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웃 블로거 이야기

[편견타파릴레이] 수학을 잘해야 과학자가 될수 있나요?


[바톤이 넘어온 경로]

1. 라라윈님 : 편견타파릴레이

2. 해피아름드리님 : 편견을 버리세요

3. 검도쉐프님 : 편견을 버리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4. 용짱님 : 용짱은 된장남?

5. 생각하는 사람님 : 생각이 없는 사람이 생각하는 사람?

6. White Rain님 : 남자가 팩하면 별난 사람?

7. 코로돼지님 : 고양이 키우면 유산해?

8. 영웅전쟁님 : 왼손잡이의 편견에서 벗어나자

9. 아이미슈님 :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10. leebok :  수학을 잘해야 과학자가 될수 있나요?

이번 릴레이를 아이미슈님께 넘겨받고 두세 번을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감사도 드리지만요. 

다들 비슷하겠지만, 처음 릴레이 넘겨 받았을때... 아니 무슨 편견이야기를 써야하는 거지? 나같은 언더그라운드 블로거가 해도 되나? 하는 당황스러움이 먼저 왔네요. 다음으로는 규칙 두번째 세명의 블로거에게 바톤을 넘겨야 한다니.... 바다같이 넓은 블로그계에서 아는 블로거라곤..... 두셋? 그중 한분에게서 넘겨받은 거니 나머지는?

뭐 이제껏 나홀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웃블로그와의 교류가 거의 없었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에서 오는 당황함이었겠지요. 처음엔 고사할까 하다가, 이런 릴레이란 어쩌면 진정한 블로고스피어를 이루려는 블로거들의 노력이 아닐까, 그래서 나처럼 비사교적(?)인 사람도 진정한 블로거로 편입하기 위한 대단한 장치인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다른 블로그도 열심히 돌아다닐껄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옵니다.

어떤 편견을 타파할까 후보들을 몇개 뽑아보니....

기타치고 노래하면 다 베짱이인가.... 베짱이 맞더군요. 그래서 버리고.......

직업이나 전공에 관한 편견이야기라 하니 저도 제 전공과 직업에 대한 편견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전 의생명과학자 (biomedical Scientist) 입니다. 어릴적 꿈이 뭐냐는 질문에 대통령 다음으로 인기있던 바로 그 과학자란 말이죠. 10여년 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도 미국에서 현업에 종사하니 일단 무늬만 과학자수준은 벗어난 셈입니다. 실험실에서 연구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생명과학이란 길에 접어든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주위의 편견 아닌 편견속에 살아왔으니 저는 과학자에 대한 편견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 과학자는 수학을 잘해야 하며, 그만큼 인문학적 소양이 없는 집단이다.

생명과학에 국한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순수과학이란 철학적 사유에서 시작되었지만, 수학이 기반이 되는 학문이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과학분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불끈). 우선 저만 하더라도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쯤에서부

터는 수학을 가르쳐 주는 행위를 포기하다시피 했다는... 이건 좀 개인적인 치부가 되나요? ㅋㅋㅋ 사실, 생물학이나 생명과학쪽에서 만나본 많은 사람들이 과학은 좋지만, 수학이 싫어서 생물학분야를 전공하게 되었다라는 말을 어느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상당히 많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한참전에는 정말 유명한 과학저널에 엄청 유명한 노교수의 은퇴기념 기고가 실렸는데, 다들 읽고는 상당한 공감을 한적도 있답니다. "나는 사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을뿐이고..... 수학이 죽기보다 싫어 생물학을 전공하게 되었을 뿐이고......"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때는 2학년 올라갈 때 문과와 이과를 갈라서 계열을 먼저 정했고, 대학진학도 당연히 동일계열의 학과에만 진학을 하게 했지요. 당연히 제1의 선정 기준은 수학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였으며, 그런 말도 안되는 선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잠재적으로 훌륭한 생물학, 생명공학 전공자를 놓치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 간단한 사회적편견이 한 국가의 과학계에 대단한 마이너스의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스레 식은땀이 다 납니다.

