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행문이란 여행의 순서대로 적어나가는 것이 상례일듯합니다만..... 일단은 상례를 깨보겠습니다. 뭐 제 글이 기행문도 아니구요....... ㅎㅎ춘천은 통영과 더불어 이번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제가 대학, 대학원에 다닐때는 자가용 승용차가 그리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네요. 그러면서도 데이트족들에게 크게 인기가 있던 곳이 몇군데 되는데 그중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당일로 가장 멀리 갈수 있던 곳중의 하나가 바로 춘천입니다. 단선 경춘선 전철을 타고 끄덕이며 가던 춘천입니다. 그런데, 전 이상하게도 춘천에 가본적이 없습니다. 강원도라서 너무 멀어서였는지..... 풋 데이트는 주로 대학 1-2학년때 일이라서 그만큼 멀리까지는 못갔던것 같습니다. ㅎㅎ
암튼, 이번 춘천행은 무척이나 아픈끝에 결행을 하였네요. 주로 남양주에 묵었던지라 춘천이 비교적 가깝기도 하여 용기를 내어 나섰습니다. 춘천행 경춘선은 저희가 도착한 다음날인 12월 21일부터 복선 전철이 되어 개통을 하였습니다. 그 의미는 더 이상 완행 경춘선을 타고 가지 않아도 되며 전철로 싸게 쌩~하니 갈수 있다는 의미라더군요.. 그래서 쌩~갈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전철화가 꼭 좋은 일만은 아니더군요. 사실 그 며칠전인 12월 13일에는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남해안의 대장정 거가대교가 완공이 되었고, 수많은 인파가 몰려 오도가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었다는 이야기를 귀국하자마자 들었습니다. 그만큼은 아니라도 춘천행 전철의 개통은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지더군요.
춘천행 전철은 상봉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있던 남양주에서는 상봉에서 한정거장 전의 망우가 가까왔기에 망우에서 춘천행 경춘선열차를 두근거리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경춘선의 정거장인 남이섬, 마석, 청평, 가평 등으로 야유회, 엠티를 떠나는 파릇한 젊은이들을 보며 절로 미소가 나오더군요. 예전에는 경춘선을 타려면 청량리 시계탑앞에 모이는 것이 상례였습니다. 목적지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강촌, 마석, 남이섬 등이었고, 무리지은 엠티꾼들은 선발대, 후발대 등의 이름으로 경춘선열차에 몸을 싣곤 하였지요. 대학시절 온갖 엠티에 참여하였던 제게 경춘선은 청량리 시계탑과 함께 찾아옵니다. 열차안은 무리지은 엠티객들로 늘 활기있었고, 모르는 사이였지만 서로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여기저기 게임판이 벌어지기도 하였지요. 춘천행 열차는 이렇게 활기가 있었고 반대로 그 다음날의 청량리행 열차는 밤새노느라 지친 젊은 군상들의 나른한 꾸벅임이 있었습니다. ㅎㅎ 이렇게 극명한 경춘선 상행과 하행의 모습... 지금도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예전에 불렀던 춘천가는 기차를 다시 링크해 봅니다. ㅎㅎ
암튼, 망우역에 한참만에 도착한 열차는 붐비지는 않았지만,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지나면 자리가 나겠거니 했던것이 그대로 춘천까지 가게 되더군요. 그것도 옆으로 서서 말이지요 ㅠㅠ 1시간이 조금 넘는 춘천행 전철은 제겐 엄청난 고행길이 되어버렸습니다. ㅠㅠ 한 정거장 덜 간다고 망우에서 탄것이 화근이었지요. 주중이라도 자리에 앉으려면 출발역인 상봉에서 부지런히 줄을 서서 타야 할것 같습니다. 운임은 2000원이 조금 넘었던것 같습니다. 전철안에는 목소리가 큰 어르신 한분이 옆자리 승객에게 예전에는 춘천에 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일이었는지, 또 돈은 얼마나 들었는지 그러니 이번 경춘선 개통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열변을 토하고 계셨습니다. 옆자리의 생면부지의 승객은 척 보기에도 귀찮은 얼굴이었으나 나름대로 맞장구도 쳐주시고 하며 어르신의 추억담에 동참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열차의 대부분의 승객은 어르신들입니다. 전철화가 되면서 65세 경로우대 무료 운임이 되었기에 다른곳에 가시는 것보다는 춘천에 놀러갔다 오시는 것이 경비가 별로 안들기에 인기라고 하네요. 이런 현상은 한참이나 계속될것 같습니다. 암튼 춘천가는 기차로 대별되는 청춘의 낭만은 춘천가는 전철로는 채워지지 않을 전설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100% 겠더군요.
이번 춘천행은 여러의미가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가보는 춘천이라는 도시에 대한 순수한 설레임과 또 북부뉴욕에서 오랫동안 함께 생활했던 친구가족을 만나 회포를 푼다는 의미 또 하나는 바로 제 블로그 이웃이신 해피데이님을 만나 함께 식사하기로 한 일때문이었지요.
해피데이님은 Why worry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저의 다정한 이웃이십니다.
외국이나 다른곳에 사시다가 몇년전 고향 가까운 춘천에 정착하신 분입니다. 제가 몸이 안좋아 대부분의 약속을 취소하고 말았는데, 춘천에 가게 되며 해피데이님과의 약속은 지키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역까지 마중나오신 해피데이님과 반갑게 조우하였습니다.
