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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기타교실

나의 기타 이야기 5 - 드디어 박치를 벗어나고 정태춘을 만나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기에, 문학에 흠뻑 빠져 버렸습니다. 시도 쓰고, 시화전도 하고 뭐 이런 상당히 정적인 활동들을 하게 됩니다. 고등학교쯤 되니 학교에 한둘씩 전자기타를 연주하며 Hotel California니 Living next door to Elise같은 곡을 흉내내는 친구들이 늘어갔습니다. 또 그런 밴드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고등학교 축제음악을 끌어가게 됩니다.
 
뭐 암튼 개인적으로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기타도 이젠 레파토리도 많이 늘어 혼자서 여러가지 노래를 즐기는 (?) 수준이 되어있었지요. 학교생활은 뭐... 공부는 잘했지만, 학교수업을 잘 안듣고 교과서밑에 책을 놓고 꾸준히 책만 읽는 그런 생활을 견지했지요. 그때 왠만한 대하소설은 다 읽었던 것 같습니다. 수학여행이나 야영같은걸 가게되면 아이들은 모닥불가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이런 건전한 것은 절대 안하고 전자기타를 하는 친구들주위로 모여 말도 안되는 막춤을 추어대곤 하였습니다. 살짝살짝 담배도 피우고, 술도 입에 대는 친구들이 늘어만 갔네요. 저같은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서서히 도태를 당합니다.  

뭐 그런 암울한 시절......제게 한 가수가 감성적으로 확 다가옵니다. 바로 정태춘이라고 하는 가객입니다. 

그의 노래는 단순히 노래를 넘어 거의 제 감성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허무와 도에 물든 그의 초기 노래는 어린 소년이 듣기엔 적절하진 않았지만, 그의 모든 노래가 저의 기타선생님이었고, 노래 교사였지요. 촛불이나 떠나가는 배와 같은 비교적 알려진 노래보다는, 시인의 마을이나 얘기 혹은 탁발승의 새벽노래같은 고향냄새가 그리고 도불교의 냄새가 나는 그런 노래들이 좋았습니다.  조금은 어눌하게, 꾸밈없이 저음으로 노래하는 그의 창법이 좋아 스스로 따라하게 되었구요. 사실 타고난 소리꾼이 아니라면 대개 처음엔 누군가의 창법을 따라하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전 음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었으니,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의 기타는 투박한듯 보이지만 복잡하며 섬세합니다. 저의 음감도 복잡 (?) 하며 섬세 (?) 했습니다. 한곡을 수십번, 수백번씩 듣는 것으로 현실과 (어려운 기타와 노래)  꿈 사이 (음치 탈출) 를 조금씩 메꾸어 나갔던 겁니다. 

지금은 CD다 MP3다 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서 듣지만, 그땐 LP 레코드 아니면 카셋트테이프였습니다. CD는 구경도 못할때인데, 주위에 자신의 입맛대로 LP를 구비한 사람도 흔치 않았지요. 한참 휴대용 카셋트플레이어가 대중화 되어가던 시기이기도 하네요 (그전까진 소니의 walkman과 삼성의 마이마이라는 기기가 주종이었는데, 무쟈게 비쌌습니다. 게다가 휴대하기에는 많이 컸구요). 



요즘처럼 다운로드는 없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죽 적어 가지고 가면 레코드 가게에서 카셋트테이프에 더빙을 해주곤 하였습니다. 물론, 카셋트값과 60분당 얼마 하는식으로 돈을받았지만....... 그때 정태춘, 양희은이나 서유석등의 포크 가수들의 노래들을 얼마나 들었던지.... 길은정이나 김수철도 많이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암튼, 그런 카셋트테이프를 워낙 오래 많이 듣다보니 테이프가 늘어 나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엔 최첨단이었던 신형 일제 더블데크 카셋트가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두어벌을 복사해놓고 듣곤 하였지요. 테이프에 복사방지같은게 없지요. 한번에 많은 곡을 넣을 욕심에 90분짜리, 120분짜리 테이프를 구입하여 (요즘으로 치면 더욱 큰 용량의 메모리를 구입하는...) 노래를 담곤 하였는데, 이런 대용량 (?) 테이프는 얇아서 늘어나기도 잘 늘어나지만, 심한 경우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네요. 그럴때는 끊어진 양끝을 찾아 풀로 사알짝 붙히는 신공을 발휘 조심해서 듣던 기억도 납니다. 오토리버스도 구간반복기능도 귀하던 시절이라서 아날로그 번호판을 신호삼아 되돌리기를 완전수동으로 하였지요. 음질을 개선하였다는 크롬테이프를 비싼값에 일부러 구입하여 녹음하고 '역시 좋아" 어쩌구 하며 듣던 기억도 납니다.

카세트테이프에 좋아하는 사랑노래를 듬뿍 담아 좋아하는 친구에세 선물하던 것도 유행을 했네요. 뭐 일종의 작업도구로도 사용되곤 하였는데, 맘에 둔 여자친구의 음악취향을 알아내는 것도 아주 중요했습니다. ㅎㅎㅎ 전 아닙니다만.... 정말 아니라구요. 

노래를 들을땐 우선 드럼이나 베이스 기타가 리드하는 리듬을 먼저 익힙니다. 그러고 나서야 노래를 듣는 식이었습니다. 사실 어느 노래든 뒤에 들리는 드럼의 큰 북의 리듬이 전체적인 리듬이 됩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여러리듬의 변형을 사용하지만, 기본적인 것은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렇게 익히고 나서도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요즘도 노래를 들으면 먼저 박자를 듣는게 버릇이 되었습니다. 발로 쿵쿵하며 전체리듬을 따라갑니다. 손이나 입으로 세세한 리듬을 따라가게 되지요. 학교에 가면 책만 읽다가, 집에 오면 음악만 듣고 기타연습만 하는 한심한 나날들이 그렇게 흘러만 갔고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을 무의미하게 거의 다 보내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때쯤 되니 리듬과 음이 몸에 배어, 적혀진 코드를 보지 않고도 노래만 알면 반주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건 대단한 진보였지요. 머릿속에서 쥐어짜내지 않아도 손끝에서 나오는 음이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그때쯤에는 완전히 박치에서 탈출합니다. 

그런데...... 

두둥...


고3이 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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