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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미국이야기

미국에는 소화제가 없다?

한국인이 가장 흔하게 복용하는 약이 소화제라고 합니다. 
소화제......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은 훼스X라는 전통의 소화제이고 그보다 더 긴 전통의 까스활명X, 요즘 많이 나오는 닥터베아X류를 떠올리실겁니다. 




소화란 음식물을 인체의 소화기관을 통과하여 가는동안 물리적, 화학적으로 분해하여 신진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총과정을 말합니다. 소화의 첫걸음은 이에 의한 저작입니다. 먼저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주는 역할을 하죠. 거기에 침에 함유된 amylase라는 효소가 전분을 분해하여 당분으로 만들어 주는 일차적화학작용을 하죠. 밥을 급히 먹거나 잘 씹지도 않고 넘기는 것은 소화불량의 최초의 원인이 될수 있습니다. 식도를 타고 위로 들어간 음식물은 강한 산이 분비되는 위에서 보다 잘게 부수어지고 (주로 단백질), 이 상태에서 4-5시간을 머물며 위의 연동으로 잘 섞어줍니다. 이렇게 잘게 부수어진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면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가 섞여져 다시 화학적으로 분해를 시작합니다. 소장, 대장을 거치며 영양분이 혈관을 통하여 흡수되고 수분도 흡수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죠. 



소화제란 대개 이런 자연적인 소화의 기능을 도와주는 것으로 위의 활동을 도와주는 활성제, 췌장액의 소화효소와 비슷한 효소제제 (지방이나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 등의 직접적인 소화 촉진제가 있고, 한편으로 소화의 과정에 생긴 여분의 개스를 줄여주는 개스제거제와 과도한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는 위산제거제 등의 간접적인 약물로 나눌수 있을것 같습니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화제란 바로 위의 직접적인 소화촉진제이며 가정에서 상비약처럼 갖추어 놓는 경우가 많죠. 

문제는 바로 이 두가지 종류의 소화제, 우리가 그렇게 사랑하는.... 고기를 먹어도, 명절이 지나도 달고 사는 소화제가 정작 미국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마음놓고 과식을 하라는건지...... 미국넘덜은 워낙 소화가 잘되어 소화제가 필요없다는 건지 아니면 소식을 하는 족속인지...... 


미국의 약국에 가면 대개 한 진열대가 전부 잔탁, 프라일로섹 (Prilosec), 펩토비스몰, 매이록스 등의 위산억제제로 진열이 되어있습니다. 다른 종류의 소화제는 없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소화불량이 생기면 주로 이런 약을 구입하여 복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잔탁은 한국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고 있으니 더더욱 그런것 같습니다. 



그러나........이건 직접적 소화제라기 보다는 두번째 카테고리의 위산억제제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위산은 음식물 소화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위의 운동이 적어져 (대개 과식) 소화가 안되는 상황인데, 일단 들어본 상표라고 잔탁을 사서 두어개 털어 넣으면 더욱 고생을 할뿐이랍니다. 속쓰릴때 먹는 겔포X처럼 알루미늄젤상의 약도 (이곳에는 빨간색 펩토비스몰이나 Maalox같은...) 마찬가지로 위산을 중화하고 위벽을 코팅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주로 위산으로 생긴 궤양등의 치료에 사용을 하지요. 이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단순소화불량에는 독으로 작용합니다. 

한국에서 미국에 오시면 시차로 인하여 일단은 식시시간이 엉망이 되죠. 한국의 새벽시간에 저녁을 먹거나 하는 등의 몸이 미처 따르지 못하는 불균형이 일어납니다. 위가 한참 쉴시간에 기름진 음식을 밀어 넣는 결과가 생기지요. 또는 마ㄸ아히 음식이 들어와야 할 시간에 위가 텅비어 습관적으로 생긴 생체시계는 위산을 분비시키기 시작합니다. 우선, 식사조절을 정말 잘 해야 합니다. 이곳의 저녁시간에는 한동안 아주 가볍게만 먹고 일찍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죠 (서부기준). 그렇게 해도 역시 위산의 과도분비로 고생을 하게 되는데, 주로 증상은 명치쪽이 뻐근하게 아파오고 신물이 넘어오는듯합니다. 바로 위산에 의한 속쓰림 혹은 가슴이 타는듯한 증상이 일어나죠. 이를 heart burn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도 가슴이 탄다고 표현하죠. 한국에서는 그냥 위산과다 정도로 표현하는것 같습니다. 암튼, 이럴때 먹어주는 것이 바로 미국에서 파는 위장장애류의 약입니다. 한국의 소화제와는 개념이 다르니 주의하셔야 하겠죠. 

소화제의 효용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편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소화제인 효소제제의 경우 산에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개 위산억제제와 함께 먹는 경우도 있고, 효소제제를 산에 강한 물질로 감싸기도 합니다. 위산은 위에서의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보통의 상황에서 위산을 억제한다는 건 물리적 소화를 방해하게 되는거지요. 그리고 섭취하는 소화효소의 양은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효소의 양에 비하여 훨씬 적어 그리 큰 효용을 갖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습고나적으로 먹다보면 점점 의존적이 되어 자연적인 소화효소의 분비가 줄어든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은 아닌것 같습니다. 무슨 이유에서든 미국의 약국에서는 효소제제나 활명X같은 종류의 소화제를 구할수 없습니다. 한국마켓이 있다면 그곳에서는 구할수 있긴하더군요. 그러니 부득이 소화제에 의존적이신 분들은 여행이든 살러오시든 소화제 필참입니다. ㅎㅎ 

암튼, 미국에선 소화는 자기자신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원래 그런건가요? ㅎㅎ 
우선, 음식물을 꼭꼭 오래 씹어 넘기는 습관부터 시작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많지 않은 양을 오랜시간을 들여 먹는 것이 중요하죠. 옆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지수맘의 목소리로 "너나 잘하세요" ㅎㅎㅎ 

식간이나 식후 바로 다량의 물을 마시는 것은 위산을 희석하는 일이되어 소화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소위 물말아 먹는 식습관도 그리 좋지 않죠. 서양의 식습관으로 식전주 (aperitif)를 들고 메인디쉬를 즐기기전 전채요리들을 살짝 먹어주는 것들은 어찌보면 위에 이젠 음식이 들어가니 시간 맞추어 위산을 분비하라는 신호 비슷한 것이 되겠습니다.



