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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블라인드 사이드 - 실화는 현실적일까?

오늘은 영화리뷰입니다.

제 영화리뷰의 특징이 있습니다. 요즘은 영화관에 거의 가지 않기때문에 왠만한 영화는 블루레이가 출시되기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제 영화리뷰는 늘 뒷북치기가 됩니다. 또한, 먹거리와 한잔의 가벼운 알콜음료를 마셔줘야 합니다. 극장에서는 하기 힘들기때문에 꼭 해줘야 한다는.... 그래서 항상 잡다구리 합니다.ㅎㅎㅎ

오늘은 칵테일중에 피냐 꼴라다
(Piña colada) 를 만들었습니다. 스펠에서 알수 있듯이 파인애플을 이용한 음료입니다.

원래는 이렇게 멋지구리한 음료 되시겠습니다. 대개 tropical resort에 가면 이렇게 멋진 잔을 한손에 턱하니 들어줘야 개념이거든요.


집에서야 뭐.... 그냥....... ㅎㅎ

우선 파인애플을 한넘 잡아야 하죠. 혹시 파인애플을 손질하는 법을 아십니까? 파인애플은 손질하기 어려운것으로 지레 겁을 만큼 그 뽀~쓰가 장난아니죠. 껍데기 두텁두텁이니 사과깎듯이 깎기도 뭐하고 칼도 제대로 안들어 갈것 같은 저 두께가 장난아니라서 포기하고 통조림으로 해결하기 쉽습니다. 예전에는 바나나와 더불어 아~주 비싼, 그래서 병원에 입원이나 해야 간쓰메 (통조림) 정도 겨우 맛볼만큼 귀하디 귀한 과일님이었는데.... ㅎㅎㅎ 요즘은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수 있을것으로 압니다.

우선, 아래 연속그림을 보시면 대강 이해가 가실겁니다만, 부엌칼 하나와 과도 하나면 비디오를 찍어보니 2분안에 해체가 되더군요. 우선 그림 보시죠.....



머리와 꼬리를 우선 잘라 버립니다. 그리고 가운데를 십자로 위에서 아래로 가르고, 가운데 심을 잘라버립니다. 그 1/4을 다시 반으로 가릅니다. 나머지는 과도를 이용하여 껍데기 부분을 살살 분리하고 위에서 과도로 잘게 잘라주면 되죠. 통조림처럼 동그랗게 잘라야 하는 특별한 용도가 아니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편하네요. 파인애플을 잘라주는 도구도 있습니다만, 오히려 이 방법보다 더 어렵더군요. 암튼, 파인애플을 자른 이유는... 피냐 꼴라다를 만들기 위함이었죠.

원래는 코코넛쥬스를 사다가 코코넛주스와 파인애플, 얼음과 럼을 적당히 섞어 블렌더에 갈아주는 것입니다만, 코코넛주스가 없고 마침 지난해 사다놓은 피냐꼴라다 믹스가 있어 이를 이용하였습니다. ㅎㅎㅎ



뭐 위 지구리한 사진의 음료보다는 못하지만 이렇게 파인애플을 하나 척 꽂아주면 그래도 각이 좀 살죠. ㅎㅎ



휴! 이제서야 영화 이야기를 하네요. 사실 지수는 이미 영화관에서 보았고 강추라며 함께 보길 원한 영화였네요.

아래 리뷰는 순전히 주관적느낌임을 미리 말해둡니다.


2009년 11월 개봉하여 전미를 잔잔한 감동으로 몰아넣고, 샌드라 벌록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입니다.

포스터위에 큼지막하게 실화라고 되어있습니다.
미국에서 미식축구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수퍼볼시즌이되면 사람들은 그 이야기뿐이고 주위 사람들과 모여 함께 보곤하죠. 평소에도 아주 어린 아이들의 무늬만 미식축구 게임에도 온가족이 총출동하여 응원에 열을 올릴만큼 커다란 인기입니다. 물론, NFL선수들의 연봉도 엄청납니다. 그중 가장 인기있는, 축구로 치자면 스트라이커쯤에 해당하는, 포지션은 쿼터백입니다. 쿼터백은 볼의 배급과 게임의 조절등을 행하는 막강한 포지션이죠. 그런데, 이 쿼터백이 게임을 지휘할때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상대팀의 러닝백이 비집고 들어오는 틈 그곳이 바로 블라인드 사이드죠. 영화는 이의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마약중독자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빅 마이크" 라고 불리우는 마이클은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폭행과 생이별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랐습니다. 구기에 재능을 보임을 안 아는 아저씨가 주선하여 부유한 백인 구역의 크리스챤스쿨에 입학하게 됩니다만, 이미 세상에 마음을 닫아버린 빅마이크는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인이 되어갑니다.

