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소한 미국이야기

미국식 손님 초대 파티 가이드 Part I

일요일 점심, 같은 연구소에 근무하는 David과 Mitsuko 커플을 초대하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둘은 미국-일본 커플입니다. 아직은 데이트중이나 1년남짓 함께 살고 있는터라 자주 보기도 하였지요. 일본에서 와 유학하고 지금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죠.  

사실 결혼하고 근 14년이 넘도록 워낙 많은 파티를 주최하고, 또 가고 하다보니 나름 파티 혹은 손님접대에는 상당한 노하우를 쌓게 되었네요. 그래서 오늘은 어제의 일을 예로 미국식 손님초대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우선, 미국식 파티 혹은 손님초대는 상당히 캐쥬얼하거나 혹은 상당히 격식을 차리기도 합니다. 사실, 아주 젊을때는 그녕 맥주 두어병씩 들고 모여 둘러앉아 놀기도 하는 무격식을 파티를 선호하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formal party에 가거나 주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손님을 초대한다는 의미는 교류라는 의미가 강하기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답니다. 한국식 손님초대란 거의 음식위주가 되기 마련인데, 이곳은 음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음식은 파티의 매개 혹은 한 부분이 됩니다. 그보다 중요한것은 손님과 host와의 대화를 포함하는 교류랍니다.

계획
먼저, 초대하려는 사람에게 몇개의 스케쥴을 이야기하고 일정을 조정합니다. 서로 가장 좋은 시간을 고르게 되는데, 많은 사람을 초대하여야 할 경우는 이렇게 결정된 시간을 넣어 초대장을 만들게 되지요. 두어명일 경우는 거의 구두로 하게되지만요. 식성이나 성향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상관이 없으나 잘 모르는 경우라면 넌지시 한국음식을 맛본적이 있는지 등을 물으며 어떤식의 음식이 나올건지를 살포시 이야기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초대 하루이틀정도 전에 confirm을 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메뉴선정
우선, 아무리 음식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음식이죠. 메뉴선정도 중요한데, 먼저, 메인디쉬를 정합니다. 그리고 메인디쉬를 보조할수 있는 몇가지의 side dish 등을 정하면 되지요. 제 경험상 한번도 실패한적이 없는 가장 무난한 몇가지의 음식을 적어 보겠습니다.  

1. 잡채 - 잡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집 손님초대에는 한식이라면 꼭 들어가는 것이 잡채입니다. 색감이나 향으로도 일단은 합격점이 되지요.

잡채 만들기 <--- 클릭

2. 갈비 - 갈비의 경우도 싫어하는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BBQ로 구워낼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3. 지지미, 파전 - 지지미는 일본에서는 김치, 갈비 다음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받아 들여질만큼 일반적이랍니다. 이름도 그대로 지지미라 부릅니다. 이상하게 서양사람들에게도 정말 아무런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는 음식이죠. 부추등을 넣고 부침가루로 느릇하게 구워내어 초간장을 곁들여 내면 가장 먼저 없어지는 음식이랍니다. 우리집은 새우를 얇게 저며 넣습니다. 집에서 가족끼리 해먹을 때는 생오징어를 잘게 썰어 넣어 부치는데, 서양친구들은 오징어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으니 넣지 않는것이 좋습니다. 오징어류 특히나 문어는 먹지 않습니다. 

이번식사의 메인디쉬는 이 친구들이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고기대신 지난번에 했었던 바닷가재꼬리를 튀겨 탕수육 소스를 얹은 탕수가재로 정하였습니다. 사실, 갈비보다는 수월한 편이랍니다. 


4. 피해야할 사항 - 문화차이는 고려하는 것이 좋겠죠. 정통한국의 음식을 대접하려는 의욕으로 한정식상을 차린다거나 하는것고 좀 그렇겠고, 밥과 국을 꼭 대접해야 겠다는 생각도 경우에 따라서는 좋지 않을수가 있죠. 그럴리는 없지만, 김치찌개라거나 삼겹살구이라거나 하는 것도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메뉴선정이 될것 같습니다. 그러니 초대하려는 손님의 성향을 미리 잘 파악해두는것도 중요하겠죠. 이미 많은 한국음식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한정식 셋팅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겠지만, 처음일 경우는 약간 퓨전식으로 차려보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음식은 매개일뿐이므로 손님이 오면 바로 음식상으로 인도하는 한국식 예절도 고집할 필요는 없지요. 너무나도 힘든 음식준비는 호스트를 하는 측에도 큰 부담이 되고 초대받은 손님도 심하게 부담으로 받아들입니다. 일례로 한국식 손님초대에서는 손님이 오면 주부는 거의 부엌 아니면 음식을 나르기 바빠 호스티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죠. 그건 초대받은 손님에게도 예의는 아닐듯 하네요. 

미리 준비할수 있는것들은 하루전날 준비해두고, 튀김같은 음식은 전날 안되니 당일에 준비하더라도 되도록 손님초대 당일에는 너무 번거롭지 않은게 좋겠지요. 

