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포시 과학 이야기

불주사 유감 - BCG (결핵예방주사) 의 불편한 진실

불주사라는 용어를 아시는분은 아마도 30대 이상일겁니다. 

불주사..... 학교에 전설처럼 전해져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했던 말이지요. 이따시만한 커다란 유리주사기에 대바늘만한 주사바늘을 꼽고 불로 달구어 어깨를 지지며 주사뜸을 놓는다는 엉아들의 엄포에 바들바들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불주사라는 말.... 

사실은 특정 예방접종의 이름이 아니라 바늘을 불로 달군다하여 붙혀진 이름이라지요. 물자도 부족하고 위생관념도 희박했던 그 옛날, 그래도 알콜램프를 켜고 수백명 아이들의 몸속에 들어갔다 나온 바늘을 한번씩 불위로 쓰윽 지나가는 흉내만 낸 소독법. 한 아이가 간염에 걸렸다면 그 뒤의 아이들중 몇은 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이 높죠. 암튼 그런 연유로 불주사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진겁니다. 대표적으로 천연두주사거 있네요. 천연두예방접종은 어깨에 자국을 남깁니다. 대개는 살짝 안으로 들어간 형태의 영구자국을 남기며 속칭 우두자국이라 말하지요. 

우두란 소의 천연두를 말하는것으로 인간에게는 두창을 생성하지 않는 소의 천연두바이러스를 접종하여 그에 대한 항체를 생성시킵니다. 다른 천연두이긴 하지만, 인간천연두를 무력화시키는 항체를 생성하므로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천연두는 1979년 세계에서 멸종되었음을 선포하였고, 그 뒤로는 곰보라는 말도 우두자국도 없어졌습니다. 

암튼, 이런 예방접종의 기억은 많은 사람에게 있을겁니다. 그 후로는 점차 1회용 주사기를 사용하거나 바늘없이 주사하는 방식으로 2차감염의 위험은 줄었습니다. 또 다른 불주사는 BCG접종입니다. 바로 결핵 예방 주사입니다. 

많은 분들은 불주가 비위생적이어서 접종부위가 곪거나 흉터가 생긴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BCG접종은 약하게 하긴 하였으나 살아있는 균을 피하주사하여 일종의 염증반응이 수반됩니다. BCG는 소의 결핵균으로 살아있는데, 인간에게 결핵을 생기게 하지는 않으나, 주사된 부위의 조직을 파괴합니다. 이때 곪거나 하며 흉터가 생깁니다. 때로는 (대개는) 켈로이드 반응이 생겨 뽈록 튀어나오는 형태가 많죠. 그래서 미용상 문제가 되기도 하죠. 현재도 BCG접종은 이루어지고 있고, 비교적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는 상피주사라는것이 일본에서 수입되어 이용되기도 한다네요. 


왜 제목에 불편한 진실이라 하였을까요? 바로 이 BCG가 갖는 효과에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그냥 시행되고 있습니다. BCG는 소 결핵균인데, 시험관배양을 하여 둔 것으로 이랍니다. 앞서말한 바와같이 인간에게 결핵을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이 BCG는 1928년에 WHO의 전신에 의하여 처음 받아들여졌고, 세계대전 이후인 1945년 이후 급속히 보급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래부터 백신에 사용된 균주는 한종류였습니다. 

결핵학회 혹은 심포지움에 참석하여 보면, 대부분의 학자들은 BCG에 회의적입니다. 게다가 처음 백신을 시작하였을때의 균주와 현재의 균주가 다르다는 보고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도 예방효과만 좋으면 되지 하지만.... 그 폐결핵 예방 효과가 정말 미지수라는 거지요. 현재로서는 영유아기에 Tuberculosis Meningitis (수막염)라고 하는 결핵균에 의하여 발생하는 뇌, 신경조직의 염증에는 큰효과가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유아기 1살이전에 예방접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핵은 대개 호흡기, 그중에서도 폐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결핵균은 보다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결핵균으로 인한 질환을 대개 두가지로 대별하면, 순환기계와 비순화기계로 나눕니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폐병이란 결핵균에 의하여 발생하는 순환기계의 질환으로 폐결핵이라 구분지어 부르나, 신장에 침투하여 질환을 일으키면 신결핵, 혹은 척추결핵등으로 구분지어 말합니다. 


