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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며 사는 세상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기타를 만들고 싶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제가 기타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조금 답답한 이야기가 될것 같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제가 한참 한국에서 음악을 한다고 돌아다닐때 자주 가던 곳이 있습니다. 돼지머리고기를 파는 집을 사알짝 끼고 계단을 올라가면 낙원악기상가가 나옵니다. 허리우드 (헐리우드도 아니고...ㅎㅎ) 극장이 그 위에 있었구요..... 사진을 보니 지금은 서울아트시네마로 바뀌었나봐요. ㅎㅎ 많은 악기가 진열되어 있고, 하나씩 둘러보며 걸어가는 길이 그리 황홀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악기를 수리하는 집도 있었고, 여기저기에는 악기를 실연해보는 사람들이 넘쳤죠. 저야 기타를 했으니 당연히 기타악기점을 둘러보며 가질수 없이 비싼 악기들을 만져보는 걸루다가 그 아쉬움을 달래곤 하였습니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의 로망이 그곳 낙원 악기상가에는 서려있지요. 



1960년대가 되어서야 한국에서 국산 통기타가 생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쿠스틱기타라고 해야 하지만, 역시 통기타라고 부르는것이 더 친근감이 있죠. 그 전까지는 미국, 일본 등지에서 수입되어 왔을 테니 상당한 고가였을테지요. 국산 통기타가 나오고나서야 국내에 통기타가수들이 나오며 붐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피아노를 들고 다
닐수는 없지만 기타는 들고 갈수가 있는 휴대악기로도 기능합니다. 저도 어릴때 그랬지만 기타 하나만 있으면 모닥불가의 왕이었습니다. 기타는 여학생들의 여린 마음을 홀리는 재주도 있었고, 젊은이들의 함성을 하나로 모으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공연장에서 혹은 모래사장에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악기이니 누가 기타를 경망스럽다 혹은 쉬운 악기라고 말할수 있을까요? 사실 통기타가 젊은이의 아이콘이 되어갈 무렵 알기타 (?) 만 덜렁 어깨위로 둘러메고 산으로 들로 떠나던 모습들 때문에 기타가 악기중에서도 유독 평가절하되는 계기가 된것이 사실입니다. 원래 기타는 그렇게 쉬운 악기가 아닌데 말이지요. 





생뚱맞지만, 한국사람들은 손재주가 참 좋습니다. 거기에 귀가 밝습니다. 서양악기는 늘 서양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이 그렇고 피아노가 그렇습니다. 물론, 정말 알아주는 피아노는 역시 서양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실상 전세계적으로 가장 점유율이 높은 피아노는 아마도 일본의 Yamaha나 Kawai 가 차지할겁니다. 동양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불리우는 바이올린의 명장은 진창현씨라는 재일동포이십니다. 이분의 이야기를 소재로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바가 있죠. 서양음악이다 보니 서양에서 먼저 시작하였고, 그 악기의 제작도 당연히 역사기 길다보니 자연스레 동양인은 서양악기를 잘 만들어내지 못한다라고 고착된 이미지인것 같습니다. 뭐 서양사람중에서 가야금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없을테니 마찬가지 아닐까요? 

짧은 이야기를 이렇게 애둘러 하네요. 

콜트 기타라고 불리우는 한국의 국산 통기타 제조회사의 이야기입니다. 기타도 서양악기이고 그 역사는 생각하시는것보다 훨씬 깁니다. 기원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기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프렛 (칸) 이 달린 것을 기타의 원형으로 잡는다면 고대 그리스시대인 1세기경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13세기에는 본격적으로 현재의 모양을 갖춘 형태가 나오기 시작하였으나 사실상 6현을 기반으로한 현대의 기타에 해당하는 모습은 18세기후반이라 말하는것이 정설입니다. 현대적인 모습의 피아노가 나온것도 18세기초이니 결국은 기타는 피아노만큼의 역사, 혹은 훨씬 더 긴 역사를 지녔다고 말할수 있겠네요.   

여기서 갑자기 문제입니다. 
세계의 기타시장에서 한국기타의 시장점유율은 어느정도 될까요? 
1) 0.5% 이하
2) 5% 이상
3) 30% 이상
4) 50% 이상

정답 맞추신분 계실까요? (제가 워낙 문제를 못내서리 아마 다 맞추셨을수도.....). 





