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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미국 깡촌 생존기 17 - 미국소녀 하숙 미미의 유별난 한국 조미김사랑

너무 오랫동안 깡촌 생존기 연재를 못했네요. 여러가지로 바쁘기도 하고, 여행도 갔다오고 하느라.... 암튼, 다시 짤막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집을 사고 무사히 계약이 끝나서 키를 받아들었을때 정말 온 세상을 가진 느낌이더군요. 주말정도가 되면 집 뒷마당에는 숲에 사는 사슴 가족이 한가로이 찾아와 풀을 뜯고, 석양도 멋지던 곳.......

집이야기는 




집 이야기를 하게 되면 우리 이웃이야기를 빼놓을수 없네요. 이사 준비를 하며 집에 들락날락할때 창밖으로 안을 빼꼼히 쳐다보던 작은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 초등학교 3-4학년쯤... 소문에 여자아이가 있는 집이 이사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우리 옆집 아이인 미미 (Mimi - 엄마와 같은 이름인 Mary였는데, 애칭으로 그렇게 부릅니다) 였지요. 문을 열고 들어오라했더니 스스럼 없이 들어와 자기이름이며 동네 이야기를 조잘조잘 이야기 합니다. 지수가 유치원에 다닐때입니다. 

미미의 엄마 아빠는 George와 Mary라고 합니다. 우리보다는 한참이나 연배가 높은 50대였는데 (그당시 우리는 30대 중반이었지요) George는 공무원 Mary는 동네의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인연은 지금까지도 서로 그리워 하는 사이가 되었네요. 드넓은 지역에 ㅂ이는 집이라고는 우리집 포함 3집이었는데, 앞집 라마농장과는 그리 큰 교분은 없었으나 옆집 미미네와는 정말 가까와 집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미미때문이었을겁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범이가 민호집에 눌러 앉은 것처럼 미미는 이사간 날부터 우리집에 전격 하숙 (?)을 하게 됩니다. 이름하여 하숙미미. ㅋㅋㅋ

저녁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늘 집에 있기에 첨엔 그냥 설마하는 마음에 인사치레로 '우리 Korean sticky rice를 먹을건데 한번 먹어볼래?" 했던게 하숙에 저녁추가가 되어버렸지요. ㅎㅎㅎㅎㅎ

이 녀석이 한국김에 완전 중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날부터 일년 365일중 반 이상을 우리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첨엔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김치찌게도 끓이고, 비지찌게, 심지어 청국장까지도 끓여도 괜찮은 (?) 사이가 되어버렸지요. 어쩌다 미미가 없는 날은 어디 아픈가 하는 걱정이 들만큼.... 옆집에서도 저녁무렵 미미가 없어도 전혀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의례 밥먹고 오려니 하는거지요. ㅎㅎ
김에서 시작하여 일본식 후리까께를부려 만든 밤톨만한 주먹밥에도 기절을 합니다. 

하숙생활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차에 접어든 미미는 드디어 그 어렵다는 상급과정에 들어갑니다. 아줌마들이 반찬없을때 먹는다는 그 유명한 물말아먹기. 어느날 김이 없어 난감해 하다가 "우린 반찬없으면 물말아 먹는다"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먹겠답니다. 와! 잘먹네요. ㅋㅋㅋㅋ 더이상 가르칠게 없다 하산해라 뭐 이런.......

심심산골. 외국인도 잘 보기 힘든 그곳에서 미미와 George 그리고 Mary는 멀고먼 한국의 문화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몇년 살았다지만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는 그들을 통하여 미국문화를 배웠습니다. 


미미는 늘 지수를 데리고 다녔고, 동생처럼 대하게 되더군요.

잔디깎기가 유일한 취미였던 George는 힘들어 하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자기집 잔디를 깍던 여세로 늘 우리집 잔디를 갂아주곤 했습니다. 급기야는 운전하는 방식의 엄청 비싼 잔디깎기를 구입하여 대놓고 깎아 대더군요. 하긴 딸래미 하숙비로 잔디를 깎아주는 일종의 뭐..... ㅎㅎㅎ

  




항상 술에 취한듯한 Mary는 무슨일이 있을때 마다 우릴 불러내고 , 자기 집에 친구가 오면 꼭 소개시켜주려 애쓰는 큰 누나 같은 존재였답니다. 몇년을 눈밭에 뒹굴고, 취하도록 술마시고, 노래하고 왁자지껄 떠들며 보낸 세월속에 참 진한 우정같은것을 느끼게 되네요.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로 하였을때, 미미와 가족들은 정말 슬퍼했습니다. 우리도 떠나기 너무 힘이 들었구요.... 뭐 암튼 송별 디너를 함께 한날 미미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고, 다음날 학교까지 결석하는 사태가.....

세월이 흘러 흘러 작년 겨울, 고향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우리가 결국은 Saranac Lake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Mimi집에는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고 Surprise visiting을 하였지요. 몇년을 못보다가 갑자기 나타난 우릴 보고 어리둥절하다가는 서로 부둥켜 안고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때 우리가 준비한 선물은....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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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된 미미는....


커피를 즐기는 소녀가 되어있었고, 우리가 준비한 햇반과 김에 거의 미치게 좋아했지요. 


아이에게 밥을 줘 본적이 없는(?) Mary여사가 김싸기 실습을 합니다. ㅋㅋ 

아마도 한동안 아껴 먹었을겁니다. Mimi와 Mary의 계획은 외할머니가 사시는 NYC에 갈때 한국마켓에 들러 보관해둔 햇반상표와 김을 보여주고 대량 구매를 한다던데.... 

암튼, 다음날 만나 밤늦게까지 술을......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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