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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미국 깡촌 생존기 14 - 스키는 레저가 아니라 생존이다


길다란 작대기를 발아래 두고 눈위를 미끌어지며 움직이는 것으로 눈위에서의 이동을 보다 쉽게 해주는 생활도구. 평지에서는 때때로 길다란 작대기를 이용하여 밀치며 나가는 경우도 있다. 

백년전쯤에 Wiki가 있었다면 위와 같은 정의를 내료을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스키입니다.
그림으로 보면 대강 이런.....


요즘은 이렇다는.......


스키가 고급스포츠로 자리잡게 된건 스키에 과학이 접목되며 과다하게 올라가 버린 스키용품의 가격, 방한복에 디자인 개념이 들어가 턱없이 비싸진 탓도 물론 있지만, 한철 장사인데다 비교적 눈이 풍부해야 하는 특성상 도심과는 멀리 떨어진 산간지방에 위치한 탓이 클겁니다. 게다가 부족한 적설량을 메
우려 제빙기를 밤새 틀어대야 하는 등 유지비가 많이 들기때문에 무조건 비싸다 비싸다 하기도 면구하지요.

우리가 살던 산골은 과연 겨울동안 스키나 겨울 스포츠를 즐기지 않으면 과연 뭘할까 싶을만큼 겨울이 길다보니 스키는 럭셔리레포츠가 아닌 필수 같은 것이었답니다. 우선, 겨울이 길어 개장기간이 깁니다. 보통 3-4개월 열기때문에 오랫동안 즐길수 있죠. 게다가, 동네바로 외곽에 있습니다. 동네중심에서는 5-7분가량 걸리는 뭐 그냥 동네뒷동산이라는..... 가격은 미안하게 쌉니다. 전기요금영수증 같은거 들고가면 (동네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으로, 동네의 공동재산이며 공동관리를 하는 곳이므로 아무래도 동네사람에게는 싸게 해주죠) 한시즌 패스를 몇십불정도에 구입할수 있습니다. 학교가 대개 아침 8시에 시작하여 오후 2시 30분에 끝이 나는데, 일단 집에 돌아간 아이들은 3:30 -4:00 사이에 다시 다 스키장에 집결합니다. 같은 반 아이들끼리 모여 다시 저녁늦게까지 스키를 하지요. 

상당히 큰 lodge가 있고, 매점도 있네요. 그리 높지 않은 언덕위에 세워진 스키장이라서 초보자와 중간수준의 사람이 많이 탑니다. 이런 작은 슬로프를 Bunny Hill이나 Bunny slope라고 합니다. 리프트는 소위 T-bar라고 불리우는 간이 리프트입니다. 

뭐 이렇게 생겼답니다.



앉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를 걸치고 올라가야 하기때문에 둘이서 함께 올라가는게 효과적이죠. 그러나 초보자에겐 상당히 불안정하여 어렵습니다.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납니다. T-bar가 미
끌어지며 안면을 쳐서 다치기도 하고...... 그래서 갔다 섰다를 반복합니다.  

지수는 3살반이 되던 겨울에 스키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겨울에 너무 추워 아무런 활동없이 집에만 있었는데 미쳐버릴 지경이 됩니다. 소담스레 내리는 눈은 안에서 보기에는 참 좋지만, 밖에 나가 맞으면 머리가 아플정도이고, 또 동네초보일때는 나가볼 엄두가 안납니다. 또 생전 처음 겪어보는 추위였던지라 그런 날에 밖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어서.....

암튼 그렇게 반쯤 실성하여 겨울을 보내고 나니 겨울스포츠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그 다음해에는 스키를 하게 되었습니다. 허리가 부실한 아빠는 밑에서 가방지키며 핫쵸코들고 기다리고, 걸음도 그리 실하지 않은 3살배기는 두뼘짜리 스키를 발에 달고 스키강습을 받았습니다. French fries (일자)는 가고, 피자 (모으고) 는 멈추고 같은 기초강습을 선생님에게 받고는 동네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실습을 시켜주기도 하고 합니다. 도대체 저렇게 작은 아이가 스키를 탈수 있을까 반신반의한 상태였는데, 두어주 후에는 본격적으로 리프트로 올라가더군요. "저 애를 말릴까?" 뭐 이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T-bar lift의 좋은 점은 중간에 멈추거나 내릴수 있다는거. 스키슬로프의 1/3지점에서 멈추어서는 그 정
도 높이에서 내려오는 연습들을 합니다. 부모들은 밑에서 열심히 격려해주고........ 몇주후에는 꼭대기에 올라가 내려옵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나이에는 떨어지거나 내동댕이쳐져 넘어진 경험이라거나 하는
게 거의 없기때문에 공포심이 없다고 하네요. 아니나 다를까 샛노란 스키복을 입은 지수는 슬로프를 아무런 망설임없이 일직선으로 내려옵니다. "지수야. 그렇게 내려오면 어떻게 해. 위험하게. 옆으로 타고 지그재그로 천천히 내려와야지" 하면 "그러면 재미없어" 이러네요. 겁이 없다는게 맞는 말이더군요. 그래도 다른사람때문에 혹은 너때문에 다른사람이 위험하니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도 한동안을 눈치를 보며 일자하강을 합니다. 잘 뵈지도 않을만큼 작은 아이가 까딱까딱하며 휙하고 내려우는 모습을 
보고 친구는 "She looks like yellow Canary (쟤는 노란색 카나리아 같다)" 라고 합니다. 날아오는 모습이 과연.... 

조금 지나 kindergarten (유치원)에 다니면서는 교실의 모든 친구들 (이라고 해봐야 한학년 13명쯤인 미니 학교였지만) 이 방과후 다 스키장에 모입니다. 그럼 뭐 꺄꺄, 와와 몰려 다니며 놀다가 스키타다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스키를 안한다는 건 친구와 노는 걸 포기하는것과 거의 비슷한 개념이니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발도 많이 자라고 스키도 키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스키장비를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겨울동안에도 바꾸어줘야 하는 일이 생기니 감당이 안되지요. 동네나 혹은 조금 큰 옆도시에 가면 시즌렌트를 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가격도 시즌동안 $100정도로 크게 부담이 가지 않습니다. 키가 커지
거나 발이 커져 부츠가 안맞으면 큰걸로 바꾸어도 주기 때문에 한해를 쓰려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
니다. 워낙 추운곳이니 학교에 갈때도 엄청난 방한복에 스키부츠를 신고 다니기때문에 그냥 원래 입던대로 그냥 타면 되고......아! 비교적 고가이지만 안전장비인 헬멧과 고글은 구입합니다. 이렇게 200불정도만 투자하면 3-4개월은 스키를 즐길수 있으니 정말 좋지요. 섭씨로 영하 20도 정도 이하로 내려가면 스키장은 안전상의 이유로 문을 닫습니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모든 부모가 알게 됩니다.

이 코스는 그냥 동네 코스. 시간이 나면 주말에 40분쯤 운전을 하여 가족용 코스로 유명한 타이터스 라는 곳으로 갑니다. 여기서도 저는 가방모찌에 핫쵸쿄모찌지만..... ㅠㅠ









아무리 Family oriented 라고는 하나 black diamond (고난도 코스) 도 있네요. 


올림픽을 두번이나 개최한 옆동네 Lake Placid는 당근 올림픽 certified 스키장이 있습니다. 가격도 사실은 그리 비싸지 않고, 가끔 정말 싸게 티켓을 파는데, 여긴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정말 무서운 곳이지요. 




뭐 암튼, 이 동네에선 스키는 생존이었습니다. 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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