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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내고향 청양은 구기자가 익어가고....... Part I


제 고향은 충청남도 청양이라는 두메산골입니다. 아마 청양이라는 지명을 들으시면 어딘가에서 많이 들어보았다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 유래와 관계없이 청양고추라는 말로 유명해진 곳입니다. 사실 청양고추는 1980년대초 중앙종묘의 육종학자가 개발하여 청송과 영양지역에 시험적으로 심어 시험재배를 하였기에 청양고추라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청양이 그 혜택을 보게 되었네요. 사실 예전에는 청양의 고추가 특히 유명하다거나 많이 재배하거나 하지는 않았거든요. ㅎㅎ 암튼 그렇게라도 유명세를 타게 된 곳이지만, 사실 청양은 가까이에 있는 예산과도 달리 기차도 지나가지 않고, 큰 도로도 그리 없던 소위 이야기 하는 깡촌, 두메산골이었습니다. 한때는 농가부채 1위의 빈한한 농촌의 대명사였고,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전형적인 농촌이기도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자란 곳이고, 제 할아버지가 단신으로 일가를 이루시고 터를 잡은곳이기도 합니다. 

제 기억속의 청양은 거의 1980년대 후반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떠오르는 모습도 그 당시의 모습이지요. 고향에는 제 어머니와 형님가족이 사십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마중나온 형님을 만나 이제껏 한번도 본적이 없는 짙은 안개를 뚫고 곧바로 청양으로 향하였습니다. 사실 서해안고속도로가 곧 뚫린다고 하는 이야기만 들었었는데, 이미 아주 오래전에 개통되어 서울과 청양간의 시간적인 거리는 확 줄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완공하였다는 무슨 대교 (이름은 잊었습니다 ㅠㅠ) 를 지날때만 잠시 걷힌 안개는 다시 너무나도 짙어져 한치앞도 안보인다는 말이 실감나는 저녁이었습니다. 할수없이 안개지역을 피하여 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들게 되었지요. 경부고속도로는 버스로 수없이 다닌곳이어서 오히려 잘되었다 싶은 마음이....... 들자마자.... 여긴 어디? 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낯선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전에는 거의 벌판수준이던 경부고속도로의 서울을 빠져나온 톨게이트부근은 예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수 없는 고층아파트의 숲, 화려한 조명의 상가들이 즐비하였습니다. 망향휴게소 까지도 이어진 엄청난 고층숲에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서울과 청양을 잇는 길은 예전에는 서울에서 천안까지 경부고속도로로 가서 천안에서부터는 지방도로로 빠져 천안-온양-예산-청양으로 이어지는 길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외버스의 총 소요시간도 3시간 반가량이 걸렸지요. 고속버스도 없어 시외버스로 용산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것이 유일하였고, 그 이후에 서울 남부터미널의 개통으로 오히려 서울에서의 교통이 훨씬 불편해지기도 했지요. 교통은 불편하고, 주변에 사람들이 찾을만한 절경도 없으며, 특히 유명한 명승고적도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게 된것이고, 주병선씨가 칠갑산이라는 곡을 힛트시키기 전까지는 칠갑산이라는 산마저도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지요. 그러다 보니 이런 비교적 잘 어울리지 않는 콩밭매는 아낙네상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네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히려 이렇게 억지스럽게 아낙네상을 형상화함으로써 고즈넉한 산촌의 콩밭을 머리속에 그릴수 있는 여지를 죽여버렸다는 생각입니다. 때로는 구체적 형상보다는 이미지가 더욱 간절해질때가 있는 법인데 말이죠. 거기다 저 번쩍거리는 금박은 좀 아닌듯...... 제가 알기로는 콩밭아낙상은 두개가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보았던 콩밭아낙상 1은 소박한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암튼 군청소재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낙후된 모습이었던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칠갑산이라는 노래와 청양고추라는 명칭은 청양에는 상당한 플러스가 되었습니다. 결국 청양고추는 청양과는 전혀 무관하지만, 그 이름만으로 충분히 잇점을 보게 된거지요.. 

