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랫동안 깡촌 생존기 연재를 못했네요. 여러가지로 바쁘기도 하고, 여행도 갔다오고 하느라.... 암튼, 다시 짤막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집을 사고 무사히 계약이 끝나서 키를 받아들었을때 정말 온 세상을 가진 느낌이더군요. 주말정도가 되면 집 뒷마당에는 숲에 사는 사슴 가족이 한가로이 찾아와 풀을 뜯고, 석양도 멋지던 곳.......

집이야기는 




집 이야기를 하게 되면 우리 이웃이야기를 빼놓을수 없네요. 이사 준비를 하며 집에 들락날락할때 창밖으로 안을 빼꼼히 쳐다보던 작은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 초등학교 3-4학년쯤... 소문에 여자아이가 있는 집이 이사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우리 옆집 아이인 미미 (Mimi - 엄마와 같은 이름인 Mary였는데, 애칭으로 그렇게 부릅니다) 였지요. 문을 열고 들어오라했더니 스스럼 없이 들어와 자기이름이며 동네 이야기를 조잘조잘 이야기 합니다. 지수가 유치원에 다닐때입니다. 

미미의 엄마 아빠는 George와 Mary라고 합니다. 우리보다는 한참이나 연배가 높은 50대였는데 (그당시 우리는 30대 중반이었지요) George는 공무원 Mary는 동네의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인연은 지금까지도 서로 그리워 하는 사이가 되었네요. 드넓은 지역에 ㅂ이는 집이라고는 우리집 포함 3집이었는데, 앞집 라마농장과는 그리 큰 교분은 없었으나 옆집 미미네와는 정말 가까와 집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미미때문이었을겁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범이가 민호집에 눌러 앉은 것처럼 미미는 이사간 날부터 우리집에 전격 하숙 (?)을 하게 됩니다. 이름하여 하숙미미. ㅋㅋㅋ

저녁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늘 집에 있기에 첨엔 그냥 설마하는 마음에 인사치레로 '우리 Korean sticky rice를 먹을건데 한번 먹어볼래?" 했던게 하숙에 저녁추가가 되어버렸지요. ㅎㅎㅎㅎㅎ

이 녀석이 한국김에 완전 중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날부터 일년 365일중 반 이상을 우리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첨엔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김치찌게도 끓이고, 비지찌게, 심지어 청국장까지도 끓여도 괜찮은 (?) 사이가 되어버렸지요. 어쩌다 미미가 없는 날은 어디 아픈가 하는 걱정이 들만큼.... 옆집에서도 저녁무렵 미미가 없어도 전혀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의례 밥먹고 오려니 하는거지요. ㅎㅎ
김에서 시작하여 일본식 후리까께를부려 만든 밤톨만한 주먹밥에도 기절을 합니다. 

하숙생활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차에 접어든 미미는 드디어 그 어렵다는 상급과정에 들어갑니다. 아줌마들이 반찬없을때 먹는다는 그 유명한 물말아먹기. 어느날 김이 없어 난감해 하다가 "우린 반찬없으면 물말아 먹는다"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먹겠답니다. 와! 잘먹네요. ㅋㅋㅋㅋ 더이상 가르칠게 없다 하산해라 뭐 이런.......

심심산골. 외국인도 잘 보기 힘든 그곳에서 미미와 George 그리고 Mary는 멀고먼 한국의 문화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몇년 살았다지만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는 그들을 통하여 미국문화를 배웠습니다. 


미미는 늘 지수를 데리고 다녔고, 동생처럼 대하게 되더군요.

잔디깎기가 유일한 취미였던 George는 힘들어 하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자기집 잔디를 깍던 여세로 늘 우리집 잔디를 갂아주곤 했습니다. 급기야는 운전하는 방식의 엄청 비싼 잔디깎기를 구입하여 대놓고 깎아 대더군요. 하긴 딸래미 하숙비로 잔디를 깎아주는 일종의 뭐..... ㅎㅎㅎ

  




항상 술에 취한듯한 Mary는 무슨일이 있을때 마다 우릴 불러내고 , 자기 집에 친구가 오면 꼭 소개시켜주려 애쓰는 큰 누나 같은 존재였답니다. 몇년을 눈밭에 뒹굴고, 취하도록 술마시고, 노래하고 왁자지껄 떠들며 보낸 세월속에 참 진한 우정같은것을 느끼게 되네요.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로 하였을때, 미미와 가족들은 정말 슬퍼했습니다. 우리도 떠나기 너무 힘이 들었구요.... 뭐 암튼 송별 디너를 함께 한날 미미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고, 다음날 학교까지 결석하는 사태가.....

