? 글쎄요, 제 딸아이 학년에는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