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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뒷북치기 영화 리뷰 -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아바타 (Avatar)

위키에서는 컴퓨터 사용자가 자신의 분신으로 2D의 그림을 만들어 온라인상에서의 얼굴 아이덴티티로 사용하는 도구를 말한다는 간략한 설명이 있습니다. 

2D의 그림..... 3D 아니 실제로 살아움직이는 surrogate를 정신감응만으로 조정한다는 것 자체가 공룡DNA로 공룡을 만든다는 쥐라기 공원의 공룡재창조만큼이나 허황되지만, 영화란 대개 허구를 다루니 오히려 그런 부분이 미덕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지수도 그렇고 지수맘도 그렇고 그리 즐기는 타입의 영화가 아니라서 크리스마스 연휴 혼자서 집에서 쉬는 틈을 타서 잽싸게 동네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뻘쭘하게 혼자서 극장에 간건 아마도 군대휴가시절 정도일테니 20년도 넘었네요. 쩝!


그래도 혼자 온 사람이 많아서 위안을 삼고....... 당연히 3D 영화를 보았습니다. 편광안경을 끼고 보는 형태라서 첨엔 눈이 제법 아팠지만, 점차 익숙해지니 괜찮아지더군요. 아침이라서 (9:30) 조조할인이 되어 $12.50의 영화가 $8.50 이었습니다. 보통 영화는 $6.00정도인데, 아무래도 3D다보니..... 이곳에는 조조할인의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조조는 대개 저녁 5시전을 말합니다. Matinee라고 부릅니다. 사전적 정의로는 연극등을 저녁이 아니라 오후에 상연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극장의 경우는 5시전에 상영하는 분에 대하여 디스카운트를 해주지요. 관객이 없어도 혹은 한두명이라도 상영을 하지요. 당연히 수익을 맞출수는 없으니 팝콘이나 음료등이 엄청 비쌉니다. 영화를 보는 비용보다 훨씬 더 들어가는것이 극장의 식음료랍니다. 

팝콘의 크기와 음료의 크기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콜라도 바께쓰로 퍼 마십니다. ㅎㅎㅎ 



이야기가 옆길로 샜네요. 
암튼, 아바타를 보고 난 다음의 감상은 "이런 영화를 만들수도 있구나..." 하는 점이 첫째였습니다.

연달아 생각나는 것들이 바로....... 미국의 서부개척, 아메리칸 인디언, 포카혼타스,  석유를 노리고 시작한 이라크 전쟁, 그리고 일본에서 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이라는 만화영화였지요. 마카로니 웨스턴이 인디언을 머릿가죽을 벗기는 야만인으로 만드는데 한몫 했다면 후에 나온 수정주의 서부극은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입장에서 바라본 침략자의 서부라는 면이 다릅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세계관이 어떤지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완곡한 어조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바로 네이티브 아메리칸에 대한 사과인듯 하네요. 거기에 이라크전에 대한 준열한 호통일수도 있을듯 합니다. 이렇게까지 비약하는 것은 좀 너무 멀리간것일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아바타는 Unobtanium이라는 중력법칙을 무시할만한 강한 자기광물을 채굴하기 위한 한 회사의 다른 행성에 대한 침략이며 원주민인 나비족이 행하는 생존을 위한 방어의 이야기입니다. 



이전 영화에서 외계생물 에일리언의 공격을 단신으로 방어하던 여전사 시고니위버는 나비족에게 에일리언이라 불리게 되죠. 원주민의 생활을 이해하려는 과학자쪽이었지만, 약탈자쪽의 외계생명이므로 에일리언이 맞긴하네요.
그래서 이 묘한 대비가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시고니위버의 연기력을 높이 산 캐스팅이겠지만, 에일리언이라 불리워 가장 극적인 사람은 바로 시고니위버이니 이런 부분도 캐스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암튼, 이 중력법칙을 무시한 광물이 묻힌 산은 포스터에 보이는것처럼 공중에 떠 부유합니다. 과연 이 광물로 무엇을 할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견딜수 없네요. 자기부상열차? 혹은 제5원소에 나오는 날아다니는 자동차? 아! 이 허접한 저질 상상력. ㅎㅎ

영화의 배경은 2154년인가였는데, 뭐 그때까지도 광물에 의존해야 하는 정도의 기술력밖에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여 재미있더군요. ㅎㅎ

이 Unobtanium은 영과 정신을 숭배하는 나비족의 생활 근거지에 매장되어있어 그 채굴이 쉽지 않습니다. 나비족은 이름도 그렇지만, 활과 창을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어렵지 않게 네이티브아메리칸의 변형임을 눈치채게 됩니다. 나비 (Navi) 족이라는 이름도 Navajo라는 부족의 이름에서 따온것 일거라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암튼, 이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생활양식을 배워 광물채굴을 쉽게 하려는 의도에서 제작된 원주민의 모습을 한 아바타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하다 급사한 쌍둥이형을 대신해 두다리의 감각을 잃은 ex 해병대원 제이크가 투입이 되지요. 아바타는 제이크의 형 DNA와 나비족의 DNA를 합성하여 만들어졌고, 이 비싼 surrogate를 조정하려면 쌍둥이로 유사 DNA를 가진 동생이 필요하다는 설정입니다. 비둘기파와 매파가 공존하는 약탈자측 (나비족은 이들을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sky people이라 부릅니다) 에서 제이크는 중간정도의 성향을 띄게 됩니다.

