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의 예상으로는 내년 쯤이나 되어야 대중화가 될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전자책틀 시장의 이야기죠.
두어달전에 우연한 기회로 미주시장에 진출하게 된 한국 전자책틀 제조사의 관계자분과 이메일을 주고 받은적이 있습니다. 조금은 갑작스런 이메일에 잘 응대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였는데, 그때 제가 드린 말씀이 미주시장에서의 안착 가능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가격이라는 말이었네요. 솔직히 제조사 입장에서는 잘 만든 제품의 경우는 가격에 구애됨없이 시장에 안착할수 있다는 믿음같은것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또 그정도의 자신감은 꼭 필요할것이구요. 아마 제말에 기분이 상했을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 제조사의 제품은 미국내에서 어느정도의 인지도를 갖는 회사와 업무제휴를 하여 OEM방식으로 수출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제품의 한국버전은 한국내 최저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비현실적인 가격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사실은 한국제품의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최대의 요인이 될것 같습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우선은 단가를 낮추어야 하는데, 단가는 제조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초기 비용은 같은데 생산량이 적다면 초기투자비용이 전부 적은양에 집중되므로 단가는 높아지게 되고, 수요가 많아져 생산량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투자비용이 분산되므로 가격하락의 요인이 될수 있습니다.
또한 제조방식이나 재료의 가격 하락을 들수 있습니다. E-ink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PVI/E-ink사에서 전세계 전자종이 패널을 독점하다시피 하므로 경쟁이 원천적으로 거의 없고, 생산량이 한정되기때문에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는것이, 가격이 금방 떨어지지 않는 원인디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용 프로세서의 개발로 최고 $50정도의 가격하락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올 상반기에 미국 오프라인 서점의 강자인 Borders라는 서점에서 Kobo를 비롯한 전용 단말기를 출시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같은 패널에 같은 방식의 DRM, 비슷한 콘텐츠 등이어서 그리 큰 주목을 받을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시장이 갑자기 요동쳤습니다. 이유는 바로 그 가격때문이었지요. 6" 패널의 전자책틀이 $149로 책정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허걱했네요.
$150이란.... 어느 설문조사기관에서 조사한 바로는 전자책틀의 대중화 분기점으로 조사된 바로 그 가격이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설문의 내용은 "당신은 전자책틀이 어느정도의 가격이라면 당신의 남자/여자 친구에게 부담없이 선물로 해줄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었지요. 가장 많은 답변이 $150 이었다는 말입니다. 물론, 더 싸진다면 말할 나위 없겠지만요. 체감하는 부피도 $200대 보다는 훨씬 부담이 없습니다. Boders에서 출시한다고 하는 Kobo reader의 경우 다른 기기와 비교하여 무엇하나 잘난것이 없네요. 단 하나 가격입니다. 거기에 다른 라인의 5인치 전용단말기인 AluraTec Libre도 함께 출시예정공지 하며 (2010년 7월 20일 출시 예정) 가격을 $119불로 책정하였습니다. 여기에 100권의 무료 전자책이 들어있으니 이보다 저렴한 기기를 볼순 없을 정도입니다.
처음 캐나다에서 출시가 되고 미국시장에 진출은 확정이 안되었을 무렵에도 요동치던 시장이 미국출시일이 결정되고 나니 허리케인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시장 점유율 2인자로 알려진 반즈앤노블의 누크가 가격인하를 바로 단행합니다. $259의 3G모델을 $199로 인하하고, 새로 Wi-fi모델을 추가 편성하고는 kobo reader와 마찬가지로 $149로 책정하였습니다.
바로 그 몇시간 뒤 일어난 일은 더욱 큰 충격이었습니다. 업계 1위 아마존의 킨들이 $259의 주력 6인치 제품을 $189로 누크보다 더 큰폭으로 인하를 해버렸습니다.
끝까지 버티더 소니리더 진영도 결국은 서둘러 가격인하를 해버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조심스레 예측했던대로 킨들은 더이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지는 못할것입니다.
