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새로운 감각을 유지하며 살려 노력중인 꽃중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일에 아주 꼰대스러운 생각을 할때가 많아 생각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닌가보라는 자조섞인 푸념을 하게도 되네요.
얼마전에 포스팅했던 대학음악 써클의 30주년 기념 발표회 이야기입니다.
올해 30기가 입학하고 제가 6기이니 상당한 격차가 있긴합니다..... 믿으실지 모르지만, 사실 맘은 안그렇거든요. 감동적인 콘서트가 끝이나고 동기, 후배 그리고 선배들로부터 콘서트 후기를 들을 기회를 가지며 구체적인 향수에 허우적거리기도 했습니다. 9기정도의 후배들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정도까지의 아이들을 무대에 올려 함께 노래하기도 하는 아주 상징적인 공연을 펼쳐주었고, 예전엔 정말 짱짱하던 가수들이던 제 선배들은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어 정말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위 사진은 포스팅 내용과 심한 관계가 있습니다)
물론, 재학생 후배들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선배들도 이구동성으로 뿌듯함을 느끼며 우리때와는 차원이 다른 후배들의 음악 실력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는 감상들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다 사진이 나오고 또 비디오에 앞서 공연실황을 담은 MP3가 홈페이지에 올라와서 들어보고는 선배들의 감상이 틀리지 않음을 느끼게 되네요.
(위 사진은 포스팅 내용과 심한 관계가 있습니다)
문득 옛날 대학시절 콘서트를 준비하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것이 열악하던 시절..... 한데나 다름없던 써클룸은 노래를 하는 사람이나 혹은 기타를 연주하던 사람에게는 그리 좋은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낡은 석유난로의 심지가 타버리거나 석유가 떨어지는 날이면 버려진 페인트통에 나무를 넣고 불을 피우며 곱은 손을 녹이던 때도 있었고, 그 연기에 콜록이느라 노래는 커녕 도망치기 바쁘기도 했지요. 콘서트 전날은 빌려온 장비를 설치하고 점검하느라 리허설도 힘들었던 그때... 기타하나에 목소리 대여섯의 아주 클래식한 언플러그드 중창 (다른말로하면 개떼악쓰기 ㅎㅎ) 이 대부분이었고, 그것도 돈이 부족하면 마이크는 한두개로 커버하기도 했네요. ㅎㅎ
이번 30주년 발표회에 나서는 후배들의 음악을 들으며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찌 저런 소리를 만들어 낼까 하는 감탄속에서 아주 꼰대스러운 작은 역정도 함께 나오는걸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후배들은 제대로 된 세션팀을 만들어 반주가 무척이나 세련되고 프로급의 연주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기타를 든 사람이 중간에 서서 바로 연주하며 중창을 했다는....... 후배들은 노래도 어디 음악프로그램에서나 나올만한 발성, 편곡등을 보여주어 그저 기타하나 목소리 하나 믿고 이렇게 노래를 올리는 이 선배를 부끄럽게 하네요. 그런 감탄속에서 나오던 약간의 걱정은 그런데 바로 그점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선배말대로 "쟤들은 언제 공부하지?" 할만큼 프로급의 연주가 거의 전자음향들입니다. 통기타 음악을 추구하던 20-30년전의 써클의 음악색깔이 그 세월의 부피가 쌓이며 음악적인 외피를 공고히 하게 되었지만, 그 알맹이마저도 어찌보면 바뀌어 버린 형국이라서 생긴 부분인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찌질한 선배는 역정을 내게 되네요.
문득 생각해보면 무대위에 함께 선 선배와 후배는 부모와 자식뻘입니다. 가장 윗기수 선배는 50이 넘었으니..... 실제로 저보다 선배들은 대학생 딸이나 군에간 아들이 있을정도이니 맞는 이야기죠. 그렇게 지구인과 외계인만큼 벌어져 버린 세월의 간격만큼이나 이질적인 간격을 이번에 느끼게 되더군요.
