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이야기

맘대로 리뷰 - 줄리 앤 줄리아


두개의 실화를 하나의 영화로 묶었다는 포스터상의 광고카피가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를 꼭 보려했던건 아니지만, 메릴스트립의 영화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딸아이의 강력한 주장에 힘입어 렌트해온 영화입니다.

또하나 특기할만한 점은 감독이 Sleepless in Seattle, You've got mail의 감독인 노라 애프런이라는 점이죠. 노라 애프런의 위 작품들은 일상생활속에서의 극적인 사랑을 찾아내는데 탁월함을 보인 영화들입니다. 또 맥 라이언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감독인듯 하구요. 그녀가 감독하거나 제작한 여러편의 영화에 맥라이언이 출연합니다. 

암튼, 딸아이가 메릴스트립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아마도 Mamma mia가 지대한 역할을 한것 같습니다. 우리야 워낙 메릴스트립의 영화들을 많이 보았으니 이 영화에서도 완벽한 연기의 극치를 보여주었을거란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지요. 

결론을 먼저 이야기 한다면 딸아이의 예상과 제 경험은 옳았다는 걸 영화가 시작하고 5분도 되기전에 알게 되었답니다. 그만큼 메릴스트립이 연기한 1950년대의 전설적인 프랑스 요리연구가 줄리아 차일드의 역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에 지쳐가는 다른 두 시대 (1950년대, 2000년대) 의 여성이 요리를 매개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일종의 성장영화라고 할까요? 사실, 줄리아차일드는 40대 후반에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바로 요리를 먹고 만드는 일임을 알게 되었지만, 현대의 줄리는 30세의 milestone birthday를 계기로 자신이 하고싶은 또 끝까지 이룰수 있는 작은 일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차이는 있지만, 그들이 성취한 업적이란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는 사실 보다는 자칫 잊기 쉬운 여성으로서의 혹은 인간으로서의 목표의식 결여를 단절한일이 될것입니다. 이 두 여성의 이야기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진행이 됩니다만, 줄리와 줄리아가 직접 만나는 일은 영화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프랑스에 건너간 미국여성 줄리아 차일드는 요리의 천국이라는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완벽하기만 한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파티에 참석하며 군중속의 허무를 느끼며 살아갑니다. 물론 줄리아차일드는 실존인물이고, 요리계에서는 정말 유명하죠. 요즘에도 가끔 그녀의 요리쇼가 방영되기도 합니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이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허전함을 늘 안고 살아갑니다. 아이가 없는 부부생활이 사실 어려웠는지, 동생의 임신소식에 기뻐하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눈물을 쏟기도 하지요. 그러다, 자신만의 일을 찾아보고 싶어지고 의외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음식을 먹고 만드는 일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요리를 해본적이 거의 없는 왕초보. 남편은 옆에서 끝없는 지원과 사랑을 보내고, 프랑스 제일의 요리학원이라는 르 꼬르동 블뢰에 입학합니다. 남자뿐이던 요리학원에서 열심히 수행을 합니다. 원장은 그녀를 떨쳐내려 고급반에 넣지만, 열성으로 결국은 그들의 감탄을 이끌어 내지요. 





한편 2002년의 줄리는 소설가를 지망하였다가 실패하고 주로 911피해자들의 사회보험을 다루는 곳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나갑니다. 그녀의 30세 생일에 자신이 이제껏 약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시작하고 끝을 맺는 일을 해보려 남편에게 상의를 합니다. 

참! 물론, 줄리파월도 실존인물입니다. 


남편은 그녀에게 블로그를 제안하고 무언가로 글을 쓰며 하나의 목표를 완성해보라 부처기게 되지요. 요리에 재능이 있으며 전설적인 프랑스요리 쉐프인 줄리아차일드의 프랑스 요리책에 나오는 500여개 레시피를 365일간 모두 따라한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블로거들이 다 그렇듯이 블로그를 만들고 하나의 포스팅을 한후, 누군가 방문해주지 않을까 기다리며 댓글에 열광하며 하나하나의 요리를 재현해 나갑니다. 그러나 줄리는 자신만의 비법 혹은 개선점을 더해나가게 되지요. 좀 거슬렸던것은 그녀의 블로그에는 사진이 안보이더군요. 배경이 2002년이니 디카가 지금 보다는 비싸기도 했지만, 요리블로그에 사진이 없다는 것이 좀 그렇죠? 미국식입니다. 미국의 블로그는 사실은 텍스트 위주가 많답니다. 사진의 사용도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우리나라의 블로그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많은 반면 미국쪽은 주로 무언가를 테마로 한 수다의 경향이 강하다보니.... 