대부분의 보도는 이번의 가격인하가 분명한 위협인 아이패드의 출시때문이라 이야기 하지만, 전 절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아이패드는 할게 너무 많은 복합기기입니다. 아이패드를 구입했으니 iBook을 이용 책을 한두권 구입하여 보는 일은 어느정도 예상할수 있지만, 아이패드는 독서에 몰입할수 없는 환경이 다 보니 금방 싫증을 느끼고 (혹은 버릇처럼) 트위터에 접속을 하고 영화를 보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거기에 백라이트다 보니 오랫동안 집중하여 책읽는 것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기계입니다. 한번이라도 전자종이를 이용한 전자책틀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그 차이를 알것입니다. 또 아이패드를 사용해보신 분이라면 통상적으로 책읽는 것처럼 아이패드로는 책을 읽을수 없음도 잘 아실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이폰이 그 틈새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폰용 iBook이라면 음식점앞에서 줄을 설때라거나 지하철에서 간단히 읽을때등등에 사용될수도 있겠지만, 아이패드에서의 iBook은 그 효용이 생각만큼은 크지 않으리라 예상하는 거지요. 너무 할게 많다는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될것 같습니다.
전 대부분의 보도와는 달리 이번 가격 인하정책의 불씨는 Kobo reader라 생각하고, 이번 가격인하로 오히려 다른 이들이 우려하는 아이패드에 의한 위협은 일단은 수월하게 넘기리라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좋은 소식은 원천기술을 갖는 PVI에서 현재 대부분의 기기에 사용중인 전자종이 패널인 Vizplex의 후속작으로 Pearl이라고 하는 contrast를 50% 향상시킨 제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곧바로 아마존 킨들의 Graphite DX에 장착이 되었네요. 이 새로운 제품이 안착하기까지는 Vizplex의 가격은 인하할수 밖에 없고, 전자책틀의 가격또한 인하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Vizplex가 장착된 현재의 대부분의 전자책틀의 가격인하를 불러올것 같습니다.
아마도 내년초까지는 $100 이하의 제품이 다수 출시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것이 현재 전자책틀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미국 시장의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바로 한국 시장이죠. 전자책의 대중화는 좋은 컨텐츠에서 나온다는것은 원론적인 이야기일수밖에 없습니다. 첫번째는 가격이 될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한국에서 출시되는 전자책틀의 가격입니다.
솔직히 혁신적인 제품은 없습니다. 디자인이야 그렇다쳐도 기능적으로 킨들을 따라잡겠다고 표방하여 비슷한 기능으로 출시된 인터파크 비스킷이 40만원에 가까운 최고가입니다. 7월부터 인하된 그 선조격인 킨들이 $189인데 말이죠.
사실 아마존이나 반즈앤노블이 가격을 인하할수 있는 배경에는 컨텐츠의 판매에는 이상없다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기계에서 마진을 남기지 못하거나 설령 약간의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컨텐츠의 지속적인 판매가 있을것이므로 넓게 본다면 손해는 아닐겁니다. 킨들의 경우 신문 잡지등을 뺀 순수 book contents가 620,000종류이고 증가일로에 있죠. 반즈앤노블 전용 콘텐츠의 경우는 킨들보다 많은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한국의 전자책틀/컨텐츠 현황을 볼까요? 40만원에 육박하는 인터파크의 비스킷 전용콘텐츠는 현재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지난 5월 집계로 12000권이네요. 독자포맷의 누트도 증가추세에 있다고는 하나 마찬가지로 5월 집계로 8500권으로 되어있네요. 현재로서는 가장 많은 컨텐츠를 가진 35만원이 넘는 북큐브가 5월집계 약 3만권으로 가장 많으나 역시 그리 많다 할수는 없는 수준이네요. 예전에 제가 소개했던 거품을 뺀 기능에 저가격으로 빛나는 페이지원이라는 책틀은 현재로서도 가장 저렴한 가격입니다. 바로 234000원입니다. 하지만, 전용 컨텐츠의 경우는 5월 현재 고작 150권에 머물러 결국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다른 컨텐츠 (어둠의...) 를 읽을 여지가 너무 많다 보니 기기의 판매가 컨텐츠의 판매로 100% 씽크는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한국의 업체들이 전자책틀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릴수는 없는 실정이죠. 다른 곳에서 어떤 가격경쟁이 벌어져도 당분간은 한국의 책틀 가격은 고가를 견지하게 될것 같습니다. 사실 어마어마한 미국의 도서시장과 한국의 작은 시장을 대등하게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장의 규모로 볼때 그래도 한국의 컨텐츠가 10만권은 넘어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이 부분은 출판사와 유통사 그리고 저자와의 관계가 복잡하므로 그리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랍니다.
