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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미국 깡촌 생존기 16 - 미국에서 500만원으로 집사기 part 2

Part I을 안보고 여기로 직접 오셨으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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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보고싶은 집이 나오면 중개인에게 이야기를 하면 중개인은 집주인과 이야기하고 집을 보여줍니다. 집은 되도록 비워주기 때문에 충분히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지요. 기본적인 데이터들은 인터넷이나 중개인이 주는 프린트와 대조하고 많은 사진을 찍습니다. 왜냐하면 나중에는 그집이 그집같고 하기때문입니다. 역시 빛을 발하는 디카. 대개 20-30집 정도? 그러니 부지런 해야 합니다. 

뉴욕주의 경우에는 부동산세금이 집값의 몇%라거나 하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고, 집집마다 그 가치에 따라 다릅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에는 집구입가의 1% ~ 1.6%정도로 정해져 있지만....) 대개 베드룸이 몇개인가, 욕실이 몇개인가 등등이 주 요인이 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 객관적인 숫자가 집의 가치에 영향을 주기때문이고, 아마도 집 가치에 따라 다르나고 하는게 정확한 표현이 될듯 하네요. 암튼, 세금에는 또 학교세가 들어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세금이 부과되는지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지요. 또한 집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하는 기본적인 데이터를 체크합니다. 

한국같이 아파트라면 비슷한 평형의 같은 동의 집은 거의 비슷한 경우가 많지만 주택위주인 이곳은 집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보러 가야할 집이 많습니다. 우리가 살던 곳은 워낙 시골이라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숫자를 보러 다녀야 했지요. 그러다 대단히 독특한 집을 발견하였습니다. Saranac Lake Downtown에서는 좀 떨어진 곳이지만, 완전 시골이고 주위에 보이는 집이라고는 그집 포함 3채뿐. 주로 랜치스타일 이라 부르는 구조입니다. 앞집은 엄청나게 광활한 농장이었고 옆집이 덩그라니 있는데 담도 없고...... 앞쪽으로는 Whitefaec mountain이 보이는 곳. 자세히 들여다 보니 집 자체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한 45평쯤.....북구에서는 난방비문제도 있고 하여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2층에  방 세개에 욕실, 리빙, 키친, 다이닝이 있고 아랫층은 커다란 가족룸이 있으며 작은 화장실과 실내차고로 이루어져 있는 집. 아기자기 하며 깨끗한 집이라서 마음에 들었지만, 아랫층은 그리 효용이 있을것 같지 않아 조금은 걸리던 집. 그러나 그 집의 대지는 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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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0평!!!!! 560평도 아니고 5600평!!!!



집주위 앞뒤 양옆으로 수백평의 푸르른 잔듸가 둘러져 있고, 나무가 울창한 숲이 4000여평. 숲엔 작은 오솔길도 나있었지요. 이걸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동부쪽 시골이라서 집값은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만큼 쌉니다. 몇번을 방문하며 마음에 안들던 아랫층은 리뉴얼공사를 하면 정말 좋겠다는 말도 오가고...... 멋지구리하고........ 그래서 바로 흥정에 들어갑니다. 




우선, 꼼꼼한 데이터가 들어간 offer를 작성하고 사인을 하여 중개인에게 넘겨주면 중개인은 그 offer를 파는쪽을 대변하는 중개인에게 넘겨 최종적으로 집주인이 확인하게 합니다. 물론, 나와있는 가격 (listing price) 보다는 한참 낮게 시작을 하지요. 흥정이라는게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바로 부동산 중개인의 수완이 들어가는 거지요. 제가 부탁한 중개인은 딸의 친구 할머니였고 (작은 마을에서는 어떻게든 다 연결이 된답니다), 상당히 성실하고도 친절하게 집구입의 전 과정을 봐주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개인의 조언을 바탕으로 시작한 흥정이었고, 파는 쪽에선는 당연히 더 받으려 하기 때문에 필연히 여러번의 offer와 counter offer등이 왔다갔다 하게 되지요. 나중에는 이건 해주고 이건 안해주고 하는 조건에서 그 가격에 낙착 뭐 이런 수순이 되는거지요. 

