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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사소한 미국 이야기 - 미국 8학년 교과과정 I

다시 미리 말씀을 드리지만, 제목은 미국교과과정이라 했지만, 다른곳은 잘 모릅니다. 제 딸아이는 천주교학교를 다니기때문에 공립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커리큘럼을 예로 들을 뿐입니다. 

아시는분들도 있겠지만, 캘리포니아의 공립학교는 주의 극심한 재정난으로 인하여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많은 학생수와 예체능수업의 폐지등이 그것입니다.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음악과 체육이 정규수업에 편성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등록금도 내지만, 성당에서도 지원을 해주는 천주교 학교는 비교적 그런부분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교과과정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공립학교와는 다르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미국의 학제는 대개 유치원인 Kindergarten 이 있고, 1-5학년까지 초등학교과정, 6-8학년까지 middle school 그리고 9-12학년까지 고등학교인 5-3-4 학제를 가집니다. 아마도 주마다 조금은 다른것으로 압니다. 신학기는 9월에 시작하고 다음해 6월말에 1년 과정이 끝납니다. 한국보다는 6개월 일찍 들어가는 셈이지요. 제 딸아이는 이번에 8학년이 되었지만, 한국에서라면 아직도 중학교 1학년인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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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back to school night이 있었습니다. 각 학년의 학부모를 학교에 초대하여 담임선생님이 1년간의 교과과정과 수업의 방향등을 부모들에게 설명하는 설명회입니다. 대부분 아빠와 엄마가 함께 와서 조용히 경청하고, 궁금한 일에 대해서는 활발히 질문을 하며 대화를 합니다.

우선,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이므로 올해가 졸업반인 셈입니다. 최고학년이므로 여러가지 특전도 많습니다. 먼저 큰 언니오빠들이기때문에 자신들만의 lunch table을 갖죠. 밑에 학년들은 비교적 넓은 lunch area에서 학년별로 차례로 먹습니다. 캘리포니아인 만큼 식사공간은 야외입니다 (추운곳에 살다 온 처음에는 정말 이상해서.....). 추우나 더우나..... 

대강 이렇게 생겼네요.



그런데 8학년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식사를 합니다. 다들 엄청나게 좋아하죠. 

이야기는 두 선생님이 나누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입시가 있는건 아니어서, 졸업반이라도 그리 중점적으로 입시분비를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 학교는 일반 공립에 비하여 거의 대부분의 과정을 빨리 진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학의 경우도 1년가량 빠릅니다. 과학도 조금은 빠른듯 하고...... 암튼, 학교과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Language art (영어)
Literature (문학)
History (역사 - 미국사, 세계사)
Math (수학 - 기하, 대수)
Science (주로 물리학)
Spanish (스페인어 - 외국어)
Social study (사회) Current event (시사)
Religion (종교)
Physical Education (PE - 체육)
Music (음악)

작년인 7학년에서도 영어는 상당한 수준을 배워야 했고, 단어도 엄청나게 외워야 하더군요. Quiz 준비한다고 도와 달라하여 단어를 불러주는 일을 가끔씩 하게 되는데, 100개의 단어중 90%정도는 모르겠더라는.... 저도 나름 vocabulary 22,000 혹은 33,000같은 것도 했었고 하루종일 영어만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써내냐 하는 report에는 "빨간펜 선생님"의 흔적이 남습니다. 상당한 하드트레이닝을 합니다.

이제껏 경험한 미국의 교육은 책읽기를 상당히 강조합니다. 그만큼 아이드링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기 힘들다는 역설적 표현도 될겁니다만...... 암튼, 상당한 책을 읽어야 써낼수 있는 과제드링 많죠. 문학시간은 중요한 서적을 지정하여 이를 읽으며 문학적 소양을 갖게 합니다. 일본의 패망후 식민지였던 한국을 떠나야했던 일본인의 이야기를 한국인에게 악의적으로 써내어 큰 문제가 되었던 "요코이야기"도 학교의 문학교재채택 때문 이었습니다. 작년 7학년의 문학교재는 재미한국인인 Linda Sue Park이 쓴 "Single Shard (작은 파편)"  라는 책이어서 무척 흥미롭더군요. 12세기 한국의 도자기 장인 이야기로 아이들이 책에 나온대로 서로 Ajima (아줌마를 그렇게 표현) 로 부르는등.... 

올해는 무조건 단어를 외우거나 하는 방식 대신 문학과 연계하여 문법과 단어를 늘려나간다는 설명입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중학교때는 한국어 문법인 자음접변이니 구개음화니 대치법이니 하는 것들을 배운 기억이 나네요.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그다지 외울 필요는 없는 연도를 외우기 보다는 간단한 연극준비등을 통하여 그 시대를 배우는 방향으로 간다는 군요. 이 선생님은 시험을 보지 않습니다. 과제와 공동과제 그리고 연극, 모형제작 등등으로 평가를 합니다. 

