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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이야기

추억의 포장마차 메뉴 - 대합구이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전 아직 일요일 오후입니다만, 지난주 너무 힘든일이 많아서 아직도 몸이 나른하네요. 게속 쉬었는데도 말이죠. 

제가 고등학교 다닐때 정도만 해도 서울에는 포장마차가 즐비했습니다. 제가 살던 석촌호수 근처는 불야성을 이루었구요. 고등학생이다보니 즉석우동이라 하여 진하게 우려낸 오뎅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었지요. 물론, 가끔 흠흠.... 소주한잔.... 흠흠...꼼장어에 닭발, 똥집 등등의 안주는 감질나게 적어서 더욱 맛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감질나게 하면서 또 맛이 있던 것이 바로 대합구이라는 것이었답니다. 
 


연탄불에 살짝 구워주던 이 대합구이는 비싸고 양도 적어 그리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암튼, 정성기를 구가하며 서민들의 곁을 지키던 포장마차가 19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철퇴를 맞습니다. 특히 선수촌과 경기장에서 가깝던 석촌호수 및 잠실 새마을 시장 인근의 포장마차는 하나둘씩 불이 꺼져갔죠. 그 뒤로 올림픽이 있었고 도 그럴때마다 늘 철퇴를 맞는 것이 바로 포장마차였네요. 서민의 정취가 물씬 풍기던 포장마차를 도대체 뭐가 창피하다고 나라에서는 이렇게 일괄적으로 없애려 했던건지......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있긴 하겠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겠죠? 


제가 요즘 술을 잘 못마시다 보니 안주라고 하는 걸 잘 안만듭니다. 한참 마실때는 (ㅎㅎ) 여러 안주도 만들어 먹고 했는데 말이죠. 그래도 가끔 맥주는 한잔씩 합니다만.... 

오랜만에 동네 마트의 생선부에서 대합을 보았습니다. 큼지막한 넘으로 4개를 사와서 대합구이를 만들어 보았네요. 

먼저 잘 해감하고 잘 씻은 대합을 물을 아주 조금 넣은 팬에 넣고 뚜껑을 닫아 끓여줍니다. 대합이 잠길정도로 물을 너무 많이 넣고 끓이면 조개의 육즙이 따 빠져버립니다.


힘도 좋아서 뚜껑도 잘 안열립니다. ㅎㅎ 암튼 이렇게 입을 벌리면 대강 익은겁니다.


이 넘을 건져서 조개살만을 발라내어 이렇게 잘게 잘라주죠. 전 이렇게 오목한 그릇에 넣고 가위로 잘라줍니다. 도마위에서 칼로 자르다 보면 육즙이 다 흘러버립니다. ㅎㅎ




아끼던 쇼오치쿠바이를 조금 넣어주고 (원래는 정종과 함께 먹어도 좋은 안주인데...아깝게도....)


고춧가루, 설탕, 마늘, 통깨, 참기름, 다진파를 넣어 잘 섞어 둡니다. 간장이나 소금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자체로 짭짤하기 때문에 더 넣으면 정말 짜집니다. 볼륨감이 있기를 원하시면 새우를 잘라서 넣어 함께 양념해 넣으셔도 좋습니다.


뚜껑은 버리지 않고 반을 갈라 잘 씻어 두었는데, 이걸 그릇대용으로 하여 얹어주고 오븐에서 Broil로 구워주죠. 너무 세게 하면 대합껍질이 깨져버리니 약한불로.....


잘 보아가며 타지 않도록 하여 구워냅니다.
 

요렇게 나온 대합구이는 사실 맥주보다는 소주안주에 제격이긴 하지만, 제가 소주를 못마셔서 걍 맥주안주로 날름해주었답니다. ㅎㅎ


그런데, 의외로 White Wine에도 잘 어울립니다. 그리 어렵지 않으니 아내분들 잠시 쉬시게 하고 남편분들이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ㅎㅎ

포장마차는 좀 더울때가 정취가 좋지요. 더운 여름이지만 간단한 안주로 한여름밤의 더위를 이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행복한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