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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한 샌디에고 이야기

샌디에고 김장하는 날...

샌디에고는 겨울에도 눈이 올만큼 추워지지 않습니다. 물론, 사는 사람들은 정말 춥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크리스마스에도 낮에는 반팔로 무난한 곳이거든요. 하지만, 역시 겨울은 겨울이고, 다음주에는 월화수 3일만 일하면 바로 4일연휴인 Thanksgiving holiday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우리집도 김장을 담기로 하였습니다. 저야 뭐 주방 보조고, 15년간 김치귀신 남편때문에 매번 김장김치를 담아오신 달인 지수맘의 작품이죠. 

김장하면 어린시절의 강한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박카스 일병씩 까서 드시고는 80-100포기되는 김치를 척척 건져내어 빠알갛게 버무린 김치속을 재우던 모습......


그리고 파묻은 김치독에 차곡차곡 쌓여가던 김치들....


달콤한 생굴냄새와 옆에서 들통 한가득 끓이던 배춧국....... 
 
토요일 김장준비를 해왔습니다. 배추, 무, 갓, 액젖, 파 등등의 재료구입부터 시작하였지요. 약 20포기 정도의 배추 한박스를 $15에 구입하였고, 파 10단이 $1, 무우는 대여섯개 $5가량 이었습니다. 상당히 싼편입니다. 3-4포기가 들어있는 배추김치 한병이 $15가량인데 집에서 담으면 조미료도 안들어가고 오래 두고 먹을수 있어 좋지요. 김치는 사다먹기도 하고 담아먹기도 합니다. 

하루전날 배춧속에 쓸 양념을 준비합니다. 


까나리 액젖에 마늘과 고춧가루를 들이부어....


이렇게 생긴 양념을 준비하고 하루 재워둡니다. 이런류의 양념은 하루 재워 숙성해야 맛이 나더군요.

다음은 배추를 절이는 일....


집에서 가장 큰 그릇 (?) 인 아이스 박스에 반으로 가른 배추를 차곡차곡 넣으며 배춧잎 사이사이에 절임용 천일염을 뿌려주네요. 거의 고등어 간잽이의 솜씨같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어제 준비한 양념장에 무채, 갓, 마늘, 양파 등을 너허 잘 버무립니다. 
캬!!!!


올해는 좀 신경써서 고춧가루를 구입하였습니다. 요즘 마켓에 나오는 고춧가루는 거의 100% 중국산이더군요. 그중에서 색깔이 그래도 밝은 고춧가루를 사왔는데, 역시 김치속의 색깔이 빠알간게 아주 좋습니다. 보통은 거무죽죽한 색깔이 나고 약간 씁쓸한 맛도 나거든요. 이 고춧가루는 원산지는 표시되어있지 않고 충북농협에서 품질관리를 하였다고만 해놓았는데, 십중팔구는 중국산일것 같습니다. 암튼, 이정도라도 대 만족입니다. ㅎㅎ 

참 재미있어 보이는 (옆에서 깐죽대며 이 얘기 하면 저 양념묻은 손이 바로 날아올지 모르므로...ㅋㅋㅋ 속으로만 생각하고 맙니다. 제가 한 교활합니다 ㅎㅎㅎ)  

 

사각의 김치통에 차곡차곡 김치를 쌓아 꽉 눌러담아 놓습니다. 


그위에 따로 떼어놓은 배추의 겉장을 잘 펴서 올립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렇게 플라스틱랩을 덮어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죠. 김치를 설렁설렁 담거나 헤짚어 보거나 혹은 공기와 자꾸 닿으면 김치가 미친다고 하는 장모님의 가르침이 있으셨다네요. 


이렇게 담아 밖에 잠시 두었다가 김치냉장고로 직행.


아! 김치냉장고라는게..... ㅎㅎ 우리집에는 김치냉장고가 따로 없답니다. 괜히 멋있으라고...ㅋㅋ 
 
뒷마당에 바베큐그릴이 있는곳에 냉장고가 작은것이 있는데, 이걸 우리는 그냥 김치용으로만 사용하는 관계루다가.....

마지막으로 양념이 많이 묻은 버무림 그릇에 절인배추를 잘 찢어 넣어 겉절이를 만듭니다. 


제가 겉절이에 칼국수 먹는걸 너무 좋아하여 꼭 하게되죠. 

이렇게 담은 김장 김치는 최소한 2-3달은 일용할 양식이 됩니다. 
암튼, 아침일찍 일어나서 점심무렵에는 다 끝내고 툭툭 털었네요. 

어떻습니까? 김치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김장 관련 음식에 관한 포스팅이 곧 이어집니다. 배춧국, 보쌈 등등이죠. 흐흐흐!!! 이건 아마도 정말 군침 넘어가실겁니다. 

맛있어 보이시면 요 아래 손등을 콕 눌러주세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