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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

양단 몇마름 - 박은옥 정태춘 (cover by 빨간내복)


시집 올 때 가져온 양단 몇 마름
옷장 속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펼쳐만 보고, 둘러만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시집 올 때 가져온 꽃신 한 켤레
고리짝 깊이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쳐다만 보고, 닦아도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쳐다 보고, 닦아만 보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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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머니들은 좋은 물건이 있으면 바로 쓰시지 못하고 옷장속 깊이 모셔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물이 들어오는 경우에도 양단, 갑사, 숙고사, 공단 등등의 한복재료나 물건너온 양복지 혹은 와이셔츠류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따로 말할것도 없이 나름대로 귀했기때문이죠. 때로는 그것이 칠첩반상기가 되거나 물건너온 그릇류가 되기도 하지만  "큰딸아이 결혼하면 들려 보내야 하"는 귀한 물건이라서 결국은 옷장속이나 장롱위, 창고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딸시집보내려면 기둥뿌리가 뽑힐만큼 큰일인지라 미리미리 조금씩이라도 장만해두려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짐작이 되네요. 사실은 그 딸이 시집갈무렵이 되면 결국은 구식이 되어 가져가려 하지 않는 물건이 되기 십상이지만, 어머니들은 꼭 그렇게 석삼년 물건을 "쟁여" 두십니다. 

소품으로는 코티분이 있네요.



집집마다 장롱속에 하나씩은 있다던 그 코티분은 지금도 비슷한 모양으로 팔리고 있는줄로 압니다. 옷감류를 "쟁여" 두실때는 대개 불란서제 (프랑스제 아니지요~ 불란서제지요~ ㅎㅎ) 향내나는 비누를 하나 종이에 싸서 넣어두면 좀도 슬지 않고 향기가 좋다고 하여, 가끔씩 빛나는 눈으로 열어보실때 마다 환상적인 향기 (비누냄새?) 가 나곤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이야 어디 그렇겠습니까마는..... 본질적으로는 변하지 않았을것 같네요. 좋은 물건을 보면 챙겨두었다가 내아이에게 주어야지 하는 마음.... 어릴때는 도대체 왜 저러실까 하고 핀잔도 했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것 같습니다. 요즘은 워낙 풍요로운 시대이다 보니 물건을 쟁여두거나 하지는 않지만요.... 뭐 옷감을 선물로 주고받는것도 없어졌죠? ㅎㅎ 코티분 선물했다 욕먹기 십상....ㅠㅠ

정태춘씨의 흔치 않은 "뽕짝" 곡이네요. 대학입시에 낙방하고 재수를 하던 시절, 누님집에 기거를 하였는데 혼수로 가져온 양단 (무늬를 넣어 짠 두텁고 고급스러운 옷감) 을 옷을 해입지도 못하고 가끔씩 꺼내어 보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누님도 아마 자신은 아까와서 못해입고, 따님이라도 해입히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대놓고 뽕짝이라서 부르기가 아주 편합니다. ㅎㅎ 주말 아침 상쾌하게 뽕짝으로 시작하시라고 준비하여 보았습니다. 사실 이런 가락의 뽕짝은 이젠 듣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거의 유랑극단 뽕짝이죠. 비슷한 리듬의 정태춘씨의 곡으로 "나 살던 고향" 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불렀던 곡인데 이것도 더불어 함께 들어주시기 바래요. 이 곡 아래에 비디오가 있답니다. 아래로 좀더 내리시면..... ㅎㅎㅎ

정태춘씨 좋아하시는 분이 은근히 많으실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이 두곡을 아시는 분들은 그리 흔치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