세월이 흘러 흘러 작년 겨울, 고향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우리가 결국은 Saranac Lake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Mimi집에는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고 Surprise visiting을 하였지요. 몇년을 못보다가 갑자기 나타난 우릴 보고 어리둥절하다가는 서로 부둥켜 안고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때 우리가 준비한 선물은....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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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된 미미는....


커피를 즐기는 소녀가 되어있었고, 우리가 준비한 햇반과 김에 거의 미치게 좋아했지요. 


아이에게 밥을 줘 본적이 없는(?) Mary여사가 김싸기 실습을 합니다. ㅋㅋ 

아마도 한동안 아껴 먹었을겁니다. Mimi와 Mary의 계획은 외할머니가 사시는 NYC에 갈때 한국마켓에 들러 보관해둔 햇반상표와 김을 보여주고 대량 구매를 한다던데.... 

암튼, 다음날 만나 밤늦게까지 술을...... 어휴!!! 




미국 깡촌 생존기 전편을 보고 싶으시다구요?


재미있으셨나요?  
저 아래 손등을 콱 눌러 추천해 주시면 더욱 많은 사람이 볼수 있답니다. 댓글도 환영이요. ㅋㅋ
  1. Favicon of https://oravy.tistory.com BlogIcon 하수 2009.09.02 16:50 신고

    푸하하하... 동원 양반김...ㅎㅎ^^
    물 말아 먹는 대목에선 거의... ㅎㅎ 잘 보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s://sayhk.tistory.com BlogIcon 아이미슈 2009.09.02 16:59 신고

    나도 안한다는 물말아먹기..대단하다는..
    한국김의 인기는 여기서도 만만치 않지요...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09.02 23:21 신고

      일본에서도 구이김으로 인기를 평정했었는데.... 일본에서는 조미가 안된 두꺼운 김을 먹는데, 한국김에 미치더라는....

  3.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09.09.02 17:31 신고

    짭짤한 그 맛에 중독되면...벗어나기 힘들죠,. 양반김이라...제대로네요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09.02 23:21 신고

      ㅋㅋㅋㅋ

      저는 개인적으로는 파래김을 그냥 구워 밥 올리고 간장을 사알짝 올려 먹는걸 즐깁니다만...

  4.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9.02 18:36

    헛 미미 이쁘군요. 미국에서도 이웃사이에 뭐랄까 계약이 없이 서로 저녁도 먹여주고, 잔디도 깍아주는 정스럽게 사는것같아 좋아보입니다.^^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09.02 23:22 신고

      지노빌님/ 오랜만입니다.

      너무 오랜만이시라 정겨운 이웃에도 빼먹는....
      잘 지내시죠?

    •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9.03 18:28

      요즘 평일 블로그 시간이 조금 줄어들어서, 글도 보통 주말에 예약으로 올리고 이웃분도 대부분 주말에 방문을 해서 자주 못오는것같네요.

  5.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9.02 21:45

    글을 쭉 읽어내려오다 보니
    가슴이 찡한게 감동마져 밀려오는군요.
    그러면서...
    아!!!
    미국이라는 나라도 우리처럼
    따뜻한 인간미도 있고 사람 살만한 나라이구나
    빨간내복님이 타국이라는 쓸쓸함을 충분히 잊을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저는 사업할때 비지니스관계로 미국인들과
    많이 접촉햇는데 언제나 비지니스였지 인간애를 못 느껴봣답니다. 불쌍한 놈 ㅎㅎㅎ)

    빨간내복님의 흐뭇해 하는 행복한
    미소가 보이는 밤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09.02 23:23 신고

      감사합니다.

      지구촌 어디를 가나 묻혀 살다보면 따뜻한 정을 느낄겁니다. 비지니스관계라면 차가울수 밖에 없을듯 해요.

  6.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9.03 02:12

    재미있게 쓰셨네요. 재미있게 사시는 모습인데요.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09.03 07:13 신고

      말씀하신 대로 참 재미있게 살았는데... 여기 오니 조금은 삭막하기도 하네요.

      그래서 더 고향을 그리는지도....

  7. Favicon of http://blog.naver.com/assdfg2 BlogIcon 태아는 소우주 2009.09.03 07:41

    타지에 일주일만 나가있어도 저같은 경우는 우울증이 생기더라구요.
    오래 살게 되면 정말... 삭막한 느낌에서 어떻게 벗어날 지
    벌써 부터 두렵네요. 햇반^^ 참 재미있어요..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09.03 12:20 신고

      사시게 되면 다를겁니다. 여기가 우리집이다 라는 생각이 일단 들면 그 다음엔 마찬가지가 되더라구요.