한편 누가 보더라도 멋지고 정말 부유한 백인 부촌의 상징 리앤은 생활자체도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사랑스런 주부이며, 어머니이고, 자선행사에 열심인 사교계의 꽃이죠. 아이들도 올곧게 자라주니 더 바랄것도 없는 사람이네요. 그 리앤이 10월말의 비오는 할로윈 즈음 반팔티셔츠 한장에 돌아다니는 빅마이크를 보고, 집에서 하루를 재워주게 되지요. 그러다 마이크를 한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서서히 그의 마음을 엽니다. 그러다 그의 재능을 미식축구쪽으로 돌려 성공적인 러닝백으로 만들게 되고, 급기야 대학에까지 보내는 감동적인 스토리입니다. 지금도 NFL에서 뛰고 있는 마이클 오어의 이야기라네요.


분명히 감동적인 스토리가 맞고 샌드라 벌록의 연기또한 흠결이 없습니다. 과연 여우주연상을 받을 자격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무언가 아주 심히 불편합니다. 스파이더맨에 액션이 빠진듯한 헛헛한 마음이 드니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나오도록 멀뚱멀뚱 이걸 박수를 쳐야하나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솔직히, 내용을 전혀 모르고 보기 시작하여도 15분 이내에 누구나 결말을 짐작할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평단, 관객 그리고 상업영화의 심판대인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쥘 정도로 성공적인 영화가 왜 이리 답답하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Isn't it touching (감동적이지 않아)?" 라고 묻는 지수에게 대강 얼버무릴만큼....

영화의 많은 부분은 그 주인공일것으로 짐작이 되는 마이클 오언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또 사실 반 이상은 리앤의 시선에서 바라보죠. 그러나 누가 뭐라해도 주인공은 마이클이 아닌 리앤 (샌드라 벌록) 입니다. 여우주연상 수상만 보아도 무게중심은 리앤에게 있음을 알수 있네요. 그 누구보다 많은 사연과 감동의 열쇠를 쥐고 있어야 할 마이클의 이야기는 상당부분 희석되어 있다보니 감동의 조건들이 점점 상쇄되어 갑니다. 대개 감동이란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과정,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그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과 결말에서 오는 안도감이 전부 합쳐져 나오는 것이 많습니다. 거기에 눈물을 주룩주룩 쏟아내는 연기보다는 쏟아지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내는 연기자의 절제된 연기력도 한몫할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위의 감동구조 어디에도 감동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물론, 영화를 분석하며 보는것은 아니니 나중에 리뷰를 생각하며 억지로 발견해내려 했다고 할까요? 짧은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부속품들을 끼워넣은데다 극히 설명적이어서 굳이 다음 장면을 마음속에 그려볼 여유도 주지 않네요. 거기에 실화라고 억지로 상기시켜주긴 하지만, 우선은 비현실적인 상황들에서부터 약간의 거부감이 있네요. 테네시의 극히 부유한, 흠잡을데 없는 착한사람인 리앤이 우선  비현실적입니다. 실제의 리앤의 행동은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그녀는, 결코아니라고 우겨대는 White Guilt (백인이 흑인에게 갖는 죄책감) 가 맞을것 같다는 생각을 아주 꾸준히 갖게 합니다. 인간극장이 감동을 주는 것은 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죠. 단비에서 한지민이 아이를 안아주던 장면과 최고갑부의 아내인 멜린다 게이츠가 안아주는 장면은 감동의 정도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법이죠.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의 차이를 굳이 따진다면 아마도 한지민쪽이 아닐까요? 더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상상을 초월하게 착한 그 가족들입니다. 걱정거리 하나 없는 가정에 '아침에 일어났을때 물건이 없어졌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자아낼 낯선자가 들어옵니다. 그 안에서 갈등이 생기고 하는 과정은 필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도 퀸카인 딸아이와 아들은 너무나도 착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과연 이런일이 가능할까 하는.......

물론, 영화속에서는 갈등구조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후반부에서 너무나도 터무니 없는 구조로 발생하여 하룻밤만에 아주 쉽게 해결이 되죠. 마이클이 가진 상실감과 과거의 어둠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그리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리앤이 자신이 속하지 않은 마이클의 마을에 그를 찾으러 다니며 희롱하는 청년들에게 내뱉는 말 "내 아들에게 ....." 하는 말도 작위적으로만 느껴지니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긴 한듯하네요.

실화로서의 이야기 분명히 아름다운 휴먼스토리임에 틀림없고,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갈등과 이를 해결하려는 이야기들이 있었겠지만, 영화는 실화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감동을 강요하는 이상한 구조를 보여 썩 좋은 평가를 주기 힘드네요.

아마도 연출한 감독에게는 실화라는 사실이 어떻게 해도 감동을 줄것이다라는 일종의 블라인드 사이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100% 끌어내지 못한 연출자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과히 시간이 아깝다거나 하는 정도의 영화는 아니지만, 엄마없는 하늘아래 (너무 오랜전 영화인가요?) 와 같은 최루성이나 인간극장에서 보이는 현실성있는 감동은 기대하지 않는것이 좋겠네요.

평점 : 7 out of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