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살던 일본을 떠나며 하나 가지고 가고 싶은게 있었다면 바로 생라면이었다.
일본요리자체가 담백한 편이었고, 돈들여 맛난것 먹으러 다닐만한 형편도 아닌 학생이었던 지라 겨우 가볼수 있던 곳이, 친구들과 선술집에서 술한잔 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들르던 라멘집. 그 라멘가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맛있던 일본의 라멘. 일본 샐러리맨이 창업 1순위로 꼽는다는 것이 바로 라멘이지만, 그만큼 자신만의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또 지방색도 강한 편이어서 도쿄쪽에서는 깔끔한 쇼유(간장)라멘, 홋까이도 쪽에서는 미소(된장)라멘, 후쿠오까 지역에서는 진한 돼지사골국물의 돈코츠라멘이 있고, 깔끔한 시오(소금)라멘, 돼지목살을 졸려 만든 편육을 얹어주는 쨔슈라멘, 중화풍의 향과 고명이 어우러진 츄카라멘까지, 국물의베이스도 그렇지만, 위에 얹는 고명에 따라 이름도 또 맛도 달라지는 것이 라멘이다. 아! 그러고 보니 허연국물의 나가사끼짬뽕도 이쪽 계열이긴 하다.
라멘은 대개 야끼교자 (군만두) 나 쨔항 (볶음밥) 과 더불어 먹어준다. 이상하게 일본 친구들은 술마시고 (떡이 되게 먹는일도 없지만) 12시 넘어서 잠깐 들러 라멘을 먹는다. 혼자서 반떡이 되어서는 이끌려 가다보니 중독이 되었다.
뉴욕산골에서는 한번도 못먹어본 일본 라멘을 샌디에고로 이주하며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사람도 많이 사는 곳이라서 일본라멘의 맛을 제대로 내는 곳이 몇군데 있다. 그쪽 맛집은 다음 기회에.....
우연히 동네에서 가까운 곳의 무늬만 일본정식집에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집 이야기다.
일본식당은 중국사람이 운영하든, 한국사람이 운영하든 되도록 의미없는 일본어를 남발하고, 일본식의 장식을 해놓게 마련이어서 들어가자마자 처음 든 인상은 이건 뭥미??
어째 좀 낯익은 소품들이 눈에 띈다. 바로 하와이의 민속품들과 서핑용품들. 메뉴들도 완전 영어로 되어있고, 손님들도 동양인은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정식집답게 여러메뉴들이 눈에 들어온다. 밥에서 면, 그리고 롤까지.....일단 들어왔으니 그냥 시키자하고 본능적으로 시키게 된것은 바로 라멘.
두둥...
이것이 반자이(만세) 라멘이다. 그런데, 정말 특이한것이...... 저렇게 위에 고명이 풍성하다. 일본에서는 수북하게 파를 얹어는 주지만 대놓고 고명을 얹는 일이 그리 흔치 않다. 숙주등이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그 밑에는 엄청나게 큰 테리야끼치킨이 엄청들어있다. 라멘에 치킨이라..... 뭐 국물을 진하고 시원하게 하기 위하여 닭뼈를 쓰기도 한다지만, 사실 이렇게 "나, 닭!" 하는 테리야끼치킨을 넣어주는 라멘은 본적이 없어 순간 당황........ 우선 국물은 진한듯 하면서도 시원한게 돈코츠에 닭육수를 사용한듯 하다. 라멘면발에도 고시 (씹는 감촉이 쫄깃함?) 가 있어 적당한듯 하지만, 약간의 주정냄새가 난다. 자작면발인듯 하다. 나중에 좀 알아보니 역시 자신들의 공장에서 체인점의 여러가지 면을 만들어 내어 가며, 다른곳에도 공급하는 것이었다 (내가 면발에는 좀 일가견이 있어서리..) . 그런데, 열받게도(?) 그 생경하기 이루 말할데 없는 데리야끼 치킨의 맛이 이 라멘과 어우러지는 거다. 오, 색다른데 하는 느낌.
쇼유라멘은 뭐 그저 그런....
일본에는 고다와리라고 하는 말이 있다. 이런쪽에 쓰인다면 장인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하나의 스타일을 바꾸려 하지 않는, 전통을 굳이 (?) 지키려 하는, 그래서 오래전 정립된 하나의 레시피의 틀을 깨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늘 먹게 되는 위에 나열한 라멘에서 그리 큰 삐져나옴을 보이는 라멘을 보기는 힘이든다. ((((아! 홋까이도에 갔더니 라멘에 게 한마리를 퐁당빠뜨려 주는 집이 있었다. 친구들과 잘먹고 나오는데, 이 친구들 뒷담화를 한다. "이게 라멘이냐? 쟈도 (사도-잡스런 방식) 잖아" 하던.... 손님에게도 고다와리가......))))
이 가게에 붙어 있는 신문기사나 장식들을 보니 과연 이곳은 일본본토식이 아니라 하와이언 일본식 정식집인것이다. 하와이는 일본인이 최초로 정착한 미국땅이었다. 당시 사탕수수나 파인에플 농장일로 건너온 많은 일일들이 정착하여 지금은 하와이 총인구의 상당한 부분을 일본계가 차지할만큼 일본색이 강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100년이 넘다 보니 나름대로 정착지화하여 일본이면서도 하와이언 스타일인 ㅠ퓨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우선, 고다와리라고 하는 비교적 진부한 (사실은 고다와리가 현재의 공업일본을 일본스럽게 한 것이기도 한 양면성이 있다) 고집을 버렸던것 같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에 와서는 과감히 캘리포니아 롤과 테리야끼치킨을 접목한 메뉴도 선보이고, 각 테이블마다 동남아의 유명한 스리라챠 칠리소시도 놓이고 하는 것 같다. 일본이라면 대개 7미라고 부르는 복합 고춧가루가 놓일텐데.....
가만...
이렇게 야끼소바에도 테리야끼치킨이....... 그래서 이름이 Teri Cafe였구나 하는 때늦은 깨달음 (?).
사진은 없지만 플레이트메뉴에는 캘리포니아롤과 테리야끼덮밥이 함께 있는데 성인남자도 배부를 정도다. 정통맛은 아니지만, 싼가격에 푸짐하고 비교적 맛있는 반자이라멘을 먹을수 있어 단골이 되었다.
장소는......
이 외에도 Vista라는 곳에도 오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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