마찬가지이지만 조금은 다른 편견이 과학자에게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없다 일겁니다. 이것도 생물학 혹은 생명과학에 국한시켜 이야기를 합니다만, 아마 다른 과학계에도 조금은 비슷하게 적용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생명과학에서) 과학적 활동을 조금만 세분하면 흔히들 이야기하는 이과적 활동은 3정도가 되고 (또, 이중 백분율로 70%이상은 소위 노가다이긴 하지만) 나머지 7은 인문학적, 미학적 활동이 차지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실겁니다. 과학적 사고를 하고 사실에 기초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그 3이 되겠고, 나머지의 시간은 무언가를 계속 써야 합니다. 논문, 연구비, 보고서, 데이터 정리 및 그림만들기, 학회발표용 슬라이드 제작, 논문 리뷰 등등 자신이 연구하는데 투자한 3이라는 시간의 두배이상을 인문학적인 글쓰기에 소비하는 직업이 (생명)과학자랍니다. 그러니, 인문학적, 문과적 소양이 없으면 절대로 버티기 힘들뿐더러,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는 정말 힘들다 이야기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아마도 어느 정도 경력이 되는, 과학하시는 분들 대다수가 동의하실겁니다. 연애편지도 아닌데, 한 문장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며칠을 끙끙댈때도 있을만큼 인문학적 글쓰기의 소양은 필수랍니다. 글의 얼개를 결정하고, 하나의 사실을 그림으로 보이는 결과로 증명한다고는 하나 그에 따른 설명이 부적합하거나 결론을 유추해 나가는 과정이 불합리할때는 논문게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뿐더러, 연구비 조달에 실패 하게 되기 마련이지요. 연역적 설명이나 귀납적 추론등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자신의 이론과 결과로 도출되는 예측을 멋지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수학을 잘하는 사람(만)을 우선으로 한국 과학계의 미래를 담보해야 할까요? 수학을 잘해야 과학을 한다는 편견 꼭 타파합시다.


2. 과학자는 대부분 미치광이다

특히 생명공학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중에 하나입니다. 프랑켄쉬타인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시체를 재생시키는 광기의 과학이 바로 이 편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것이 아닌가 추정합니다. 영화나 소설속 엽기과학으로는 수억년전 공룡의 피를 빨아먹고 바로 호박이라는 광물에 묻혀 굳어버린 모기에서 추출한 공룡DNA를 이용하여 개구리 염색체에 연결 하여 현대에 공룡을 부활시킨 쥬라기공원이 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상상입니다만, 이

역시 DNA과학자 (분자생물학자)=미치광이란 위험한 등식을 잠재적으로 심어준 주범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쪽으로 와보면 대표적인 인물로 "도토리 세알에 장미꽃 한송이 달님속 계수나무 별똥별 하나" 등등을 짤순이 같이 생긴 통에 넣고 펑하면 무언가 튀어나오는 초고속 발명의 대가 부리부리박사가 있겠네요 (아마도 40대는 되어야 알만한.....). 도토리에 장미 등등이 들어가니 생명공학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편견?). 이건 농담이지만.... 척추손상을 입은 개에 줄기세포라고 추정은 했던 (?) 세포를 직접 주사하여 연구실을 너울너울 뛰게 만든 아주 현대적인 엽기 과학공포물이 있었네요.

늦었지만, 과학에서의 미치광이를 정의한다면 과학적 결과물에 도취된 나머지 윤리와 상식을 저버리는 것을 보편적으로 말함이겠네요. 이야기를 짧게 하기 위하여 미리 결론을 말하자면 "과학자의 대부분은 미치광이가 아니다" 가 됩니다. 당근 미치광이 있습니다. 제 학위 때 지도교수만 보더라도.... 애구, 이건 그만 두어야겠네요.

얼마전에도 히틀러를 복제하겠다, 이미 복제인간이 태어났고 안전하게 어딘가에서 크고 있다라는 이야기로 매스컴의 주목을 끌었던 라xx언 종교소속의 과학자 등이 종교의 광기에 힘입은 "윤리와 상식에 반"하는 과학적 망언을 한적은 있으나 실제로 그런일은 일어나기 힘듭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연구비가 안 나옵니다.

3. 과학자는 농담을 모르고 무미건조하다.

특히 상급학교 진학률이 엄청 낮은 미국은 이런 편견이 훨씬 더합니다. 조금 친해져 이야기해보면 "나는 네가 과학자라고 해서 농담 한마디 못하는 사람으로 알았다" 라는 말을 곧잘 듣곤 했습니다. 상급학교 진학률이 이상적으로 높은 한국에서는 석사학위도 그렇게 높은 학위라 생각지 않는 이상한 풍조가 있으나, 미국은 우선 고등학교 졸업마저도 급급한 상황이기에 더욱 심한거지요. 대학원은 정말 학문하는 사람이 진학하는 것이라는 분위기는, 어떠어떠한 일에 석사이상의 학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편견을 없애는데 일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과학자는 집에서도 (특히 차고 한쪽구석에서...) 과학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마저 있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집에서 논문읽고 하는 경우야 많지만, 그건 그저 버릇이 되어 그럴뿐이고.....

