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소한 미국이야기

미국 깡촌 생존기 12 - 뭬이야? 내 숫자를 못알아봐????


같으면서도 다른 숫자쓰기

일을 시작하고는 영어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였지만, 만국공통인 아라비아숫자를 가지고 고생을 할줄은 몰랐습니다. 

고생의 시작은 바로 첫날부터였습니다. 

이것저것 서류에 서명하고 또 내용을 적어넣어야 할일이 많았고, 비교적 악필에 가까운 저의 글씨를 못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영어는 그럭저럭 알아봐주더군요 (어휴! 가끔은 저도 제글씨를 못알아 본다는...). 그런데, 한참을 들여다 보더니 "이게 무슨 글자일까~~~요?" 뭐 이러더군요. 척 보니 제가 쓴 4입니다. "4 지" 하고 보냈는데, 이번엔 다른 파트의 사람이 오더니 "이게 7이냐 1이냐?" 라는 질문을 합니다. 

아무래도 주문해야 할일이 많아지니 카탈로그넘버를 써야 하는데, 한동안을 5니 2니 6이니로 씨름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멋진미소와 함께 가르쳐주며 속으로 "똑바로 해 이것들아" 했네요. 수학을 잘 못한다고 그러더니 숫자도 잘 못알아보네 어쩌구 하면서 말이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제 숫자에 익숙해지니 그런일이 없어져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며 이번에는 제가 이들의 숫자를 잘 못알아보겠네요. 숫자의 배열중 중간중간 한글의 "니" 도 보이고 6을 거꾸로 써놓은것 같은 숫자도 보이고..... 그때서야 "아! 이사람들의 숫자가 나와 다르구나" 하는 걸 깨달았지 뭡니까. 참 오래도 걸렸네요. 그제서야 고등학교 불어시간에 프랑스사람들은 1의 왼쪽 삐침도 쓰기때문에 7과 혼돈되어 처음부터 7은 긴 사선중간에 짧은 가로줄 하나를 넣어 구분하다고 하던 불어선생님의 말씀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숫자들을 자세히 아주 자세히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아래 그림처럼 차이를 알수 있겠더군요. 

       6        5       2        2       8        4        3       6        1


맨처음 6은 우리처럼 멋지고 크고 둥글게 마감하지 않고 안쪽으로 깊숙히 꺽어 동그란 부분을 비교적 작게 마감합니다. 조금 삐치면 4 비슷하게 되지요. 사실상 6과 4를  많이 혼돈하게 됩니다. 여기에 샘플로 나온 5의 경우는 우리처럼 2개로 구분되어 있으나 사실은 거의 영문 S에 가깝게 한번에 그냥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말 S와 비슷하지요. 2의 경우는 저렇게 왼쪽 아래를 동그랗게 올려붙혀 마감을 하니 6을 거꾸로 쓴것도 같고, 네번째처럼 알파의 심볼처럼도 보입니다. 

문제는 바로 4....... 저넘의 4는 글자가 아니라 한글의 "" 라구요. 4는 컴퓨터폰트를 보더라도 분명히 꺽여져 들어온 평행선을 조금 길게하고 아래로 내려긋는 선을 평행선상에서 겹치며 오른쪽으로 분명히 삐져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4가 아닌 니를 쓰는 이곳 사람들...... 정말 적응이 안되더군요. 

그러니 제가 헛갈렸던 것처럼 처음에는 이사람들이 제 숫자를 잘 못알아봤던 것이지요. 

물론, 이곳에는 여러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으므로 다 제각각의 숫자쓰기를 합니다. 가끔가다 4를 우리처럼 쓰는 경우를 보면 정말 반가울 정도입니다. 7도 멋지게 중간에 선하나를 집어넣는 사람들도 보이구요. 그런데, 보통은 위에 나온 것 처럼 숫자를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딸아이가 학교에 가고 숫자를 쓰는걸 보니 바로 위에 나온 샘플처럼 쓰더군요. 그레서 어쩔수 없이 자도 따라가게 되네요. 더이상 사람들에게 혼돈을 주고 싶지도 않고, 뭐 어차피 숫자라는 건 아라비아에서 나온거고, 공통으로 쓰이는 것이긴 하지만 불편한데 고집할 이유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사실은 저도 "4" 할때 "니" 합니다. 

