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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DVD vs. Blu-ray 플레이어

먼저 개인적인 회상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연도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저 멀리에서 아버지가 짐자전거 뒤에 TV를 싣고 시장통 너머에서 집으로 오시던 기억. 그 당시만 해도 국산 TV는 거의 없었던것 같고, 일제 내쇼날 TV가 보급되어 있던 시기였네요. 최초의 국산 TV는 1966년 LG의 전신인 금성 (Goldstar) 라고 하는 기록은 있습니다만.... 시골이었으니 아마도 서울보다는 무엇이든 한참은 뒤처져 있었으니 서울에서는 아마도 금성 TV가 보급되어있지 않았을까요? 그 당시 장욱재, 태현실 주연의 "여로"라는 드라마를 동네 사람들이 우리집에 와서 보던 기억이 나는걸로 봐서 아마도 1972-3년 경이었을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아마도 그 1년쯤 후일수도 있구요. 



무슨 옛날 이야기에 많이 나오는.... 동네에 TV가 없어서 저녁시간이면 TV있는 집에 마실가서 동네사람들이 TV를 보는 이야기가 실제로 우리집에서 벌어진거죠. 어찌나 우쭐하던지..... 아마도 17인치쯤 되었을겁니다. 작은 상자에서 사람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러니까 겨우 36-7년전의 이야기 입니다. 

동네에 화교분들이 사셨는데, 그집에는 컬러TV라고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당시에도 대만에서는 컬러TV가 보급되기 시작한듯, 대만에서 구입한 TV라고 하네요. 물론, 그렇다고 컬러가 나오지는 않았죠. 그런데, 어느날 엄청난 사건이 일어납니다. 외국에서 전송되는 권투중계를 하는 날인데 (아마도 1976년쯤...) 어렴풋이 나마 TV에서 컬러가 나오는 겁니다.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세상에 TV에 색이 나오다니..... 
 
우리나라에 컬러 방송이 시작된건 1980년 말의 일이었습니다. 친구집에서 컬러방송을 보는데 정말 엄청나더군요. 수사반장에서 지금은 작고한 손창호씨가 머리가 깨져 피를 내는 장면이 기억납니다. 그 색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누가봐도 빨간약이었다는...ㅋㅋㅋ 암튼, 뭐 동네에 몇안되는 TV를 가지고 있을만큼 유복했던 (?) 집이었는데.... 그때쯤에는 서울에서 살게 되었고, 가세가 컬러TV를 살만큼이 전혀 안되었던 터라 집에서 컬러를 보게 된것은 1983년이나 되어서였답니다. 17인치의 작은 TV였으나 누나가 월급을 털어 구입한 귀한 TV였습니다. 

아마도 그런 연유에서인지 전 TV를 포함한 AV기기에 조금의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3년 유학을 가서 한달을 보낸후 정식으로 생활비를 받게 된날 바로 가전제품 가게에 가서 TV를 구입하였습니다. 25인치라는 그당시에는 비교적 대형이었던 리모콘이 달린 멋진 TV였지요. 그 TV를 침대하나와 책상이 들어가면 별로 남는 공간이 없던 완전 마이크로 기숙사 방 발치에 두었습니다. 전원정도는 리모콘 보다는 자연스레 발가락으로 누르는게 더 빠를만큼의 공간이었네요. 25인치라지만, 거의 50인치의 효과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 이후 일본의 TV사이즈는 갑자기 늘어납니다. 길이도 4:3의 박스에서 브라운관형이지만 16:9정도의 비율을 가진 TV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일본을 뜰 무렵 파나소닉에서 나온 광고에 기절을 했습니다. 일명 미래의 TV라고 하는 벽걸이 TV... 세상에 저게 제품으로 나올수 있을까 싶을만큼 얇은 TV..... 거기에 어느 매장에서 처음으로 본 DVD라는 최첨단의 기기.... 어쩜 비디오가 저렇게 선명할수 있을까...정지화면에서도 깨끗하게 서있는것이 너무 신기했죠. 비디오를 정지하면 상당한 노이즈가 일곤 하였는데 말이지요. 

미국으로 와보니 TV는 그저 검정박스였습니다. 그당시에는 한국의 가전도 일본의 가전을 따라가기 시작하였고, 디자인 개념을 집어 넣고 있을땐데, 미국은 그저 검정 박스였답니다. 그 이후 수년간을 그렇게 "나 검정박스" 하는 제품들만 쏟아져 나오더니 4-5년전부터는 갑작스레 이러한 무개념 가전의 틀이 완전히 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그 어디에서도 브라운관 TV를 볼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기술이 축적되고 어느 정도의 기술을 시장에 깔고 더욱 발전하고 하는 과정이 거의 생략되어 버린듯한 갑작스런 변화였습니다. 