그중, TB meningitis는 신경계, 뇌에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신경계결핵 혹은 뇌결핵의 일종으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폐결핵의 증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물론, 이 TB meningitis에 대한, 그것도 영유아기에만 유의한 효과가 인정이 되어 현재까지 접종을 해오고 있지요. 그러므로 초등학교 이후에 맞는 BCG는 중단이 된상태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BCG가 불필요 하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 쳐도 불편한 진실은 남습니다. 

"그럼 도대체 폐결핵은 어떻게 하라구??????" 

결핵협회의 꾸준한 노력과 위생수준의 개선등으로 결핵환자의 수는 예전과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적어졌지만...통계에 의하며 한국에서는 해마다 3만여명의 신규 결핵환자가 발생하며, 해마다 약 3000명 (10%) 의 환자가 직접원인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이는 여러가지를 시사합니다. 천연두와 달리 결핵은 이 세상에서 결코 사라진 질병이 아니랍니다. 오히려 더욱 강력한 항생제 내성의 결핵균까지 전파되고 있는 상황인거죠. 발생수 사망자 수 다른 국가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월등하게 높습니다. 이는 한국의 특수상황도 한몫한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환자의 꾸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어느 정도 좋아진 후에는 자신의 판단으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려는 경향에 기인합니다. 생각해볼까요? 복잡한 PC방, 마이크를 돌려쓰는 노래방, 만원버스, 지하철..... 자의는 아니라도 결핵의 전파는 생각보다 심각하답니다. 

예방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환자입니다. 같은 집안에서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예방에 만전을 기한다면 결핵균의 전파없이 지낼수 있으나, 결핵균 보균자 (치료전, 후) 가 자신으로부터의 예방 에 소홀히 하다보면 주위에 감염을 시킬수가 있고 이렇게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나타나게 됩니다. 

결핵은 후진국뿐만아니라 미국이나 일본등 소위 선진사회에서도 상당한 파괴력을 갖는 질병입니다. BCG가 갖는 성인에의 폐결핵 예방효과는 거의 없다는 잠정결론이 거의 나있는 상태이며 다른 예방접종의 수단도 없습니다. 또한, 에이즈환자들에게 합병증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는것이 결핵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에이즈 백신개발과 더불어 가는것이 결핵백신이 되지요. 그만큼 뿌리깊게 파고들어 멸종되지 않는 질병이랍니다. 

최선의 방법은 예방입니다. 국가에서도 환자의 관리와 질병의 통제에 만전을 기하여야 하지만, 전염질환에 대한 사회의 통념도 개인적인 문제로 보지 말고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 떠안고 가는 자세가 필요할것 같습니다. 일을 쉴수 없어 완치판정이 안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게 되어 동료들에게 전파하게 되는 일의 반복을 원천차단할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격리수용을 하게 되면 생계비를 지급해야 옳을듯 합니다. 

늘 미국의 예를 들게 되어 참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만, 미국의 결핵에 대한 방역체계는 좀 심하다 싶을정도랍니다. 

"I just hope they can forgive me and understand that I really believed that I wasn't putting people at risk," Speaker added in the taped interview. He said he did not believe he was ill enough to endanger others.

"본인은 사람들이 나를 용서해줄것을 청하며, 결코 다른이에게 피해를 줄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음을 믿어주었으면 합니다......"

2007년 약제내성 결핵 판정을 받은 환자가 관계당국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후 비행기를 타고 신혼여행으로 유럽여행을 간적이 있습니다. 이 남성이 비행기를 탈때 제지를 하지 못한 세관당국도 난리가 났으며 나중에 알게된 보건당국은 로마로 특별기를 띄운다 어쩐다 난리 법석을 떨었습니다. 결국은 몬트리올까지 비행기로 와서 자동차로 후송되어 격리조치를 당하였습니다. 아마도 상당한 문책이 있었을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개인의 무지와 조금 늦은 조치로 인하여 보건에 구멍이 뚫렸던 사건으로 당시 정말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지요. 한국에서라면 어땠을까요? 

보다 강력한 사회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BCG가 결핵을 예방해주지도 못하는 마당에 한국의 결핵후진국오명은 결코 떨쳐내지 못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