글씨체는 비교적 개성이 있는 표현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혹은 많이 차이가 나지만, 숫자의 경우는 물론 개성이 드러나긴 하나 못알아보거나 할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렇게 나라와 사람이 달라지니 차이가 나네요. 

숫자가 무서워.......
사실 숫자때문에 겪은 X고생은 이것만이 아니랍니다. 직업상 숫자를 이야기할때가 많습니다. 세포수가 5만개라면 비타민은 0.005마이크로 그램을 넣어주고...... 등등의 써놓으면 비교적 간단하지만, 듣고 머릿속에서 생각하려면 시간이 제법 (?) 걸리는...... 말로 할때는 Fifty thousand cells 혹은 70만의 경우는 Seven hundred thousand 같이 말하지요. 이렇게 들으면 그
때부터 머리속은 0을 뒤부터 붙혀나가고 세번째점에 점을 찍고 식으로 계산을 하게 됩니다. 머리에 쥐가 납니다. 아무리 해도 잘 적응이 안되네요. 뭐 년도를 계산할때는 이렇게 하고 숫자는 이렇게 말하고 이런걸 배우지 않은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숫자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적응이 안되네요. 한국, 중국, 일본은 4자리씩 끊어 단위를 바꿉니다. 물론 일십백천까지는 10단위로 바꾸지요.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위 동양삼국에서는 "만"하고 4자리까지 가서 끊는 반면, 영어에서는 천까지 하고 점을 찍죠. 그다음엔 십천, 백천 하고 다시 점을 찍고 단위를 바꿉니다. 
1          One
10        Ten
100          Hundred
1,000  Thousand
.          (Ten Thousand)
.          (Hundred Thousand)
1,000,000  Million
.          (Ten Million)
.          (Hundred Million)
1,000,000,000   Billion

이 되는 겁니다. 즉 점은 세자리마다 찍고 점이 찍힐때마나 단위가 바뀝니다. 중간은 Ten과 Hundred를 붙히는 식이지요. 

반면 동양삼국은 만, 십만, 백만, 천만 까지 하고 단위를 바꾸기 때문에 늘 차이가 나게 되는거지요. 만국공통의 숫자이긴 하지만, 방점이 달라져서 생기는 차이가 되겠네요. 한참을 지나 이런 숫자개념을 정리하고 나니 그때부터는 일일이 머릿속에서 계산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생각하게 되지만, 그때는 숫자 노이로제에 걸릴지경이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숫자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는데, 숫자도 못알아보고, 숫자를 이야기해도 계산이 안되니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물론, 이렇게 교과서적인 숫자표현만 하는 것은 또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미칩니다. 쉬운 1,000이나 2,000 같으면 안그러지만, 예를 들어 1,300같으면 One thousand three hundred 하기가 번거로우니 thirteen hundred라 줄입니다. 문법에는 맙지 않죠. 하지만, 그렇게 사용합니다. 0의 경우 zero라고 복잡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알파벳의 O (오) 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0.005면 앞으로 0은 당연히 있는 거기때문에 그냥 point OO (오오) five라고 말하지요. 이런 예외가 사람 피곤하게 하지요. ㅋㅋㅋ

암튼, 지금은 잘 적응하고 살지만, 이넘의 숫자 땜에 미치는 줄 알았답니다. 

혹시 미국현지인과 손으로 쓴글을 팩스로 왔다갔다 할때 참고 하시길....


1 편부터 보시려면.....

목록으로 가기  <-------- 

요 바로 밑에 손가락 모양을 한번 꾹 눌러주세요. 추천이라는게 그렇게 쉽다네요. 세상에 그냥 누르기만 하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