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이야기

나만의 극장에서 칵테일과 함께 즐기는 "시간여행자의 아내"

딸아이 지수가 학교에서 2박 3일간 수련회/피정을 떠났습니다. 평소에도 지수는 혼자서 다 알아서 하기때문에 그리 손이 많이 가는 아이는 아닙니다만, 갑자기 없으니 둘다 뭘해야 할지 모를만큼 시간이 남습니다. 해마다 두어번은 이렇게 며칠간 집을 비우기때문에 익숙해질때도 되었는데, 이리 허전하고 집이 적막강산이네요. 이제 몇년후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집을 떠날텐데, 그땐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그냥 둘이서 덩그라니, 멀뚱멀뚱....

그 걱정은 몇년 후에 하기로 하고..... 이렇게 둘만 있는것도 오랜만이기도 하니 나름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둘만의 데이트는 어제했고, 오늘은 둘이서 로맨틱 영화를 보기로 하였습니다. ㅎㅎ 지수가 조금 고지식하기도 하고, 폭력이 들어가거나 총이 들어간 영화를 아주 싫어해서 우리집은 주로 매우 온건한 영화들을 주로 봅니다. 그래서 둘이 있는 김에 집에서 R rated movie를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수맘이 폭력이 들어가거나 총이 들어간... 휴! 그래서 그냥 온건한 영화를 골랐네요. PG-13이고...... 

암튼, 상당히 복잡한 포스팅이 될듯 합니다.

영화는 Time traveller's wife (시간여행자의 아내). 네! 조금 된 영화입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하여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영화네요. 시간이 없어 놓친 영화이기도 하구요. 

영화를 보려면 주전부리가 개념이죠. 이미 저녁 식사를 마친 관계루다가 팝콘보다는 좋을것 같아 nacho를 만들었습니다. Nacho는 멕시코에서 많이 먹는 스낵류인데, 미국전역에서 팝콘만큼 인기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Tostitos의 Totilla chips는 한국의 국민간식 자꾸만 손이가는 새우스낵만큼이나 이곳에선 국민스낵이랍니다.

재료는 이렇게 간단하죠. Chips와 멕시칸치즈, 양파와 토마토를 잘게 썰어 놓습니다. 


그사이 전 칵테일을 만듭니다. 사실 제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고 했지만, 지금 그렇다는 이야기고.... 음...예전에는 좀 많이 마셨더랬지요. 그러다 보니 술에 관한 것들에 관심이 많았고, 예전집엔 집에 홈바가 있었을정도로 칵테일에 심취를 했던 적이 있네요. ㅠㅠ 원래 조금은 갑자기 정한거라서 재료가 마땅치 않습니다. Margarita를 만들려고 했는데, 메인알콜인 데킬라가 없네요. 있을리가 없죠. ㅎㅎ 그래도 예전 파티때 쓰고 남은 margarita mix가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원래는 제대로 된 Margarita잔의 edge에 데킬라를 뭍히고 두꺼운 소금을 발라두어야 합니다. 거기에 레몬을 (원래 노랗게 생긴게 레몬이고 녹색은 라임인데, 멕시코 친구들이 녹색이 레몬이라 우기더군요 ㅎㅎ 그레서 사실은 라임) 짜 넣어주는데, 양이 좀 그래서 사실은 Margarita mix를 사용할수 밖에는 없답니다. 


얼음을 많이 넣고 블렌더에 갈아주어 거의 슬러리 상태로 만드는 여름음료입니다만, 지수맘이 차가운 음료에 좀 민감하여 또 할수없이 기냥..... 아쉬워서 원래 aeration (쉐이커에 넣고 잘 흔들어 입자사이에 공기방울이 섞이게 하는....) 이 필요없는 칵테일입니다만, 큰 쉐이커에 넣고 좀 흔들어 봤습니다. 원래 aeration은 섞어주는 재료에 따라 해주는게 있고 안하는게 있답니다. 이건 정말 필여없는건게 말이지요. ㅠㅠ 

아래 잔은 지수가 엄마생일에 급 (?) 마련한 선물입니다. 바로 지난해 한참 유행했던 마티니 글래스지요. 깔끔한 잔이 아닌 감각적이고 조금은 유치한 컵인데, 예뻐서 구입하였다지요. 워낙 평소에 술을 안마시다 보니 처음 꺼내봅니다. 그것도 마티니도 아니고 Margarita를....ㅎㅎㅎ 

 

Tortilla chip을 적당히 그릇에 담고 위에 멕시칸 치즈를 듬뿍 뿌립니다. 그리고 녹을때까지 전자렌지로 찡~~~ 



나오면 그 위에 미리 준비한 양파와 토마토 그리고 살사소스를 얹어 서브하면 됩니다. 