암튼, 먼저 영화적 테크닉을 눈여겨 봅니다. 이모션캡쳐라는 아주 어려운 모션캡쳐 기술이 응용이 되었다고 합니다. 언뜻 보기에도 약간의 과장이 있을지라도 컴퓨터로 재창조된 캐릭터의 움직임은 인간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이전에도 이 모션캡쳐로 탄생한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멀리는 Polar express라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있죠. 첨엔 "와! 톰행크스하고 이미지가 똑같다" 하지만, 결국은 만화영화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 영화였죠. 거기에 Beowulf라는 컴퓨터로 재창조된 캐릭터만 나오는 영화가 나왔었습니다. 


역시나 와! 하지만, 인간의 모습을 똑같이 만들려는 노력이 오히려 이건
인간이 아니다라는 확신만을 심어준 영화가 되었습니다. 도리어 컴으로 만든 비현실적 캐릭터인 반지의 제왕 골룸이 더 현실적으로 보일정도였네요. 바로 이 지점이 카메론 감독이 만들려 했던 세계가 아닐까 합니다. 나비족의 모습을 구태여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지 아니하고 더욱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만든것이  대놓고 3D 컴퓨터 합성 캐릭터에 현실몰입하게 만든 힘이었다고 봅니다. 어지러운 3D에 적응이 될 무렵이면 컴퓨터 캐릭이 현실인지 그림인지도 모호해져 갑니다. 현실과 캐릭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제이크가 어느것이 현실인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는 대사를 들으며 바로 이 부분이 카메론이 노린 경계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웰컴투 동막골에서 잠깐 나와서 즐거움을 주었던 컴퓨터 멧돼지는 대놓고 쌩 디지털이었지만, 나름 CG에 공을 들였다는 차우의 멧돼지에 도리어 짜증이 나는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유원지등에서 보는 3D영화는 관객에게 정신없이 화살을 쏘고 폭발을 일으켜 자신도 모르게 자꾸 피하게 만드는 걸 목표로 하지만, 3D 아바타는 이런 꼼수보다는 현실감만을 조금 증강하는 역할을 합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죠. 

인디언의 저주로 곰이 되어버린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디즈니의 만화영화 Brother bear도 마찬가지이지만, 약탈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 절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약탈자의 스파이로 그들의 모습을 하고 들어간 제이크는 어느덧 족장의 딸인 네이티리와 사랑에 빠지고, 얼레리꼴레리도 하고 정신적 교감도 나누는 사이 약탈의 대상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하게 되죠. 



예상하는 바대로 약탈자가 아닌 방어자로서 자신이 속한 세계를 버리고 자신이 투입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길을 택합니다. 인간본성을 깨닫게 하는 영화라하면 조금 오버가 되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양심과 미안함 등을 일깨우기에는 충분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생각이네요. 영화적인 수사로는 인간은 armour suit, 혹은 마징가제트 같은걸 입고 손에 콘트롤러를 달고 로봇을 움직이는데 반하여 나비족은 머리에 달리 촉수를 말의 촉수에 연결하고 생각만으로 조종한다든지, 시조새같은걸 잡아 촉수연결합니다. 어느쪽이 더 발전된 형태인지 관객에게 묻는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아무리 물질문명이 발달하여도 결국은 정신에 미치지 못한다 함을 보여주는 건 아닌지.......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자 했던 동기는 진보된 기술을 극장에서 내 눈으로 확인코자 했던 것이 강합니다. 그 기대가 결코 헛된것은 아니라는 확인만으로도 가치가 있더군요. 언젠가는 이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실제 연기자의 연기없이도 컴퓨터만으로도 영화를 만들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는 인간의 표정, 동작등을 컴퓨터로 처리하여 그림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지만, 이런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가능해질것 같습니다. 점점 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겠지요.

영화쪽에서 영상의 혁명을 가져온 영화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중 몇가지의 공은 제임스카메론에게 돌아갑니다. 바로 어비스와 터미네이터 등등이 그것입니다. 거기에 쥐라기공원, 최초의 3D 애니 토이스토리 등등을 꼽을수 있겠네요. 영상쪽에서의 대단한 진보를 가져온 제임스 카메론이 다시한번 획기적으로 영상기술의 혁신을 이루었음을 부정할수는 없을듯 합니다. 하지만, 영화자체만으로 그정도의 이야기를 끌어들였는지는 말하지 못하겠네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많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이 이야기도 저 이야기도 다 어디선가 본듯한 것들 투성이입니다. 커다란 전투용 트럭으로 숲을 밀고 들어오는 장면들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 나온 것들이고, 마지막 전투장면들은 공중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라스트모히칸등에도 나왔던 이야기들인듯 하네요. Brother bear와 포카혼타스가 교차적으로 보이는 제이크의 나비족 동화과정등등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스토리적으로 그리 엄청난 찬사를 받을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런 면들때문에 아바타를 폄하하려는 건 아닙니다. 아바타가 갖는 서사의 한계를 이야기할뿐이지 영상미학의 진일보는 두고두고 교범이 될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디즈니를 중심으로, 헐리우드 영화의 조류가 인간본성으로 돌아가고 있네요. 그만큼 현대가 혼탁해져 가는것을 가리키는 방증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가족, 따뜻함, 휴머니티 등등은 재난영화에도 만화영화에도 공통적으로 보여집니다. 다르게 말하면 이런것이 들어가지 않으면 막장영화라 공격받기 쉬워진거죠. 그렇기때문에 솔직히 제임스 카메론의 성향을 이 영화로 단정짓기에는 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저 단순히 하나의 시대적 흐름에 영합한 영리한 제작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카지노 몇개 쥐어주고, 세금 안받고 할일 다했다고 하는 식의 사과가 현실적으로 현재의 아메리칸인디언에 대한 처우입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언제라도 약탈자의 영화를 만들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러니 한 영화로 너무 깊이 생각하는것은 위험헐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