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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이야기

삼겹살에 허벌난 벌집을 내버린 어느 오후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한국의 문명을 (?) 바로 바로 받아들입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한국의 TV와 여러 매체를 접할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겨울 말로만 들었던 찜질방을 버지니아의 한인타운에서 처음으로 경험하였습니다. 그간 TV에서나 보던 곳에 처음으로 가본 것이요. 후끈후끈하게 예술이더군요. 예전엔 가보던 사우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더군요. 

암튼, 이 찜질방과 더불어 정말 궁금하면서도 한번도 본적이 없어 상상이 잘 안가던것이 바로 이 벌집 삼겹살이라는 문명 (?) 입니다. 삼겹살은 사실 20년쯤전에만 해도 지금처럼 국민안주로 각광받지는 못했었습니다. 메뉴에 있긴 있었지만, 정육점에서 좀 사다가 집에서 대강 구워먹는다는 의식이 강해서, 변진섭의 노래 이전에 김치볶음밥이 식당메뉴에 거의 없던 것처럼 삼겹살의 위상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요. 간혹 한국에 들어가면 친구들이 삼겹살집에 데려가곤 하였는데, 솥뚜껑에도 굽다가, 어떤데는 돌판위에서도 구어주어 참 많이 변했다 생각했습니다. 지금생각하니 그것도 과도기에 지나지 않았지만요. 


그런데, 언제부터 였는지는 모르지만 점점 삼겹살이 그 위상을 높혀가더군요. 그냥 삼겹살에서 와인숙성삼겹살같은 고급이미지를 입더니, 허벌나게 벌집을 내면서 금가루까지 입히는 걸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솔직히 금가루 뭐이런거는 그다지 안 땡겼지만, 언젠가 요리프로그램에서 본 벌집삼겹살은 뇌리에 확 꽂혀버렸습니다. 

지수가 이상하게 삼겹살을 좋아합니다.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지수맘은 그렇다치고, 저도 그다지 먹어본 적도 없고 왠지 살만 찔것 같아 조금 경계를 하는 편인데, 딸아이가 한두번 먹어본 삼겹살에 꽂혔으니, 한국슈퍼에 갈때마다 늘 한두팩씩 냉동흑돼지 삼겹살이라는 걸 사다 놓게 되더군요. 그렇게 이곳에 이사온 후 3-년을 넘게 '그냥' 삼겹살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장을 보러 간 제 눈에 확 들어오는 물건이 있었으니 이넘이 바로 두께 1센티미터 가량의 두터운 삽겹살이네요. 

아니, 이게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한번도 본일이 없었지만, 사실은 늘 그곳에 있었을겁니다. 사람은 중요치 않은것을 흘려보는 경향이 있지요. ㅎㅎㅎ 그걸 본 순간 제 머리는 빠르게 회전합니다. 그게 뭐였더라...... 그, 그, 그래 벌집이다. 거의 들어올리릴뻔 했던  얇은 흑돼지에 배신을 때리고, 두꺼운 넘을 바로 집어듭니다. 그것도 두팩!!!!!!!

집에 오면서 시뮬레이션을 해보았습니다. 이걸 이렇게 먼저 자르고, 반대로 어슷하게 같은식의 칼집을 내면.... 또한 생활의 달인에서 보았던 칼집의 달인편이 불현듯 떠오르며 엉덩이가 벌써 들썩이더군요. 오자마자 제대로 갈아놓았던 (전 지금도 숫돌을 사용하여 칼을 갑니다), 사시미칼 (?) 을 빼들고 폼만 달인이 되어 묵묵히 칼집을 내기 시작합니다. 3 mm 간격으로 한쪽에 정확히 120번의 칼집... 캬! 전 달인이니까요. ㅎㅎ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ㅋㅋㅋ

우선, 나름 손재주는 있는 편인지라 그다지 흉하지 않게 미세한 다이아몬드의 칼집을 양쪽에 낼수 있었지요. 그런데, 욕심을 부렸나요... 고기가 너무 많습니다. 도합 4000 - 4500번의 칼질을 해대는 칼질신공을 발휘합니다. 나중에는 욕나오더군요. 이런 된장!!! 내가 다시 한번 이걸 사면.....뭐 이러면서요. ㅎㅎ

테이블 셋팅입니다. 얼마전 포스팅했던 지수와 함께 새로 칠한 야외가구 협찬입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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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따사로운 오후였습니다. 

거의 다 구워지기전까지는 "도대체 왜 사람들이 벌집벌집 그러나...." 하는 의구심만 들었고, 벌집내느라 벌집된 제 어깨때문에 툴툴거리고만 있었네요. ㅠ_ㅠ 



그런데, 그런데..... 제법 익어갈 무렵 진한 감동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기름은 빠져나가는 반면 육즙은 벌집속에 갇혀 있는겁니다. 오호라! 이래서 다들 벌집벌집 하는구나. 아싸!!! 하는 탄성......

(이 사진은 특정 포스팅과 관계없습니다)

상추에 감싸 살포시 넣은 순간 뭉클한 감동이 넘어와 삼키느라 혼났습니다. 


심봤다!!!!! 


이렇게 맛있는 삼겹살은 먹어본적이 없네요. 혜택을 못본 티를 내느라 삼겹살은 얇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었나봐요. 

두터운 삼겹이 주는 치감은 쫀득함과 바삭함 그리고 무언가를 씹는다는 만족감을 줍니다. 칼집으로 벌집된 (?) 후 구워진 표면은 사알짝 씹을때 바삭하게 부서지며 앞선 칼집노동의 고통을 상쇄시켜줍니다. 계속하여 씹어주니 이제껏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삼겹살의 치감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그래 이맛이야!!! 

그간 왜 이런걸 해먹을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분노, 앞으로는 쭉 이렇게 해달라는 지수의 말에 "당근이지" 하면서도 순간 앞으로 4000-5000번의 칼질을 몇번을 해야하는걸까 하는 뒤늦은 공포도 경험합니다. 그다지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지수맘도 만족스럽게 먹어주었습니다. 

그럼 된거지요 뭐. 어깨가 부서져라 칼질을 한 보람이 있었네요. 

한국에서야 그냥 집문밖만 나가면 이런 맛난 음식을 바로 사먹을수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곳에서는 직접 몸으로 때울수 밖에 없다는거...... ㅠㅠ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