대략 이렇게 되죠. ㅎㅎ


자신만의 극장을 갖는다는것.... 뭐 거창한건 아니지라도 사실 음향시절 안좋은 그저그런 극장보다 훨씬 나으니 무척이나 만족스럽죠. ㅎㅎ 거기에 극장에서는 조금 힘든 칵테일을 한잔하며 영화를 볼수 있다는 사실. 집들이 거리가 좀 되는지라 늘 볼륨은 크게 해주는 센스. ㅎㅎ 암튼, 이렇게 편안한 영화감상을 했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다지 큰 돈 안들이고 구축한 허리뽀사~지는 홈씨어터 구축 분투기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ㅎㅎㅎ



암튼 이제부터가 본론이 될까요? 영화평이죠.


조금은 복잡한 이야기가 될것 같습니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로맨틱판타지라는 장르에 들어가겠지요. 기본 골격은 유전적인 질환으로 묘사되는 시간을 여행할수 있는 질병을 가진 헨리가 6살의 꼬마 클레어를 만나게 되고 (나중에 알게 되지만 사랑에 빠지고서야 어린날의 클레어를 만나러 가게 된다는...) 오랜시간동안 반복적으로 미래에서 온 헨리를 바라보며 그의 아내가 되기를 소망해온 클레어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 혹은 소재로서 그리고 로맨스로 약간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듯 하네요. 

우선 소재는 500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라는 면에서 보아도 어느정도 검증받은 매력적인 소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여느 시간여행자들과는 달리 헨리는 과거로 가서 나중에 생길일에 중대한 변수가 생기는 일을 멋지게 막거나 (Back to the future I), 핵폭발로 폐허가 된 지구를 지배하는 로봇에 대항하는 리더를 구하는 터미네이터 같은 hero 로서의 시간여행자가 아닌 시간을 여행할수는 있다지만, 과거든 현재든 혹은 미래에도 운명에 순응해야 하는 관찰자로서의 여행밖에는 할수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헨리의 경우 원하는 시간속으로 가지 못하고 시간 여행에는 현재의 외부적인 것을 가지고 갈수 없어 알몸으로 어딘지도 모르는곳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 도착하든 옷을 훔쳐야 하고 쫓겨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 사냥을 해보았냐는 약혼녀 아버지의 질문에 쫓겨는 봤다고 대답하는 참담함까지... 

모든 시간여행소재의 영화나 문학에는 한가지 룰이 존재합니다. 과거의 일에 관여하면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지요. 헨리도 6살때 돌아가신 어머니의 교통사고를 돌리려 노력하지만, 절대 바꿀수 없어 사고장면을 수백번이나 그냥 바라봐야만 하는 슬픔을 갖습니다. 어머니의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알콜중독에 빠진 아버지와 그리 다를바 없는 상태라 할수 있겠네요. 

우선은 hero가 아니란 점에서, 운명에 순응해야 하는 고뇌의 인간이란 점에서 상당한 공감을 이끌만하지 않나 하네요. 

제가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잘은 모르지만, 영화적으로는..... 좀 지루한 면이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알몸으로 돌아오는, 거기에 관객이 뻔히 짐작할만한 상황에서 없어지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처음의 놀라움이 사라진다고 할까요? 하지만, 무척이나 참신한 시추에시션들도 눈에 뜨입니다. 예를 들면 결혼식 직전 사라지게 되어 안절부절 못하는 친구앞에 40대의 흰머리가 많이 난 헨리가 돌아옵니다. 물론, 신부는 헨리가 시간여행자임을 알고 있으니 꼭 중복결혼하는 Bigamist (중혼) 같다고 키득거리지요. "사라짐"을 영화적으로 할수 있는 선에서 무난하게 그렸지만,  좀 유치해 보이는것도 사실입니다. 거기에 비교적 짧은 런닝타임에 수많은 소재를 넣으려다 보니 설명적이 되고 혹은 나열적이 되어 지루함을 가지게 됨은 어쩔수 없네요. 제목은 "시간여행자의 아내"입니다. 아내 이야기여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은 무리일까요? 그렇지 않을겁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시간여행자인 헨리의 이야기인듯 보일만큼의 연출을 한듯 합니다. 6살부터 간혹 나타나곤 하는 시간여행자인 헨리를 기다리는 일에 익숙한 클레어이지만, 결혼직후, 혹은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없어져 버린 남편을 기다리며 지쳐가고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고뇌합니다. 종이예술가인 클레어의 삶보다는 시간여행자의 아내로서의 삶에 무게가 주어지는 현실이 싫어 둘은 당연한듯 다투게 되지만, 헨리가 사알짝 반칙을 하여 얻어진 500만불의 복권당첨금과 사랑의 결실인 아이로 인하여 그 간극을 조금씩이나마 메워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태아가 시간여행 질병의 유전자 (?) 를 가지고 태어난듯 태아가 없어지며 유산 (miscarriage) 이 반복되고 둘사이에 다시 다툼이 일어나지요. 시간 여행을 조절하는 유전자라니 좀 황당하기 그지 없지만, 일일이 태클을 걸기에는 투명인간 소재만큼이나 방대하여 그만두기로 합니다. 