일단은 은행에서 pre-approval letter라는 걸 받아 놓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가격까지 살수 있는지 그 한도를 (buying power) 알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deal 이 완성이 되면 realtor와 구입자는 정말 바빠집니다. Deal이 되었다고 해서 꼭 이집을 사야하는건 아니지만 (실제로 deal이 깨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deal을 하려면 일단 $100이 되었든 얼마가 되었든 hold에 필요한 deposit을 하게 되고, deposit을 받으면 집을 파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는 집을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답니다. 단순변심으로 deal 이 깨지면 이 deposit이 날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약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암튼, done deal (deal 완료) 이 되면 중개인은 그때부터 집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합니다. 예를 들면 한달평균전기료, 광열비 평균, 수도가 아닌 지하수의 경우에는 위생검사, 세금변동의 여부 등등을 모아 구입희망자에게 전달하지요. 이건 상당히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또 집주인에게 집의 상태에 대한 거짓없는 statement (declaration of seller) 를 받습니다. 여긴 고장이 났다, 저긴 물이 샌다 등등의 사항을 자진신고 하고 이것이 나중에 일부러 거짓으로 진술했다고 판명이 나면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됩니다. 또한 홍수로 물이 찼던적은 없는지, 화재가 난적은 없는지, 범죄의 현장이었던 적은 없는지, 자살자가 나온적은 없는지 등등의 police record등도 열람을 합니다. 

그리고 중개인은 모든 데이터를 융자은행에 넘깁니다. 융자은행은 이 집이 과연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전문 감정인을 집으로 보내어 집의 실제 가치를 평가합니다. 거래 가격에 비하여 실제가치가 너무 낮게 되면 은행에서 융자를 거부 하는 경우도 있지요. 암튼, 그렇게 은행의 OK가 나오면 이번에는 구입희망자가 라이센스를 가진 주택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집에 관한 모든 조사를 실시하지요. 집의 구조, 배관, 전기, 외장, 내장, 단열 등등에 문제는 없는지 등등 모든 사항을 반나절가량 걸려 체크하고 그 내용을 자세히 적어 report를 줍니다. 수리가 필요한 부분, 안전에 결여된 부분, 전기의 용량과 누전가능성 등등 정말 세밀한 조사를 하게 됩니다. 이 비용은 집을 사려는 제가 부담하지요. 그리 싸지는 않습니다. 암튼 이런 객관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수리가 필요하면 집을 팔려는 사람에게 요구를 합니다. 집주인은 이게 너무 심하다 싶으면 다시 흥정을 하고 반반씩 하기도 하고, 뭐 배째라 하기도 하고 전적으로 이 부분은 구입자의 마음에 달려있지요. 이 상태에서 조정이 안되면 deal을 깨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조사비용, 물위생검사 등등의 비용만 지불하면 되지요. 이상은 집의 구매와 흥정 그리고 조사에 관한 내용이지만, 이게 다가 아니랍니다. 

이렇게 복잡한 흥정과 실랑이가 끝나면 모든 서류는 뉴욕에서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에게 넘어갑니다. 등기, 이력, 등등의 모든 서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관청등의 기록을 열람하고 조사하여 문제가 없을때는 양측을 불러 closing을 하게 됩니다. Closing이란 모든 서류에 싸인하고 모든 거래를 종결하는 걸 의미하지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관청의 등기소에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소유자의 등기이전등을 하게 되지요.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closing을 변호사 대신  escrow company에서 대행합니다. 사실 이 closing 하루 이틀전에 final walk through를 하게 됩니다. 전에 본것과 다른 건 없는지, 짐이 다 나가고 난 후에 다른 흠은 없는지 등등을 중개인의 안내하에 다시 보게 되지요. 여기서 중대한 다른 결함이 있으면 deal을 깨도 됩니다. 짐을 들어낸 후의 냉장고 뒤가 망가졌다거나..... 등등.