얼마전 현재의 제 주력 책틀이 된 북큐브의 할인 행사가 있었습니다. 352,000원의 원래가격을 파격적으로 한달정도의 한시적인 기간으로 199000원에 판매하였고, 전용컨텐츠를 도서관에서 대여하여 읽을수 있다는 파격적으로 매력적인 사실과 상승작용을 하여 단기간에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고, 모 이북카페에서 한달의 기간동안 회원 보유기기의 가장 밑자리에서 일등으로 치고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였습니다. 이 사실은 컨텐츠의 양과 함께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어느정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40만원 가량하는 기기의 기능이 $189하는 킨들에 비하여 월등한 면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한글표현이 자유롭고 한국에서 A/S가 된다는 점, 한글로 된 신간을 읽을수 있다는 정도뿐이지만, 하드웨어적인 혹은 컨텐츠적인 면에서 그리 큰 장점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40만원의 가격이 그래도 경쟁력이 있으려면 현재의 컨텐츠수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내년쯤에는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할만큼, 국제적으로는 가격의 무한 경쟁 시대가 도래하였네요.
북큐브의 경우도 현재 352000원의 가격이 비스킷보다 많은 컨텐츠, 그리고 도서관 대여라는 메리트를 완전히 가릴만큼 커다란 제약이 될것 같습니다. 특히나 마켓팅적인 측면에서 일시적 가격하락이 현재는 더욱 크게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되어 예전에 할인행사를 했다라는 기억보다는 20만원에서 35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는 착각을 가져오게 되었으니 이 또한 현실적인 가격 재책정없이는 넘어서기 힘든 벽이 될듯합니다.
전체적으로 현재로서는 가격인하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이나 지속수익이 가능한 컨텐츠의 수에 문제가 있으니 결코 쉽게는 인하하지 못할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중국업체의 약진입니다. 중국에는 이미 100불 근처의 가격으로 출시되는 제품이 이미 나왔을정도입니다. 그 어느 나라에서 중국과 가격경쟁을 할수 있을지.... 또 타이완의 잘 알려진 Viewsonic이라는 업체ㅔ에서도 아주 매력적인 책틀을 발표하였습니다. 터치에 아주 빠른 화면전환, 그리고 Wi-fi를 두루두루 갖춘 제품을 150불에 발표하였네요. 이런 중구계 책틀의 경우 한글 표현이 더욱 자유롭습니다. 이들 제품이 한국에 풀리고, 컨텐츠를 이용할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한국업체들의 갑작스런 몰락이 올 가능성마저 있네요. 물론, 마지막 보루인 컨텐츠를 쥐고 있을 가능상이 100%이긴 하지만요.
암튼, 전자책틀의 가격은 상상했던것 이상으로 급격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업체들도 이에 발맞추지 않으면 곧 도태되는 양상으로 갈수도 있으니 보다 큰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컨텐츠를 늘리고 품질의 저하없이 제조단가를 낮추어 공급가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듯 합니다.
미국에서는 내년까지 $100정도의 기기가 등장할것으로 보고 있구요, 한국에서는 이정도의 가격은 현실성이 없으니 20만원 이하의 제품 (약 17만원선) 이 나올때즘 대중화라는 이야기가 나올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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