그렇게 천안까지 고속도로로 빠져나왔습니다. 당연히 지방도로로 갈줄 알았지만, 차는 다른 고속도로로 진입하였고, 서천공주방면으로 갑니다. 아니 이런 고속도로가 있었다~~늬....... ㅠㅠ 중간에서 다시 당진방면으로 들어갔다가 그제서야 낯익은 곳이 나오는데, 경부고속도로, 서해안 고속이외에도 다른 고속화도로가 많이 생겨 사통팔달이라는 말이 확 와닿게 되더군요. 하긴 세월이......ㅠㅠ 



사실 자라고 난 곳을 구석구석 가보고 사진도 찍고 싶었으나 맘대로 되지는 않더군요. ㅠㅠ 그래도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수는 없으나 현재의 모습들을 조금은 찍어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제법 넓었던 신작로도 너무 좁아서 차가 제대로 다닐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만큼 좁아보였습니다. 물론 깜짝 놀랄만큼 자동차가 늘기도 했지만요. 오래전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었고 아무런 문제없이 버스도 다니고 반대편에서 차도 다니고 하던 길인데 지금보니 그렇게 좁아보일수가 없네요. 흔한 이야기로 어릴때 그렇게 커보이던 학교운동장이 커서 가보니 사실은 손바닥만하더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죠. 아마도 그런 느낌일듯 합니다. 쉽게 바꾸지 못하는 거리의 폭이라거나 하는 것과는 달리... 정말 오랜만에 본 고향은 고층아파트들이 늘어서고 예전의 초라해보이기까지 했던 그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는 시골마을의 풍경을 여지없이 보여줄수 있을듯 하니 기회가 되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충남 군청소재지중 사실은 인구가 가장 낮다고 합니다. 두번째로 적은 금산도 5만명이 넘는다는데, 청양은 3만명을 넘긴 수준이고 현재도 조금씩 줄고 있다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마땅한 사진이 없어 모리노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goyasoul88) 에서 스크랩한 사진을 몇장 올립니다. 이분은 전국의 버스터미널에 출사가시는 사진작가분이시네요.  





다운타운으로 진입하는 길들은 잘 정비되고, 현대식으로 무장한 주유소들은 예전의 작은 가게들을 대신하고 있었네요. 깔끔하고 멋져보이나 왠지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개발이란 추억이란 의미와는 늘 상충합니다. 그런데, 낯선 모습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가로등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ㅎㅎ



고추-구기자 가로등이라고 합니다. 고추의 몸체와 실제 등부분은 구기자를 형상화하였다고 하네요. 사실 고추는 허명일지라도 구기자라는 한약재는 전국 생산량의 70%가 청양에서 생산될만큼 유명한 특산품이랍니다. 구기자 이야기는 다음편에 하기로 하구요.......... 암튼, 많은 분들이 청양에 맞는 상징을 만들어 많이 알리려 노력하는 모습들이어서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고추가로등은 너무 야단스럽다는 느낌이 들어 쫌..... ㅠㅠ (관계자분들께는 지송....ㅠㅠ) 

뭐니뭐니해도 칠갑산은 청양의 상징임에 틀림없습니다. 칠갑산은 청양읍내에서는 10여분거리에 있는 산으로 예전에는 아흔아홉구비 라고 불렸습니다. 청양-대전간의 시외버스는 2시간이 넘게 걸렸지요. 그 시간의 상당한 부분은 바로 이 아흔아홉구비의 칠갑산을 넘어가는 여정때문이었지요. 한참전에 대치터널이라는 것이 개통되고 청양-대전간은 급격히 가까와졌고, 길이 더 많아진 지금은 한시간 가량이 걸리는 이웃도시가 되었네요. 

암튼 그 칠갑산 자락에 있는 한 식당에 갔네요. 이름은 아마도 "바닷물 손두부 청국장" 이라는 곳입니다. 역시 시골에 오면 꼭 먹어줘야 할것 같은 음식이 바로 이 청국장입니다. 이곳은 두부를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대전방면에서 청양쪽으로 오시다보면 칠갑산 자락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돌간판....




안내되어 들어간곳은 역시 양반다리를 해야 하는 황토방..... ㅠㅠ 그래도 음식과 잘 어우러지는 운치있는 곳이더군요.



이름에서 보이듯 간수대신 바닷물로 두부를 만드는 곳일것 같죠? ㅎㅎ 특히 서리태라고 하는 검은콩으로 두부를 그날 쓸만큼만 만든다고 합니다.  음식은 이렇게 나옵니다. 