암튼, 레시피대로 잘 되지 않는 요리에 허물어져 버리기도 하고 블로그 댓글들에 열광하여 더욱 열중하는 현대인인 줄리의 남편은 50년대 줄리아의 남편과는 달리 짜증을 내다 집을 나가버리기도 하는 갈등도 겪게됩니다. 

한편, 50년대의 줄리아 차일드는 재능이 없으니 그만두라는 르 꼬르동 블뢰의 원장의 우려와 달리 점점 더 요리에 빠져들고 자신만의 비법으로 남편과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며 삶의 낙을 회복하여 갑니다. 그런데, 영어로 된 프랑스요리책이 없어 상당한 불편을 겪다가, 사교계에서 만난 두 프랑스 요리사인 여성들의 제안을 받고 영어로된 프랑스 요리책의 발간작업에 참여합니다. Native speaker이므로 처음엔 그녀들이 만든 초고를 번역해주는 작업을 하다가 열성이 없는 한 멤버대신에 직접 요리하고 레시피를 더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더욱더 열성적으로 도와주는 남편에 힘입어 미국쪽 출판사에 자신들이 만든 요리책의 초고를 보내며 퇴짜를 맞고 번번히 힘을 주는 남편옆에서 행복감을 맛보기도 하죠.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으로 남편이 어떤일에 연루되어 본국의 소환을 받아 심문을 받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심각하게 그 일을 부각시키지는 않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줄리아차일드는 새집에 짐을 풀다가 한 출판사에서 그녀의 책을 출판하기로 했다는 기쁜 소식을 듣습니다. 중년이후에 시작한 자신만의 일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입니다. 

2002년의 줄리아는 1년을 기간으로 시작한 요리블로그에 이웃과 댓글러들을 늘려가기 시작하였고, 추종자들도 늘어갑니다. 그러다 Christian Science Monitor라는 메이져 신문의 기자가 평론가와 함께 그녀의 키친을 방문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흥분하고 갑작스런 비에 취소가 되는 슬픔도 겪었지만, 다른 메이져 신문사의 기자가 방문하여 그녀 요리를 맛보는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그녀의 기사를 본 수많은 출판 코디네이터들은 그녀에게 전화하여 책을 쓸것을 제안합니다. 바로 현재에도 무수히 일어나는 일이지요.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줄리는 마침내 분야는 다르지만, 자신의 책의 저자가 되는 꿈을 이루게 되었고, 줄리아차일드는 자신의 요리책뿐만 아니라 텔레비젼의 요리쇼에도 얼굴을 나타내는 등 끝없는 자신과의 도전을 해나갑니다. 

둘의 접점은 단 한가지..... 물론, 이것도 영화적인 장치이겠지만 우상인 줄리아차일드를 만나고 싶어하는 줄리에게 현대의 줄리아차일드가 줄리의 요리와 방식을 혹평하였다는 이야기를 전해듣습니다. 실망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미워하거나 하는 방식이 아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줄리의 독백도 인상적입니다. 

암튼, 한가지 재미있게 받아들인점은 책의 출판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저자가 자신의 초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출판사 데스크에서 출판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방식이인데 비하여 현대에는 책을 쓰려는 사람은 출판사가 아닌 이를 대행하는 코디네이터 publishing agent에게 시놉을 보내어 일을 진행시킨다는 점입니다. 줄리의 경우는 역으로 그녀의 스토리를 눈여겨 본 publishing agent들의 적극적인 propose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방식입니다. 마치 이 영화의 역할은 꿈은 과정이라는 과거의 가치와 결과가 꿈의 완수를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현대의 가치를 비교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네요. 소재적으로 본다면 요리와 블로그가 되겠네요. 

암튼, 책을 출판하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둘의 접근방식이나 성공방식 그리고 인생에 대한 조망등이 전부 다른 과거와 현대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며 커다란 하일라이트 없이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이는 역으로 무척 지루하다라고 받아들일수 있을것 같습니다. 우린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블로깅하는 부분에서는 저와 아내가 함께 웃으며 맞다 맞다 하며 보게 되고, 프랑스를 떠나는 줄리아 차일드가 짐을 쌀때 보이던 주황색 Le Creucet 무쇠주물 남비에 아내의 눈이 반짝 하기도 했지요. 

마지막 장면은 2004년 90여세의 나이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타계한 줄리아와 남편이 남긴 박물관 (그들이 미국으로 돌아와 처음 정착한 집) 을 줄리가 방문하여 그녀의 사진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버터를 하나 놓아두는 은유로 끝을 냅니다. 



비록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거나 영화적으로 성공한 작품은 아닐지라도 영화를 보면서 점점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메릴스트립의 줄리아차일드 만들기는 압권이라 말할수 있고, Enchanted (마법에 걸린사랑)에서 청순한 백치미를 선보였던 에이미 아담스는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나갈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인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메릴스트립을 좋아하시는 팬이라면 꼭 권해 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Bon Appe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