DVD라는 획기적인 기술이 더 이상이 획기적이 아님을 알게 된건 HD방송을 접하고 나서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HDTV는 5년쯤 전에는 720p라는 해상도를 지녔고, 720p를 HD라 불렀습니다. HD방송은 DVD와는 비교도 안될 막강한 화질을 보여주더군요. 한마디로 VHS에서 약간 업그레이드된 화질을 정말 좋다 착각하며 보아왔던 것이더군요. DVD는 480이라는 해상도를 가집니다. 복잡한 기술적 용어를 제외하고도 720과 480의 차이는 상당하지요. 

그러나 TV는 그 이후 더욱 진화하여 이번엔 1080p라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고, HD대신 Full HD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디오 단자도 기존 엄청 좋다하던 Component대신 오디오 비디오를 한꺼번에 디지털을 변환없이 바로 전송하는 HDMI라는 인터페이스도 보급이 되었지요. 그때쯤은 저도 1080i (1080p보다는 조금 낮은....) 의 TV를 구입하였습니다. HD방송은 눈이 튀어나올정도더군요.  

조금 지나자 DVD의 화질을 두배이상 초과하는, 1080p급의 화질과 5.1도 아니고 7.1이라는 8개의 채널에서 쏟아내는 소리들을 지원하는 엄청난 데이터양을 커버할수 있는 HD 비디오가 나왔습니다. 예전 VHS와 베타라는 규격으로 나뉜 비디오 시장에서 VHS가 이긴것처럼 HD DVD와 Blu-ray가 맞붙어 결국은 블루레이가 표준이 되었습니다. 엄청 비쌀때였지만, 뭐 당근 질렀습니다. 블루레이로 경험하는 영화의 세계는 정말 획기적입니다. 거기에 숙원이던 120인치의 홈씨어터도 완성이 되었고, 이런 시스템으로 보는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것보다 더 실감이 날 정도입니다. 아래는 관련글입니다. 


사실 이보다 더 획기적으로 화질이 개선되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화질만큼은 끝까지 올데까지 왔다는 느낌이네요.

17인치 흑백TV에서 36-7년만에 진화된 형태가 바로 1080p Blu-ray 로 즐기는 120인치 화면이네요. 

참! 원래 이 이야기를 하려던게 아닌데 말입니다. 

1년전 제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구입할때만해도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었습니다. 대략 $350정도였던것 같습니다. 블루레이 영화도 사실은 그리 많지는 않았구요. 그때쯤에는 동네 슈퍼에서도 DVD player를 통조림처럼 쌓아놓고 특가로 30불가량에 팔기도 하고 할만큼 DVD는 거의 소모품처럼 되어버렸지요. 물론, Coby로 대표되는 중국산 제품의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일반적이 되어 버린 탓이겠지요. 요즘은 $19.99짜리 DVD도 흔합니다. 20불이면 한국돈으로도 2만원이 조금 넘네요. 

요즘의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가격은 어떨까요? 수년내에 상당히 떨어지리라 예상은 하였고 중국산의 약진이 두드러질것으로 생각하였는데......


(from Amazon.com)

Blu-Ray Player with NetCast for YouTube
BD-P NetFlix HD BD live
Full HD 1080p output via HDMI with Cinema mode at 24 or 60 frames per second USB Media Host
Superior audio performance with 7.1 channels with Dolby Digital Plus & TrueHD & dts-HD
Quick boot with instant tray opening

의외로 미국에서는 고가의 전자제품이 되어버린 LG에서 나온 블루레이가 150불도 안하는 가격에 아마존을 통하여 판매를 하네요. 전반적으로는 200불 이하로 떨어지긴 하였습니다만, LG제품이라는게 의외더구요.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온라인 DVD대여점인 Netflix의 스트리밍 서비스도 지원하고 유튜브도 직접 볼수 있는 기기인데도 이 가격에 나옵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더욱 낮아져서 내년 하반기쯤에는 $100 이하로 떨어질것 같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이젠 더이상 SD TV를 구할수도 없을뿐더러, 앞으로 2-3년 정도면 블루레이의 보급은 현재의 DVD수준에 육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나오는 영화는 DVD와 블루레이가 항상 함께 출시가 됩니다. 1년 남짓 사이에 벌써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렌트할때도 DVD와 가격차이는 없습니다. 


어린시절 17인치 내쇼날 TV로 행복했는데, 이젠 왠만한 화질로는 만족을 못하겠네요. Dishnetwork라는 위성TV에 가입한 저희집 TV는 HD채널만 80개가 됩니다. 그런데도 미진함을 느끼니...욕심이란게 한이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