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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미국 깡촌 생존기 3 - 김치는 생존이다

가기전에 한국에 들러 미국에서 쌀을 사기전에 잠깐 동안이라도 먹으려 쌀을 조금 사왔는데, 그게 그렇게 소중한 양식이 될줄은..... 한동안은 양상추를 사다가 초간장에 고춧가루를 넣은 양념에 버무려, 그렇게 먹을 수 밖에는 없었네요.

쌀이 주식이 아닌 미국에서 그것도 한국인이 먹는 끈끈한 단립종 자포니카 쌀을 구하기란 정말 힘겹더군요. 도시라면 그저 동네 그로서리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그것마저 여의치 않습니다. 배추나 무는 운이 좋으면 동네 식료품점에 나올때도 있으니 그걸로 김치를 담으려면 아마도 한국에서 배달을 시키는 게 싸게 치일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들고, 양도 그리 많지 않고 합니다. 거기다 김치에는 필수인 젓갈이 없네요. 금방 살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일본은 조금은 다르지만, 맛있는 일본쌀이 있었고 배추도 충분하여 그다지 큰 불편은 없었거든요.

암튼, 미국 도착 두어 달 후에 맨하탄에 살던 고등학교 후배가 방문하며 생필품을 잔뜩 사다가 주어 몇 달간의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사다준 김치가 어찌나 맛있던지 자다가 나와서 쭉 찢어......ㅋㅋ 암튼, 그렇게 X고생을 하고 보니 정말 음식이라는게 그저 배를 채우기만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당연히 금방 다 떨어지고는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죽을수는 없다 (?) 라는 생각으로 그래 무섭긴 하지만 배추와 쌀을 사러 뉴욕시티에 가자....... 뭐 이렇게 되었다는..... 사실, 뉴욕시티의 악명은 익히 알기에... 다행히 맨하탄에 후배가 살고 흔쾌히 오라하여 순전히 쌀과 배추를 사러 6시간을 운전하여, 헤메다 위험해 보이는데도 들어가고 하는 곡절끝에 그 집에 당도하였습니다. 거기서 사먹는 짜장면, 짬뽕, 냉면 등등이 어찌나 맛이 있던지..... 지금 안먹으면 언제 또 먹으랴 하며 정말 미련하게도 먹고 또 먹고 했네요. 또 뒷자리 아이가 앉을 자리만 남기고는 먹을거리로 꽉꽉 채워 돌아왔습니다. 배추도 한 20개 정도 들어가는 박스로 또 무우도 한 박스 등등.... 틈을 요리조리 메워가며 한가득 실어 다시 6시간을 운전하며 올라오는데 어찌나 신이 나던지.... 지금 생각하면 미련하기 짝이 없지만, 그때는 그렇게 처절했더랬습니다.

그 이후로 분기에 한번은 꼭 뉴욕이나 혹은 다리 건너기 전 뉴저지주의 한인타운으로 음식재료를 사러 내려가곤 했습니다. 대개 하루에는 힘이 들기 때문에 호텔을 잡고 갈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호텔잡고 배추사러 가는게 좀 사치인가요? 암튼, 그렇게 이틀간 운전하고 꽉꽉 눌러 먹고, 차를 가득 채울만큼의 식료품구입을 하느라 녹초가 되어도 그 다음날 지수엄마는 김장을 담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그때는 밥과 김치가 없으면 죽는 줄 알았거든요. 남자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암튼, 분기에 한번 그것도 6시간 운전하고 돌아온 그 다음날 담아야 하는 김장을 수년동안 했나봐요.


그러다가......

중국집의 재조명

함께 일하던 중국인 친구와 이야기 하던 중 우린 배추와 쌀사러 뉴욕시티까지 간다 했더니 은밀히 아주 은밀히 비밀이야기를 해줍니다. “사실은 우리도 쌀과 배추 그리고 새우 같은걸 잘 먹는데 거기까지 안가도 된다” 허걱! 귀가 쫑긋 정도가 아니라 귀가 뒤집어 질 정도가 되네요. 바로 “저 동네에 있는 중국집 있잖아. 거기에 매주 한번 도매차가 배달을 오는데, 거기가서 다음주에 배추 한박스, 무 한박스, 쌀 한포대 이렇게 가져다 달라하면 조금 붙혀서 소매로도 팔거든. 매주 비슷한 시간에 오기 때문에 그 근처에 있다가 트럭보고 가면 되지”. 오호라! 이런 고급정보가...... 그간 X고생했는데 진작좀 가르쳐 주지.... 하는 원망보다도 고마움에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는....... 그래서 저는 매주 수요일밤 7시에 트럭 기다렸답니다. 흑흑흑!!!! 

김칫거리도 그렇고 (다소) 싱싱한 생선류 등등을 구할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사실 산촌구석에는 어패류가 거의 없고, 새우도 벌레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오징어는 여기 사람은 당근 안먹으니 그렇고 새우마저도 못 먹었답니다. 가끔 보이는 생선은 싱싱과는 거리가 먼 콤콤한 냄새 심하게 풍겨주시거든요. 암튼, 그렇게 Mr. Woo와의 암거래 (?) 로 몸고생은 조금 덜해졌네요. 이정도면 중국집의 재조명 아닐까요? 뭐 그정도면 안먹으면 되지 하실지도 모르지만... 또 저도 지금은 사실 그렇게 생각하구요. 그렇지만, 그때는 정말 김치 없으면 죽는줄 알았다니까요.

그래도 눈이 많이 오면 늦어지는 트럭을 또 그 눈속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잦았고, 해서 결국은 다시 뉴저지로 운전하는 길로 회귀하였지만, 대단한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김치는 과학이라고 하더군요 (침댄가?). 하지만, 저는 과감히 이렇게 말합니다. 김치는 또한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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