흔히들 미국은 한국에 비하여 수학이 약하다는 말을 합니다. 한국에서 막 초등학교 과정에 편입한 한국학생들이 처음엔 영어에 조금 떨어져도 수학은 항상 1등을 하는 걸 보면 대개 짐작은 합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그 격차가 줄어듭니다. 7-8학년쯤되면 수학문제의 답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풀이 과정을 전부 다 보기때문에 섣불리 옆에서 부모가 지도 해주기도 힘들어집니다. 우리가 볼땐 쉽게 올리고 넘겨서 지우고 하면 될것을 여기의 방식은 완전히 달라서 그렇게 풀이하면 답은 맞을지 몰라도 풀이과정이 다르므로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한국어로 구구단은 "이일은이, 이이는 사, 이삼은 육..." 하며 입에 쫙 붙지만, 이곳은 정말 황당합니다. 지수가 2학년쯤 구구단을 외우는걸 보고 기절을 했지요. "two times two equals four, two times three equals six...." 이런식이니 답답하기만 하지요.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지만, 옆에서 보기 답답하지요. 한국어로 숫자는 더더욱 모르니 가르쳐 주지도 못하고...... 이렇게 미국의 수학은 답답하다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학교재도 문제와 답풀이 위주가 아닌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고, 문제풀이 자체도 영어시험인가 싶을만한 문제들도 많죠. 

사실 이 학교가 너무 앞서나가려다 보니 학부모의 반발을 산적도 있답니다. 3학년말에 루트를 가르치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이후 아이드링 따라오지 못하는 바람에 1년가량 늦추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학교보다는 좀 앞서는 페이스입니다. 

과학의 경우 올해는 물리학을 중점으로 가르친다고 합니다. 물리학, 화학, 전기과학 등등이 차례로 나오지만 전반적으로 물리학에 중점을 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생물학은???? 사실 생물학은 작년 일년간 배웠습니다. 7학년 생물학 책이 제가 대학때 배웠던 생물학 원서만큼이나 방대한 양입니다. 7학년말쯤에는 지수가 물어도 전공한 저도 조금 생각을 해야 할만큼의 내용들이 많았지요. 유전학까지 배우는 걸 보고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과학선생님의 말로는 7,8학년에 배운 과학으로 고등학교 과학을 거의 커버한다고 하니....... 사실 6학년까지는 집에서 따로 공부하는 걸 잘 못봤는데, 7학년이 되더니 시험때는 집에서 공부를 하더군요.   

종교학교니 당연히 종교는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school mass (학교미사) 를 드립니다. 

Spanish의 경우...사실 캘리포니아다보니 멕시코계가 많은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지수학년에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몇있고, 선생님도 멕시코계이기때문에 스페인어의 수준은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서실 어딜가도 스페인어가 눈에 띄는 곳이니 오히려 당연할 겁니다. 수업은 실제로 회화위주의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지수도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말하는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알아듣는 말이 많죠. 암튼, 고등학교까지 더 배우면 그래도 스페인어는 조금 할줄 알게 되겠지요.

재미있는 것은 사회과목의 일환인 Current event라는 것입니다. 일종의 시사문제로 현안에 대한 report, debate등을 합니다. Times같은 시사잡지를 적극활용하고, 유튜브, 뉴스클립등을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이라크전쟁이라거나 오바마의 의료정책등에 대한 것들을 여러매체로 접하고 그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글로쓰며 토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중학교 2학년인데....

암튼, 이런 교과과정은 몇몇 과목을 제외하고는 팀웍을 중시하고 함게 모여 준비하고 공부할 일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그런 과정속에 서로의 의견을 조정하거나 리더십 등등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부모는 아이들을 이집저집에 실어나르며 함께 공부하고 준비하는 일을 뒷받침 해주죠. 아마 고등학교에서는 더욱 이런 경향이 짙어질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들었구요. 

물론, 미국에서도 아시아 제국에 거의 공통으로 보이는 암기위주의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지 않는것은 아닙니다. 또 그렇게 해서 배양될 문제들도 당연히 많습니다만, 현재의 미국교육은 비교적 팀위주인것 같습니다. 이런 교육에서 가장 많이 배양되는 것들은 자신의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것들이라 하겠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교육을 받은 제가 느끼는 가장 아쉬운점이 바로 그런면이랍니다. 아무리 혼자서 공부를 잘한다 해도 미국에서의 교육과정대로라면 큰 성취를 보기는 힘이 듭니다. 어느것이 좋다 우수하다를 따지기는 힘이 들지만, 확실히 개인의 성취만을 따져나간다면 확실히 문제가 따를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