반찬은 강하지 않은 맛에 시골음식이라는 인상이 팍팍올만한 맛입니다. 소박하기가 그만이죠. 두부는 고소함이 아주 좋았는데, 서리태로 만들었다는 흑두부는 아주 귀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렇다고 특별한 다른 맛이 나는것은 아니더군요. 아주 건강에 좋을것 같은 음식입니다. 이 두부만으로 이집은 찾아갈만한 가치가 있는듯 합니다. 시골밥상에서 묵이 빠지면 서운하죠. ㅎㅎ  구기자를 넣었다는 청국장과 산채비빔밥을 골고루 시켜 먹었습니다. 우선 전문적인 것은 아니나 맛집을 몇번 리뷰한 블로거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음식의 종류, 주변풍광, 직접만든다는 두부, 향토음식, 황토방 등이 어우러진 그림속에서 조화롭지 않은것들이 먼저 보입니다. 바로 반찬그릇들이 흔이 보이는 플라스틱그릇입니다.

마치 올림픽에서 멋진 폼으로 200미터 장애물 경주를 펼치고 결승점 앞에서 엎어진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물론, 이곳은 전국의 맛객들이 찾아오는 그런곳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들을 조금만 개선한다면 소개하는 이런 사람에게도 힘이 실릴것 같다는 생각을 쬐금 해보았네요. ㅎㅎ 물론, 담겨있는 반찬들은 나무랄데 없이 좋았습니다. 음식으로 들어가서...... 그런데 청국장은 특유의 콤콤한 냄새가 나지 않아 조금은 실망을 했네요. 역시 청국장은 청국장 다와야 하는데 말이죠. ㅎㅎ 그 맛은 정말 자연의 맛입니다. 화학조미료 맛은 거의 나지 않고, 다시도 흔히 쓰는 멸치가 아닌 구기자, 버섯 같은 상당히 연한 재료를 사용한것 같습니다. 청국장을 싫어하는 사람도 무리없이 먹을수 있는 그런 맛이지만, 특유의 청국장을 기대했던 제 입맛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던.... ㅠㅠ 거기에 음식의 간이 전혀 맞지 않아 너무나도 싱거운 맛이네요. 암튼 건강에는 무척 좋을것 같은 그런 음식이었습니다. ㅎㅎ . 산채비빔밥은 여러가지 산채가 어우러져 나무랄데 없는 맛을 내줍니다. 



역시나 뚝배기에 떡하니 자리잡은 xx토기라는 로고......ㅠㅠ 

이곳은 사실 음식보다도 음식점풍경이나 주변의 정경이 너무나도 좋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오랜만에 보아서 그런지 제겐 참 정겹게 느껴집니다. 특히나 예전 버스정류장 근처의 주막옆이어서 버스기다리며 막걸리잔 기울이던 때가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모범음식점과 플라스틱 바구니만 없어도 좀 잘 찍어보았을텐데...ㅠㅠ




사실 인터넷을 뒤져보아도 청양의 맛집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옛날부터 청양의 음식은 상당히 맛있었답니다. 지금도 여기저기에 향토음식을 파는 곳이 아주 많이 보였는데도 소개된곳은 그리 많지 않네요. 거의 없는듯...ㅠㅠ 아마도 지리적이나 관광지적 가치로나 청양의 인지도가 너무 떨어지기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릴때는 개울에서 참게를 잡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참게는 귀하고 나오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지요. 이곳에는 참게요리도 많다고 합니다. 또 이번에 느낀 한가지 특징이 구기자를 첨가한 먹거리가 참 많다라는 점이네요. 제가 간 이 음식점도 청국장에 구기자를 넣었다고 합니다. 구기자가 가진 맛이 사실 음식맛을 좌우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구기자의 효능을 생각하고 만들어진 트렌드가 아닐까 하네요. 이 이외에도 구기자찐빵, 구기자 막걸리, 구기자떡 등이 있네요. 사실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양의 냉면은 이상하리만치 맛이 있습니다. 이제껏 먹어본 수많은 냉면중에서 수육한점 들어가지 않은 청양의 냉면을 능가하는 맛을 본적이 없을정도입니다. 빨간 조갯살 칼국수도 잊혀지지 않는 맛중의 하나입니다. 수많은 토속음식들이 있는 청양으로 맛여행을 떠나보시는 것도 좋을듯 하네요.  

일단은 part1은 이렇게 마감이네요. ㅎㅎ 

다음편은 마침 열려 구경갔던 5일장과 구기자 이야기랍니다. ㅎㅎ