제가 대학때 형들에게 배우던 것들은 "튀지 말아라" "소리가 어우러져야 한다" "세사람이 불러도 한사람처럼 들리는것이 가장 좋은 노래다" 라는 것들이었죠. 실제로 지금도 사실은 그렇게 생각함을 고백합니다. 고등학교에 가면 교련복을 입고 등교하는 일이 대부분일만큼 제식훈련에 열을 올리던 세대다 보니 무엇이든 함께 하고 오와 열을 맞추는 식의 사고방식이 음악이라는 비교적 자유로와야 할 형식에까지 들어간 모양입니다. 그에 반하여 요즘 후배들의 음악은 모두 자신의 개성대로 목소리를 냅니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목소리의 조합도 전혀 두려워함없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표현합니다. 마이크 하나에 두세개씩 머리를 들이밀던 풍경같은건 없습니다. 무선마이크 하나씩을 배당받아 강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냅니다. 포크에 랩이나 혹은 대사등등을 과감히 도입하네요. 우리가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했다면 몇십년 뒤의 후배들은 최선을 다해 최상의 것을 만들려 노력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쯤에서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후배들이 부른 그대 먼곳에 라는 곡입니다. 1985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곡으로 창립기 선배의 곡을 저보다 세기수 위의 선배가 불렀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먼저 이곡을 들어 보시죠..
(위 링크나 사진을 클릭해주세요)
그리고 아래는 후배들이 부른 그대 먼곳에 2010입니다.
사실 지난 1992년 이후 써클에 들러본 기억도 없는 사람이 선배랍시고 뒤에 앉아 훌륭한척 할 이야기는 절대 아니랍니다.
그 시절 4년이나 차이가 있던 바로 위기수 선배들에 반발하여 집행부가 되자마자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접니다. 그런 시도를 맘에 전혀 안들었겠지만, 뒷받침 해주던 선배님들이 계셨네요. 변화란 어찌보면 현세대의 담당이지 이미 지나쳐간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일인줄도 모릅니다. 지나쳐간 사람들은 전통이란 이름으로 이를 못마땅해하며 누르려 합니다. 바로 후배들의 음악을 들으며 궁시렁 거렸던 제 자신의 모습이죠. 옛날의 내모습이 후배들에게 보이는데도, 그저 "요즘 젊은것들은.." 하며 혀를 끌끌차는 꼰대의 모습이 보이는거지요.
이렇게 제 생각을 정리하고 난 후의 후배들의 모습은 당차고 멋집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벅찬 감격의 눈물보다는 시상식에서 춤을 추며 자신이 모습을 아낌없이 드러내던 G세대의 모습이 투영됩니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전 두고두고 꼰대가 되겠지요? ㅠㅠ 사실은 그대 먼곳에라는 곡으로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그 차이점을 넌지시 보여주려 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한편으로는 음악은 이런것이다 저런것이다 라는 편견을 늘 제 마음에 갖고 있던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그런것이야 제 맘속에만 갖고 있어도 충분한데 굳이 그걸 끄집어 내어 알량을 잣대를 들이댄건 아닌가 하네요. 앞서 말한대로 변화란 현세대의 담당인데도 말입니다.
무대의 조명도 그렇고 음악의 질도 그렇고 분명한 발전과 변화를 보여준 후배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런 고여 썩지 않는 음악써클의 일원임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음을 후배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래도.......
선배랍시고 자신이 틀렸음을 고백한것이 조금은 속이 쓰려 대박 뒤끝작렬 멘트하나 정도는 던지고 마무리해야할것 같습니다. ㅎㅎㅎ
안영미 톤으루다가....
"똑바로해 이것들아! 니들이 연예인이야? 랩보다 음정이나 지대루 내 이것들아. 글구 노래는 옛날 사람이 더 잘했어 이것들아!!!"
(괜히 했어 괜히 했어..... 더 구차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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