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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내고향 청양은 구기자가 익어가고....... Part 2

제 고향은 충청남도 청양이라는 두메산골입니다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오일장이라고 하는 말이있는데,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시는 분이 계실겁니다. 요즘이야 상설시장이라 할수 있는 수퍼마켓이 있으니 대부분의 곳에서 의미없어진 개념일겁니다. 시골에서는 시장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공터가 있고, 사람들의 합의하에 구획이 어느정도 나뉘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시장, 싸전 (쌀시장), 채소전, 우시장 등등이죠. 평상시에는 그저 조용하기만 하지만, 5일에 한번씩 정기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외곽의 개인생산자와 외부의 상인이 모여 상행위를 합니다. 이리 어렵게 이야기헸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5일에 한번씩만 장이 열리고, 시골할머니, 동네 아주머니가 호박이며 오이등을 들고 팔러나오시지요. 종돈을 사서 등짐에 지고 가는 모습도 흔했고, 그날만 구멍난 솥을 고치는 아저씨, 신발을 때워주는 신기료장사등이 시장초입에 전을 펼치곤 하였답니다. 암튼 시골의 경제행위는 5일에 한번 열리는 장날에 주로 행해집니다. 

5일장에는 농산물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는 나오지 않던 온갖 종류의 물품이 나옵니다.지금도 생각나는 풍경은 허리주위로 길다란 노란색 고무줄을 주렁주렁 달고 한없이 고무줄을 늘어뜨리며 팔던 고무줄장사며, 비암한번 먹어보라는 유명한 멘트를 날리던 뱀장사, 혹은 차력시범과 함께 "애들은 가라"를 외치던 약장사 등등이 커다란 오락거리이기도 했답니다. 큰돈이 오가던 소시장 주변에는 국밥집이나 젓가락 장단이 흘러나오던 술집들이 즐비했던 기억도 납니다. 작은 고무다라이에는 아침에 따서 가지고 나온 할머니의 고단한 아침노동이 들어있기도 하고, 김이 무럭무럭 나던 찐빵이 쌓인 좌대가 늘어서기도 했네요. 그러다보니 예전부터 장날만 되면 동네 개구장이들은 무슨 구경거리가 있을까 하고 나가보는것이 큰 즐거움이어서 장구경이라고 하는 말이 있었네요. 

암튼, 그 이름마저도 기억에서 사라져가던 장구경을 운좋게 하게 되었습니다. 청양은 매 2일과 7일이 들어간 날에 장이 들어섭니다.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시장풍경은 제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관문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선 장날은 보통날과 달리 아주 많은 사람이 모이기에 거리가 복잡해지는 날이죠. 




오랜만에 찾은 시장은 예전에 비해서는 깨끗하게 정리가 된 모습이네요. 아 맞다! 과일은 저렇게 팔았지 하며 쳐다본 과일좌판의 귤과 사과입니다. 사실 시장의 입구에는 예전처럼 신발을 수리하는 아저씨가 좌판을 펴놓아 정말 반가왔는데, 어쩌다 보니 사진을 못찍고 말았네요. 사실 열심히 일하시는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미안한 일이지만요. ㅠㅠ 멋진 온갖종류의 신발들도 진열이 되어있고, 진위야 어떻든 고추의 고장이라 자부하는 청양의 5일장에 고추만큼이나 쌓인 큰 무더기의 피망이 아주 이채롭네요.  






물건들을 유심히 보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지수는 도대체 저것이 무엇이 쓰는 물건인지 전혀 짐작할수 없는.... 일정한 각도로 뻗은 가지를 가진, 그러나 곧게 뻗은 나무를 매끄럽게 다듬어 만들어 내던 지게는 가벼우면서도 가공이 용이한 알루미늄 파이프로 바뀌었고, 짚을 꼬아 만들어서 지던 끈은 두툼한 패드가 달린 길이조절까지 가능한 멋진 끈을 갖게 되었군요. 저도 모르게 와! 하는 감탄을 하였답니다. 멋지지 않나요? 


제가 아는 지게는 이런 모습......



또 장날이면 나오던 뻥튀기를 빼놓을수 없죠. 뻥이요! 하는 아저씨의 투박한 경고음과 함께 대포터지듯 터지던 뻥튀기는 두근거리는 즐거움이었습니다. 꼭 우리집 뻥튀기를 해야만 즐거운것은 아니었고, 그저 한대접의 쌀이 들어가 빙글빙글 돌리다가 뻥하면 커다란 자루 한가득이 되던 마법에 왠지 부자가 된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왠지 쬐그만 내가 들어갔다 나오면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는.....ㅎㅎ 솔방울 자루를 옆에 끼고 하나씩 척척 넣어가며 뻥튀기 통을 돌리던 아저씨는 장날의 인기스타였습니다. 바로 이런...... ㅎㅎ