영화적으로 조금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둘 사이의 갈등이 아닌 심리적인 묘사가 함께 이루어졌으면 "....아내"라는 제목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지 않나 하네요.

다음은 로맨스 부문입니다. 
클레어가 헨리를 만난건 6살때이고 그때 헨리는 38세정도였네요. 거기에 막 시간을 거슬러 올라왔으니 벌거숭이지요. 나무숲에서 꼬마아가씨에게 말을 거는 헨리 (모습은 나오지 않지만) 를 보며 언뜻 섬뜩한 기시감이 듭니다. 무슨 말인지는 잘 아실테지요.   

암튼, 6살부터 시작된 클레어의 헨리에 대한 사랑은 거듭되는 만남속에 깊어지다가 마침내 스무살이 지나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20세 후반의 헨리를 만나는것으로 현실에서의 합점을 찾습니다. 벤자민 버튼에서 현실과 환상이 합점이 되는 순간이 존재했듯이...  헨리는 30세 후반에 꼬마 클레어를 처음 봤으므로 헨리에게는 아직 꼬마 클레어에 대한 기억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니 당연히 못알아보죠.. 클레어는 한눈에 젊은 (?) 헨리를 알아보고 이야기를 하다 둘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집니다. 길고 긴 기다림에 결실을 보게 된거죠. 

시간이 제법 흐르고 클레어와의 갈등이 조금씩 표출되던 무렵에서야 헨리는 자의와는 상관없이 어린 클레어를 만나게 되죠. 이렇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유기적으로 관계하지 않고 단방향으로만 이어지거나 하는 소재는 그리 많지 않아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네요. 미래로 간 시간여행자가 현재로 돌아오지 않고 그곳의 사랑을 찾아 남기로 했다는 다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현재로 돌아가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는......) 황당함과는 약간 다른 당혹스러움이 있습니다. 마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클래식한 논쟁과도 비슷한 이 문제...... 클레어는 어린시절 헨리를 계속적으로 만나지 못했다면 나중에 둘의 인연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생면부지의 (?) 클레어와의 사랑이 없었다면 과거로 돌아가 어린 클레어를 만날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헨리는 어찌 생각해도 참 어렵습니다. 뭐 그렇다고 영화적 혹은 책의 줄거리를 해칠 정도는 아니니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듯 하네요. 

유전학자의 도움으로 (이 책의 가장 허접한 부분이기도 한...) 천신만고끝에 아이를 끝까지 지켜 출산을 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찾아가나 했던 클레어에게 갑작스런 생각이 이제껏 마흔넘어서의 클레어를 만난적이 없다는 자각....... 같은 시간 여행자인 둘사이의 아이로 인하여 전해진 슬픈 이야기..... 하지만, 시간 여행자에게 죽음이란 과거란 혹은 미래란 그리 큰 의미를 지니는건 아닌듯 하네요. 

암튼, 혹시 보실분이 있을지 몰라 더 이상은......

제가 사실 로맨틱영화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관계루다가 어느 정도로 여성관객에게 어필할수 있을지 잘은 모르겠지만, 마지막 몇몇 시퀀스로 인하여 아주 약간의 눈물샘자극은 있을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네요.

이제 봄이 오고 여름이 오겠지요. 혹시라도 이 영화를 놓치신 분이 있다면 한번 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단 가을까지 기다리시면 어떨까 하네요. 로맨스도 약 2% 약하여 계절의 마법을 첨가해주면 아주 약간 나아질지도 모르거든요. 전통적으로 사랑이야기는 "그렇기 때문에"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역경극복 러브라인이 더 큰 지지를 받습니다. 클레어의 시간 여행자에 대한 사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럼 보이지는 않기에 점수에 조금 인색한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체적으로 100점 만점에 75-80점 정도를 주고 싶네요. 사실은 에릭바나와 레이첼 맥아담스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4-5점은 충분히 평점을 높여준건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