  8. 따듯 2009.09.03 10:04

    우정에는 정말 국경이 없겠지요?ㅎ

    오히려 깡촌이기에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 시골이 더 정겨운것처럼,

    저도 어려서 김엄청좋아라해서
    장난으로 김집에 시집간다고 ㅋㅋㅋㅋ

    일본인들도 김에 환장한다던데 서양사람들에게도 우리김은 통하는군요 ㅎ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09.03 12:22 신고

      아무래도 시골이라서 좀 정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런 시골은 상당히 배타적인 경우가 많아 오래살아도 그 안에 끼워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사실은 이곳도 심했지요. 저희가 운이 좋았던 것일겁니다.

  9. 2009.09.03 10:34

    김은 역시 파래김 ...
    연탄난로에 살짝 구어서 간장찍어 먹는 바로 그맛

  10. 익명 2009.09.03 22:45

    비밀댓글입니다

  11. 검도쉐프 2009.09.04 01:53 신고

    일본 친구들도, 홍콩 친구들도 아주 김만 보면 너무 좋아하지요. ㅋㅋ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09.04 02:17 신고

      미국 친구들은 black paper라고 싫어하는 사람이 많죠.

      일본 친구들은 워낙 김을 좋아하는데, 일본감과는 확연히 다른 한국김에 열광합니다. 맛있는건 알아가지구. ㅋㅋㅋ

  12. 모모맘 2009.09.04 17:37

    제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고 매일 님의 글을 기다리고 있는 소심한 아줌마랍니다
    저도 일본어에도 관심있고 또 미국에도 관심이 있다보니 자연스레 님과 연결이 됬네요^^
    처음으로 댓글 달 용기를 내봤구요...
    오늘은 왠지 저의 애정을 보여드리고픈 한 팬이라구 기억해주세요^^
    앞으로 더욱 자주 방문하겠어요
    참고로 저희집도 매일 김을 달고 살아요
    한국사람도 일본사람도 미국사람도 다좋아하는 세계인의 김이 될날이 곧 오겠죠?^^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09.04 22:19 신고

      아! 그러시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또 고맙습니다.
      저도 솔직히 말씀 드리면 다른 블로그에 처음으로 댓글단것이 3개월쯤 전이랍니다. 부끄부끄....

      일본어와 미국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바로 찾아오신듯..... ㅋㅋ 자랑은 아닙니다만... 일본어는 25년째, 영어는 30년째...하하하.

      자주 들러주세요. 또 댓글도 자주 달아주시고, 혹시 궁금하신게 있으시면 물어주시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3. Favicon of https://myusalife.tistory.com BlogIcon 샴페인 2009.09.12 02:29 신고

    그런데 누가 미미인가요? 얼굴이 나온 친구? 아니면 잔으로 얼굴을 반 가린 친구?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09.09.12 03:11 신고

      아! 그렇군요. 다른 아이가 있었네요. ㅋㅋㅋ

      잔으로 얼굴 가린 녀석이예요. 사알짝 화장까지 했더라구요. 쬐그만한 녀석이었는데.....ㅋㅋㅋ

  14. 애독자 2010.05.14 15:14

    April come she will 로 우연히 들리게 됐다가 빨간내복님의 블로그 애독자가 된 한 사람입니다.
    하숙미미 이야기에서 포복절도하여 결국은 이렇게 댓글까지 남기게 되네요 ㅎㅎ
    김과 물말은 밥 이야기는 최근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외국인 떡실신 시리즈"의 원조라 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기회되시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여깁니다...

    http://mingly.egloos.com/4829432

    "4. 한번은 김에 밥을 싸먹는데 미국인 두명이 그 검은 종이가 뭐냐며 비아냥거림
    닥치고 처먹어보라고 김에 밥 싸서 맥였더니 거의 식중독수준.
    결국 그날 두달은 먹었을 김 동나버렸음. 맥주에 김을 연결시켜주니 파티할때 날 요리사로 추대함."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10.05.15 03:18 신고

      감사합니다. 자주 들러주셨군요. 댓글까지 남겨주시니 더욱 감사드립니다. 요즘 미국이야기가 저조하네요. ㅠㅠ 시간이 자꾸가고 나니 기억도 희미해지고.... 떡실신 시리즈 저도 읽었습니다. 웃기더라구요. ㅎㅎ 그런데, 김은 사실 거의 다 아는것 같더라구요.

      자주 뵈요.

  15. 상록수 2010.09.04 05:51

    참 따뜻한 이야기네요!! 김에 매료당하는 미국 사람들 꽤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ㅎ 저도 처음 살던 콜로라도에 두고온(?) 미국 친구 가족이 그립네요!

    • Favicon of https://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來福 2010.09.11 12:23 신고

      사실 김같은 종류는 한번 맛을 들이면 중독증세를 보이더라구요. 보통 사람은 black paper라며 쳐다보지도 않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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