구입자의 돈에 문제는 없는지 (모든 융자서류를 검토하는것, 나머지 돈을 받아 전달하는것 등등) 등도 변호사가 합니다. 결국은 부동산 사기라는것이 있을 여지가 없죠. 만약 문제가 있어도 변호사나 escrow company에서 법적 책임을 지게 되어있고, 이사후 바로 집에 문제가 있을경우에는 그걸 제대로 인지 하지 못했다면 주택조사기관에서 책임을 지게 되어 있는거지요. 지분을 자르고, 가짜 등기로 사기치고 하는일은 있을수도 없고, 변호사가 다 확인하기 때문에 다 발각이 나게 되지요. 그러나 돈은 많이 든다는거. 중개인이 개인과 개인을 단순 연결하는 것과는 달리 양쪽의 모든 서류를 한군데 모아서 책임을 맡은 사람이 모두 확인하고 사인을 하게 하는 이곳의 부동산 시스템은 무척이나 합리적입니다. 각 단계마다 돈은 많이 들지만, 그보다 수백수천배 비싼 물건을 사고 파는일이니 당연한거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융자를 받는 구입자는 모든 서류에 사인하는데만 정말 오래 걸릴만큼 많은 서류에 사인을 합니다. 다 읽고 할 시간은 없지만, 변호사는 간략한 설명을 해줍니다. 그리고, 일년치 세금을 전 주인이 미리 냈을경우에는 그 부분의 정산, 하다못해 난방용 탱크에 연료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까지 계산하여 그 돈을 줘야 하더군요. 이때 전체적으로 정산하는 비용을 closing cost라고 하는데,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물론, 변호사비용, 전주인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 등도 있고, 일정금액을 하나의 구좌 (escrow) 에 넣고 세금관련등에 충당하는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제목의 500만원으로 집사기는 사실 틀린 표현이죠. 


그렇게 전부 다 끝이 나면 열쇠를 받습니다. 짝짝짝!!!


하루종일 사인하느라 완전히 지쳐서 열쇠를 받았지만 새집의 문을 열고 들어갈때의 그 기분은 이루 말할수가 없더군요. 

대략 이 정도의 과정이 미국에서 집을 구입하는 과정이 됩니다. 주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하지만, 대략적인 순서는 마찬가지 일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말 말도 안되게 집을 사고 났더니 역시 집을 사길 잘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점이 있습니다. 
우선, 집사는 과정 (대략 3-4개월) 동안 비약적으로 영어가 늘더군요. 몇년간을 한국사람없는 데서 영어만 쓰며 살다보니 어쩔수 없이 많이 늘기는 했었는데, 늘 같은 환경의 사람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 그리고 다 아는 사람들 틈에서 살다보니 실제로 늘었다기 보다는 익숙해졌다고 표현하는게 맞을겁니다. 늘 비슷한 이야기, 익숙한 액센트, 그리고 대퉁 이야기해도 짐작할만큼의 좁은 화제 등등 때문이죠. 그런데, 집을 구입하는 과정에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전혀 접하지 못했던 쪽의 용어들을 자연스레 알게 되고, 생활에 관한 많은 일들을 일단 간접경험하게 되네요. 

또, 이제서야 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택에서 외국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늘 뜨내기라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언젠가는 떠난다 라거나 하는 생각이 먼저 앞서는데, 집을 사니 이젠 내가 정착을 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이웃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네요. 전에는 이웃이라고 해도 결국은 직장의 동료였고 해서 뭐 특별히 달라질건 없었고, 비슷한  일을 하니 아무래도 관심사도 겹치게 되고.... 새집으로 이사오고 정말 좋은 이웃을 만나 우린 또 색다른 생활경험을 하게 되고, 우리 이웃도 우리로 인하여 한국이란 나라를 알게 되었고 하는 생활의 즐거움을 얻을수 있었습니다.