술, 음료, 전채.....그리고 이야기
먼저 정해진 시간보다 대개는 10-15분 정도 늦게 가는 것이 미국식 예의랍니다. 손님이 오면 인사를 나누고는 일단은 응접실이나 family room 같이 앉을수 있는곳으로 가게 되지요. 손님은 대개는 와인, 케잌 혹은 직접 만든 작은 접시를 들고 가기도 합니다. 음식이나 디저트의 경우는 초대받을때 미리 이야기를 해두면 준비하는 쪽에서 편하지요. 이 친구들도 오스트렐리아 와인과 일본의 Sho Chiku Bai라는 사케를 가져왔네요. 술도 안먹는데... ㅎㅎㅎ 


암튼, 우리도 맥주와 와인 등등을 준비해두었습니다. 약간 쌀쌀한 날씨임에도 맥주를 준비한 이유는..... 이 친구가 맥주를 워낙 좋아하는데다, 일본에서도 맥주는 게절을 가리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맥주 조금밖에는 마시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최근에 출시된 새로운 맥주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두둥
.
.
.
.
.
.
.
.
.
.
.


우리집 파티의 최대병기인 바로 생맥주 기계. 캬~~~ ㅎㅎㅎ
원래는 하이네켄에서 나오는 5리터짜리 캔이 맞도록 나온 기계이지만 얼마전 영국의 New Castle이라는 Brown Ale이 새로 나왔답니다. 하이네켄은 사실 상당히 맑고 깔끔하긴 하지만, 좀 밍숭맹숭한면이 많거든요. 이 맥주는 상당히 진한 편이고, 풍미도 훨씬 더 좋더군요. ㅋㅋㅋㅋ 

풍부한 거품과 함께 마시는 생맥주는 정말 좋습니다. 그런데, 많이 마시지는 못하고... ㅎㅎ 

암튼, 이렇게 식사전에 대개는 알코올 음료와 함께 오되브로 (h'ordeuvres 전채요리, 영어로는 Appetizer라 합니다) 를 내게 되는데, 식욕을 해치지 않을정도의 간단한 요리를 냅니다. 술도 맥주나 아주 강한 술보다는 향이 강하지 않은 와인 같은것이 좋습니다. 일단은 식욕을 돋구어 주는 술이 좋지만, 잘 모를때는 그냥 간단히 와인을 준비합니다. 전채는 이곳의 경우 멕시코 스타일로, Chips에 dippin' sauce가 가장 일반적입니다만 격식을 차리는 자리라면 이 appetizer도 상당히 공을 들이지요. 

이렇게 한잔의 음료와 전채로 많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먼저 이 친구들과 지수맘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 하는 동안 서로를 조금은 알게 되지요. 사실 약간의 알코올이 친밀감을 더해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술을 자꾸 권하는 것은 좋지 않겠죠. 그래서 우리집은 늘 혼자서 알아서 마시도록 와인, 맥주 스테이션을 따로 만들어 두고 이곳에서 알아서 따라서 마시도록 이야기 해두죠.


음식상
대개 디너 테이블이 따로 있으면 미리 테이블 셋팅을 둘수 있어 훨씬 편하니다. 이곳은 집이 조금 넓은 편이면 이렇게 Dining 공간이 따로 있는데, 보통때 식구들끼리라면 주방옆의 일상 테이블에서, 손님접대등의 경우에는 Dining을 이용하게 되죠. 

우선 테이블 셋팅입니다.





한명은 일본사람이고 또 하나는 동양문화에는 익숙한 친구들이라서 일부러 젓가락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리 많은 가짓수는 아니지만, 일단은 탕수가재가 메인디쉬가 되겠고, 잡채와 지지미가 뒤를 받치는 구도이지요. ㅎㅎ 거기에 나물류 (시금치, 가지), 김치가 포함이 되었네요. 이 둘은 한국마켓에서 김치를 병째 사다놓고 매일 먹는 사람들이라서 김치나 한국음식에는 고수라고 봐야죠. 거기에 흰쌀밥을 준비하여 두었습니다.  

호스트나 호스티스는 일단 간단히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해줍니다. 간단한 재료를 이야기 하고 소스가 필요하면 어떤 소스를 찍는지, 어떻게 먹는지를 이야기 해주지요. 혹시라도 안보이지만 먹지 못하는 재료가 들어간 경우를 배려한 것이고,먹는 법을 모를경우에도 당황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입니다.  

음식은 각각 젓가락, 숟가락등을 두었고, 각각의 접시를 들어 조금 덜고 옆사람에게 돌립니다. 손을 음식 너머로 넘겨 집는 것은 상당히 예의없는 행동이 되겠네요. 여긴 어릴때부터 그런식으로 하기때문에 다들 이렇게 서브합니다. 

일단은 즐거운 식사.... ㅎㅎㅎㅎ 

다음 편은 나머지 이야기와 디저트 등등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아 졸려서 part 2는 내일입니다. 

꾸벅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