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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미국 미국인에 대한 사소한 오해 1 - 미제가 최고라구?

저 어릴적엔 미제장사를 하는 아줌마들이 있었습니다. 가방에 한가득 땅콩버터, 바세린, Tang 가루쥬스, 햄, 크래커 등등 그 당시 한국에서는 제대로 생산되지 않던 물건들을 미군부대등을 통해 받아 소매처리하던 분들이었지요. 대개 아줌마들이 왔다가면 “역시 미제야” 하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작은 탄성이 이어졌고, 급기야 동네에 상설매장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간혹 미제 크레용을 들고 학교에 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당시 흔치않던 해외출장, 혹은 역시 미군부대 경로로 나온 Crayola 크레용을 먼 발치서 나의 왕자표 크레용과 비교하며 침만 삼키던 기억도 있네요. 그래서 그런지 미제=고급 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냄새를 잘 맡는 코를 미제라고 지칭하는 국적세탁까지 마다하지 않았네요.

시간이 조금 지나고는 한국도 많은 물건들을 자체 생산하게 되었고, 미제장사 아줌나 가게가 경쟁력을 잃게 되었지만, 많은 사람의 뇌리에 미제=고급이라는 등식은 여전히 남아있게 됩니다.

저도 사실은 그리 다르지 않았고, 미국에 오고 나서 참 많은 부분에 소스라치게 경기를 일으키게 되더군요.

이번에는 그래서 미국, 미국인에 대한 사소한 오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 미제=고급

택도 없는 소릴....... 미국에 도착하고 며칠후부터 그런 환상은 여지없이 깨집니다. 우선 간단한것은.... 우린 어릴적부터 시장에 온몸을 고무줄로 두르고 다니며 제 길이의 두세배까지 늘려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빤쭈고무줄을 팔던 아저씨를 보고 자랐네요. 아무 할 일이 없을때도 작은 고무밴드를 손가락에 걸어 쏘아대며 놀았습니다. 고무줄은 늘어나는 거라는 당연한 진리를 몸으로 알고 있지요. 처음 이곳에서 고무줄을 써게 되었을때 깜짝 놀랐습니다. 이건 고무줄도 아니고 실도 아니고...... 고무줄이 늘어나다 바로 끊어집니다. 그래서 다른 고무줄을 꺼내보니 이번에는 크기가 다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크기의 고무줄이 한통에 들어있구나... 오, 역시 미제는....” 그러나 두세개를 끊어 먹으며 바로 짜증으로 변합니다. 에라이..... 그렇습니다.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고무줄을 본적이 없습니다. 조금 오래되고 햇빛에 조금만 노출되어도 녹네요. 한국도 미국도 고무나무는 없는걸로 알고 있으니 , 원료배합의 비율, 가공기술 등등의 차이로 인한 것이겠지요.

도착하고 정신이 조금 들고 사택에는 없는 가전제품을 구입해야 했네요. TV를 우선 보러 갔습니다. 그저 그런 검은 박스만이 즐비합니다. 가전의 디자인, 기능, 혹은 그 어떤 면을 보더라도 용서가 안되는 제품들이 한가득입니다. 가전제품에 관한한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일본에서 막 건너온 우리였으니 그 제품의 조악함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겠더군요.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그 양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암튼 검은 박스를 사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리미가 어디서 많이 본 것이더라는...... 어릴때 어머니가 쓰시던 미제 다리미가 그 모습 그대로 있었습니다. 물론 새것이긴 했지만.... 그때 우리는 일본에서 가져온 무선 다리미를 사용중이었는데.....

문구에 가도 어릴때 보던 크레용이.... 또 물자가 부족하던 저 어릴때나 사용하던 갱지연습장같은 물건이 산처럼 쌓여 있네요. 연필도 그때 그 연필..... 바로 미국=첨단, 미국=고급, 미국=........의 환상이 며칠만에 다 깨집니다. 이건 사람들의 성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듯 하네요. 불편함을 그대로 참으며 사는 속에서 제품의 개량이나 디자인의 개선은 없을겁니다. 여기 사람들은 TV는 틀면 잘 나오고, 다리미는 잘 다려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요. 일본에서는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원래 쓰던 가전을 버리고 새로 사는 나쁜 풍족 있어 사회문제가 되곤 하였는데... 여긴 그 반대입니다. 길을 가다 만나는 사람들의 티셔츠 문구에도 간혹 한자씩 빠지는 경우 같은 건 정말 귀여운 축에 속합니다.


지금은 한국산=고급이라는 이미지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요즘도 미제사러 남대문시장에 가나요?

2. American coffee는 흐리다.

지금껏 수천잔의 커피를 수백군데의 장소에서 마셨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마시던American coffee라는 밍밍하고 구수하기까지 한 흐린 커피는 거의 마신적이 없네요. 이건 일종의 오해인듯... Cafe Americano에서 유래된 오해로 생각이 됩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대학신입시절 선배와 함게 간 카페에서 선배는 저를 존경에 몸떨게 만듭니다. “미국에서는 말이지 사람들이 커피를 엄청 마시기 때문에 대개 커피메이커로 흐리게 만들어서 하루종일 마신다. 진하게 많이 마시면 속쓰리거든.... 그래서 American coffee라는 말이 있지. 아가~쒸! 여기 아메리칸 커피 두잔” 전 선배의 식견에 완전 존경의 눈빛을 보내게 되었지요. 근데 근데... 여기서 마시는 커피들은 한약 수준이 많습니다. 아침이건 오후건..... 아침에는 잠이 안깨서 진하게 마시고 나른한 오후의 잠도 역시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같은 경우는 반을 채우고 뜨거운 물을 반 부어 마시지요. 커피의 본고장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경우, 커피는 드립커피가 아니라 에스프레소라는 짧은 시간에 강하게 뽑아낸 커피를 마십니다. 지금은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전쟁중 이탈리아세에 건너간 미군들도 그 정도의 강한 커피에는 몸을 떨었다네요. 그래서 드거운 물로 희석하여 마시기 시작한 것을 “에이, 저런 미국 촌놈들” 하며 만들진 말이 에스프레소 희석커피 Cafe Americano가 되었다지요. 그러니 우리가 생각하는 흐린 커피와도 조금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도 레귤러정도.....

재미있던 일화는 한국의 카페에서 원두커피도 흔치 않을때 ‘아메리칸커피요“ 하면 인스턴트 커피 두숫가락 넣을거 한숫가락만 넣어 주었다는......ㅋㅋㅋㅋ


오해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너무 많아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