세계에 판매되는 기타의 30%는 한국산입니다. 그것도 콜트악기라는 단 하나의 기업에서 만들어진 기타가 그렇다고 하니, 다른 기타제조업체의 점유율까지 합한다면 그 이상이 되겠지요. 이의를 제기하는 분도 분명히 있을겁니다만...... 엄청난 시장점유율입니다. 콜트악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Fender (팬더), Gibson (깁슨) 그리고 일본의 Ibanez (아이바네즈) 등등에 OEM방식으로 기타를 생산하여 납품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Cort라는 자사브랜드로도 꽤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술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사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미국의 Ovation이라는 기타회사에서 나온 저의 두개의 기타도 한국산입니다. 아마도 제조사가 콜트는 아닐겁니다만.... 

한국에서 제가 콜트기타를 사용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그 로고는 참으로 낯이 익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사용하였고 평도 좋았던 악기입니다. 악기는 대개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 프로는 프로대로 혹은 한참 배우는 사람이라면 또 그나름대로 땀과 설레임이 서린 아름다운 소리를 내줍니다. 

그런데, 콜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그리 아름답지는 않네요.  

콜트악기는 1970년대에 성수동의 한 작은 작업장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통기타 붐을 타고 사세는 확장되어만 갔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OEM으로 외국유명업체에 납품까지 하게 되면서 번창일로를 구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릿고개만큼 힘들었다는 IMF 환난때, 주로 수출을 했던 콜트악기는 엄청난 환율의 이득으로 소위 떼돈을.......... 30년이 지난 현재 콜트악기는 아직도 1인 기업이며 자본금 200만원으로 시작한 박영호 사장은 천억대의 자산가로 재계서열 120위에 올라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돈을 번것은 칭송해줘야 할만한 일입니다만....... 

악기를 특히 기타를 만드는 일도 많은 공정이 자동화 되어있어 상상하는 것처럼 나무를 손으로 깍아서 만드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각 단계마다 숙련된 손길이 필요하고 손으로 만져야지만, 악기는 제대로 된 소리를 내줍니다. 기계로 찍어내는 대량생산보다는 각 단계에 숙련된 장인의 손길이 들어가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가 나오는것이지요. 그러니 악기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단순한 공장 노동자로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수 있죠. 

암튼, 번창일로의 콜트악기는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대단한 성과들을 이루어내지만, 회사측에서는 적자경영이라는 소리만 노동자들에게 많이 해왔다고 합니다. 잔업수당, 건강수당 등 없이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일해오다가 2006년이 되어서야 노동조합이 생기며 사상최대의 높은 임금인상을 이루었다네요. 그런데 그 액수가 최저임금에 50원 - 100원이 높은 일당 25,700원이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사상 최대의 임금인상폭이었다고 하니.... 결국은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겨우 최저임금을 쟁취한 것이 됩니다. 

매번 적자라는 이야기만 하던 기업이 금감원에 알아보니 2004년에는 순이익이 200억원이었다고 하네요. IMF 무렵부터 중국에서 산업연수생을 불러다가 싼임금에 일을 가르치며 기타를 생산하던 회사측에서 1999년에는 중국에 공장을 짓고 한국공장에서는 중국에서 다 만들어진 부품을 조립하는 역할만을 하게 하는 일이 늘었다고 합니다. 급기야 2005년부터는 노동자들에게 사직서를 쓰길 강요하였다고 합니다. 

그 무렵부터는 앞서 이야기한 낙원상가의 악기상분들도 더이상 악기를 사러 온사람에게 콜트기타를 권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젠 옛날의 그 콜트가 아니다. 중국산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니 그 품질이 많이 떨어졌음을 짐작할만 하지요. 

노조가 생기고 1년이 지난 2007년 4월 부자기업인 콜트악기는 경영악화를 들고 휴업신청을 하고  3개월 후에는 폐업신청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경영악화라고 하지만, 이미 중국공장이 돌아가고 있었고 인도네시아에도 커다란 공장을 지었기때문에 노조를 만들어 저항하는 한국의 골치아픈 공장이 필요없어진 이유일겁니다. 바로 위장폐업입니다. 종용해도 나가지 않는 미운 노동자들을 법의 맹점을 이용하여 정리해고한 셈입니다.  