또 진짜 미국생활이 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택에 있을때는 생활에 불편이 전혀 없었습니다. 무언가 고장이 나도 이메일 보내면 연구소의 maintenance guy가 와서 바로 고쳐주고, 기름이 떨어지는 일 없이 바로 바로 채워주고 하는 일종의 온실속이라 할까요. 집을 사고 나니 조금씩 문제도 생기고 물은 새고, 기름은 달랑달랑하고.... 늘 무언가를 하고 결정하고, 누군가를 불러 보이고 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를 몸으로 경험하게 되더구요. 결국은 수다쟁이가  되어야 하고, 싸움꾼이 되어야 했고, 정글의 법칙을 하나하나 배워야 하더군요. 그곳에 살던 4년 남짓 정말 알아야 할것의 대부분을 배운것 같습니다. 

할수없이 여러가지 기술들을 배우게 됩니다. 목공, 미장기술, 작은 배관일, 간단한 전기수리 등등의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체득하게 됩니다. 인건비는 말하것도 없고 나중에 나오겠지만, 세월아 네월아 하는 미국사람들의 일에 대한 개념때문이라도 결국은 자기가 하게 됩니다. 

이런 모든것 때문에 제가 여기 몇가지의 카테고리를 운영할수 있게 된거지요.  


  
후기)
물론 집을 사고 이사를 가고나서 그 푸르고 푸르던 수백평의 잔디밭으로 인하여 바로 몸살이 납니다. 웬수같기만한 잔디밭으로 인하여 나중엔 빙둘러 공구리를 칠까 (콘크리트로 포장) 하는 생각까지.... 이야기를 들으니 저만 그런건 아니더군요. 잔디깍기만 있음녀 자동으로 될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이게, 이게..... 우이씨. 

나머지 수천평의 숲은 이사하기까지 그냥 숲으로 남았습니다. 처음엔 숲을 조금 개발하여 테니스장을 만들고, 겨울에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할까  뭐 이런 공상도 하였지만, 숲에 평화롭게 살고 있는 다섯의 사슴가족이 있어 그만 두었습니다. 정말 사소한 다른 이유는 돈문제였고....ㅋㅋㅋ   
  
이사를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겠죠? 저희같은 경우는 가구 및 생활 집기가 모두 있는 사택에 살다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침대도 없었고, 식탁, 의자, 그릇, 냄비 등등 있는게 거의 없을 정도여서 이사후 초기 정착비가 많이 들더군요. 거기에 잔디깍기 (lawn mower) 라거나 겨울에는 눈 치우는 기계 (snow blower)등등으로 상당한 비용을 감수 해야 했지요. 

그렇기 때문에 집을 살때 있는 돈을 전부 down payment에 집어 넣으면 closing cost와 이사초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항상 여유자금을 두배 이상 남겨두고 down paymenr의 액수를 결정해야 할듯 합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이렇게 4-5 %의 down payment로 집을 사는 일은 거의 불가능입니다. 거기에 크레딧이 상당히 좋지 않으면 융자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더군요. 미국에서 크레딧 관리는 바로 재산관리입니다. 

마음에 안들던 아랫층의 리모델링공사 이야기는 곧 DIY스토리에 올립니다. 그 처절했던 3개월 (완전 마침은 6개월) 의 공사 이야기는 눈물없이 들을수 없답니다. 흑흑흑.

새집에 이사가기 전에 작은 일부터 시작하였습니다. 페인트칠 같은거....팔이 부러지네, 토나오게 힘드네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 그 일이 가장 쉬운거였더군요.

거대한 앞집 농장은 라마 (Llama) 를 키우는 농장이었습니다. 라마로 뭘 하느냐 물으니 취미로 키운다네요. 온가족이 매달려야 하는 수십마리의 라마를 취미로 키우다니..... 입이 벌어집니다. 

우리 옆집은 바로 절친이 되었답니다. 우리보다는 10살 이상 많았던 부부가 지수보다 3살쯤 위의 딸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집에 살던 4년남짓 그 집과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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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자정까지 제 블로그의 이름공모 이벤트 진행중입니다. 대박 선물도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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