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미국시간으로 어제 구글은 엄청난 파장을 가진 뉴스를 발표하였습니다. 바로 구글전자책 (google editions)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구글의 전재책 시장에의 참여가 완전히 새로운 뉴스는 아닙니다. 구글은 그간 엄청난 시간과 자금을 쏟아부어 기존의 공공도서관의 책들을 스캔하여 이를 PDF나 ePub이라는 형태로 변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작업이죠. 하긴 이런식의 일은 구글의 장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구글맵의 스트리트뷰를 위하여 전세계를 카메라로 찍는 일을 해냈기 때문이죠. 구글북스는 2004년에 이미 출범하였고 현재까지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준비를 해왔죠.
암튼 구글은 올 5월까지 미국에서만 700만권의 책을 전자화하였고 앞으로 900만권까지 스캔작업을 한다고 하네요. 전세계적으로는 이미 1500만권의 책의 전자화에 성공하였네요. 그런데, 그 이외에도 구글은 이번에 35000개의 출판사를 규합하여 유료책마저도 모두 구글의 편제하에 두고 번격적으로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번 구글의 프로젝트는 Google editions로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구글의 영향하에 두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았네요.
아시다시피 구글은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기반을 판매하는 회사라고 할까요? 구글이 출판에 뛰어들었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구글이 맡은 역할은 바로 인프라입니다. 모든 출판회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그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구글의 검색과 판매망아래 두는 일종의 망의 제공이 되겠죠.
현재 전자책 업계의 일인자는 명실공히 아마존이 되겠습니다. 아마존은 킨들이라는 자사의 단말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마존이 발매하는 컨텐츠는 킨들및 킨들앱에서 읽을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는 독자포맷과 독자 DRM이라는 방식입니다. 즉 아마존의 양질의 컨텐츠는 소니리더나 반즈앤노블 책틀인 누크에서는 읽을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 부분은 전자책애호가인 저도 아마존에 무척이나 실망하는 부분이구요. 아마존은 이런식으로 세게 나가도 이미 굳건하게 뿌리내린 시장의 상황에 안주하여 독점적지위를 누릴수 있게 된거죠. 회사의 목표는 이윤추구이기때문에 이를 나쁘다고 매도만 할수는 없지만, 킨들이외의 책틀을 가진 사람들에겐 무척이나 배타적인 방식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독자포맷에 대한 비판에 대한 응답으로 아마존은 아이폰, 안드로이드, PC용 어플리케이션이라는 방식으로 내놓았습니다만, 역시 전자종이를 이용한 전자책틀에의 개방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로 간주하였습니다. 이러한 아마존 킨들측에 변화가 보인것은 바로 얼마전입니다. 어떠한 비평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킨들은 킨들의 가격을 대폭인하하는 것으로 약간의 위기감을 드러냅니다. 그 이후 여러형태의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였고, 킨들포맷인 AZW의 SDK (개발자툴) 을 공개하였으며, 오프라인 매장에 킨들을 진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시기가 바로 아이패드의 출시와 맞물려 아이패드의 공세를 두려워한 아마존의 조치로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그럴리가요. 아이패드는 전자책이라는 면에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기기가 되었고, 출시초기에 이미 업계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던 일이었지요. 아마도 아마존이 두려워했던 존재는 바로 구글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자사의 컨텐츠를 자신들이 만든 단말기에서만 본다는 일...... 거기에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 그리 크게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미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형태가 초기 시장의 독점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넓은 시각에서는 그리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엇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킨들의 연구와 제조에 많은 자금을 투입한 아마존에서는 피할수 없는 길이었을지도 모르죠.
이런면에서 구글은 다릅니다. 덩치면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지만, 구글은 구글북을 위한 단말기를 따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제조에는 소질이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대신 정보 (컨텐츠) 에 매달렸고, 그 정보를 담는 틀이 아닌 방법에 매달린것 같습니다. 회사의 출발이 다르다 보니 이런식의 차이가 존재하게 되더라구요.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었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만을 만들어 배포하였습니다. 아마존이 킨들을 만들고, 컨텐츠를 만들때 구글은 컨텐츠를 모으고 배급망을 만들었죠. 과연 망의 구축만으로 얼마나 큰 여파가 올까 하시겠지만.........
분명한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한다는 구글서치는 이들에게 막대한 트래픽을 안겨줄것입니다. 이제까지는 구글에서 신간서적을 검색하면 대개는 아마존의 상품페이지가 링크되곤 하였습니다만, 앞으로는 맨 앞페이지에는 구글북의 store가 연결이 되겠지요. 이러한 트래픽의 편중은 곧 바로 판매로 연결이 될것이므로 현재 90%의 전자책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아마존의 쉐어가 얼마 안있어 5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올 정도의 메가톤급 소식이 되겠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긴 하지만 사실 가장 커다란 반향은 바로 클라우드기반 reading platform이라는 점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사용자가 다운로드하고 저장하고, 어딘가에 백업하고 혹은 특정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는 복잡한 일없이 다양한 종류의 기기 (주로 이동식 기기) 를 통하여 접근할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구글북스에서 책을 구입하면 어떤종류의 기기를 소유하든 읽을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제가 늘 바라던 진정한 오픈포맷 혹은 멀티DRM 의 세계가 열리게 된것이죠. 이제부터 아마존에서 보던 양질의 컨텐츠를 구글북스에서 볼수 있고, 또 자신이 소유하는 어떤 기기에서도 볼수 있습니다. 자신이 구입한 컨텐츠는 PC, Mac, 휴대전화는 물론, 소니리더, 누크, kobo 등등 80여개의 기기에서 동일하게 볼수 있게 됩니다.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기기, 아이폰도 물론 마찬가지 입니다. 언제나 서재에 접근하여 마지막 보던 페이지에서부터 시작할수도 있고 (PC기반의 독서)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여도 다시 구매할 필요없이 읽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개방"을 최대의 중점으로 보기 시작한겁니다. 킨들의 "폐쇄"와는 극히 상치되는 개념이죠. 전자종이기반의 책틀의 경우는 대부분 ePub이나 PDF를 지원하고 있으며 킨들을 제외한 수많은 책틀은 ADE DRM이라는 어도비사의 DRM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전자책은 stand alone 단말기의 경우는 ePub이나 PDF를 어도비 DRM형식으로 제공하며, PC, MAC, iOS, Android등에는Google eBook Web reader라는 앱의 형태로 제공하게 됩니다. 단 아마존은 독자포맷을 고집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단말기이므로 제외되었습니다.