그때부터 콜트노동자들은 피눈물나는 복직투쟁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듣기에도 너무 슬픈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크레인위에서 고공투쟁도 한달이나 지속하였고, 분신으로 사망한 노동자도 생겨났습니다만, 회사측은 그들을 오히려 영업방해로 몰아부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값싸게 생산된 기타는 유명한 악기회사에 납품되었고, 그 이익은 고스란히 한 기업인의 주머니에 들어갔겠지요. 그들의 요구는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하여 왜 좀더 커다란걸 요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네요. 그것은 바로......

"일하게 해달라" "사랑의 소리를 만들게 해달라" 입니다. 

콜트라는 이름의 기타를 사랑하는 음악인들은 이들의 1000여일이 넘는 투쟁을 묵묵히 때로는 힘차게 음악으로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사장에겐 그저 눈엣가시같은 또는 하찮기만한 노동자분들은 정말 1000일이 넘는 시간동안 투쟁하였고, 마침내 바로 얼마전 서울 고등법원은 콜트악기가 부당해고를 하였다고 판결하고 밀린임금 지급, 복직등의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꿈쩍도 안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한국의 기술력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었던 콜트라는 상징적인 악기는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악기가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는 눈물의 소리, 죽음의 소리를 연주하고 있던 것이죠.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아마도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공장에서도 비명의 악기, 눈물의 악기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기타소리가 아름답게 들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 솔직히 그리 노동운동등에 밝은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런 일들을 접할때면 참 화가 많이 납니다. 거기에 기타라는 악기를 만드는 이런 회사의 추악한 얼굴을 접하니 더욱 화가 치밀어 불매운동이라도 전개하고 싶은 심정이 되더라구요. 하지만, 이렇게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회사가 경제적인 이득만을 추구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그 결말을 보지 않아도 뻔하기 때문에 굳이 불매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콜트노동자분들은 현재도 복직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이젠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콜트악기의 위상을 고려하여 해외 투쟁을 전개중입니다. 2009년 3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악기쇼에 참여하여 콜트의 부당함을 알렸고, 일본에서도 국제연대로 콜트의 부당함을 알리는데 힘썼다고 합니다. 




지난 1월에는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디즈니랜드가 있는 애너하임이라는 곳에서 열린 악기쇼에도 원정투쟁을 전개하여 많은 지지와 성원 그리고 콜트의 부당함을 알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 이야기는 제가 정기구독하는 한겨레21에 자세히 실렸고, 저도 그 기사로 콜트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답니다. 

다음은 원정투쟁 뉴스레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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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원정투쟁을 계기로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탐 모렐로(밴드 <RATM>의 기타리스트), 웨인 크레이머(<MC5>의 멤버) 등도 CNN, NPR을 비롯한 미국 현지 주요 언론 인터뷰 및 직접적인 연락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휀더 측에 전달해왔다.

이에 휀더는 지난 1월 11일 원정단에 법률 책임자인 마크 반 블릿 명의의 공식 공문을 통해 “본 문제를 휀더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원정단 측의 의견을 청취하는 간담회를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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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금을 마련하고자 장류사업도 시작하여 매실고추장등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각국에의 원정에는 각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현지에서는 교민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합니다. 

사실 이들의 행동이나 투쟁은 단순히 콜트를 흠집내어 영업에 지장을 주려는 의도는 결코 아닙니다. 가장 큰 사업파트너들인 유수의 기업체들에 사실을 알려 압력을 가하게 하여 콜트가 노동법을 준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일겁니다. 그들은 일하고 싶은 거지 단순히 밀린 임금을 받아내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긴시간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며 투쟁하지 않고 타협안을 받아들었을겁니다.   

이분들은 블로그를 만들어 온라인상으로도 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영문 블로그도 운영하며 전세계인들에게 다시 고추장, 된장대신 기타를 만들수 있도록 도와달라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블로그의 방문자는 겨우 하루에 열분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남이야기이기 때문일까요? 한번 방문하셔서 힘내시라는 말을 남겨주시기 부탁 드립니다. 

사실 제가 여기에서 한마디 더 보탠다고 사실 그리 큰 힘이 되지 못할것을 알기에 참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길이 없네요. 제 바램도 단 한가지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위장폐업을 되돌려 장외로 나간 손이 다시금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드는 공장으로 돌아올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죠. 

기업가는 이윤을 남기기 위함이 그 첫째 목적이기도 하겠지만 또한 그만큼 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기업인으로서의 윤리도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다시 악기를 만들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양심만이라도 찾아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분들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