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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결혼16년만에 천주교 세례를 받게 된 아내 이야기

무척이나 개인적인 일이라서, 또 종교에 관한 일이라서  블로그에 올리기 조금은 주저됩니다만, 그래도 일단은 축하받을 일은 맞는것 같아서 용기를 내봅니다. 개인이야기나 종교이야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그냥 넘어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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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결혼을 약속하고 진행하다가 여러요인으로 결혼에 이르지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종교문제라고 합니다. 아마도 혼수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합니다만, 종교로 인하여 헤어지는 경우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개인의 선택문제일진데, 결혼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실제하는 일이니 더욱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라도 대개 결혼하고 나면 남편은 아내의 종교를 따르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뭐 제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구요....

저와 지수맘이 결혼할때 사실은 종교에 관한 트러블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집은 천주교였고 제 장모님은 불교신자셨지요. 지수맘은 무교에 가까운.... 암튼 성당에서 혼배성사도 마쳤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사실 선교에 대하여 그리 열심이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선교보다는 자신의 생활을 종교적이라기 보다는 도덕적인 잣대로 엄격히 관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일반화하기는 곤란한 일입니다만..... 경향적으로는 뚜렷한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성향도 그렇고 천주교 신자의 조금은 소극적인 전교성향도 있었겠지만, 결혼하고 16년동안 한번도 아내에게 천주교세례를 받기를 청하여 본적은 없는듯 합니다. 사실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서는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만...ㅠㅠ 그냥 지수와 둘이 미사에 참례하거나 가끔씩은 셋이서 미사를 함께 드리기는 하였으나 천주교 신자로 거듭나기 위한 교리는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한참전에 커다라 역경을 만나 좌절하고 또 그걸 극복하고 하는 과정에 마음에서 우러난 기도를 드리고 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런 와중에 지난해 제 친구신부님이 저희 집을 방문하고 한동안 함께 지내고 하는 동안 커다란 정신적 감화를 받은듯 하더군요. 올해 들어가면서 정식으로 교리를 공부하고 천주교 신자가 되기를 원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한인성당에 가기를 원하였는데, 너무 먼데다 미사도 드리고 해야 하기에 주일에 5시간 이상을 밖에서 보내야 한다는 일이 조금은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지요. 제가 다니는 동네 미국성당에 알아보니 교리 기간이 1년가까이 됩니다. 미국성당에서의 세례는 그 사람을 성당에 인도해주고 세례의 스폰서를 해주어 그 1년에 가까운 기간의 교리를 예비신자와 스폰서가 꼬박 함께 참여해야 하는 시스템이랍니다. 사실 왠만한 열정과 정성으로는 수행하기 힘든것이 바로 스폰서인것 같습니다. 물론, 나중에 스폰서가 대부나 대모가 될수도 있지만, 달라질수도 있는 일이죠. 사실 스폰서는 가까운 가족이 하는 경우가 많다네요. 

다행히 조금 멀긴 하지만, 한국성당에서는 조금은 집중력있게 6개월간의 교리기간을 두고 진행하고 있어 첨으로 한국성당에 가게 되었습니다.


샌디에고의 한인성당은 당연하게도 한인타운이라 일컬어지는 Convoy street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있습니다. LA의 경우에는 한인 단독의 성당들이 몇군데가 있습니다만, 샌디에고는 한인 인구수도 그렇지만 신자수도 그리 많지는 않아 한인성당은 미국성당의 미사시간을 나누어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작지만 새성전을 만들었지만 일반 미사는 드리기 힘들어 주로 어린이 미사나 학생 미사등을 봉헌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일반 주일 미사의 경우는 St. Columba 성당에서 봉헌합니다. 

지수맘은 6개월의 교리교육 기간동안 참으로 성실하게 임하였습니다. 

주일에 거의 밖에서 지내기때문에 일이 있으면 꼭 토요일에 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기간이 6개월이 되더군요. 그래도 천주교에 대하여 알아가고 눈을 빛내면서 질문을 하곤 하여 여간 곤란한게 (?) 아니더군요. 저도 별로 아는게 없다보니....식은땀이......ㅠㅠ 거기에 이젠 한국 기도문을 많이 잊기도 했고, 20년쯤의 동안에 기도문이 조금 극존칭으로 바뀌었더라구요. 암튼 제가 알고 있는 기도문과 많이 달라 "그것도 몰라? " 하는 핀잔도 들었구요. ㅎㅎ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서 조금은 집요하게 성경이야기를 들려주는 통에 "예수쟁이" 라고 놀리기도 하였습니다. ㅎㅎㅎ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을텐데, 그사이 틈틈이 마르꼬 복음과 루까 복음을 필사하여 세례식때 봉헌하기도 하였네요. 봉사활동도 하고, 피정을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6개월간의 교리공부가 끝나고 지난 주말 8월 14일 성모승천 대축일 (전날) 을 기하여 천주교인으로서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왠지 제 가슴도 뜨거워 지더라구요. 

아래 사진들은 제 블로그 이웃이시기도 한 같은 성당에 다니시는 장돌뱅이님이 찍어주신 사진들입니다. 장돌뱅이님 감사드립니다. 

(어쩔수 없이 신부님이 나오셨네요 ㅠㅠ 신부님.....초상권문제로 화내지 마시길 바래요) 


깨끗한 영혼으로 거듭나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흰옷을 입혀주는 것을 형상화한 의식으로 미사포를 얹어줍니다. 원래는 세례식때 자신의 미사포를 쓰는 것으로 아는데, 점차 미사포를 쓰지 않게 되면서 이렇게 변하게 된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바른 천주교인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참! 세례명은 세실리아입니다. 


처음 한인성당에 갈때는 한두분 이외에는 몰랐는데, 그간 많이 알게 되고 이번 세례식에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습니다. 꽃다발을 제일 많이 받았다나 뭐라나....ㅎㅎ 

사실 세례받기 일주일쯤 전에 다리를 다쳐 상처가 제법 크게 나고 걸음걸이가 불편하여 걱정이 많았습니다만, 다행히 세례식날은 붕대는 감았지만...ㅠㅠ 그래도 많이 나아져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애구... 그리고 세례자 대표로 축성전의 성체와 성수를 제대에 계신 신부님께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 미사에도 참여하게 되어 더욱 자랑스러웠습니다. ㅎㅎ 


사실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한것이.... 
적극적으로 권유를 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천주교 신자가 되겠다고 한것이 어찌보면 제가 신자로서 신앙적인 인도까지는 못했을지라도 천주교인에 대한 나쁜 인상은 주지 않았나보다 라는 작은 안도때문이었습니다 (사실은 16년간이나 함께 살며 전교를 하지 못한 일을 통절히 반성해야 하는데 제 얼굴에 금칠을 하고 있네요 ㅠㅠ). 앞으로도 천주교인으로서 하느님을 따르고 남들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았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장돌뱅이님은 이 세례식을 가리켜 "지수맘님 환자되시다"  (http://jangdolbange.kr/bbs/zboard.php?id=stray&no=409) 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예수교 환자라는 말씀이시죠. 사실 장돌뱅이님도 환자시면서 그러십니다. ㅎㅎ  음... 사실 환자상태는 한 3-4개월 전부터 이미....ㅎㅎ 

이 자리를 빌어 지수맘을 주님의 품으로 인도해주신 고민수 루까신부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고신부!! 언제한번 더 건너오시게 ㅎㅎ" 
 
종교에 관계없이 축하해주세요.  ㅎㅎ

미리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축하꽃으로 가득한 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