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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

고향집 가세 - 정태춘 (cover by 빨간내복)


내 고향집 뒷뜰의 해바라기 울타리에 기대어 자고
담 너머 논둑길로 황소마차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음, 무너진 장독대 틈 사이로
음, 난장이 채송화 피우려
음, 푸석한 스레트 지붕위로 햇살이 비쳐 오겠지
에헤 에헤야, 아침이 올게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집 담 그늘의 호랭이 꽃
기세 등등하게 피어나고
따가운 햇살에 개흙 마당 먼지만 폴폴 나고
음, 툇마루 아래 개도 잠이 들고,
음, 뚝딱거리는 괘종 시계만
음, 천천히 천천히 돌아갈게야, 텅 빈 집도 아득하게
에헤 에헤야, 가물어도 좋아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 집 장독대의 큰 항아리
거기 술에 담던 들국화
흙담에 매달린 햇마늘 몇 접 어느 자식을 주랴고
음, 실한 놈들은 다 싸 보내고
음, 무지랭이만 겨우 남아도
음, 쓰러지는 울타리 대롱대롱 매달린
저 수세미나 잘 익으면
에헤 에헤야, 어머니 계신 곳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마루 끝 판장문 앞의 무궁화
지는 햇살에 더욱 소담하고
원추리 꽃밭의 실잠자리
저녁 바람에 날개 하늘거리고
음, 텃밭의 꼬부라진 오이 가지
음, 밭고랑 일어서는 어머니
지금 퀴퀴한 헛간에 호미 내던지고
어머니는 손을 씻으실 게야
에헤 에헤야, 수제비도 좋아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집 마당에 쑥불 피우고
맷방석에 이웃들이 앉아
도시로 떠난 사람들 얘기하며
하늘의 별들을 볼게야
음, 처자들 새하얀 손톱마다
음, 새빨간 봉숭아 물을 들이고
음, 새마을 모자로 모기 쫓으며
꼬박꼬박 졸기도 할게야
에헤 에헤야, 그 별빛도 그리워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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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씨의 무진 새노래 음반중의 한곡입니다. 
고향이라는 이미지는 모두에게 다 다르게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만, 정태춘씨가 노래하는 고향은 당연하게도 그의 고향이야기겠죠? 실제로 원추리 같은 고유지명은 평택의 도두리 등과 함께 나오는 지명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 고향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저 평범한 농촌의 풍경을 말하기때문은 아니리라 봅니다. 

오히려 

흙담에 매달린 햇마늘 몇 접 어느 자식을 주랴고 음, 실한 놈들은 다 싸 보내고

음, 무지랭이만 겨우 남아도 음, 쓰러지는 울타리 대롱대롱 매달린 저 수세미나 잘 익으면

같은 가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고향의 이미지가 아닐까 합니다. 수제비도 좋아라 도 비슷한 맥락이 되겠지요?


제 섣부른 해설보다는 그저 가사 그대로 음미해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