그렇게 뻥소리와 함께 사방팔방으로 튀던 쌀이며 옥수수 등을 집어들어 먹는것은 무어라 하지 않았지요. 그리 큰 즐거움도 먹을거리도 많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죠. 그러던것이 이렇게 현대식으로 변하였네요. 모르긴 몰라도 무인자동화 시스템이지 않을까 합니다. 가스불에 자동 회전까지... 아마도 마지막 "뻥"과 자루에 담을때만 사람이 관리하지 않을까 하네요. 바닥에 조금은 떨어져 있지만, 통옆에 달린 솔이 하나라도 흘리지 않고 자루에 담겠다는 의지인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ㅎㅎ 


장날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당연히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할머니는 손주 운동화라도 사러나오신걸까요? 굽어진 등에 세월의 무게가 실려 있는것 같습니다.


국수공장에서 바로 나온 국수도 보이고, 생필품도 오일장에서 거래가 됩니다.



시장통에서 시장구경을 하는 자매발견. ㅎㅎㅎㅎ 지수는 아마도 Farmer's market이라도 보는 느낌이었을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지수맘도 시장이 낯설기는 마찬가지겠죠? 


이곳은 시장에서도 상설에 가까운 시장통인것 같습니다. 매월둘째주 일요일에 쉰다고 한걸 보니 말이죠. 


이곳에서 아주 반가운 오래된 재봉틀을 보았네요. 수선집 아주머니가 새로운 재봉틀이라도 들인 모양으로 실까지 끼워진채 시장통에 나와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견딘것 같은 바퀴의 끈이 힘겨워 보입니다. 


이제 찐빵은 김을 내며 좌판에 두지 않습니다. 차가와 지기도 하지만 위생적으로도 그렇고 하여 이렇게 플라스틱랩을 씌워둡니다.


이런 골목도.....


한참을 구경하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곳은 사실 다운타운의 중심. 가장 번화한...... 네! 


한가로우면서도 역동적인 북적임이 좋았고, 그속에서 제 어린시절을 찾아 기분이 좋았던 장날 오전이었습니다. 

한편.... 청양은 고추마을이 아닌 구기자 마을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충청남도 청양은 전국에서 나오는 구기자의 70%가 생산될만큼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구기가 농업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청양의 구기자 농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 구기자를 심어 수확했던것이 1930년경이fk고 하니 만 80년이 넘었네요. 

구기자는 인삼, 하수오와 더불어 귀한 3대 한약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기자의 효능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간을 맑게 하여 눈을 밝게 한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항산화제가 가장 높다고 알려져 각광을 받고 있는 브라질산 Acai berry에 필적할만큼의 항산화물질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당근, 피부와 노화방지에 큰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콜레스테로 감소효과가 있어 혈압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하고 피로회복에 가장 큰 효능이 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부작용이 없어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수 있다고 하니 대단한 약재임에 틀림이 없네요.  

사실 저야 어릴때부터 보아 오던 것이지만, 특별히 챙겨먹거나 하지는 않았네요. 그런데 이 구기자가 요즘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주로 히말라야나 남미제품이 들어오는데, 가격도 무척이나 비쌉니다. 말린 구기자를 Goji berry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고, 요거트등에 넣어 먹기도 하더군요. 사실 이런 종류의 약재는 꾸준한 복용이 중요합니다. 사실 제가 뼈가 튼튼해야 하는 사람이라서....ㅠㅠ 지수맘이 상당히 신경을 쓰고 이번기회에 꼭 청양에서 구기자를 조달해야 겠다 마음을 먹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이것도 일부입니다....ㅎㅎ 형수님, 삼촌이 알뜰이 챵겨주셔서 이리 많은 구기자를 가져왔네요. 장복하기에는 아주 좋은....ㅎㅎ 잘먹겠습니다~~ !

특히 둥근통에 든 구기자차는 인삼처럼 아홉번을 쪄내었다고 하는데, 열알정도만 넣어도 까만 찻물이 우러날 정도이고 이를 서너번 우려도 될만큼 강하더군요. 또 음식에 넣어먹을 용도, 또 볶아서 먹을 용도등을 골고루 가져왔습니다. 



청양에는 당연하게도 구기자농협이 있고  여러종류의 구기자 제품을 판매합니다.


예를 들면 위에 나온 것과 같은것은 23,000원 가량하는데, 직접가서 구매하면 디스카운트를 해주네요. 기회가 되시면 한번 방문해보시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암튼 볶은 구기자를 진하게 끓여내어 거기에 인삼꿀을 한숫가락씩 넣어 매일밤 한잔씩 마시고 있습니다. 


구기자는 기계농업이 거의 불가능한 작물입니다. 완전히 익은 구기자는 '손대면 톡'하고 터질정도라서 일일이 한알한알 정성스럽게 채취하여야 합니다. 구기자 수확철이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바빠지는 때이기도 하죠. 요렇게 생겼습니다. 



암튼, 청양은 고추의 고장이 아니라 구기장의 고장이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