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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

LA 스케치 - 정태춘 (cover by 빨간내복)

해는 기울고 한낮 더위도 식어, 아드모어 공원 벤치에는 시카노들이 둘러 앉아 카드를 돌리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혹은 번영의 상징이라고 생각되는 로스엔젤레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헐리우드의 화려한 거리, 비버리힐즈의 저택들, 유니버설 스튜디오 파크, 코리아타운.... 등등을 먼저 떠올리신다면 패키지여행으로 LA를 한번 둘러보셨거나 밝은영화 속의 이미지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가객 혹은 시인 정태춘씨는 LA를 방문하고 위와 같은 LA를 보았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그 모습들이 제가 바라본 LA의 모습이기도 하여 화려한 내면도 함께 본 그의 통찰에 경외를 하게된 계기가 된 곡입니다.

그의 투사이미지 혹은 반사회적인 정서에 비추어 굳이 이런 어두운 부분을 부각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염려를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전 정태춘씨가 극히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LA를 표현하였다 생각합니다. 부와 빈을 극명하게 대조시키는 방식이기에 약간은 편향적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LA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하네요. 

한인타운.... 아주 오래전에 유행했던 LA아리랑이라는 시트콤의 덕인지 LA는 아주 밝고 따뜻한 곳일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곳에는 정말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시는 고단한 교포분들의 땀이 더 진하게 배어나오는 곳입니다. 비버리힐즈의저택에서 조금만 내려와도 도시의 빈한함을 금새 느낄수 있는 곳이죠. 화려한 헐리우드 거리의 배면에는 영화에서나 보일법한 암흑의 세계가 있는곳.....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이런 원유시추기가 보이는 곳이기도 하죠.


갑작스레 이 곡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한참만에 하는 노래인데, 좀 무거웠죠?
목감기로 인해 소리가 잘 안나오네요. ㅠㅠ 리듬이 재미있죠? 굿거리 장단이라는 우리가락인데, 기타로 표현하기 좀 애매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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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기울고, 한낮 더위도 식어 아드모어 공원 주차장 벤치에는 시카노들이
둘러앉아 카드를 돌리고 그 어느 건물보다도 높은 가로수
빗자루 나무 꼭대기 잎사귀에 석양이 걸릴 때 길 옆 담벼락 그늘에 기대어 졸던
노랑머리의 실업자들이 구부정하게 일어나 동냥 그릇을 흔들어댄다
커다란 콜라 종이컵 안엔 몇 개의 쿼터, 다임, 니켈

남쪽 빈민가 흑인촌 담벼락마다 온통 크고 작은 알파벳 낙서들
아직 따가운 저녁 햇살과 검은 노인들 고요한 침묵만이
음, 프리웨이 잡초 비탈에도 시원한 물줄기의 스프링쿨러
물 젖은 엉겅퀴 기다란 줄기 캠리 차창 밖으로 스쳐가고
은밀한 비벌리 힐스 오르는 길목 티끌, 먼지 하나 없는 로데오 거리
투명한 쇼윈도 안엔 자본보다도 권위적인 아, 첨단의 패션

엘 에이 인터내셔널 에어포트 나오다 원유 퍼 올리는 두레박들을 봤지
붉은 산등성이 여기 저기, 이리 끄덕 저리 끄덕 노을빛 함께 퍼올리는 철골들
어둠 깃들어 텅 빈 다운타운 커다란 박스들과 후진 텐트와 노숙자들
길 가 건물 아래 줄줄이 자리 펴고 누워 빌딩 사이 초저녁 별을 기다리고
그림 같은 교외 주택가 언덕 길 가 창문마다 아늑한 불빛
인적없는 초저녁 뽀얀 가로등 그 너머로 초승달이 먼저 뜬다

마켓 앞에서 식수를 받는 사람들 리쿼에서 개피 담배를 사는 사람들
버거킹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 아, 아메리카 사람들
캘리포니아의 밤은 깊어가고 불 밝은 이층 한국 기원 코리아 타운
웨스트 에잇 스트리트 코메리칸 오피스 주차장 긴 철문이 잠길 때
길 건너 초라한 아파트 어느 골목에서 엘 에이 한 밤의 정적을 깬다

"백인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미국에 와서 백인들을 잘 못 보겠어"
(따당, 따당땅, 따당 땅 땅)

한국 관광객 질겁에 간 떨어지는 총소리 따당, 따당땅, 따당


주)
아드모어 공원 - LA한인촌 인근의 야구장겸 공원
시카노 - 멕시코 사람을 비하하는 말 
빗자루나무 - 높은 가지에 빗자루처럼 잎이 달린 종려나무
쿼터, 다임, 니켈 - 25, 10, 5센트 동전
캠리 - 한때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토요타의 자동차
리쿼 - 술을 취급하는 작은 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