특히나 Google editions 사이트를 소매상들과 작은 출판사 혹은 개인출판을 하는 저자들에게 완전히 개방하여 자유롭게 컨텐츠를 제공하고 판매하도록 망을 구축하였습니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유비쿼터스라는 말과 클라우드 컴퓨팅이 이보다 적합한 분야는 없지 않을까 할만큼 광범위한 개방성을 보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구글검색에서의 우위적 지위는 구글북스토어로의 트래픽을 유도할것입니다. 또한 여기에 덧붙혀 꼭 지적해야 할점은 이득의 분배부분이 될것같습니다. 이러한 망의 제공 방식에서 구글이 취할 이득은 출판사나 저자가 취할 이득에 비하여 그리 커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얼마전 아이패드출시때 보여진 대형출판사인 맥밀란과 아마존의 분쟁을 보다라도 전자책의 경우 출판사에 돌아가는 이득은 30%를 넘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아마존의 투자금이 워낙 크다보니 전자책의 가격중 출판사에 되돌리는 구조가 취약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할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글의 경우는 출판사로부터 판권이나 컨텐츠를 구입하여 재판매 하는 개념이 아니라, 망의 제공이므로 보다 유연하게 출판사의 이득을 책정할수 있게 됩니다 (혹은 출판사가 판매분에 대한 커미션을 구글에 제공하는 형태...).
킨들의 이야기를 할때마다 독자포맷이 무엇이 나쁘냐 하는 반박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킨들이 고장이 나거나 분실하였을 경우 다른 회사의 책틀을 구입할수 없는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묻곤하였지요. 컨텐츠의 기기종속이라는 폐단은 우월적 지위나 현재의 상황의 편리함에 의하여 종종 잊혀지기 쉽습니다. 지금 당장은 불편함이 아니라 편리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구글북의 경우는 한번 구입한 책의 경우는 현재의 기기가 수명을 다하거나 혹은 잃어버린 상황이라도 다른 보다 편리한 기기를 구입하면 다시 구입하지 않아도 이어서 읽을수 있다는 분명히 유리한 점이 있죠. 아주 근본적인 물음인 왜 책을 샀는데 내가 가진 기기에서는 읽을수 없다는 거지? 에 대한 답은 바로 구글이 되겠네요.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이러한 큰 흐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요?
답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입니다.
한국에도 다수의 전자책틀이 발매되었고, 나름대로 활성화의 단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가 독자 DRM을 고집하며 세계적인 추세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책틀을 판매한 북큐브의 경우는 ePub이라는 공통포맷은 지원하지만, DRM이 있는 상용포맷은 아직 지원하지 않습니다. 구글북의 책들을 받아들일 준비는 안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인터파크의 비스킷은 역시 킨들을 표방한 만큼 가장 폐쇄적인 방식을 취합니다. 단연히 안됩니다. 가장 큰형님격인 누트는 초기부터 Adobe DRM을 채용하여 그 준비는 잘 되어있으나 단말기의 안정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리버의 경우는 어도비 DRM을 포함한 복수의 DRM을 채용하였습니다만, 시장의 쉐어는 그리 크지 않은듯 하네요. 컨텐츠회사의 경우도 독자 DRM으로 사분오열되어 있고, 한국이퍼브라는 무늬만 이퍼브단체도 아직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네요.
그러한 상황에서 반즈앤노블의 전자책 솔루션을 담당하는 회사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기사까지 나왔습니다.
구글은 가장 안정적이고도 합리적으로 한국의 전자책 시장에도 진출하리라 봅니다. 현재 구글북은 미국에서만 서비스되지만, 내년 상반기에 세계로 진출한다고 하니 한국에의 진출이야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죠. 아마존의 공습에 대비하자는 이야기에도 거의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각종 업계의 상황도 그렇고, 바로 저 코너까지 온 정말 큰 위협인 구글북의 위협에 대처할 힘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개방을 무기로한 구글의 공습은 실로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네요. 20여년전만해도 원서를 사려면 서점에 신청하고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지금은 아마존도 그렇고 반즈앤노블도 그렇지만 localize된 서비스만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에는 버튼한번으로 외국의 양질의 컨텐츠를 구입할 날이 오게 되고, 한글로 된 컨텐츠드로 구글북스토어에서 만나게 될텐데, 도대체 한국의 출판업계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지 자못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뭐 어쨌든 소비자로서는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랍니다.
암튼, 아마존 킨들 디졌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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