식전에 술을 많이 마신다면 당연히 좋지 않지만, 아주 살짝 식전술을 넣어주고 적은 양의 부담없는 음식물을 넣어주는 것으로 위산의 분비를 촉진할수 있습니다. 

위장은 인체기관중에서 가장 스트레스에 민감한 기관이라고 하네요. 차가운 음식을 빨리 넣거나 극한 스트레스속에서 밥을 먹으면 체하는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식사자리는 되도록 편안하고 밝은것이 좋겠습니다. 서로 이야기도 하고 해야 식사시간이 길어지겠죠. 전통적으로 복은 입으로 나간다는 생각때문인지 식사자리에서의 대화가 금기시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게 음식이 튈까봐 그리 매너를 지도하던 지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화라는 면에서 보면 참 좋지 않은 습관이 되겠습니다. 식사자리는 늘 밝고 웃음이 있다면 더욱 좋을것 같아요.. 아이의 성적이야기도, 남편의 외박이야기도 식탁에서는 되도록 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겠죠.

이렇게 식사를 하고 조금 지난후 아주 간단히 걷거나 설겆이를 하는등의 일상의 편안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이때 목욕을 하거나 눕거나 하는 습관은 그리 좋지 않겠죠. 전 늘 설겆이...ㅎㅎ 

식사때를 놓지거나 배고픈걸 너무 심하게 참는것은 위산의 과다분비를 초래할수 있습니다. 반대로 늘 무언가를 달고 사는 군것질족의 경우도 위의 원활한 소화활동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히 입맛을 잃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수 았는거죠.  규칙적인 식사습관을 기르는것이 가장 좋을것 같습니다. 

다시말하면, 적당한 양의 음식을 정해진 시간에 즐겁게 섭취하고 위장의 활동을 돕도록 약간의 활동을 해주는 것으로 우리몸은 정상적인 소화활동을 하는데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칙에 조금의 균열이 오면 어떤방식으로든 소화의 메카니즘에 문제가 오죠. 간혹 소화를 돕는 약물이 필요하긴 하지만, 일단 소화가 되지 않는 요인이 분명히 존재하므로 이를 제거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할것 같습니다. 다만 습관적으로 소화제제의 도움을 받는 것은 위의 활동을 무력화시킬수 있으니 습관을 고치는 쪽으로 나가는 것이 좋을듯 하네요. 

암튼, 소화불량말고도 위산과다는 언제든 생길수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위산억제제가 팔리고 있는것으로 보아도 쉽게 짐작이 갑니다. 문제는 위산과다를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거나 단순소화불량에 위장약을 먹는 행위되겠네요. 위산과다는 심해지면 위액이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위산역류가 발생하기도 하는등 심각한 상황이 되기도 하므로 자가진단을 하지 말고 특별한 이유없이 오랜기간 위장장애를 앓는다면 의사의 진단을 받는것이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 의례 소화기가 약해져서 그러려니 하며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위산과다로 의사에게 가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음주, 우유, 커피, 쥬스, 탄산음료, 담배를 삼가하라 합니다. 몇가지의 잘못된 믿음을 이야기하고 마칠까 합니다. 

속쓰림에 우유가 좋다고 하여 마시는경우가 많습니다. 속쓰림은 대개 위산으로 인하여 생깁니다. 우유가 하얗다보니 위점막을 잘 감싸 줄것 같습니다. 실제로 일시적으로 그렇기도 하지만, 우유의 칼슘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므로 결과적으로는 속쓰림이나 상복부 불편감을 가중시킬수 있습니다. 위산이 더 많이 나오죠. 

속이 답답하면 탄산음료를 마시면 뻥뚫린다고들 하지요. 어떠세요? 탄산음료는 위의 기능을 무력화시킬수 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산성이라서 위에 절대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가끔 탄산음료를 마시고 억지로 트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탄산음료자체가 위와 식도를 한방향으로 막아주는 유문을 느슨하게 하여 위산역류를 유발할수 있습니다. 거기에 트림을 억지로 하면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합니다. 트림을 소화가 잘되는 지표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습관이 되면 엄청난 재앙이 될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식후불연을 죄악시하는 애연가들이 많죠. 담배의 니코틴은 위점막을 공격하는 독성물질의 분비를 촉진하여 위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의생성을 억제하여 위벽보호기능을 무력화시키는 2차적인 재앙까지 가져옵니다. 

커피의 카페인은 탄산과 마찬가지로 유문의 이완을 가져오고, 위산의 분비를 촉진하기도 합니다. 커피가 가진 이로움은 많으나 많은 경우 위장에는 득이 되지 못함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습관처럼 하루에도 자판기커피를 뽑아듭니다만, 커피의 위장에의 영향도 그렇지만, 커피크림의 콜레스테롤양은 엄청 나거든요. 그러니 자판기커피를 공복에 마시는 일은 되도록 피하는것이 좋을것 같고 양도 좀 줄이는 것이 좋겠지요. 

이상 대식가 빨간내복이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