전세계의 과학자들이 모이는 미국과학계라서 수많은 세미나, 강연등을 가게 됩니다. 사실 한국, 일본, 독일을 제외하고는 (이것도 편견일지 모르지만) 과학자들이 세미나를 할 때 대부분 많은 농담을 섞어서 하지요. 특히나 태생부터 그런 미국의 경우는 그 빈도가 더욱 높은 편이긴 합니다. 가끔 아주 가끔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교수가 1시간의 강연내내 같은 톤으로 대단한 과학적 성과를 담담하게 발표할때가 있습니다. 50%이상은 그 대단한 과학적 성과가 레드썬으로만 들리고........... 모든 연구자는 자신의 성과를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정도

의 흥분되는 마음으로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아주 농후하지요. 그러다 보니 자신이 발표하는 시간동안 사람들의 주의를 확 끌어들여, 졸거나 혹은 점심메뉴 생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없게 하는 기술들을 자연스레 몸에 익히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1시간의 세미나중 5-10분에 한번은 잔잔한 웃음, 한두번은 큰 웃음으로 떡실신을 유발하는 잔기술들을 개발하게 되지요. 물론 일반인이 잘 이해하지 못할 업계농담을 할때가 많지만요 (뭐 바로 저위에 ...연구비가 안나옵니다 같은...). 반대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결과를 얻었다 해도 큰 주목을 얻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논문을 쓰는 데도 비교적 동일하게 반영이 되어 아주 좋은 결과를 아주 재미없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거기다 이쪽에서 만나본 수많은 업계사람들은 그리 무미건조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비교적 문화적으로 건조한 환경이기 때문에, 반대로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노력들을 더욱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미국의 경우이긴 합니다). 연구활동이외에는 오케스트라에서 파트타임 연주자로 일하는 사람, 정원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바에서 노래하는 사람, 동네 아이들 야구코치하는 사람, 저처럼 나홀로 베짱이 음악활동하는 사람 등등.......

5. 그 이외 자잘한 편견과 오해들...

-과학자들은 무척 논리적이다 : 비교적 맞는 이야기 이지만, 그렇다고 사실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여자들이 더 논리적이라는..... 아내와 말싸움이라도 할라치면 두마디 만에 말문이 막히는 건 과학자건 아니건.... 결국은 과학하는 여자는 무척 논리적이라는 말이 맞는 이야기일거라는.......

-얼마나 똑똑하면....... 오해입니다. 똑똑한 사람은 대개 증권쪽이나, 창업이나 혹은 대기업 등등....... 과학 (혹은 여타학문) 으로 오래 공부한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우직한 사람이라 해야 맞는 이야기일겁니다. 아마도 한쪽으로 치우친 한국의 과학영재교육기관으로부터 생긴 오해이지 싶네요. 앞에도 말했든 과학도는 문이과쪽의 소양을 두루 갖추게 해야함에도 한국은 과학고부터 과학기술대 등등이 이과 한쪽으로 치우친 영재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기에 똑똑한 이과학생만이 과학을 한다는 편견이 고착이 된것 같습니다. (문과이과 폐지하라!!!!!!)

- 과학하는 사람은 늘 하얀색 가운을 입고 실험을 한다..... 한컷으로 많은걸 이야기해야 하는 뉴스테스크 혹은 9시 뉴스에 의한 음모입니다. 조금 위험하거나 피가 튀는 실험이외에는 그다지 입지 않습니다.

- 과학자는 늘 정리정돈에 철저하다........ 실험노트정리 때문에 생긴오해일것 같네요. 대부분의 오피스는 폭파일보직전의 상태가 많습니다.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떤분에게 릴레이를 넘길까 참 고민이 되네요. 아직 양해를 구하지 않아서 좀 마이 불안하네요. 릴레이가 저에게서 끊어지면.... 

1. Juan님 : Juan의 라틴아메리카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으로 폭포로 유명한 이과수에 사시며 남미 여러나라의 생활, 관광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시는 분입니다.

2. Joshuafound : 30년도 넘은 친구입니다만, 만나본지도 그만큼은 되네요. 그래픽디자인을 하는 친구로 많은 공익디자인에도 힘을 쏟는 열정을 지닌 친구라서 추천합니다.

3. 미국얄개님 : 자주 들러 이야기 둘러보는 블로거인데, 미국생활이나 여러 재미있는 내용의 블로그를 운영하시네요. 들어주실까요?

규칙을 조금 깨고 한분을 더 추천하면 안될까요? 처음 트랙백타고 들어가 본 분인데, 동티모르에서 생활하시는 허젤다솜이란 분입니다.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