블로그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 혹은 그보다도 훨씬 좋은 이미지의 마음이 너무 깨끗한 분이셨습니다. 사실 오프라인의 만남은 무척 조심스러운건데 만난지 몇분만에 무장해제를 해버릴만큼 너무 정겹게 대해주셔서 지금도 고마움을 잊지 못하겠네요.
해피데이님이 안내해주신곳은 바로 고산가라고 하는 맛집이었습니다. 춘천하면 의례 떠올리는 맛집은 닭갈비와 막국수입니다만, 이곳은 그런 일반적인 메뉴가 아닌 바로 산나물과 간장게장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었습니다.
입구에는 아주 특이한 얼음나무가 있었습니다. 얼음이 주렁주렁 매달린 얼음나무네요. 역시 강원도.... 그런데, 주인장이 밤에 물을 뿌려 연출한 것이라고 하네요. ㅠㅠ 암튼 멋진 풍경이어서 사진을 몇컷 찍었답니다. 얼음에 덮힌 나무가 불쌍한..... ㅠㅠ
바로 이분이 해피데이님입니다. 허락도 받지 아니하고 사진을 올리네요. ㅎㅎ 그래도 평소에 블로그에도 본인의 사진을 올리시기에 양해해주시려니 합니다. 지송....ㅎㅎ
고산가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정갈하고 푸근한 분위기였습니다. 소박해 보이시는 사장님이 따로 주방장을 안두고 직접 만드신다는 음식은 완전히 천연의 맛이었습니다. 솔직히 한국에서 먹어본 그 어떤 음식보다 정갈하고 맛이 있어 모든 산나물 반찬에 무한한 찬사를 보내며 먹게 되더군요. 이런 맛집을 소개해주시고 대접해주신 해피데이님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메인 코스는 바로 간장게장입니다. 전 게장무침을 무척 좋아하여 예전에도 갈비집에 가면 한번 더 청하여 먹을만큼 좋아했는데, 이상하게 간장게장을 먹어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먹어본 간장게장이 처음이었답니다. 고산가의 간장게장은 간장이라는 생각이 안들만큼 짜지 않고, 게딱지에 밥을 비벼먹어도 전혀 부담이 안되는 간이더군요. 처음 먹어본 간장게장에 무한히 빠져들었네요. 제가 아파서 입맛을 완전히 잃었었는데, 덕분에 배불리 또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반찬으로 나온 산나물들은 모두 간이 세지도 않고 화학조미료 맛이 전혀 나지 않는 천연의 맛 그대로 였네요. 들기름냄새가 상큼하게 나는것이 정말 최고였습니다. TV에서만 보던 명이나물 무침이나 칡뿌리 맛이 나던 쌉사레한 뿌리나물, 그래도 입에 익숙하던 취나물등은 신선 그 자체였습니다.
춘천에 가시거든 닭갈비만 드시지 마시고 고산가에서 게장정식을 한번 드셔보시는 건 어떨까요? 암튼 잘 먹었습니다~~~!! ㅎㅎ 사장님 친정에서 보내주셨다는 곶감까지도 디저트로 맛있게 먹었답니다.
식사후에 친구가족을 만나고 모두 함께 춘천 MBC 갤러리 카페라는 것에 차를 마시러 갔네요.
춘천은 호반의 도시라고 하죠. 또 예전부터 많이 들었던 춘천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공지천과 이디오피아 커피숍이라는 말이었네요. 625참전국의 하나였던 이디오피아 전몰장병을 기리며 만들었다던 기념비에 이디오피아의 국왕이 쉼터를 만들었던것이 유래가 되었고, 이디오피아 특산인 원두커피를 들여와 내기 시작한것이 이디오피아의 집, 커피숍의 유래라고 합니다. 이 이디오피아 커피숍대신 분위기가 좋다는 갤러리 카페에 갔습니다. 갤러리 카페라는 말처럼 이 카페는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을 차례로 전시하는 갤러리를 겸한 R. Mutt 1917 이라는 곳이었습니다. 2010년 4월에야 문을 열었다고 하는 복합예술공간의 명소라고 합니다. 예전에 살던 뉴욕북부의 Saranac Lake라는 곳은 마을 이름그대로 수많은 호수가 있어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그곳의 분위기가 납니다. 마침 내리기 시작한 눈과 함께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까지 덤으로 얻었습니다. ㅎㅎ
카페의 내부는 전시작품들의 분위기와 어우러질수 있는 여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김범수씨라는 조형미술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고 예술작품 속에서 호반의 도시의 예술 분위기와 또 눈내리는 호수의 분위기를 만끽할수 있었네요.
그토록 고프던 에스프레소 커피향을 맡을수 있어 좋았고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나누던 이야기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여기서 사진 몇장을....ㅎㅎ
춘천의 첫날은 설레이고 반가운 만남이 있었고, 한국의 맛이 있었으며 예술과 처억까지 함께한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시고 반겨주신 해피데이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춘천에 왔으니 역시 닭갈비와 막국수는 찍어줘요 하겠지요? ㅎㅎㅎ
춘천가는 전철 (?) 2가 곧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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